원아는 대충 옅은 화장을 하고 간단히 머리를 올리는 것으로 끝내려 했지만 이연이 한사코 말리며 도와주겠다고 했다.최근 몇 년 동안, 이연은 스스로 건강해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사이 화장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생겼다.30분이 넘도록 이연은 원아를 도와 세밀하게 화장을 했다. 부드럽고 온유해 보이게, 진하지도 않아 드레스와 찰떡처럼 어울린다.“이연 씨, 솜씨가 정말 대단하네요.” 원아는 거울 속의 자신의 얼굴을 보며 칭찬했다.이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마음에 들어요? 이런 식으로 화장하면 초설 씨가 원래 가진 아름다움을 더
빗을 집어 든 이연은 서둘러 원아의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친구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원아는 체념한 채로 이연의 손에 머리를 맡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완성된 머리를 보면서 이연은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었다.“초설 씨, 너무 예뻐요 정말. 분명히 오늘 밤 문 어르신 생신잔치에서 초설 씨가 가장 빛날 거예요.”“이연 씨, 오늘 밤 연회의 주인공은 문현만 어르신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원아는 이연에게 핀잔을 주면서 주얼리 박스에서 진주 액세서리 세트를 꺼냈다.이연이 액세서리 세트를 받아 들고 하나씩 원아에게 채워
이연은 다시 고개를 저으며 외국에 있을 원아를 떠올렸다. 문소남과 ‘염초설’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걸 보니 마음이 복잡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닫힌 문을 보고 이연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초설 씨, 뭐 두고 갔어요?” 그녀는 ‘초설’이 다시 돌아온 줄 알고 인터폰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문을 열었다.문밖에 송현욱이 서 있는 것을 보자 이연은 무의식중에 문을 닫으려 했다.그러나 현욱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이연이 문을 닫지 못하게 꽉 잡았다. 남자의 힘을
이연은 믿어지지 않았다. 송현욱의 그림자가 모퉁이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이 남자가 정말 갔다는 것을 깨달았다.남겨진 이 과일 봉지를 보면서 이연은 왠지 기분이 언짢았다.송현욱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분명히 아무런 가능성이 없는 둘의 관계인데, 그가 왜 이렇게 버티는 건지, 자신이 그렇게 잘난 것도 아닌데, 대체 뭘 보고 그러는 건지...이연은 묵직한 과일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음은 그것보다 더 무거워졌다.다른 곳.원아는 소남의 차를 타고 출발했다. 차 안에는 경제뉴스가 흘러
“선물? 준비했어요.” 소남은 차 뒤의 트렁크로 다가가 잘 포장된 선물을 꺼냈다.원아는 제게 건네진 선물을 선뜻 받지 못하고 망설이며 물었다.“선물이 하나뿐이잖아요? 대표님께서 준비하신 선물을 제게 주시면, 대표님은 어떻게 하시려고요?”“내 선물은 연회전에 이미 할아버지께 드렸어요. 이 선물은 내가 염 교수 몫으로 준비한 거예요. 자, 조심해서 잘 들어요.”소남이 말했다. 아마도 원아가 선물을 준비하는 것을 잊어버릴까 봐 미리 준비를 해 둔 모양이다.예전의 원아는 이렇게 건망증이 심하지 않아서, 오히려 그녀가 자신을 챙겨
채은서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온 ‘초설’을 보며 속으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가까스로 ‘원아’를 쫓아냈는데 이번에는‘염초설’이 온 것이다.‘일이 이렇게 됐으니 만약 원아가 죽으면 소남의 곁에는 다른 여자가 있어야겠지.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원아의 자리를 꿰어 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저 염초설이군!’‘나도 염초설에 대해 많이 알아봤는데, 원아보다 더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예전에 채은서는 따로 ‘초설’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초설’은 아예 채은서와 같은 편에 설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채은서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왜냐하면 채은서는 문소남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자신에게 위협이 될 거라 생각했다.“염 교수가 A시의 골동품 거리를 잘 몰라서 제가 염 교수와 같이 다녀왔어요. 당연히 선물은 염 교수님이 직접 골라서 구매한 거고요.”소남도 채은서가 어떤 생각으로 한 말인지 알아채고 원아가 궁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어쩐지, 그랬구나. 소남, 네가 가는 골동품 가게는 비싼 물건만 놓여있을 테지? 염 교수님은 그저 연구원일 뿐인데, 그런 골동품들은 보통 10억 이상이 넘는 귀한 것들이잖아. 염 교수
“이 상자만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지만 안에 있는 물건은 어떨지 모르는 거죠. 요즘 위조업자들은 이런 가짜 골동품을 사게 하기 위해 포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어요. 바로 구매자를 속이기 위해서예요.”채은서가 신랄하게 말했다.문현만은 이 말을 듣고 채은서를 힐끗 보며 속으로 나무랐다.‘예성 엄마는 뭘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군. 이 선물 상자만으로도 안에 있는 골동품의 연대를 얼추 알 수 있는데.’집사는 문현만을 한번 보았다. 문현만이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도 바로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벼루 하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