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쯤 후, 병실 문이 열리자 이연은 간병인이 아침을 사온 줄 알고 고개도 들지 않고 옷 정리를 계속했다.“이모, 아침 식사는 한쪽에 놓으면 돼요.”하지만, 대답이 들리지 않자 그녀는 고개를 들다 깜짝 놀랐다.병실에 들어온 사람은 자신이 평생 보고 싶지 않은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바로 송씨 집안 둘째 송재훈이었다.그녀는 그를 볼 때마다 괴롭고 무척 힘들었다.이연은 그가 자신에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몸이 떨렸다. 그녀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것은 본능이었다. 이 악마 같은 남자는 그녀에게 두려운 트라우마
“원아!”이연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녀는 유리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에 몸을 떨었다. 만약 원아와 간호사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 유리는 이미 이연의 목덜미를 찔렀을 것이다.송재훈은 떨리는 몸으로 원아를 안고 울고 있는 이연을 보면서 마음이 바늘에 찔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그는 경비원이 자신을 밀치자 짜증이 났다.“아직도 여기 서서 뭐하는 겁니까? 우리가 당신을 경찰서로 보내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겁니까?”그들은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을 제압하고 훈계한 후, 다시는 이 곳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며 만약, 또 다
마트에서 장보는 것을 마친 원아는 이연과 함께 별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이연은 집 앞에 세워진 마세라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연아, 왜 그래?” 원아도 이연이 보고 있는 마세라티를 바라보았다. 이연의 차는 아닌 것 같았다.그녀는 표정이 복잡했다. “그가 돌아왔어.”“누구?” 원아는 차 번호를 보고 그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송현욱이었다.’“송씨 집안 큰 아들!” 이연은 시선을 돌렸다. 그동안 송현욱은 줄곧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이제 자신에게 질렸나 보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갑자기 다시
원아의 진지한 모습이 소남의 눈에는 귀엽게만 보였다. 그는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아내의 잔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응.]원아는 그의 얼굴을 만지고 싶어 화면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이런 행동이 잦아졌다. 이렇게 하면, 정말 그를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소남에 대한 그리움은 나날이 짙어지고 있었다. 만약 회사 일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비행기 표를 사서 M국으로 날아가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그녀는 소남을 만나기 전에는 자신이 이토록 집착이 강한 사람인 줄 몰랐다. 혼자였기 때문에 그런 감정은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
[아니야, 우린 따로 갈게.]주희진은 딸이 같이 가겠다는 말에 매우 기뻐했다.“네, 그럼 그때 뵐게요.”원아는 통화를 마친 후에도 차 안에서 별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오가 되었는데도 송현욱이 나오지 않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웨스틴호텔로 향했다.호텔에 도착해 임문정의 이름을 말하자 직원은 원아를 데리고 한 룸으로 갔다.아직 임문정 부부만 앉아 있었다.주희진은 원아가 오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원아, 이쪽!”“아빠, 엄마.” 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부모님께 인사했다. 그녀는 임영은과 하씨
“아빠, 엄마, 언니,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임영은은 주희진이 원아도 데리고 온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대범하게 행동했다.하인성이 인사했다.“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임문정은 두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하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웃음을 거두고 엄숙한 얼굴로 휴대폰을 원아에게 건네 주었다.“그래, 그래.” 주희진은 임문정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영은의 손을 잡고 물었다.“검사 결과는 어떠니?”그녀의 물음에 영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주
양민하와 하상철은 원아를 바라보며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이분은?”“우리 큰딸, 원아예요.주희진이 소개했다.양민하는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원아를 바라보았다. 전에 임씨 집안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원아가 겪었던 일을 보면서 그녀를 매우 칭찬했었다. 양민하는 아들이 이런 여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임씨 집안의 딸인데 원아와 영은은 천지 차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원아는 일찍 문씨 집안에 시집을 갔고, 하씨 집안은 정말 복이 없었다.영은은 양민하가 원아를
임영은은 자신의 배를 만지며 애교를 부렸다.“이 안에는 아버님의 손자가 있어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적어도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지 않겠어요?”다들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안정기에 들어선다고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심지어 하인성이 관계를 원할 때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씨 집안이 영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은, 하인성 외에 하상철이 큰 힘을 썼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배 속 아이를 이유로 아내를 설득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영은은,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