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다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여신? 진아연?! 라엘의 어머니가 진아연이야?!——대박! 진아연이 무슨 여신이야? 라엘의 엄마가 될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진아연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전에 봤던 영상이 생각나. [혐오] [혐오] [혐오]——김세연이 왜 진아연을 여신으로 생각하는지 나만 궁금해?진행자는 김세연이 갑자기 진아연을 언급할 줄 예상도 못 해 엄청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시연 씨, 또 마음속의 여신을 발표하신 건가요?"이에 김세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저한테 여신은 단 한 명뿐입니다. 바로 라엘의 어머님이죠."라엘의 어머니가 진아연이라고 말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진아연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김세연은 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먼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전부터 많은 팬분이 제 감정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오늘은 여러분과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김세연은 카메라를 보며 상냥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보였다. "전 라엘의 어머님에게 고백했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얼마 전에 보셨던 영상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도 보셨다시피 영상 속의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라엘의 어머님은 못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기벽이 없습니다."김세연은 사실 라엘을 데리고 촬영을 통해 진아연을 돕고 싶었다.전에 일어났던 사건 이후로 계속 방법을 찾아 그녀를 도우려 했지만오랜 고민 끝에 확실한 증거 없이는 그녀를 돕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결국 그는 자신의 명성을 다시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적어도 그의 팬들은 진아연을 믿을 거라 생각했다.——우리 남신이 거절당하다니! 흑흑! 남신, 우리가 계속 곁을 지킬게요!——진아연이 진짜 못생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가 왜 김세연을 거부했는지 이해할 수 없네.——김세연은 그냥 진아연을 돕고 싶은 것뿐이야! 물론 진아연이 그를 거절했지만 두 사람 그래도 절친이잖아! 계속 진아연을 욕할 거면 그냥 채널에서 나가!——사실 나도 영
"대표님, 제가 동영상을 다시 보면서 영상 속 여인의 배꼽을 스크린샷으로 확대해서 인쇄했습니다! 대표님이라면 진아연 씨의 배꼽 모양을 알지 않을까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조지운은 인쇄한 사진을 박시준에게 건넸다.전에 영상을 확인하면서 여인의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불룩한 배에 관심을 두었지, 그 누구도 그녀의 배꼽 모양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리고 이들이 모두 무시한 점이 있다. 바로 사람마다 배꼽 모양이 다르다는 점이다.진아연을 모방하려는 사람들은 그녀의 외모, 목소리, 모양새를 따라 할 수 있겠지만 진아연은 공개적으로 자기 몸을 노출한 적이 없으니 그녀와 똑같은 배꼽을 만들 수 없었다.이에 조지운은 라엘이의 세심함에 감탄했다.때론 아이들의 관찰력은 성인들이 소홀히 여기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박시준은 조지운이 건넨 종이를 보더니 바로 내려놨다."대표님, 왜 그러세요?" 조지운은 박시준이 뭔가를 알아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설마 내가 진아연의 배꼽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아무리 그와 진아연이 같은 침대에서 밤을 함께 보냈어도 누가 상대의 배꼽까지 유심히 봤을까?"그럼 너는 마이크 씨의 배꼽 모양을 알아?" 그는 조지운을 빤히 보면서 물었다.조지운: "기억하죠. 배꼽이 좀 섹시하게 생겼거든요..."박시준: "..."분위기는 순간 미묘해졌다."진아연의 복부에는 제왕 절개 흉터가 있어. " 박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매번 그 흉터에 눈이 끌려서 배꼽 모양은 보지 못했어."조지운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타깝게도 영상 속 여인의 배꼽 하반부가 현금 때문에 가려졌습니다. 하지만 대표님, 지금 진아연 씨를 찾아서 직접 보시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박시준은 손을 꽉 움켜쥐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설마 나에게 보여줄 거라 생각해? 나에 대한 확신이 넘쳐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아직도 진아연에 대해 몰라서 그러는 거야?"조지운은 그
이 때문에 먼저 실행하고 나중에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라엘이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 모른다고 해도 나중에 알게 될 수 있잖아요. 그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생각보다 강하다고 느끼지 않으세요?""그래도 저한테는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 아이일 뿐입니다." 진아연은 그의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아연 씨, 저는 그냥 도와주고 싶은 것뿐입니다. 현재 라엘이의 인지도로 가정사가 알려지는 건 머지않아 발생할 일들입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서 듣는 것보다 지금 사실을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김세연은 다시 사과하면서 자기 의사를 전달했다.진아연은 마치 벙어리가 된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일단 촬영이 끝나는 대로 집에 보내드릴게요. 그럼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죠." 김세연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진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라엘이가 채널에서 했던 말들을 되새겼다.배가 부풀어 오른 후로 라엘이는 그녀의 배에 머리를 기대 아기의 움직임을 느끼는 걸 즐겼고 가끔 배 속의 동생과 얘기했었다.이 때문에 라엘이는 그녀의 배꼽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었지만반면 본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물론 그녀도 영상 속 여성의 배꼽은 눈치채지 못했었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돌아갔다.두 시간 뒤.김세연은 라엘이를 집으로 보내줬고마이크와 여소정도 집에 있었다."마이크 삼촌, 왜 출근하지 않았어요?" 라엘이는 마이크한테 물으면서 여소정을 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소정 이모, 엄마 찾으러 온 거예요?"여소정: "그래! 소정 이모도 네가 나오는 채널을 봤어. 그래서 엄마의 배꼽을 보러 왔지! 근데 너희 엄마가 아직도 자고 있어서 말이야.""네. 저도 졸려요! 저 올라가서 잘게요." 라엘이는 말하면서 하품했다.이에 김세연은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때 진아연이 계단 입구에서 나타나자마이크와 여소정은 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아연아,
그녀도 심사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물론 여소정도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아연아, 난 네 선택을 믿어. 나였어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몸을 보여준다는 게 부끄러웠을 거야. 네 잘못도 아닌데 왜 굳이 그걸 증명해야 할까? 그래도 경찰에 신고해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하지 않을까?" 여소정은 말을 이었다.이에 진아연도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저녁,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건 경위에 대한 문장을 업로드했다. 그중 구체적인 내용은 경찰의 조사 끝에 '진아연 관련 영상' 중 여성의 정체는 진아연이 아니므로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경찰이 페이스북을 통해 통보하자 김세연도 바로 게시물을 복사해 사이버 공간은 무법지대가 아니므로 진상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는 제목으로 업로드했다!이에 그의 팬들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리트윗했다.이로써 진아연을 비난했던 언론들은 순식간에 무너졌고,과거 진아연을 모욕했던 네티즌도 급히 사과문을 올렸다. 강진은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언론들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복잡해졌다!젠장!힘들게 계획한 판이 고작 라엘이라는 꼬맹이의 한마디에 무너지다니!이건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것보다 더욱 기분이 나빴다!이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나나로부터 온 연락인 줄 알고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계속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점점 머리가 아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들어 왕은지의 연락임을 확인하자 바로 연결했다."강진 씨, 마음이 너무 여린 거 아니에요? 저를 보세요. 진아연은 제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는데도 저를 어찌할 도리가 없잖아요.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죠! 물론 직접 나서서는 절대 안 되고요." 왕은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자신의 경험담을 늘렸다.강진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저도 바보 아니에요. 이런 일에 제가 직접 나설 리가 없잖아요.""당신이 바보같이 굴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박시준 씨 곁에 몇 년 동안이나 함께 했으니 저보다 똑똑하겠죠. 그냥
성빈의 방문으로 방금까지 행복했던 분위기가 금세 긴장되었다.전에 일어났던 일로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여소정은 그를 보자 바로 불쾌한 모습을 드러냈다."왜 여기 오신 거죠? 설마 축하라도 해주려고 온 거예요?" 여소정은 괴상야릇한 말투로 비웃었다.이에 곁에 있던 하준기는 급히 그녀를 말렸다. "소정아, 성빈이 형은 진아연 씨를 만나러 왔을 거야. 우리 일단 자리를 비켜주자."하준기는 급히 여소정을 안고 자리를 비켜줬다.이들이 떠나자 성빈은 어색한 듯 헛기침을 하며 진아연 앞으로 다가갔다."진아연 씨, 죄송합니다. 저의 잘못된 판단입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그렇게 비슷한 사람을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진아연 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잘못된 생각으로 시준이에게 헤어지라고 위협했던 겁니다. 저를 원망해도 좋으니 시준이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성빈은 쭈뼛쭈뼛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박시준 씨가 오라고 했어요?" 진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시준이는 제가 온 걸 몰라요. 사실 저도 너무 당황스러워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진아연 씨에게 사과드리러 온 겁니다." 성빈은 말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전 성빈 씨의 사과는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전부터 저를 친절하게 대해주셨고 이번 일로 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요." 진아연은 그를 보며 말했다."그렇게 생각하시면 다행이네요. 그럼 시준이와도...""그건 저와 그 사이의 일입니다.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아연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이에 성빈은 난처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식사 중이셨나요? 그럼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성빈이 떠난 후 여소정은 진아연에게 다가가 엄지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아연아, 잘했어! 전부터 계속 잘난 척하더니!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안 했으면 계속 잘난 체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길 걸! 남자는 그래도 김세연이 남자라니까!"김세연은 오늘 밤 이들과 함께 축하하기로 했다.
"저건 박시준 씨 차 아니야? 마이크 씨, 정보가 틀렸네요!" 여소정은 마당에서 멈춘 고급 승용차를 보면서 중얼거렸다.이에 마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귀신같은 남자라니까. 진짜 알다가도 모르겠네!""아연아, 만나지 마. 일단 무시하고 안달 나게 만들어 힘들게 만들자!" 여소정은 말하면서 점점 흥분했다.마이크도 그녀의 말에 동의해 바로 대문으로 가서 문을 닫으려 했다.하지만 진아연은 그의 팔을 잡고 말렸다. "일단 들어오라고 해."머지않아 아이도 태어나기 때문에아직 박시준과 논의할 일들이 있었고마침 이번 기회로 모든 일들을 말할 생각이었다."아연아, 설마 네가 당했던 괴로움을 잊은 건 아니지? 이리 쉽게 용서하면 교훈을 얻지도 못하고 다음에 더한 행동을 한다니까!" 마이크는 자기를 말리고 있는 진아연을 이해할 수 없어 화를 냈다."마이크, 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절대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야." 그녀는 냉정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때 하준기가 나서서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진아연 씨가 결정했으니 저희는 걱정하지 말죠! 감정에 관련된 일은 다른 사람이 나서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여소정은 그를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마이크 씨를 봐봐. 조지운 씨와 함께 있어도 항상 아연이 편을 들잖아."하준기: "여보, 오해하지 마! 나도 진아연 씨의 결정을 존중해. 난 진아연 씨가 시준이 형을 만나도 찬성이고 만나지 않아도 찬성이야!"여소정: "진짜 줏대가 없다니까."이에 하준기는 웃으면서 비위를 맞췄다. "우리 집에서 줏대 있는 사람은 당신 하나면 충분해. 김세연 씨가 차를 끓였는데 우리는 차나 마시자!"이에 그들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셨고한이는 박시준이 정원으로 들어오자 라엘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방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박시준은 별장 대문 앞에 서서그윽한 눈길이 거실을 힐끗 바라봤다.진아연은 그에게 깨끗한 슬리퍼 한 켤레를 건네줬다.
박시준은 지금의 잔잔함은 폭풍전야라는 걸 알았다!진아연은 자식 두 명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 번째 아이의 양육권도 자기 손에 쥐고 싶어 했다!진아연은 자식 한 명도 박시준에게 주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었다!진아연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왜요,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요?"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고민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고 했다. "박시준 씨,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 지금 바로 나가요. 그리고 제가 출산을 하기 전까지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말고요."진아연의 단호함은 박시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박시준이 진아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볼 때, 사실 박시준은 뒤의 한 마디를 참고 말하지 않았다.그 말은 "내가 갖고 있는 거라면 뭐든지 줄게."였다."아이가 나랑 같이 살면 고생할 것 같아서 그래?" 박시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전 그냥 아이를 제 옆에 두고 싶을 뿐이에요." 박시준에 비해 진아연은 상대적으로 냉정했다. "살다 보면 고생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고생하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감정이 없는 게 두려운 거죠.""무슨 근거로 아이가 나랑 살면 감정이 없을 거라고 단정해?" 박시준은 반박했다."이 문제에 대해 당신과 더 이상 다투고 싶지 않아요." 진아연은 다시 한번 물었다. "대답만 해요, 대답 안 하면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 걸로 간주할게요.""당연히 못 받아들이지." 박시준이 뜨겁게 내뱉은 숨결은 그대로 진아연에 얼굴에 뿜어졌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져?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이렇게 고통스러워할 것도 없어요. 만약에 아이가 당신을 아버지로 인정하면 저도 막지는 않을 거예요." 진아연은 이렇게 말했다.박시준은 쓴웃음을 지었다. "너도 알잖아, 그럴 일 없을 거라는걸."한이가 뼈 쏙까지 박시준은 싫어하고 있다. 한이가 박시준을 아버지로 인정을 안 하는 한, 동생들이 인정하는 걸 그냥 지켜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아이가 아빠라고 안 부른다고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박시준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진아연을 내려다보았다. "필요하면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이제야 진아연은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집에는 왜 안 가요?"두 사람이 한 침대에 비집고 자면 당연히 혼자 자는 것보다 불편할 것이다."그러고 싶지 않네." 박시준은 침대 옆에 앉아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로 너무 큰 교훈을 얻었어."만약 박시준이 진아연의 몸 각 부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속마음을 모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 지나간 일이에요.""지나간 건 지나가더라도 교훈은 기억해야지." 박시준은 또박또박 말했다. "성빈이가 그랬어, 네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내가 널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그렇지 않아? 내가 언제 한 번이라도 널 만족 못 시킨 적이 있어? 매번 살려 달라고 빌고 난리였는데. 내가 방심했어.""방심한 게 아니라 약해빠진 남자의 자존심 때문인 거예요." 진아연은 놀리면서 말했다. "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하면 뭐 어쩔 건데요?"진아연의 도발적인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박시준은 동요하지 않았다. "네 말이 맞아. 다 자존심 때문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네 몸을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진아연: "???"불덩이가 몸에 던져진 듯 진아 연은 초조함에 안절부절못했다.박시준은 진아연의 다리를 꾹 누르고 말했다. "움직이지마. 네가 움직이면 우리 아들도 같이 뒹굴뒹굴 돌아다닐 거야."진아연: "...""왜, 요구가 좀 과분해?" 박시준은 큰 손으로 진아연의 치마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심하더라도 참아. 왜냐면 나도 너의 과분한 요구를 참고 들어줬거든."진아연은 박시준이 고의적으로 이러는 걸 알아차렸다.진아연이 양육권을 가져간 거에 박시준은 이렇게 그녀를 괴롭히며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지금의 진아연이 박시준의 이 정도 괴롭힘에 무너질까?진아연은 편안하게 누워 휴대폰을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