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배추 좀 씻어 주겠니?”“네.” 원아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배추를 씻었다.“고모, 할아버지의 안색이 좋아 보여요. 매달 검사는 하고 있어요?”원민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소남이 보낸 사람이 매달 찾아와서 검사를 하고 있어. 어제 할아버지는 네가 온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 널 만나려고 일찍 주무셨는 걸? 아마, 잘 주무셔서 안색이 더 좋아 보일거야.”원아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예뻐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바빠서 찾아 뵙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자신이 친손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사랑은 변
방금 원 노인과 소남은 바둑을 두 판 두었다.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원 노인이 훈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도 외증조할아버지가 네 증조할아버지보다는 대단하지!’“누가 그래요? 소남에게 바둑을 가르쳐 준사람은 나라구요! 원 노인은 우리 손자에게 졌으면서 왜 나보다 대단하다는 거요?”문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정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네요. 소남이 당신보다 훨씬 대단해요. 그래도 인정하기 싫다면, 오늘 여기서 자면서 계속 바둑을 둬 봅시다! 그러면 결국 당신이 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
하지윤이 그만 둔 후로 회사의 유능한 부하직원이 하나가 사라져 소남은 국제 사업관련 일을 직접 처리해야 했다. 그는 집에 도착한 후에도 통화를 계속했다. 아이들이 차에서 다 내린 후, 원아도 트렁크를 열고 십자수를 꺼내려고 했다.그러자 소남이 다가와 십자수를 받아 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내가 할게.”원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소남과 통화 중이던 동준이 영문을 모른 채 물었다.“대표님?”“그래, 계속해.” 소남은 한마디 대답하고 허리를 굽혀 십자수를 들었다. 1미터 길이의 십자수 작품은 무게가 꽤 나갔지만, 그는 아
소남 역시 원아와 이렇게 오랫동안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아내를 다시 한번 꼭 껴안으며 말했다. “아이들을 고택에 잠시 맡겨 두고 나랑 같이 갈래?”원아는 고택 식구들이 분명히 아이들을 잘 돌봐 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회사를 비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소남의 가슴에 기대며 아쉬운 듯 말했다. “회사 일 때문에 갈 수 없어요. HT호탤의 새로운 사업 있잖아요. 더군다나 이연도 입원해 있으니 그녀의 일을 내가 해야 해요.”소남은 원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아쉬워했다. 만약 그가 처음 아내가
소남은 원아를 껴안고 침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앞으로 일주일간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참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몸이 야단법석 소란을 피웠다.밤이 점점 깊고 달은 밝았다.부드러운 달빛이 창가에 내려 앉으며 두 사람은 점점 더 뜨겁게 사랑을 속삭였다.……다음날.날이 밝기도 전에 소남이 일어나 세수를 했다.원아도 일찍 일어나 그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그리고 소남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차가 멀어지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시간을 확인했는데, 새벽 5시 반이었다.원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남이 출장 가는 것이 마치 무언가
헨리는 몸을 뒤척이며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엄마, 난 아무데도 안 가고 자고 싶어요.”원아는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차마 더는 깨우지 못했다.하지만, 헨리는 이미 9시간이 넘게 잤고, 이 정도 수면시간이면 충분했다. 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에서 헨리가 입을 옷을 꺼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원아는 발신자는 확인하지 않은 채 얼른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소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원아는 멍해졌다. “비행기가 아직 이륙하지 않았어요?”[음.]소남이 물었다.[헨리는 일어났어?]“아직요
“아빠가 편식하지 말라고 했어.”헨리가 입이 나온 상태로 억지로 당근을 먹었다.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훈아의 모습이 소남과 똑같아 원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원원이 물었다.“엄마, 오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에 가는 거예요?”“응, 십자수를 가져다 드리려고 해.” 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임문정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서운해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었다. 원원은 임문정과 주희진은 좋지만, 임영은은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나는 안 가면 안 돼요?”원아는 그 말에
원아는 1미터 길이의 십자수가 표구된 액자를 메고 거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은 본 주희진이 급히 달려 나와 한 쪽을 잡아 주었다.“이게 얼마나 무거운데 혼자 들고 오니? 아주머니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그랬어?”원아는 액자를 소파 위에 놓고 웃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 엄마, 아빠는요?”“네 아버지는 헨리가 온다는 것을 알고 서재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어.”주희진은 허리를 숙여 어린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외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헨리가 귀엽게 인사했다.“그래 그래, 우리 헨리는 인사도 잘하는구나!”주희진은 어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