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서는 장인숙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피부가 좋은 건 사실이었지만, 잠을 일찍 자서 그렇게 된 건 절대 아니었다! “머리가 있으면, 말을 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이란 걸 해봐! 네가 얼굴에 들인 돈이 얼만 데 그래? 늙으면 인정하고 그렇게 살아. 억지로 젊어 지려고 하지 말고, 그나마 소남이 돈이 있어서 망정이지, 안 그랬음 네 얼굴은 벌써 썩었을 걸?”하지만, 장인숙은 오히려 그녀를 비웃었다.“채은서, 왜 내가 부러워서 그래? 내가 너보다 예쁘고 젊으니까 질투가 나서!”원아는 다시 둘의 싸움이 시작되자 소남을 바라
원아는 둘 다 은퇴를 하게 되면 한적하게 살고 싶었다. 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손주들도 있을 것이다. 더 이상 회사 일로 인한 고민이나 스트레스 없이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해가 지고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소남의 가족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문 노인은 거실에서 차를 마시며 경제뉴스를 보고 있었다. 채은서와 장인숙은 일찍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없었다.예성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갔다.널찍한 거실에는 문 노인뿐이었다. 원아가 소남을 보며 말했다.“난 훈아와 원원의 공
감시카메라의 위치를 찍는 이유는 강지명이 이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의 숫자와 사각지대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파 방해 발신기를 설치한다고 해도 강지명이 아무 탈 없이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문씨 고택의 보안시스템은 6개월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하는데, 항상 최신 보안시스템을 유지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 이유도 오늘 절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소남은 국제주식시장을 연구할 생각이었지만, 장인숙이 계속 떠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남아.” 그녀는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
[사모님, 우리가 처음 약속한 것과는 말이 다르지 않습니까?] 강지명은 장인숙의 요구가 귀찮았다. 처음엔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는데, 이제와 말을 바꾸니 작업이 훨씬 어려워졌다. “그럼 어떻게 하겠단 거야?” 장인숙은 약간 화가 났다. 만약 원래 계획대로 하려면 소남이 고택에 없어야 했다. 그녀는 소남과 3명의 손주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러잖아도 강지명은 장인숙이 값을 적게 쳐준 것에 불만이 있던 차에 잘됐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수고비를 좀더 올려 주시면 됩니다
소남은 재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차를 대문 앞까지 몰고왔다. 예성은 송희를 안고 차에 탔고 이하늘은 지혈을 계속했다.채은서도 병원에 따라가기 위해 함께 차에 올랐다.원아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꽃병 조각과 핏자국을 보며 심장이 벌렁거렸다. 복도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던 송희의 모습이 가득했다. “엄마, 나 무서워요.” 원원은 엄마 뒤에 숨어 얼굴만 내밀고 바닥의 핏자국을 바라보았다.“나도 무서워요.” 헨리는 누나의 등 뒤에 숨었다. 왜 송희 누나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
장인숙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전파 방해가 있었어도 복구가 가능해요??”“이곳에 설치된 기기는 세계 최고 기술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기가 끊기지 않는 한 80% 정도는 회복이 가능합니다.” 보안회사 사장은 문씨 집안과 같은 중요한 고객은 어떻게든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럼 남은20% 는요?” 장인숙이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전파를 방해한 발신기가 CCTV와 너무 가까우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사실대로 말했다. 문 노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어르신, 안심하세요. 최선
소남은 느긋한 사윤이 못마땅했다. “좀 서둘러!”“그렇다고 달라질 거 없어요. 수은 체온계는 시간이 좀 걸려요.”그는 느릿느릿 대답하며, 걱정이 가득한 소남과 원아를 바라봤다.“아이가 열 나는 건 정상이에요. 특히, 훈아는 평소에 잘 안 아파서 한 번 아프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아플 수도 있어요.”원아는 훈아가 아픈 것이 자기 책임 같았다. 어젯밤에 원원과 헨리만 신경 쓰다가 훈아가 열이 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5분 후, 사윤은 체온계를 꺼내 확인했다.“열이 39도가 넘네요, 하지만, 평소에 건강하니 주사 한
사윤은 눈썹을 찌푸리며 훈아를 바라봤다.“왜? 병원이 싫지 않아? 왜 여기에 더 있으려고 해?”훈아는 아빠, 엄마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아빠하고 엄마가 동생을 보러 가야 해요. 그런데 저는 열이 있으니 혹시라도 동생에게 옮길까 봐 걱정이 돼서요.”사윤이 원아와 소남을 돌아보았다.“그럼, 저는 이제 돌봄 아주머니가 되는 거네요?”소남은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 “15분이면 돼.”즉, 사윤이 15분 동안 훈아를 돌보면 되는 거다! “너무 길어요. 10분!” 사윤은 훈아를 좋아하지만, 얼굴이 소남과 너무 닮았다!평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