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남은 자기도 모르게 등을 만졌다. 손 끝에 긁힌 자국이 부어오른 것이 느껴졌다.‘정말 독하군!’그는 나지막하게 신음하며 다시 품속에 있는 원아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너무 아픈데, 손톱이 마치 고양이 발톱 같아. 너무 날카로워! 게다가 진심으로 있는 힘껏, 전혀 조금도 힘을 아끼지 않잖아!’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일 반드시 이 여자의 손톱을 정리해 줘야지, 등이 남아 나질 않겠어. 앞으로 원아가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그 어떤 무엇도 주변에 보이지 않게 치워야겠는데, 그렇지 않았다 가는, 앞으로 어떤 고문
원아가 마음 아파하며 곧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소남은 그녀의 등을 살며시 문지르며 위로했다.“다 지난 일인데 뭘, 내가 그동안 당신에게 이 흉터들을 보여주지 않았던 건 당신이 걱정할까 그랬던 거야. 나는 당신이 가슴 아파하는 게 싫어. 난 정말 괜찮아. 이미 오래전에 다 나아서 이젠 아프지 않아……. 그때 난 당신을 다시 볼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어.”원아는 그의 목을 껴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미안해요. 그동안 당신과 냉전을 벌인 것도, 당신을 의심한 것도 모두 미안해요. 평소에 당신이 나에게
원아가 계속 자신을 쳐다보자 그녀가 통화 내용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아챈 소남은 손짓했다.원아는 이불을 둘러쓰고 그의 허벅지에 앉았다.소남이 스피커폰을 켜자 상대방의 초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문 대표님, 대표님도 알다시피, 제가 신용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공사장에서 1년 사이에 큰 사고가 2번이나 있었고 게다가 2년 동안 국가의 조사가 너무 엄격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우리에게 공사를 6개월간 중단할 것을 명했습니다……. 이제 우리 회사는 자금줄이 끊어져 노동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들이
동준은 보스가 왜 이 장나라이라는 여자 지원자를 불합격 처리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종합평가에 의하면, 그녀는 지원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다. 그러나 그는 보스가 평소에 다른 사람이 그의 의견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그에게는 지원자를 떨어뜨릴 방법은 얼마든지 많았다. 문소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붕대를 감은 동준의 팔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팔을 다쳤어?”동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괜찮습니다. 조심하지 않아 교
동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혹시 사모님께 여쭤볼 수 있습니까? 소은이 사모님께 연락했을까요? 혹시 소은이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소남은 안색이 약간 변한 채로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주소은 씨가 사라졌다고? 동 비서가 출근할 때 그녀는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지 않았나? 집안의 가정부 아주머니도 그녀의 행방을 모르고 있어?”주소은은 이전에 T그룹의 유명한 슈퍼우먼으로서 일과 직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가 아이를 낳은 후에 곧바로 회사로 돌아와 계속 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원아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 모습은 마치 털을 잔뜩 세운 작은 짐승 같았다.소남은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웃으며 뽀뽀했다.“얼마나 화가 났길래 이 모양이 되었지? 여보, 사람은 감정을 잘 통제해야 해. 다른 사람의 일로 너무 화 내지 마. 정말 쓸 데 없는 에너지 소비야.”원아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가슴속의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나는 그동안 동 비서가 빈틈없이 일처리를 잘하는 것을 보고 좋은 사람인 줄로만 알았지, 정말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어떻게 이렇게
이연은 소은의 차가운 손을 잡더니 무언가 말하려다 멈추었다.“언니…….”소은은 대답이 없었다. 백문희가 쌍둥이 딸을 빼앗으려 했던 일이 생각나 손끝이 떨렸다. 이연은 소은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앞으로 언니 두 아이와 함께 나하고 여기에서 같이 살아요. 여기는 보안도 다른 동네보다 훨씬 좋고, 혼자서 이렇게 큰 집에 살면서 너무 허전했는데, 마침 잘됐어요. 언니와 아이들이 여기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정말 좋을 것 같아요.”“고마워, 그런데 미안해서 어떻게 그렇게 해. 너도 불
주소은은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이미 남녀 간의 정사를 겪은 그녀는 그런 신음소리가 낯설지 않았다.분명히 여자가 침대 위 정사에 빠져드는 소리였다.여자의 목소리, 소리를 애써 억누르고 은연중에 고통스러워하는 그 여자의 목소리는 당연히 이연의 신음 소리였다.그렇다면, 남자는 누구지?지금 이연과 한 침대에 있는 그 남자가 바로 남자친구 송현욱인가?설마 둘이 지금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소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문을 두드리려던 손을 거두었다.그녀가 살금살금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는 순간, 이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