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문…… 보스…… 빨리…… 빨리…….”인양된 남자가 갑자기 부들부들 떨면서 중얼거렸다.그는 너무 허약했던 탓에 말하는 소리조차 모기처럼 작았다.그와 가장 가깝게 있던 이연이 귀를 쫑긋 세워도 자세히 들을 수 없었다.‘문 보스? 그게 누구지?’ ‘이들을 이렇게 만든 사람인가?’의사는 물에서 건져낸 두 사람을 마치 괴물 보듯 바라봤다. “세상에,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은 보통 사람도 바다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중상을 입고도 지금까지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 다니, 이것은 기적입니다!”
모스크바.원아는 소남이 암살당했던 장소를 찾아갔다.비록 시간이 흘러 증거가 될 만한 것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남궁산과 원아가 앞장섰고, 임서연과 비비안 그리고 십여 명의 경호원도 함께였다.소남이 사고를 당한 곳은 깊은 숲 속이었다.거대한 구렁이처럼 구불구불한 도로를 끝없이 달리다 보면 하늘을 찌를 듯한 고목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는 곳이 나타났다. 외진 그곳은 어둡고 음산했다. “형수님, 도착했습니다.” 남궁산은 시야가 넓게 트인 곳에 차를 세웠다.원아와 서연 등 일행은 차에서 내
선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손에 각종 중형 기관총을 들고 검은 옷을 입은 용맹한 모습의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제일 앞에 선 붉은 머리의 덩치 큰 리더는 한눈에 봐도 매우 흉악한 사람이었다.그는 선실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찾으려는 남자는 보이지 않고 벌벌 떨고 있는 두 아이만 보였다.그는 그들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어린 어셔의 목을 세게 쥐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그리고는 악랄한 얼굴로 물었다.“꼬마야,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니?”그가 눈짓하자 곁에 있던 부하가 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사진 속
문소남은 조개마을에 있는 동안, 남궁산은 물론 원아에게조차 연락하지 않았다. 이곳은 세상과 단절된 곳으로, 무언가를 거래할 때도 돈 대신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곳의 통신수단이 낙후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블랙 707’의 정보망과 시스템은 너무나 뛰어나 빈틈이 없을 정도였다.만약, 소남이 누군가에게 연락이라도 하게 되면 반나절도 안 되어 ‘블랙 707’이 그의 위치를 찾아낼 것이 분명했다. ‘블랙 707’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조직으로, 그가 살아있어 가족에게 연락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얼마 안 돼
카시안은 원아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이 동양 여자가 왜 이렇게 낯이 익지?’하지만 그녀는 이내 자신이 이 여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카시안이 원아를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 순간, 긴급전화가 걸려왔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녀는 전화를 받고 내용을 듣더니 안색이 변했다.“예, 의부님, 바로 가겠습니다!”그녀는 드레스도, 원아도 신경 쓸 겨를 없이 굽이 십 센티미터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바람처럼 매장을 빠져나갔다.원아는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조금 전 러시아 여인은 전
“서연 씨, 남궁산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는 좋은 사람이에요. 잘생긴 데다 노래도 잘 부르고 기타는 물론 피아노도 칠 줄 알아요. 또, 그는 총명해요. 무엇을 배우든지 한 번만 보면 다 할 줄 안다니까요. 무엇보다 그가 웃을 때면, 온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비비안은 얼굴을 붉히며 남궁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서연은 입을 삐죽거렸다.“그래요, 그래요. 남궁산은 정말 훌륭해요. 난 정말 당신 같이 바보 같은 여자는 참을 수가 없어요. 남궁산이 당신을 팔아 넘겨도 대신해서 돈을 세어 줄 것 같잖아요. 비비
원아는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쇼핑을 마친 후, 비비안과 함께 미용실에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서둘러 돌아가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비비안의 손을 잡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요? 남궁산에게 무슨 일이 생겼어요?”비비안은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레이의 고함치는 소리가 계속 맴돌았다.“당장 집에 와! 남궁산 그 나쁜 놈! 이번에 꼭 그 개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그 나쁜 놈이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 같이 잤어! 그런데도 누나는 상관없어?”그 말을 듣는 순간, 비비
누나의 눈물을 본 레이는 태도가 약간 수그러들었다. “잊었어? 오늘은 누나 생일이잖아.”폭력조직 집안에서 태어난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 세계는 지나치게 피비린내 나고 잔혹했으며 특히 내부의 권력 다툼이 심했다. 레이와 비비안은 이 같은 권력 다툼의 희생물로, 어릴 때부터 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비비안은 어린 나이에 레이를 데리고 술집 거리에서 동냥했다. 만약 비비안이 자존심을 버리고 레이를 먹여 살리지 않았다면, 레이는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몰랐다. 레이에게 있어 비비안은 누나이자 동시에 어머니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