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부.진아연의 방문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직원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진아연은 사람들을 훑어본 다음 물었다. "나나 아직 안 왔나요?""나나 씨 평소에도 시간 딱 맞춰 출근해요." 한 직원이 시간을 확인했다. "곧 올 거예요."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때 나나가 도착했다.높은 하이힐을 신은 나나는 루이비통 가방을 손에 들고 홍보부로 들어왔다.문 주변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가 진아연을 본 순간, 얼굴의 표정이 굳어졌다.강진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탓에 마음속에는 위기감이 들었다.진아연이 그녀를 괴롭히면 어떡하지?그녀 혼자서는 전혀 진아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진 아가씨, 나나 씨 왔어요!" 누군가 진아연에게 알렸다.진아연은 뒤를 돌아보았다.나나를 본 그녀는 바로 싸늘하고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다."진아연 씨, 저를 찾아온 건가요?" 나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찾아오다니,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있으세요?""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에요." 진아연은 덤덤한 말투였다. "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당신한테는 조금 이를수도 있겠네요."그녀의 어조가 위협적이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나는 즉시 경계를 낮추었다. "그러세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면 여기서 말씀하세요."진아연은 자신과 닮은 얼굴을 바라보니 마음속으로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이 여자는 이 예쁜 얼굴로 온갖 역겨운 짓을 하고 있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나나의 뺨을 세게 때렸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누군가 나서서 말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다들 조용히 구경만 했다.나나가 진아연의 모습으로 성형한 건 확실한 사실이다. 모두가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적으로는 논의한 지 오래였다.누가 이런 일을 겪든
그녀는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진아연 미쳤어! 그녀는 겁을 먹었다!"날 너무 우습게 봤어." 그녀의 고통스럽지만 내키지 않는 얼굴을 꼬집으며 진아연은 또박또박 말했다. "난 지금까지 남자에게 의지해서 산 적이 없어! 하늘이 무너진대도 난 무사히 아이를 낳을 거야. 네 음모가 한두 번 효과가 있다고 해서 세 번째까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조지운이 도착했을 때 나나는 이미 맞아서 얼굴이 부어오른 뒤였다.지운을 본 그녀는 대성통곡했다. "조 실장님! 도와주세요! 진아연이 미쳤어요! 저를 마구 때렸어요! 이 여자한테 맞아 죽을 거 같아요! 엉엉!"조지운은 즉시 그녀에게 다가가 진아연의 경호원을 밀어냈다."아연 씨, 뭐 하는 겁니까? 여긴 회사예요.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면 안 돼요." 지운은 나나를 부축하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진아연은 싸늘한 표정이었다. "내가 여기서 때리고 싶으면 여기서 때리는 거예요. 불만 있으면 당신 대표한테 와서 얘기하라고 하세요."조지운은 바로 말문이 막혔다.대표를 데려와 얘기한들 무슨 결과가 있겠는가?결국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둘 게 뻔했다."조 실장님, 제 언니한테 전화해주세요... 제가 이 여자한테 맞은 걸 언니가 알면 분명히 도와줄 거예요." 나나는 조지운의 팔을 꼭 잡고 감히 놓지 못했다.지운은 매우 동정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곧 이성이 그를 말렸다.진아연은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다.그녀가 오늘 이렇게 화를 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나나 씨, 제가 경비팀한테 얘기할 테니 먼저 병원에 가세요..." 조지운이 말했다. "나나 씨 코가 삐뚤어진 것 같아요."나나는 즉시 낮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조지운은 나나를 옆에 있는 경비원에게 맡긴 후 진아연을 데리고 홍보부에서 나왔다.이 일은 보기 좋지 않았다. 직원들이 사적으로 어떻게 얘기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진아연이 진아연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ST그룹 내에 이렇게 들어올 수도 없
진아연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그녀는 그들과 실랑이를 벌일 생각이 없었다.그녀가 오늘 온 목적은 나나에게 큰 교훈을 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그녀가 박시준을 옆을 지날 때, 그의 큰 손이 그녀의 팔을 예고 없이 잡았다."뭐 하려는 거예요?" 그녀는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그녀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로 나갔다.강진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조지운이 말렸다. "강부장님, 당신 사촌 동생을 보러 가세요! 계속 울고 있어요."강진은 이를 악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코가 조금 비뚤어진 걸 보고 경비원에게 병원에 데려가라고 했어요." 지운이 말했다. "병원에 가보세요! 나나 씨 지금 기분이 매우 우울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두렵네요."조지운이 그렇게 말하니 강진은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데리고 회사 입구 쪽의 주차장에 갔다.이 시각 주차장에는 그들 외에 아무도 없었다.강진이 차를 몰고 떠날 때, 그녀는 눈에 독을 품은 듯 진아연을 쏘아보았다.왜 갑자기 나나를 때리러 온 거지? 뭔가를 발견한 건가?강진의 차가 떠난 후 진아연은 자신의 빨개진 오른손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나나를 때릴 때 힘을 주체하지 못해 손이 지금도 쩌릿쩌릿했다."진아연, 너의 행동이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 안 들어?" 햇살을 등진 박시준의 얼굴은 침울하고 목소리는 차가웠다. "네 배 좀 봐. 어떻게 싸울 생각을 할 수 있어?"진아연은 그가 두렵지 않았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화를 못 참겠어요. 화가 나는 건 애한테 좋지 않아요."그녀는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끝내 나나에게 교훈을 주기로 결정했다.마음속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 외에 나나에게 주는 경고이기도 했다.그녀가 앞으로 또 자신을 해치려 한다면 그때는 그냥 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려주려는 것이었다!"나나인 게 확실해?" 그가 아는 그녀는 진실에 확신이 없다면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그의 말에 진아연의 분노가 다시 일어났다. "그년이 아니면
그에 대한 그녀의 오해는 아마 평생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진아연, 밖에 바람이 너무 세 일단 돌아가서 쉬고 있어!" 박시준은 말을 마치자 자리를 떠났고진아연만 홀로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그의 자제력을 과소평가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에게 반박을 할 수 없었다.이때 경호원이 다가와서 그녀에게 물었다. "대표님, 제가 안으로 바래드리죠! 밖에 바람도 세게 부는 데 감기 걸리시면 안 돼요."물론 진아연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오히려 불바다가 번지듯 타들어가는 마음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박시준이 사무실에 들어가자 조지운도 바로 따라 들어가 오늘 아침 홍보부에 생긴 일들은 전부 그에게 보고했다."홍보부 직원에게 물어보니 진아연 씨는 영상 속 자신을 위장한 여자가 나나라고 밝혔고 심윤 씨의 눈을 도려간 자도 나나라고 알렸습니다."조지운 스스로도 말하면서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상냥하고 온화하며 애교 가득한 나나 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무자비한 악마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박시준은 그의 말에 조용히 컴퓨터를 켰다."하지만 진아연 씨도 증거가 없기 때문에 흥분한 듯합니다. 대표님, 이번 사건에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시고 더는 진아연 씨와의 충돌을 만들면 안 됩니다." 조지운은 계속 말을 이었다.박시준은 그의 말을 듣더니 업무용 메일함을 클릭하고 입을 열었다. "나나 씨한테 사직서를 올리라고 해!"조지운: "네? 왜요? 지금 그녀의 신분은 피해자입니다. 이런 일들을 저질렀다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 그녀를 신경 써주지 못할망정 해직 처리를 한다면 안 좋은 반응들이 보이지 않을까요?"박시준: "강진한테 말해.""네, 알겠습니다. 그럼 강진이 병원에서 돌아오면 제가 가서 말하겠습니다. 근데 혹시 원인을 묻는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조지운은 잠시 생각하고 물었다.박시준: "진아연과 비슷한 여자가 곁에 있는 상황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어. 나나 씨가 원래부터 비슷하게 생겼든 나중에
병원.강진과 만난 나나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언니, 진아연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증거도 없이 저를 때렸어요! 저희를 정말 업신여기고 있는 거잖아요!" 얼굴에 약을 바른 나나는 매우 초라해 보였다.반면 강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시준 오빠의 아이를 배서 그런 짓도 할 수 있는 거야.""언니가 말한 것보다 훨씬 사나워요! 그년 때문에 코도 비뚤어졌단 말이에요. 박시준 씨는 어떤 태도예요? 저를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데, 언니의 체면을 봐서라도 진아연 씨를 나무라겠죠?" 나나는 여전히 헛된 기대를 하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준 오빠는 아이가 싫다고 말했지만 진아연이 오빠의 아기를 배면서 싫은 티 한번 낸 적이 없어. 진아연이 지금 어떤 짓을 하든 모두 봐주고 있단 말이야." 강진도 분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럼 저 그냥 이대로 맞고 끝나는 거예요?" 나나는 수도꼭지가 고장 난 듯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언니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절대 네가 이대로 당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진아연이 너를 때렸지만 실은 나에게도 경고하는 거야!" 강진은 진아연이 했던 말만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났고 분해서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이때 강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고 병실로 돌아올 때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두운 낯빛을 보였다."언니, 무슨 일이에요?" 나나는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하하, 맞춰봐! 시준 오빠가 너를 도와주기는커녕 너를 해고했어!" 강진은 휴대폰을 꽉 쥐고 너무 분한 나머지 미칠 것 같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설마 진아연 씨가 뭐라고 한 거 아니에요? 아니면 증거라도 있나?!" 나나는 이불을 꼭 잡고 점점 불안해 했다."증거는 무슨! 증거가 있으면 그녀가 아니라 경찰들이 너를 찾아왔겠지! 네가 진아연과 너무 닮아서 시준 오빠가 널 자른 거야! 이제 더는 대역 따위 필요 없단다!" 강진은 시뻘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언니의 말을 들은 나나는 순간 맥이 빠져 버렸고자기
그녀는 누군가와 정오에 만나기로 약속했다.진아연은 어제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밤을 지새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강진은 나나와 손을 잡고 몰래 훼방을 놓고 있고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만만하다고 생각할 게 뻔한데 앞으로 더 악랄한 일을 벌일 수도 있으니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영상과 관련된 일에서 유력한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다른 방법으로 반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박우진의 회사 근처 식당으로 향했고그녀가 만날 사람은 다름 아닌 박우진이었다.한때 진심으로 존경했던 남자였고 완벽한 그의 모습은 꿈속 왕자님에 대한 모든 환상을 만족시켜줬다.그러나 그런 아름다움을 뚫고 보니 평범한 남자보다도 못했다.예쁜 겉모습 속에 포장된 영혼은 이미 소심, 나약, 이기심, 탐욕으로 물들어있었다.물을 한 잔 마시자 박우진이 문을 밀치고 성큼성큼 다가왔다."아연아, 왜 갑자기 나를 찾은 거야?" 박우진은 그녀의 맞은편에 서서 그녀의 배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이제 곧 낳을 때지?""너 아이를 싫어하는 거 아니야?" 진아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 난 삼촌과 달라!" 박우진은 급히 반박했다."그러면 왜 심윤 아가씨를 죽였어? 박우진, 나 다 알고 왔어. 나나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친자식을 죽이다니." 진아연은 그를 보면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박우진이 돕지 않았다면 심윤이 어찌 그리 쉽게 눈을 잃게 될까?심윤의 가족이 국내에서 힘이 없어 어쩔 수 없지만 깊이 따지고 본다면 박우진과 엮일 게 뻔하다!"너..." 박우진은 순간 벙어리가 된 듯 버벅거리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었지만, 탄로 날까 봐 말을 잇지 않았다."긴장하지 마. 그냥 너에게 뭘 약속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도대체 무엇을 약속했는데 그런 미친 짓을 버린 거야." 진아연은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말을 이었지만, 말끝마다 사람의 마음을 후벼팠다.이에 박우진은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 "난 그냥 심윤의 기를 누르고 싶을 뿐이지, 아이를 해
"오늘은 너에게 돈을 주려고 왔어. 나를 도와 일을 했으면 하는데, 잘하면 사례금을 줄게. 물론 가격은 네가 정해." 진아연은 자신의 요구를 알렸다.박우진은 자신이 그녀한테 아직 쓸모가 있을 줄 몰랐다."돈은 문제가 아니야. 사실 나도 나나와 별다른 관계가 아니야. 애당초 너라고 생각해 말을 건넨 것뿐이야..."바로 돕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태도는 이미 바뀌고 있었다."네 회사 작년에 얼마 벌었어?" 진아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에게 물었다.이에 박우진은 당황하여 머리를 긁적였다. "몇억 정도 벌었을걸! 나도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어. 일 년 동안 열심히 벌어도 삼촌이 하루 밤낮 버는 것보다 못하겠지.""박우진, 20억을 줄게. 이 정도 사례금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계속 얘기하자고." 진아연은 그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아연아, 우리 사이에 돈 얘기는 아니지. 돈을 주지 않아도 무조건 널 도와줄게!" 박우진은 안경을 어루만지며 속으로 기뻐했다.20억이라니. 이건 뭐,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네가 전에 심윤 아가씨를 도와 나를 모함한 일 아직 잊지 않았어. 이번에도 배신하면..." 진아연은 조용히 그에게 경고를 날렸다."아연아,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때 심윤은 삼촌의 아이를 배고 있었잖아. 어찌 감히 그녀의 말을 듣지 않겠어?"박우진이 과거의 일들을 들추어내자 진아연은 추억에 푹 빠졌다."박우진, 심윤이 죽었다고 너희들의 비밀을 그 누구도 모를 것 같아? " 진아연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바꿨다. "20억은 없는 일로 하자. 나를 도와 일을 하고 내가 네 비밀을 지켜줄게. 그렇지 않다면 네가 심윤과 바람피웠다는 일을 네 삼촌에게 알릴 거야. 물론 그때 되면 아마 황천으로 가서 심윤의 말동무가 되지 않을까?"박우진의 낯빛은 순간 창백해졌다."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일을 제대로 처리한다면 사례금도 생각해 볼게. 만약 일을 망치면 아무도 얻지 못할 거야." 진아연은 부드럽게 위협했다."진아연, 너
네티즌은 다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여신? 진아연?! 라엘의 어머니가 진아연이야?!——대박! 진아연이 무슨 여신이야? 라엘의 엄마가 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진아연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전에 봤던 영상이 생각나. [혐오] [혐오] [혐오]——김세연이 왜 진아연을 여신으로 생각하는지 나만 궁금해?진행자는 김세연이 갑자기 진아연을 언급할 줄 예상도 못 해 엄청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시연 씨, 또 마음속의 여신을 발표하신 건가요?"이에 김세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저한테 여신은 단 한 명뿐입니다. 바로 라엘의 어머님이죠."라엘의 어머니가 진아연이라고 말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진아연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김세연은 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먼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전부터 많은 팬분이 제 감정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은 여러분과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세연은 카메라를 보며 상냥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보였다. "전 라엘의 어머님에게 고백했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얼마 전에 보셨던 영상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도 보셨다시피 영상 속의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라엘의 어머님은 못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기벽이 없습니다."김세연은 사실 라엘을 데리고 촬영을 통해 진아연을 돕고 싶었다.전에 일어났던 사건 이후로 계속 방법을 찾아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오랜 고민 끝에 확실한 증거 없이는 그녀를 돕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결국 그는 자신의 명성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적어도 그의 팬들은 진아연을 믿을 거라 생각했다.——우리 남신이 거절당하다니! 흑흑! 남신, 우리가 계속 곁을 지킬게요!——진아연이 진짜 못생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가 왜 김세연을 거부했는지 이해할 수 없네.——김세연은 그냥 진아연을 돕고 싶은 것뿐이야! 물론 진아연이 그를 거절했지만 두 사람 그래도 절친이잖아! 계속 진아연을 욕할 거면 그냥 채널에서 나가!——사실 나도 영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