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느긋한 사윤이 못마땅했다. “좀 서둘러!”“그렇다고 달라질 거 없어요. 수은 체온계는 시간이 좀 걸려요.”그는 느릿느릿 대답하며, 걱정이 가득한 소남과 원아를 바라봤다.“아이가 열 나는 건 정상이에요. 특히, 훈아는 평소에 잘 안 아파서 한 번 아프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아플 수도 있어요.”원아는 훈아가 아픈 것이 자기 책임 같았다. 어젯밤에 원원과 헨리만 신경 쓰다가 훈아가 열이 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5분 후, 사윤은 체온계를 꺼내 확인했다.“열이 39도가 넘네요, 하지만, 평소에 건강하니 주사 한
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훈아를 바라봤다.“왜? 병원이 싫지 않아? 왜 여기에 더 있으려고 해?”훈아는 아빠, 엄마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아빠하고 엄마가 동생을 보러 가야 해요. 그런데 저는 열이 있으니 혹시라도 동생에게 옮길까 봐 걱정이 돼서요.”사윤이 원아와 소남을 돌아보았다.“그럼, 저는 이제 돌봄 아주머니가 되는 거네요?”소남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15분이면 돼.”즉, 사윤이 15분 동안 훈아를 돌보면 되는 거다! “너무 길어요. 10분!” 사윤은 훈아를 좋아하지만, 얼굴이 소남과 너무 닮았다!평
문소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집안을 둘러봤다. 만약 전파 방해 발신기가 CCTV 가까이에 설치되어 있었다면, 도둑이 언제, 어떻게 집에 들어와 그것을 설치했단 말인가?원아는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방해하고 싶지 않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난 훈아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 갈게요.”“응, 이따가 아주머니한테 아침 식사를 위로 보내라고 할게.” 그는 원아의 이마에 뽀뽀하고 소파로 향했다.원아가 훈아를 바라봤다.“우린 올라가자.”“네, 엄마.” 훈아는 힘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소남은 원아와 훈아가
“음.”소남은 시선을 돌려 계속 컴퓨터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사장에게 주었다. “복구된 감시카메라에 찍힌 영상과 사건발생 전과 후에 찍힌 영상 모두 메일로 보내 주세요.”“네,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보안 회사 사장은 명함을 다시 부하직원에게 건네었다.“먼저 몇 개 영상만 여기 메일로 보내드려.”“네.”소남은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 말했다.“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집사를 통해 연락하세요.”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를 보며 사장이 직원들을 재촉했다. “빨리 해, 멍하니 있지 말고!”소남
장인숙은 혹시라도 강지명이 돈 때문에 문 노인의 골동품들을 바로 시장에 팔아 문제를 일으킬까 봐 걱정됐다.“지금은 안 돼! 너 때문에 증손녀가 다쳐서 아버님, 지금 매우 화가나 있는 상태야. 골동품을 팔았다간 틀림없이 꼬리를 잡히고 말 거야. 게다가 네가 준 그 전파 방해 발신기는 효과가 하나도 없어. 지금 CCTV복구 중이야. 너도 한시라도 빨리 여기를 떠나 피신하는 게 좋을 거야!”강지명은 눈살을 찌푸렸다.‘처음엔 이렇게 일이 귀찮아질 거라고는 말하지 않았잖아!’“저는 지금 돈이 없어요. 이 골동품을 팔아야 도망갈 돈이라
소남은 남궁산과의 채팅창을 열고 폐이스톡을 연결했다.“남궁산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이에요?” 원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남궁산 외국에 있지 않아요?”“어디든 갈 수 있지.” 소남은 소파에 기대어 원아의 손을 잡았다.남궁산이 카메라를 향해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귀하신 분께서 무슨 일 이세요! 형님께서 저를 찾으시고? 형수님도 계시네요. 설마 제가 그리운 건 아니겠지요?]“볼일이 있어서.” 소남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남궁산은 눈을 크게 뜨고 소남이 원아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고 조롱했다.[형님이 저한테 도움
원아는 그가 보낸 문자를 보고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로얄 스위트룸을 예약할까요? 두 사람이 지내기에 충분하니까요.”“그래.” 소남은 자신이 두 사람의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말에 따랐다. 6성급 로얄 스위트룸은 예약됐고, 이제 그곳에 머물 것인지 아닌지는 남궁산의 결정에 달렸다. 그때, 채은서가 서재 문을 열었다. 그녀는 소남 부부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소남아, 송희를 다치게 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니?”“아직요.” 소남은 원아와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남궁산은 소남을 쳐다보았다.“형님 올라가지 않을 거예요?”“너무 늦었어. 빨리 가서 아이들과 있어야지.”소남은 행복한 얼굴로 원아를 바라보았다.남궁산은 그의 모습에 몸을 떨면서 혀를 찼다. “알았어요. 내일 제가 형님 회사로 찾아 뵙겠습니다.”그는 놀러 온 건데 비비안이 같이 있으니 차라리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야 그녀가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소남과 원아는 차에 올랐다.소남은 후진하면서 원아와 함께 남궁산과 비비안이 호텔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