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는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엄마, 난 아무데도 안 가고 자고 싶어요.”원아는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차마 더는 깨우지 못했다.하지만, 헨리는 이미 9시간이 넘게 잤고, 이 정도 수면시간이면 충분했다. 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에서 헨리가 입을 옷을 꺼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원아는 발신자는 확인하지 않은 채 얼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소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원아는 멍해졌다. “비행기가 아직 이륙하지 않았어요?”[음.]소남이 물었다.[헨리는 일어났어?]“아직요
“아빠가 편식하지 말라고 했어.”헨리가 입이 나온 상태로 억지로 당근을 먹었다.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훈아의 모습이 소남과 똑같아 원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원원이 물었다.“엄마, 오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에 가는 거예요?”“응, 십자수를 가져다 드리려고 해.”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임문정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서운해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었다. 원원은 임문정과 주희진은 좋지만, 임영은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나는 안 가면 안 돼요?”원아는 그 말에
원아는 1미터 길이의 십자수가 표구된 액자를 메고 거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본 주희진이 급히 달려 나와 한 쪽을 잡아 주었다.“이게 얼마나 무거운데 혼자 들고 오니? 아주머니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그랬어?”원아는 액자를 소파 위에 놓고 웃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 엄마, 아빠는요?”“네 아버지는 헨리가 온다는 것을 알고 서재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어.”주희진은 허리를 숙여 어린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외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헨리가 귀엽게 인사했다.“그래 그래, 우리 헨리는 인사도 잘하는구나!”주희진은 어
원아는 두 분의 표정이 엄숙한 것을 보고 헨리를 안고 자리에 앉았다.“왜 그러세요?”임문정과 주희진은 서로 한번 보고 다시 딸을 바라보며 물었다.“영은의 남자친구에 대해 알고 있니?”“조금 알아요.” 원아는 하씨 집안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번에 하인성의 남성우월주의의 말에 충격을 받아 임영은이 이 사람과 엮이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임영은은 임문정과 주희진의 사랑을 받고 큰 데다가 스타였다. 그런 그녀가 남성 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과 어찌 만나겠는가?임영은이 정말 하인성과 연애하고, 심
원아는 주희진의 탄식 소리를 들으며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임영은이 오늘 하인성을 데려온다는 걸 알았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임문정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일단 상황을 지켜보자.”주희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마음이 괴로웠다.“여보, 나는 우리가 영은이에게 매우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주희진은 영은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 자기들이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더 일찍 영은에게 좋은 남자를 찾아주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임문정은 주희진의 손등을 주무르며 복
원아는 그들을 보면서 소남이 훨씬 처신을 잘 한다고 생각했다.또 십자수 액자를 바라보며 원민지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임문정은 영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키운 게 다 헛되구나.’‘이렇게 성품이 나쁘고 멍청한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그래요, 마음만 있으면 됐습니다. 이제 그만 앉아요.” 주희진은 마음속으로 영은의 남자친구가 불만족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은은 주희진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다.그녀는 하인성의 손에 있는 선물을
하인성은 그 누구에게도 부러운 시선을 받지 못했다. 임영은은 그의 팔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인성 씨, 우리 부모님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세요.”“왜요?” 그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상류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반드시 커피를 마실 줄 알아야 해요. 일단 모임에 참석하려고 하기만 해도 커피, 와인이 빠지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을 겁니다. 물론, 집에도 좋은 커피를 준비해 놓고 손님을 접대하는 것도 체면이 서는 일이구요.”하인성의 말에 분위기가 어색 해졌다.
임문정은 원래 하인성이 간 후 작업하려고 했지만 그가 임씨 집안을 무시하자 너무 화가 나서 보란 듯 작업을 시작했다.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존중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기사는 벽에 못을 박은 후 아주머니와 힘을 합쳐 십자수 액자를 걸었다.임문정은 큰 목소리로 당부하며 말했다.“조심하세요.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식품이니까요. 특히 그 말들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우니 망가지지 않게 신경 써 주세요.”“알겠습니다, 지사님.” 아주머니는 운전기사와 함께 조심스럽게 액자를 걸었다. “지사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