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헨리의 짐을 한쪽에 놓았다. “저는 문 대표님의 부탁을 받고 헨리를 데리고 왔어요. 기왕 사모님이 여기에 계시니 헨리는 사모님에게 맡기겠습니다.”가짜 원아인 로라는 오늘 막 퇴원 수속을 마쳤다. 약을 먹고 오늘까지 딱 한 달이 지났다.로라는 ‘염초설’을 보고 화가 솟구쳤다. 바로 이 여자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았는가!문소남의 관심과 주의를 끌기 위해서 약을 먹게 된 로라는 ‘염초설’ 덕분에 몸을 회복하게 됐다. 이런 이상한 상황에 로라는 그동안 자신이 헛고생을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더군다나 문소남은 상황이 안정되자
문현만의 말은 그냥 들으면 마치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것 같이 들리지만 실상은 자신을 향한 혐오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내 병이 아이에게 옮길까 봐 걱정하는 거야…….’‘이 집은 점점 더 낯설어지고 있어. 겉으로는 나를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나를 무시하고 있어…….’하지만 로라는 마음속의 불만을 완벽하게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 전 이제 아프지 않아요. 의사선생님도 전 다 나았다고 하셨어요. 검사를 해보고 왔으니 괜찮아요. 목이 말라서 그런 거니 물을 마시면 좋아질 거예요.” “그래
원아는 그곳에서 나오자마자 골목 모퉁이에서 침을 가지고 온 통에 삼키지 않은 알약을 넣었다.지난번에 수집한 약의 성분이 적어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수집해야 했다. 그녀는 통을 가방에 집어넣었다.원아가 막 택시를 잡는 순간 알렉세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가씨, 저는 이미 탑승을 마치고 A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원래 원아와 같이 출발하려 했지만 마무리할 일이 있어 날짜를 바꿨다. [그래. 알았어. 조심히 와.]원아는 알렉세이에게 답장을 보낸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다시 문소남에게 톡문자
문소남은 공인이므로 일을 할 때 불편한 점이 많았다. 반면, 안드레이는 계속 안전한 곳에 숨어 있어서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현재 상황을 떠올리자 갑자기 일할 마음이 사라졌다.원아는 휴대폰을 들고 이수혁을 바라봤다. “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 나 대신 조재하 교수에게 휴가계를 신청해 줘요.”조금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조재하 교수를 상대했지만, 이제는 그와 어떤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수혁을 대신 보내는 것이 편했다. 수혁이 궁금한 듯 물었다. “교수님, 오전이요, 아니면 오후요?”“오
의료진은 원아가 익숙하게 맥을 짚는 것을 보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혹시 의사세요?”“아닙니다. 다만 약에 대해 연구를 좀 하고 있을 뿐입니다.”원아는 고개를 저었다.구급차는 곧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간단한 검사를 거쳐 일수가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알레르기 치료를 했다.소은은 이수를 안고 한쪽에 앉아 아직 깨지 못한 일수를 보면서 눈물을 닦았다.이수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마, 울지 마세요. 이모가 있어서 언니는 괜찮을 거예요.”소은은 한쪽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마음
원아는 거들먹거리는 백문희를 바라보며 사윤에게 이 쪽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사윤은 염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와주겠다고 했다.원아가 통화를 마치자 백문희도 병원장과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 백문희는 이곳에 인맥이 있어 병원장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다.소은은 여전히 이수의 귀를 막은 채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백문희는 여전히 동준에게 매달리며 자신과 두 아이를 다치게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백문희도 한 아이의 어머니면서 어떻게 남의 아이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그동안 소은
“네, 병원장님, 안녕히 가세요.”원아도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병원장이 나가자 병실 문을 닫아 사람들의 시선을 막았다 주소은은 이수를 내려놓고 그녀를 보며 감격에 겨워했다. “초설 씨, 너무 감사합니다.”“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동 비서님이 저를 많이 도와줬으니 제가 소은 씨를 돕는 것도 당연한 일이에요. 게다가 동 비서님은 지금 해외에 있어서 저 여자가 여기서 이런 행패를 부릴 수 있었어요. 정말 한심한 일이에요.”원아가 기억하는 주소은은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만약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백문희에게서 받은
일수는 몸에 났던 발진이 사라지면서 의식이 돌아왔고 상태도 훨씬 좋아졌다. 아이는 낯선 사람이 준 땅콩사탕을 함부로 먹어서 아프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미안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죄송해요, 엄마. 다음부터는 아무거나 함부로 먹지 않을게요.”딸의 모습에 소은도 더 이상 나무라지 못했다.“앞으로는 엄마한테 물어보고 먹어야 해. 알았지? 엄마 옆에 있는 초설 이모가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어. 이모가 응급처치 해줘서 괜찮아 진거야. 이모에게 고마워해야 해.”그러자 일수가 미소를 지으며 원아를 바라보았다.“감사합니다, 초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