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는 주희진의 탄식 소리를 들으며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임영은이 오늘 하인성을 데려온다는 걸 알았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임문정은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일단 상황을 지켜보자.”주희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마음이 괴로웠다.“여보, 나는 우리가 영은이에게 매우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주희진은 영은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 자기들이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더 일찍 영은에게 좋은 남자를 찾아주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임문정은 주희진의 손등을 주무르며 복
원아는 그들을 보면서 소남이 훨씬 처신을 잘 한다고 생각했다.또 십자수 액자를 바라보며 원민지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다.임문정은 영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키운 게 다 헛되구나.’‘이렇게 성품이 나쁘고 멍청한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그래요, 마음만 있으면 됐습니다. 이제 그만 앉아요.” 주희진은 마음속으로 영은의 남자친구가 불만족스러웠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은은 주희진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다.그녀는 하인성의 손에 있는 선물을
하인성은 그 누구에게도 부러운 시선을 받지 못했다. 임영은은 그의 팔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인성 씨, 우리 부모님은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세요.”“왜요?” 그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상류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반드시 커피를 마실 줄 알아야 해요. 일단 모임에 참석하려고 하기만 해도 커피, 와인이 빠지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업신여기지 않을 겁니다. 물론, 집에도 좋은 커피를 준비해 놓고 손님을 접대하는 것도 체면이 서는 일이구요.”하인성의 말에 분위기가 어색 해졌다.
임문정은 원래 하인성이 간 후 작업하려고 했지만 그가 임씨 집안을 무시하자 너무 화가 나서 보란 듯 작업을 시작했다.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존중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기사는 벽에 못을 박은 후 아주머니와 힘을 합쳐 십자수 액자를 걸었다.임문정은 큰 목소리로 당부하며 말했다.“조심하세요. 이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식품이니까요. 특히 그 말들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우니 망가지지 않게 신경 써 주세요.”“알겠습니다, 지사님.” 아주머니는 운전기사와 함께 조심스럽게 액자를 걸었다. “지사님, 이렇게 하면 될까요?”
임영은은 어리둥절했다.‘그게 무슨 뜻이지?’그날 영은이 자신이 억울함을 당한 일을 털어 놓은 후, 주희진은 마음 아파하면서 그녀가 다시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었다.“엄마…….”영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희진의 옆에 앉아 잔에 차를 따랐다.“그날 말한 건 잊었어요?”주희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영은은 매우 총명해 보였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다. 전에는 하인성이 이런 자인 줄 몰랐는데 막상 만나고 보니 전혀 용납할 수 없었다. 임문정은 지인에게 부탁해서 하인성에 대한 조사를 한적이 있었다. 그가 어떤 사
주희진은 너무 놀라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소파를 짚은 채 영은을 바라보았다.“영은아, 그게 정말이야?”영은은 그가 지금 임신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원래 임문정과 주희진이 허락하면 그 후에 이야기하기로 약속했었다.그런데, 그는 마치 승리자 같은 말투로 임신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속으로 그에게 험악한 욕을 퍼부었다. “엄마, 전…….” 영은은 말을 하다 말고 기운 빠진 얼굴로 하인성을 쳐다보았다.임문정이 자기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맞아 죽을지도 몰랐다.하인성은 그녀가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무
헨리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위층으로 달려가 임문정을 찾았다.그가 헨리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영은은 무릎을 꿇고 주희진의 용서를 구하려던 참이었다.“엄마, 저를 용서해 주세요. 제가 무릎을 꿇을게요. 이제 화 그만 내세요. 아이는 낳지 않을게요. 내일 바로 수술하러 갈 거예요. 그러니 울지 마세요.”주희진은 비명을 지르며 영은에게 다가갔다.“너 바보야? 나는 네가 이런 바보 같은 일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임문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된 거야?임문정의 목소리에 세 사람의 시선이 계단을 향했다. 영은은
“아빠, 영은이 배도 나왔는데 일단 앉도록 해 주세요.”임문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앉아.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똑똑히 다 말해!”영은은 눈물을 닦고 소파에 앉았다. 다리에 긴장이 풀리며 몸도 편안해졌다. 그녀는 조금 전 주희진에게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했고, 모든 잘못을 하인성에게 떠넘겼다.임문정은 크게 노하여 영은의 배를 보면서 하인성을 몹시 원망했다. 그리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병원에 연락해! 이 아이는 낳을 수 없어.”그는 영은이 수술을 하면, 그 후로 하씨 집안과 관계를 끊을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