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로 부대표가 흐느끼고 있었기에 그녀는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녀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회사의 핵심 기술이 도난당했고, 더 안타까운 것은 누구 짓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누군가 그녀와 마이크가 B국에 휴식하러 간 틈을 타 손을 썼다.회사의 핵심 기술은 칩에 저장되어 있고 그 칩에는 암호가 겹겹이 걸려 있었다.칩을 훔쳐도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까지 알아내기는 어렵겠지만 곧 비번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녀가 심윤이 자살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이 세상에는 생각지 못한 일이 너무 많다.아침 일곱 시 반.한이가 방에서 나왔다.별장은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한이는 진아연의 방에 들어갔다. 침대가 지저분했고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엄마!" 한이가 소리쳤다.거실에 있던 박시준이 놀라 깨어났다.소파에서 일어난 그는 숙취로 인한 두통을 참으며 한이를 향해 걸어갔다."한이야, 왜 그래?"한이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에 대한 불만을 잠시 접어두고 긴장한 어투로 물었다. "엄마가 안 보여요. 엄마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박시준은 갑자기 술이 확 깼다.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진아연이 보낸 문자를 보았다: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귀국해요, 한이에겐 비밀로 해주세요.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당장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그녀가 한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엄마가... 음... 오늘 아침 산부인과 예약을 했어... 공복으로 검사를 해야되서... 그래서 오늘은 아주 일찍 병원에 갔어." 박시준은 이유를 만들어 설명하며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오늘 여름 캠프 가는 날이지? 늦겠다, 좀 있다가 내가 병원에 갈 테니 넌 아무 걱정 하지 마."한이는 임산부의 산전검사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었다.경호원이 한이를 데려간 뒤 박시준은 곧 진아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아마
비서가 황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고 부대표는 휴대폰을 들고 구급차를 불렀다.진아연이 구급차에 의해 이송된 후, 이 일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곧 빠르게 퍼졌다."진명그룹이 정말 위기에 빠진 것 같아요! 진아연이 예전엔 그렇게 빛나더니 지금은 구급차에 실려 갔으니 정말 비참해요!""배 속의 아이가 제일 비참하겠죠.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박시준의 아이라는 말도 있던데 사실인지 모르겠어요.""모르죠, 배 속에 있는 그 아이 외에도 또 애가 두 명 있대요... 그 두 아이는 박시준의 아이가 아닌 게 확실해요. 그렇지 않으면 박시준이 왜 양육권을 빼앗지 않겠어요?""진아연의 사생활이 참 복잡하군요! 어쨌거나 진명그룹이 이번엔 재수 없게 됐어요. 핵심 기술을 도난 맞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겠어요? 고액의 시장을 독점하더니 곧 무너지게 생겼네요.""소비자로서는 좋은 일이죠.""하지만 진아연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화를 못 이기고 쓰러졌죠."...왕은지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와인 한 병을 땄다.그녀는 서랍에서 딸 진희연의 사진을 꺼내고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희연아, 엄마는 널 그렇게 억울하게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진아연이 부도나는 건 그저 시작에 불과해. 심윤처럼 고통에 허덕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잔을 들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물론, 박우진 그 자식도 잊은 적이 없어, 그들 모두 지옥에 보낼 거야!"그녀의 눈에는 사악하고 음침한 차가운 빛이 스쳤다.누군가 사무실 문을 노크하더니 문을 벌컥 열었다."왕 대표님, 기술 부서에서 중대한 소식을 전해 왔어요. 칩에 있는 암호를 푸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비서가 성큼성큼 다가와 좋은 소식을 전했다.왕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칩에 걸린 암호를 성공적으로 풀면 큰 상금을 줄거야!""왕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곧 우리 제이 테크놀로지가 진명그룹을 추월하여 A국 드론 분야에서 1위가
이때 의사가 입원서류들을 손에 들고 병상으로 다가왔다. "진아연 씨, 입원서류 여기 있습니다."전화기 너머로 조지운이 이 말을 듣고 긴장하며 물었다. "진아연 씨,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왜 입원해요?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요? 지금 찾아갈게요."진아연은 더는 숨길 수 없어 사실을 말했다.그녀가 전화를 끊은 후 비서가 말했다. "대표님, 제가 결제를 도와드릴게요."진아연: "고마워, 결제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비서: "대표님, 전 병원에서 대표님을 돌보겠습니다."진아연: "아니야, 돌아가서 나 괜찮다고 모두에게 전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정리되면 내가 부대표에게 전화할 거야."비서: "알겠습니다. 대표님."20분 후, 조지운이 병원에 도착했고진아연의 상황을 보고 말했다. "이모님에게 진아연 씨를 돌봐달라고 했어요. 걱정말고 건강에만 신경 써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요.""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녀가 침착하게 말했다."네. 경호원에게 음식을 사 오라고 했으니 식사 후에는 잘 쉬고 계세요." 조지운이 말했다."그래요."10시간 후.마이크와 박시준이 A국으로 돌아왔다.그 시각 달은 이미 하늘에 걸려 있었고 별이 가득했다.조지운이 공항에 마중 나갔다.박시준은 조지운에게 마이크를 데려다 주라고 했고조지운은 마이크의 팔을 잡아 차에 태웠다.마이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박시준이 왜 갑자기 나에게 저렇게 친절한 거예요? 적응이 안 되네요."조지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너무 늦었고 대표님은 경호원들이 있잖아요."말을 마친 조지운은 운전석에 올라 차를 몰고 스타팰리스로 향했다.마이크: "진아연이 입원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난 먼저 병원에 가서 아연이를 만나야겠어요."조지운: "지금 자고 있는데 가서 뭘 하려고요? 상태는 괜찮아요. 아까 밤에 만나러 갔었어요. 그리고 이모님이 옆에서 돌봐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마이크: "그럼 됐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켜고 그녀가 입원했다
"ST그룹의 박시준 대표님 아닙니까?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 조 부회장님, 전화로 마이크 CTO께서 돌아오셨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거죠?" 누군가 항의했다.조 부회장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여러분도 박시준 대표님과 진 대표님께서 친분이 두텁다는 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진 대표님께서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기에 박시준 대표님께서 도와주러 오셨습니다.""아... 박시준 대표님께서 도우러 온건가요? 그럼 좋은 일이죠. 그런데 왜 우리 휴대폰을 빼앗은 거예요? 어딘가 이상한데요."조 부회장이 설명했다. "내 휴대폰도 빼앗겼어요. 박 대표님께서 이렇게 하는 데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모두의 시선이 의자에 앉은 남자에게로 향했다.그의 얼굴은 차갑고 우울했으며 온몸으로 어두운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의 앞에서는 실수하지 않았어도 실수를 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칩이 어떻게 도난당했는지 여러분 중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이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일 분이라는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1 분 후에 아무도 고백하지 않으면 난 내 방법대로 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그와 동시에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남자 몇 명이 문밖에서 들어와 그들을 호시탐탐 바라보고 있었다.다들 두려운 기색이 보였고 몇몇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다."도대체 누가 그런 거야? 빨리 일어나! 일을 저지르고 감당을 못하면 그것도 남자야?""진 대표님께서 평소에 우리에게 그렇게 친절했는데 왜 그 사람은 진 대표님을 배신한 거지? 만약 집에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면 진 대표님에게 얘기하면 도와주실 텐데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하다니! 이건 불법이야!""맞아요! 어떻게 이런짓을 할 수 있죠. 게다가 진 대표님은 내가 만났던 대표님들 중 가장 관대하고 자상한 대표님이에요. 저는 진 대표님을 평생 따를 계획이에요!"곧, 1분이 지났다.박시준은 문 앞에 있는 경호원에게
박시준은 얇은 입술을 일직선으로 꾹 다물고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오늘 밤 그는 도둑을 꼭 잡아내려 했다.다음 날 아침.진아연은 일어나 눈을 뜨자 마이크의 얼굴을 보았다."아연, 일어났구나!" 마이크가 침대 머리를 올리고 나서 죽 한 그릇을 그녀에게 건넸다. "죽 먹어."그녀는 아직 잠에서 덜 깨서 멍하니 죽 그릇을 받아들었다."오늘 컨디션 어때?" 마이크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회사에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왜 나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돌아왔어? 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죄책감에 못 살 거야."진아연은 한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 그때 취해 떡이 되었는데 너한테 어떻게 말해?""알았어! 박시준 그 자식이랑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어!" 마이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자식에게 감사해야 해. 우릴 대신해 도둑을 잡았거든."진아연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야? 누가 우리를 배신한 거야?""기술 부서래." 마이크가 고개를 숙였다.기술 부서는 그가 관리하는 부서이기 때문이다.진아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누구인지 물은 거지 어느 부서인지 물은 게 아니야.""기술부 직원들 모두." 마이크는 심호흡하며 이를 악물었다. "이 멍청이들이 파티 때 막 나가다가 누군가 동영상을 찍었대. 사진을 찍은 사람이 협박하면서 칩과 교환하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기술 부서가 함께 그 칩을 훔쳤대.""칩을 누구한테 줬대?!" 믿기지 않았지만 이 가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모른다고 하더군. 그 남자는 후드를 쓰고 음성 변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대."진아연은 식욕이 없어 마이크에게 죽 그릇을 다시 건넸다."아연아, 좀 먹어! 그렇게 굶다가 몸 다 버려." 마이크가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 "내 잘못이야. 그들을 너무 믿었어.""나 지금 어지러워서 그래. 나중에 먹을게." 진아연은 다시 누워 대책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칩을 가져간 사람은 왕은지나
그녀는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그의 주위에 희미한 빛이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그의 뒤로 걸어갔다. 그가 돌아서서 깊숙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의 숨결을 느꼈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침대에서 내려왔어?" 그가 그녀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깨웠어?"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어젯밤에 너무 오래 잤더니 머리가 어지러워요.""같이 산책할래?" 그는 의사에게 물었다. 의사는 태아에겐 문제가 없지만 진아연이 불안감으로 인해 심박 수가 빨라지고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그녀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잠을 잘 자면 별문제 없을 것이라 했다.그러나 이렇게 불안감이 오래가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진아연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은 햇살이 눈 부신 화창한 날씨였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와 함께 병동을 나섰다."진아연, 네 회사가 겪은 문제는 사소한 문제야." 그들이 입원실을 나왔을 때 그는 잠시 고민하고 나서 말했다. "인생이 다 순조롭기만 할순 없어. 생활이든, 사업이든 역경이 있어야 뚫고 나갈 기회가 있는 거야."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날 위로하는 거예요?""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을 좀 더 키워야겠어." 그녀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자 그는 입을 열었다. "누군가 핵심 기술을 훔쳐 가고 네가 벌었어야 할 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뭐가 어때? 그건 그저 약간의 경제적 손실일 뿐이잖아. 사람은 살면서 건강이 항상 최우선이어야 해."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몸이 아플 때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사람이 할 행동이에요? 만약 건강의 중요성을 몰랐더라면 세팔로스포린을 술과 함께 마셨겠네요!"박시준: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그녀는 위로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하하!" 그가 말문이 막힌 것을 보고 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눈이 충혈되었어요.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핵심 기술이 도난당한 진명그룹의 미래는?아래에 꽤 많은 댓글이 달렸다.——진명그룹이 재건된 지 2년밖에 안 되지 않았음? 벌써 망한 거임? 진명그룹 건물 수맥이 안 좋은 거 아님?——진명그룹의 제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요? 비록 물건이 좋긴 해도 고품질 드론 시장을 독점하다니, 난 이런 독점이 정말 싫더라고요!——헤헷, 그렇다면 앞으로 드론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까? [박수]——우리 아빠가 진명그룹에 출근하시는데 난 회사가 망하는 게 싫음! 이 회사는 대우도 좋지만 대표님이 아주 인간적임. 내 꿈이 졸업 후 이 회사에 들어가는 거임....진아연은 뉴스를 넘기고 카카오톡을 열었다. 마이크의 문자가 와 있었다: 칩을 왕은지가 가져갔대!그녀는 이 결과가 놀랍지 않았다.다만 왕은지가 이토록 조바심을 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오후, 제이 테크놀로지는 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회의에서 왕은지는 회사의 기술 연구 개발 부서가 중대한 발전을 이루어, 연말에 새로운 최첨단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며 가격은 최첨단 제품의 시장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발표했다.왕은지는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을 훔쳐 왔다고 말한 거나 거의 다름없었다.기자 회견 중 질문답변 시간에 기자가 왕은지에게 물었다. "왕 대표님,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 도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왕은지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자기 혁신에만 항상 신경을 쓰고 있어요. 물론 진명그룹의 핵심 기술은 내가 훔친 것이 아니에요. 저는 감히 불법적인 일을 하지 못해요."기자: "왕 대표님은 진아연 양의 계모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입원 중인데 병원에는 가 본 적 있나요?"왕은지가 비꼬면서 말했다. "그녀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기만 한다면 지금이라도 만나러 갈 거예요."진아연은 뉴스로 왕은지의 득의양양한 얼굴을 보며 당연하다라고 생각했다.이 일은 이미 결론이 난 거나 다름없었다.한시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부대표가 기자에게 귀띔했다. "진 대표님의 사생활은 묻지 말아 주세요."기자: "이 '윈윈' 계획이 그와 관련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계획은 아주 훌륭하거든요."부대표: "우리 진 대표님은 이런 계획을 생각해낼 수 없다는 말이에요?"기자: "물론 그런 말은 아니죠. 저의 동료가 일주일 전 박시준 대표님이 한밤중에 진명그룹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었어요. 일을 도우러 간 게 아닌가요?"기자가 박시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자 진아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윈윈' 계획은 저와 저의 CTO가 의논한 끝에 이룬 계획입니다. 그 외 다른 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몇 초간의 침묵 끝에 그녀는 대범하게 말했다.이에 기자는 주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진아연 씨, 제이 테크놀로지의 왕 대표님께서 획기적인 기술의 결과가 있다고 하면서 연말쯤 새로운 최첨단 제품을 출시한다고 합니다. 이 일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진아연: "이 문제에 대해 한 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도난당한 칩에 든 핵심 기술은 독점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누군가가 제 동의 없이 이 특허를 사용하면 저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그녀가 기자 회견에서 한 말은 곧 왕은지의 귀에 들어갔다.왕은지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칩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걸 무슨 큰일이라고? 하하!""맞아요, 하지만 그녀가 만들어 낸 이 '윈윈' 계획이 우리한테 불리해요. 업계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만든 거나 다름없어요." 비서가 걱정했다."뭐가 두려워? 때가 되면 한꺼번에 보내주지!" 왕은지가 거칠게 말했다. "성공하려면 라이벌을 제거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어.""대표님, 강진이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으니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왕은지는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 "이 일은 아무 곳에서 얘기하지 말아. 강진 이 사람은 아주 신중하고 조심성이 있는 사람이라 이 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