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동준은 문소남의 지시대로 호텔에서 티야를 태워,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이정주 교수는 티야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가 멍하니 있는 ‘원아’앞에 섰다.간호사는 그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티야 선생님, 안녕하세요.”그녀는 심리학에서 권위 있는 전문가라, 의사와 간호가들은, 티야의 실물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크한 표정으로, 간호사의 인사를 무시했다. 그리고는 선글라스를 벗고 말했다.“난, 환자를 진료할 때,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간호사는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미리 상사
티야는 미소를 지으며, 간호사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병원, 약은 더 이상 주지 마세요. 제가 준 처방대로 약을 쓰세요.”“네.” 간호사는 처방전을 간호사실로 보냈다.티야는 ‘원아’를 돌아보며, 말했다.“환자분은 지금 잠들었으니 들어가셔서 봐도 돼요.”“네.” 하지만, 그는 문 앞에서 지켜볼 뿐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티야는 그 모습을 보며, 몰래 기뻐했다. ‘난 원아를 치유하지 않을 거야. 만약, 원아를 치유해버리면 더는 문소남에게 접근할 핑계를 댈 수 없을 테니까.’‘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금, 잔꾀를 부릴
문소남은 마음이 조여 드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마음의 준비라뇨?”티야는 사윤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애초 최면의 목적은, 환자분이 과거의 고통스러운 일을 잊게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환자분이 과거의 일을 얼마나 잊을지는, 저도 정확히 몰라요.”“9개월 동안의 일을, 완전히 잊을 수 있을까요?” 소남은, 그녀가 9개월 간의 기억을 잊었기를 바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여요. 하지만, 환자분이 기억을 어느정도 잊었는지는 몰라요. 제가 최면을 걸었을 때, 의식이 매우 혼란스러워
사윤은 병실에서 나와 근심이 가득한 문소남의 얼굴을 보고는 말했다. “기본적인 검사를 했는데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소남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사윤은 위로하듯,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형수님은, 형을 거부하지 않아요. 그러니 가서, 형수님과 함께 있어주세요.”그 말에 소남이 병실로 들어갔다.사윤은 티야를 바라보며, 냉담하게 말했다. “내 연구실로 와.”“싫어.” 티야는 한때 좋아했던 그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불만이 많았다. 사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여기서 물어봐도 돼?”
2년 후, 공포의 섬.원아는 훈련을 마치자마자, 방으로 돌아갔다.안드레이는 심비가 모유를 끊은 후, 아이를 데려갔다. 원아는 매주, 단 하루만, 심비와 만날 수 있었다.오늘은 원아가, 심비와 만나는 날이었다.알리사와 알렉세이가 원아의 뒤를 다급히 따랐다.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알렉세이가 주머니에서 나무로 만든 작은 바람개비를 꺼냈다.“아가씨, 제가 심비를 위해 만든 거에요…….”원아는, 작은 바람개비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알렉세이, 고마워.”2년 동안, 알리사와 알렉세이는 늘, 원아의 곁을 따라다녔다. 세 사람
원아는 멍한 얼굴로, 심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심비는, 저기 위로 올라가고 싶어?”“응!”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원아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엄마가, 심비를 데리고, 올라가도록 노력할 게, 우리 착한 딸.”‘난, 반드시 우리 심비를 데리고, 공포의 섬을 탈출해, 안드레이의 통제에서 벗어날 거야.’“네, 엄마!” 심비는 달콤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다닐 오빠가 그랬는데, 위쪽 풍경은 정말, 아름답 대요!”원아는 심비의 말을 바로잡아 주었다.“오빠가 아니라 아저씨
“독약.” 안드레이는 웃으며, 손에 든 약병을 흔들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해독제를 먹으면, 괜찮을 거야.”원아는 파란색 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안드레이는 이 미친 놈은, 심비를 이용해, 나를 통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약물에 의지하게 만들려고 해.’‘이제 나를 공포의 섬에서 내보내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려는 건가?’원아는 마음이 한 켠이, 가라앉음과 동시에, 슬픔이 몰려왔다.‘마침내, 시작되는 건가?’안드레이는 약병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보았다.“네가 먹기 싫으면 먹지 않아도 돼. 네가 먹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갔다. ‘카시안의 죽음 때문에, 안드레이가 나를 여기서 내보내려고 하는 거구나.’‘3년간 이별로 충분해요. 소남 씨, 난 항상, 당신과 만나기를 기대하면서도, 만남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우리가 다시 만날 때는,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에 서 있을 테니까요.’‘게다가 난, 이제 얼굴도 변해서, 당신이 날 보더라도, 알아채지 못할 거예요.’‘당신 곁에는 이미, 가짜 원아가 있으니까요…….’원아는 넋을 잃은 듯 방으로 돌아왔다.알리사는 심비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가, 원아가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