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희는 자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라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 아이도 아니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주소은 어딨어?”도우미 이모는 백문희에게 나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 집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리곤 했다. 도우미 이모는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초대받은 어린이 손님인 줄 알고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달려가 문을 열었다. 그녀임을 확인하고는 얼른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상대방의 힘이 얼마나 셌던지 문은 곧 다시 열리고 말았고 백문희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 들어왔다.도우미 이모는 백문희
소은은 백문희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는 너무 화가 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내 동준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동준을 바라보았다. 동준은 마음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백문희에게 단호하게 대하지 못해 소은과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일은 내가 처리할게.”소은은 동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평소에 백문희가 소란을 피웠다면 참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일수와 이수의 생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날, 이렇게 많은 아이들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내뱉다니! 이번에
백문희가 벌인 해프닝이 끝나자 원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막 소파에 앉으려는 순간 창문 밖에 서 있는 문소남과 헨리를 발견했다.원아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둘이 저기에서 뭐 하는 거지?’그녀와 소남의 눈빛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가 헨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제 들어가자.”원아는 두 사람이 현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며 그들이 정원에 서 있던 이유가 백문희가 소란을 피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둘이 언제부터 그 곳에 있었는지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헨리는 거실로 들어와 아빠의 손을 놓고 ‘초설 누
문소남은 헨리의 말을 듣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원아는 고개를 숙이고 설렘이 가득한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짜 원아는 이미 죽었고 소남 씨는 나를 찾을 수 없을 거야…….’‘헨리 생일에 함께 촛불을 끌 사람은 티야가 되겠지…….’원아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아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 티야를 떠올리니 화가 나기도 했다. 전에 문소남은 가짜 원아인 로라에게 속았다. 물론, 자기도 알지 못한 사이에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제 그 가짜 원아가 사라지니 티야와 스캔들이 났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가
소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문 대표와 동준의 계획이 대체 뭐길래 정신과 의사와 관련이 있지?”이연은 최근에 송현욱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소은은 계속 말없이 있는‘초설’을 보며 물었다.“초설 씨, 지금 T그룹 본사로 출근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뭐 들은 거 없어요?”“본사로 출근만 할 뿐이지 실험실에만 있는 제가 두 분의 비밀 계획을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기껏해야 듣는 얘기는 직원들끼리 모여 수군대는 말 밖에 없어요.”원아는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마지막 남은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원아는 간호사에게 가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황신옥이 지금 안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이강이 두꺼운 계산서를 이연의 손에 건네며 말했다.“야, 멍청하게 여기 서 있지 말고 빨리 가서 병원비나 납부해. 가까스로 의사를 설득해서 먼저 엄마 검사부터 하도록 했으니까.”“오빠, 아직도 병원비를 납부하지 않은거야?” 명세서를 보는 이연의 손이 떨렸다.“내가 돈이 어디 있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서 계산이나 해. 검사비 외에 응급실 비용까지 계산해야 할 거야.”이강이 재촉했다.“내가 엄마랑 오빠에게 생활
이연은 ‘초설’의 말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강은 가방 안에 있는 생활비를 끝까지 지키려 했다. 하지만 지금 비용을 계산하지 않으면 병원에서 더는 검사를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는 현재 엄마 황신옥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면 안되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우선 돈을 빌릴게요. 제가 돌아가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이리 주세요. 제가 가서 납부할게요.”원아가 말했다.이연은 손에 든 병원비 납부서를 건네주었다.원아는 곧장 병원비를 납부하러 갔다.이
원아는 사윤이 그런 이야기까지 소남에게 한 줄은 모른 채 병원비를 납부하고 영수증을 챙겨 돌아갔다. 이연은 황신옥의 검사 차례를 기다리다가 ‘초설’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고마워요. 얼마 나왔어요?”“얼마 안 돼요. 여기 진료비 영수증이에요.” 원아는 진료비 영수증과 황신옥의 주민등록증을 이연에게 건네주었다.일부 검사 비용 외에 약값도 있었다.이연은 진료비 영수증을 훑어보고 속으로 대충 비용을 계산했다. 원래 알고 있었던 금액과 차이가 없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초설’이 자기를 도와주려고 병원비가 적게 나온 것처럼 속일까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