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차문 옆에 서서 염초설을 기다렸다.그녀가 가까이 오자 소남은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남의 체취가 원아의 코 속으로 들어왔다.헨리가 차 안에서 원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초설 누나’를 보니 신이 난 듯했다. “누나, 빨리 타요!”원아는 소남의 다친 손을 바라보았다. 주위가 어두워서 얼만큼 다쳤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숙이고 차에 탔다. 소남도 반대쪽으로 올랐다. “호텔로 돌아가자.” 그가 지시했다. “네.”차는 곧 호텔로 향했다. 헨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샤워를 마치고 나온 문소남의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호텔 가운을 걸치고 목에 수건을 두르고 있는 그는 전보다 더 섹시해 보였다. 원아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 밖에 없었다. 요정이 사람을 유혹하려고 찾아온 것 같았다.그는 수건을 들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며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염초설’에게 약을 발라 주라는 뜻이었다.원아는 알콜스왑을 들고 잠시 그를 보더니 말했다. “알코올을 바르면 조금 아플 수 있어요.”“괜찮아요.” 샤워를 마친 문소남의
원아는 조잡한 위치추적기를 보고 이번 일이 안드레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녀는 위치추적기를 부순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래도 안드레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그녀는 답답했던 마음 씻어 내리 듯 세수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다른 곳.동준이 경찰에 신고해 윌리엄과 바울은 나란히 경찰서로 끌려갔다. 동준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경찰차에 탔다. 경찰서.윌리엄과 바울은 수갑을 찬 채 같은 심문실에 들어갔다.아직 변호사를 기다리느라 아직 본격적인 심문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제
“아빠가 조금 다치셨어. 그래서 그런 거니까 무서워하지 마. 누나가 아래층에 가서 뭘 좀 가져와야 하는데 혼자 있을 수 있니? 금방 올 거야.” 원아는 헨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소남은 맥이 약하고 방금 구토까지 했다. 원아는 이것 외에는 다른 건 알지 못했다. 문소남이 지금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증상을 초래하는 독약은 수천 수만 가지였다. 대체 어떤 독약이란 말인가? 일단, 지금 해야 할 일은 소남의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네.”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여기서 아빠를 돌보고 있을게요.”원아는 헨리가
사윤은 고개를 저었다. ‘염초설’의 진지한 표정을 보니 자신이 오해한 것 같았다. “염 교수님은 그 두 사람이 학생이라고 하셨지만, 이런 독을 구할 수 있었던 데는 배경이 분명 있을 겁니다. 동 비서님이 아직 경찰서에 있다고 하셨죠? 그 놈들이 도망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세요.”원아는 사윤의 말을 듣고 침대에 누워있는 문소남을 바라보았다. 간호사가 방금 그에게 해독 혈청을 주사했는데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전 나가서 전화 한 통 하고 올게요.” “네.” 사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제가
문소남은 마지막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원아는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어제 대표님이 다쳤던 칼에 뱀독이 발라져 있었어요. 대표님은 독 때문에 이렇게 되었고요.”‘독이라고?’소남은 깜짝 놀랐다. 어젯밤 느꼈던 통증은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신이 토하고 기절했던 것이 생각났다. “헨리가 대표님이 쓰러진 것을 보고 제게 연락했어요.” 원아는 소파에 누워 있는 헨리를 돌아보았다. 아이는 아직 곤히 자고 있었다.“그런 다음에는요?”소남이 물었다.“그리고 배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
“고맙습니다.” 원아는 사윤이 건네준 옷을 받았다. 그나마 병원이라 다행이지만 잠옷을 입고 생활할 수는 없었다. 원아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가방을 열어보니 사윤은 외투뿐만 아니라 세면용품도 세 세트나 준비했다.원아는 그 중 하나를 뜯어 씻고는 외투를 입고 나왔다 외투는 매우 길어서 그녀의 발목까지 왔고, 입고 있는 잠옷을 가려주었다.헨리가 ‘초설’에게 다가가 다리를 껴안았다. “누나, 나도 씻을래요.”“그래.” 원아는 소남 쪽을 바라보았다. 간호사가 그의 팔에서 피를 뽑고 있었다. 그녀는 헨리를 데리
이번 사건이 우연의 일치인 듯 보이기는 하지만 소남이 뱀독에 상처를 입게 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준은 고개를 저었다.“지금까지는 의심스러운 점이 없습니다.” 원아는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의심스러운 점이 없다고?’소남은 그녀의 표정변화를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준이 계속 말했다.“대표님을 다치게 한 남학생 이름은 윌리엄 대학교 3학년이고 그의 아버지는 그 지역의 유명한 사업가입니다. 참, 그들의 가족 회사는 T 그룹의 미국 지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집안은 깨끗한 편입니다.”“또 다른 학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