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그 말에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문소남이 어떤 남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가 정말 조강지처를 버리는 양심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로라가 지금껏 이렇게 지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소남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내뿐이야. 너는 가짜 아내이고!”원아가 소리쳤다.“가짜가 뭐 어때서? 내 얼굴은 소남 씨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와 똑같아.” 로라는 의기양양했다. 오늘처럼 ‘염초설’을 상대하면서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었다.그때, 원아가 갑자기 웃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로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가 왜 그리 많아?” 로라는 ‘염초설’이 원원을 품에 꼭 안은 것을 보며 눈을 치켜 떴다. “누가 보면 네가 이 아이 친엄마라도 되는 줄 알겠어.”원아는 로라를 잠시 뚫어지게 쳐다봤다. 로라는 원아의 시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때, 원아가 알렉세이를 향해 말했다. “알렉세이, 네가 운전해.”“네.” 알렉세이가 로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열쇠 주세요.”로라는 마지못해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던지고는 그를 비꼬았다.“이렇게 충성스럽다니! 마치 원아가 키우는 개 같군!”귀에 꽤 거슬리는
알렉세이는 운전을 하면서 속으로 로라가 정말 뻔뻔하다고 생각했다.원아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원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원원은 ‘초설 언니’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싫어했었지만 언니와는 가깝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원원은 자신의 더러운 옷을 보고는 ‘초설 언니’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마침내, 문씨 고택 대문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로라가 도망가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기에 원아와 알렉세이가 굳이 끼어들지 않아도 됐다.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던 로라는 조수석의
훈아는 원원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은 집안 분위기가 그런대로 평온했어. 증조할아버지는도 이번 일로 크게 화를 내지는 않으셨고. 아무래도 가짜 엄마가 잘 해결한 것 같아.’“증조할아버지께는 아직은 말씀드리지 말자.”훈아의 말에 원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나도 오늘 가짜 엄마의 요구에 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빠가 돌아오시면 말씀드릴 거야.”현재 문씨 집안에서 남매가 가장 믿는 사람은 역시 문소남이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이번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훈아는 어린이 휴대폰을 꺼내
원아는 소은에게 녹음파일을 보냈다.그러자 알렉세이가 설명했다. “사실, 상대방은 첫날부터 움직였어요.”소은은 그 말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그럼 알렉세이 씨가 저를 도와준 거예요?”알렉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가 설명했다.“백문희는 첫날부터 부하에게 소은 씨에게 복수하도록 지시를 내렸어요. 다행히 알렉세이가 그 사람을 발견해서 혼줄을 내줬어요. 소은 씨가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고 혼만 내고 돌려보냈어요. 그런데 다음날 밤에도 그 사람
원아는 자신에게 돌진하는 남자들을 보고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았다.남자들은 그녀를 힘으로 잡을 생각으로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좁은 골목길에 주먹질하는 소리가 가득하더니 몇 초 만에 소리가 뚝 그쳤다. 그리고 곧바로 남자들의 신음 숨소리가 들려왔다.원아는 허리를 굽혀 장바구니를 들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들을 바라보았다.어두운 불빛 아래 그들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분명히 보였다. 대후는 갈비뼈가 부러진 듯 괴로워하며 끙끙댔다. 그는 일어설 힘조차 없어 보였다.원아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난 우리 동생처럼
이틀 후, 문소남은 M국 지사의 일을 잘 처리하고 동준과 함께 귀국했다.훈아와 원원은 아빠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는 방에서 오랫동안 소곤거렸다. 헨리가 놀자고 소리를 질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두 남매는 검사 결과지를 직접 소남에게 주기로 한 뒤 방 문을 열었다.로라는 헨리 때문에 놀라 방 앞까지 달려왔다. 로라가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아이들이 문을 열었다. “너희들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동생이 소리를 질러도 대답도 하지 않고. 하마터면 집사를 불러 문을 열 뻔했잖니.”로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원은 지난번 일
문소남의 말에 훈아와 원원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안도했다.소남은 아빠로서 자신이 한 말은 어떻게든 지켰다. 아빠가 진짜 사랑한 사람은 친엄마인 원아 한 사람뿐이며, 지금 집에 있는 가짜 엄마는 절대 아빠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 그때 원원이 하품을 하면서 눈을 비볐다.소남은 딸의 머리를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졸리면 어서 가서 자.”“네,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원원이 대답하며 나가려고 하다가 다시 몸을 돌려 훈아를 바라봤다.“오빠, 잘 자.”“너도 잘 자.” 소남은 쌍둥이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동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