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만은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수액 팩에 충분한 영양이 들어 있겠어? 죽은 뜨거울 때 먹는 것이 좋아.”하지만 소남은 자고 있는 원아를 깨울 수 없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보온병을 보더니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죽은 보온병 안에 담겨 있잖아요.”그 말에 문현만이 헛기침을 했다. 고택 요리사는 보온병에 죽을 담아 7시간은 온도가 유지되도록 했다. 잠시 후 동준이 출력한 서류를 가지고 와 그에게 건넸다. 문현만은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동준이 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송재훈은 따로 회사를 차린 후, 자
“무슨 소리야, 우리 재훈이는 그냥 창업을 하고 싶었을 뿐이야. 고작 그만한 돈으로 무슨 일을 하겠어? 일단 화 먼저 풀어. 이런 일로 그 앨 불러서 뭐 하게?”송상철은 송재훈이 T그룹을 노리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송재훈을 불러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별 볼 일 없이 놀기만 하던 송재훈이 갑자기 회사를 차린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난 오랫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수많은 비바람을 겪어왔어. 만약 네 손자 송재훈이 제 능력으로 T그룹 프로젝트를 빼앗는다면 나도 화가 나지 않아. 그건 소남이 능력이 없다는
소남은 원아가 누워있는 침대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는데 그 모습을 본 그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치 누군가에게 몹시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물 같은 여자가 이런 고통을 겪다니…….원아는 자신을 보고 있는 소남을 보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소남은 그녀가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얼른 물었다.“간호사에게 다시 진통제를 놔 달라고 할까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의 통증은 참을 수 있었다.주위를 둘러보니 병원인 것을 확인한 그녀는 안심했다. 소남이 재
사윤이 떠나자 소남은 보온병을 열어 그릇에 죽을 따랐다.만들어 온지 얼마되지 않아 죽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는 죽그릇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식혔다. 그리고는 숟가락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제 죽을 먹을까요?”원아는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억지로라도 먹기로 했다. 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녀에게 죽을 떠 먹였다.원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싶었지만 통증 때문에 조금 밖에 벌릴 수가 없었다. 소남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빨대로 먹어 볼래요?”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대를
이연이 한참이나 말이 없자 소남이 다시 물었다.“하고 싶은 말이 뭐죠?”“문 대표님, 초설 씨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는 거 아닌가요?”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사실, 그녀는 ‘초설’을 좋아하고 친구로 생각하지만 기억을 잃은 ‘원아’도 자기 친구였다.그래서 만약 ‘초설’과 문소남이 정말 어떤 관계라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았다. 그 말에 소남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이런 말을 왜 나에게 하는 거죠?”“문 대표님은 유부남이에요. 원아가 지금 외국에 있다고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이연이
이연은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초설’을 돌보려는 이유는 문소남이 그녀와 너무 가까이 있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자만 정작 아무것도 준비해 오지 않았다. 그녀는 주소은에게 연락해 퇴근하고 올 때 생필품 좀 가져다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톡을 클릭하니 친구 추가 요청이 와 있었다. 이연은 순간 멍했다. 송현욱이 보낸 것이었다. 그와의 형편없는 관계를 끝낸 후, 그녀는 이미 그의 이름을 지웠다. 그가 더 이상은 자신을 귀찮게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가 친구로 추가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송현욱
송재훈은 현욱은 친형이긴 하지만 문소남과 친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오늘 밤 여기서 지내야 하니까 방 좀 치워. 이렇게 엉망진창인 방에서 잘 순 없잖아.” 송재훈은 자신이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임정식에게 명령했다.그러자 그가 얼른 일어나 안방을 청소했다.송재훈은 담배를 끄고 나서 송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화가 난 할아버지 송상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재훈, 이 나쁜 자식! 지금 어디 있는 거야?]“할아버지, 전 지금 친구 집에서 술 마시고 있어요. 왜요? 누가 할아버지를
원아는 이연의 말을 들으면서 전에 세 친구가 함께 창업했던 시절을 떠올렸다.당시는 상황이 어려워 바쁘게 일하며 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다.현재는 회사가 많이 안정되어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연 같은 원로 급 사람들은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다.원아는 과거로 돌아가 이연과 소은과 함께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래요. 그럼 오늘 밤 이연 씨가 저와 함께 있어주세요. 내일 아침에 간병인을 구해서 돌봐 달라고 하면 돼요.]원아는 핸드폰에 글을 썼다. 이연은 그 말을 보고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