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라는 말을 듣자 헨리의 눈이 갑자기 동그래졌다.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리더니 원아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렸다.“엄마, 나는 이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좋아요. 엄마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엄마가 제일 예쁘고, 엄마가 제일 착해요! 우리 엄마 최고!”원아는 웃음이 터지면서 헨리의 얼굴에 코를 문질렀다.“우리 똑똑한 아들,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이렇게 말한 거야?”그녀는 아들의 입에서 이런 달콤한 말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집에서 헨리를 돌봐 주던 아주머니 둘 다 아침 드라마를 좋아해서 늘 그 시간이면
하녀는 얼굴에 쓰고 있던 얇은 가면을 벗었다.가면 뒤에는 낯선 얼굴이 있었다.원아는 기괴한 모습의 동유럽 여자를 보며 경악했다.“당신 누구야? 메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메리는 원아 일행의 일상생활을 책임지는 하녀였다.“지옥에 가서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지 그래?” 여자는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말했다.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총기를 든 낯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와 방을 가득 메웠다.태권도를 할 줄 알았던 임서연은 안색이 돌변하며 재빨리 침입자들을 대처하면서 소리쳤다.“언니, 헨리를 데리고 먼저 가요!”
원아와 헨리는 여자 킬러에 의해 번호가 없는 차량에 강제로 태워졌다.원아는 총구가 자신의 머리에 닿자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했다.그러나 그녀의 품에 안긴 어린 헨리는 전혀 무섭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새까맣고 큰 눈을 뜨고 대담하게 여자 킬러와 눈을 맞추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의 손에 있는 총을 만졌다.“꼬마야, 넌 살고 싶지 않니?” 여자는 매서운 얼굴로 총부리를 헨리의 머리로 향했다.원아는 헨리를 품에 단단히 안고 작은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누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위험 지역이다. 모두 정신을 차리고 경계하라!”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차 앞으로 갑자기 검은색 승용차가 나타나더니 곧이어 여러 대가 줄지어 섰다.비가 오는 밤에 이렇게 많은 승용차가 유령처럼 나타나다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여성 킬러는 총을 힘주어 잡고는 백미러를 힐끔 쳐다보았다. 자기 차 뒤에도 마찬가지로 승용차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자신들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완전히 포위당하고 말았다.원래 비 오는 날은 불쾌지수가 높은 데다 가뜩이나 위험한 지역을 지나가고 있는데 길이 막
높은 곳에 숨어 있던 저격수는 목표물을 정확히 쏘아 쓰러뜨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킬러들도 모두 레이의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들은 신속하게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레이는 원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가녀린 팔에 핏자국이 묻은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 형수님, 제가 너무 소홀했습니다. 큰일이 나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문소남 형님에게 할 말이 없었을 겁니다.”원아는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핏자국은 다른 사람 거예요. 저는 괜찮아요. 헨리도 물론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레이 사장님.”
카시안은 담배를 입에 물고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온통 어두웠다.현재 세 곳에서 아르툠을 찾는 중이었다. 한 곳은 ‘블랙 707’ 조직이고 다른 한 곳은 레이 쪽이었으며 나머지는 아시아의 대부 송현욱이었다.카시안은 반드시 자기 조직이 레이나 송현욱보다 그 남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고, 아르툠이 자기들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를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몰랐다.“카시안 아가씨…….”카시안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부하 하나가 신이 난 모습으로 방안으로 들어왔다.“아르툠의 있는 곳을 찾았
문소남은 천천히 백화점에서 걸어 나왔다.여자의 늘씬한 몸매와 눈에 띄는 외모 그리고 일거수일투족에 우아한 자태가 돋보였다. 카시안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동양 여자치고 키가 너무 큰 거 아니야?’동유럽 여자들은 보통 키가 컸고, 심지어 어떤 여자들은 190cm 이상 되기도 했다.카시안은 여장한 소남을 가리키며 명령했다.“너, 선글라스를 벗어봐!”소남이 선글라스를 벗으니, 눈처럼 뽀얗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카시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아시아 여인은 매혹적인 눈을 가졌는데, ‘그녀’의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감탄하는 표정이었다.카시안은 분한 얼굴로 좀 전에 백화점 입구에서 만났던 여자를 떠올렸다.아름다운 얼굴과 익숙한 얼굴선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 모두 매력적이었다.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눈빛이 다정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변장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한심스러워하며 비꼬는 눈빛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토록 찾아 다니던 아르툠을 바로 눈앞에서 놓치다니 억울한 마음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하늘을 찌를 듯한 분노를 참으며 밖으로 뛰어나갔다.“쫓아가서 잡아!”부하들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