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과 라엘이 거실에서 나와 별장 문을 향해 걸어갔고박시준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성큼성큼 다가갔다."시은아, 라엘이 학교에 가야 하니 먼저 집에 데려다줄게." 그는 시은이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시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오빠, 난 이미 라엘에게 사과했어, 오빠도 라엘에게 사과해."라엘은 눈을 내리깔고 조그마한 입으로 삐죽거렸다.박시준은 쭈그리고 앉아 진아연을 닮은 라엘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라엘아, 미안해. 어젯밤에 늦었을 뿐만 아니라 네 마음도 아프게 했지? 엄마한테 왜 늦었는지 설명하고 싶어."그가 물었다. "엄마가 어디 갔는지 알아?"방금 그가 진아연의 경호원에게 물었을 때 경호원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라엘은 가까운 거리에서 박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긴장감이 조금씩 사라졌다.그는 비록 쓰레기였지만, 정말로 잘생겼다."전 당연히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알죠." 라엘은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턱을 쳐들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유치원에 가야 해서 더는 얘기할 수 없어요. 전 아저씨처럼 지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라엘의 말엔 뼈가 있었다.박시준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무력감이 가득했다.라엘은 주먹을 꽉 쥐고 마침내 화풀이했다.사실 아이는 엄마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엄마는 이미 밖에 나간 뒤였다.그러나 아이는 의도적으로 박시준의 관심을 끌었고 이는 그에게 주는 자그마한 벌이라 생각했다.경호원은 라엘의 책가방을 들고 다가와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박시준은 일어서서 시은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돌아가자."시은이는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스타팰리스를 나온 뒤 박시준은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이크는 전화를 빨리 받았다."마이크, 진아연이 어디 갔어요? 회사에 갔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박시준은 시은이를 집으로 보내고 진아연을 찾아가기로 했다.그는 가능한 한 빨리 진아연을 찾아 어제 있었던 일을 설
마이크는 웃음을 참았다. "좋아요!""그래요.""이번 우리 고객은 국경 수비대예요, 그래서 진아연이 머무는 곳도 국경 수비대 주둔지에 있죠." 마이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갈 수 없다고 얘기했잖아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박시준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끊었다.Z시는 나라의 국경에 있으며 여기에서 비행기로 거의 4시간이 걸린다.진아연이 탄 비행기가 아침에 출발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아직 착륙하지 않은 것 같았다.착륙했다 하더라도 방금 도착했을 것이다.그녀가 간 곳은 특별한 곳이고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걱정되지 않았다.그녀가 출장에서 돌아온 후 해명해도 상관없었다.그가 제멋대로 Z시로 달려가 그녀의 일에 영향을 준다면 그녀는 화가 더 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시은이를 집으로 보낸 후 그는 회사에 갔다.회사에 도착하자 비서가 와서 보고했다. "박 대표님, 심윤 양이 아래층에 있는데 대표님께 사과하러 왔다고 합니다."박시준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여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절대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비서: "알겠습니다. 박 대표님!"ST그룹 건물에서 쫓겨난 심윤은 자존감에 큰 타격을 받았다.박시준을 만나기 전, 그녀는 도도한 여자였다. 하지만 박시준은 그녀를 함부로 대했다.그녀가 전에 임신한 아이가 그의 아이가 아닌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랬다면, 그에게서 이런 대우를 받고 아마 화가 나 피를 토했을 지도 몰랐다.차에 오른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박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우진 씨, 나랑 같이 해외에 바람이나 쐬러 가죠."박우진은 궁금한 듯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삼촌이 또 화나게 했어요?""헐! 무시하지만 않아도 참 좋을 것 같네요. 이제는 만나는 것조차 꺼려 하더라고요." 심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위로해 주러 올래요?""하던 일을 마저 하고요... 심윤 씨, 지난번에 그를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왜 다시 찾아 간 거예요?""
Z시.점심 12시.방탄차 한 대가 천천히 국경 수비대에 들어섰다.진아연은 차에 앉아 차 밖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여기엔 우뚝 솟은 고층 건물이 없고 도시의 번잡함과도 떨어져 있으며깨끗한 자연경관과 고향과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만 있었다."진아연 씨, 여기는 도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며칠 동안 수고 좀 해야겠어요." 후방 지원부의 박 단장이 말했다.진아연: "수고는요, 이런 곳에서 우리 회사 제품을 선택해 주셔서 아주 영광이에요."박 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러 회사에서 생산한 드론을 비교 분석 한 결과 귀사의 제품이 최고였습니다. 우리 유 부단장께서 직접 귀사의 드론을 주문하기로 했습니다!"진아연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항상 우리의 목표입니다.""그래요, 진아연 씨, 전화로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리 요구 사항에 따라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려면... 빠르면 언제까지 납품할 수 있나요?"진아연이 대답했다. "먼저 추가하려는 기능을 확인한 다음 우리 회사 CTO와 의논해 봐야 해요.""알겠어요, 일단 저녁부터 먹고 나중에 유 부단장께서 자세한 걸 말씀드릴 거예요.""알겠습니다."점심 식사 후.유 부단장은 진아연과 함께 밖에서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이곳은 규모가 매우 커서 진아연이 한참을 걸으니 발보다 배가 먼저 아팠다.그녀는 급히 이곳에 오기로 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계속 걸을 수 없었고 유 부단장에게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유 부단장은 그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그녀의 배를 보았다.그녀는 오늘 긴팔 티셔츠 위에 일반 청바지를 입었다.티셔츠는 루즈한 핏이 아니라서 그녀의 납작한 배가 보였다."진아연 씨, 임신 3개월 미만이에요? 임신한 티가 전혀 나지 않네요. 집에서 쉬지 그랬어요? 다른 사람을 보내도 됐잖아요!" 유 부단장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직 4시 10분밖에 안 됐다!비행기를 타고 온 게 아니라 로켓으로 온 건가?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며 안절부절못할 때 문밖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연 씨, 과일을 가져왔어요."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진아연 씨, 임신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단장님께서 특별히 진아연 씨를 잘 돌보아야 한다고 하셔서요." 병사는 왼손에 과일 한 봉지, 오른손에 과자 한 봉지를 들고 그녀를 향해 따뜻한 미소 지었다.진아연은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남자들도 남한테 참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자신의 임신 소식이 수비대 전체에 퍼졌을 거라 생각했다."진아연 씨,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만족시켜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군인은 물건을 내려놓고 나가려 했다."고마워요! 당분간은 필요한 게 없어요. 가져다주느라 수고하셨어요." 진아연이 그를 배웅하며 말했다.배웅을 마친 후 그녀는 문을 닫고 테이블로 돌아와 휴대폰을 들어 전원을 켰다.여기는 경비가 삼엄하여 박시준은 아마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화가 났지만 그가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는 성격이 썩 좋지 않아 억지로 들어오려다 무슨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억지로 들어오지 않고 계속 밖에 있으면 그것 또한 문제였다.이곳은 매우 외진 곳에 있고 주위에는 인가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제 몇 시간 후면 날이 어두워질 예정이었다.휴대폰을 켠 후, 그녀는 어젯밤 그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들을 확인했다.단 한 통.그가 도착해서 그녀에게 연락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갈등했다.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일부러 그녀를 찾아온 그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저녁 식사 내내진아연은 불안했고박 단장은 그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진아연 씨,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요? 그게 아니면 혹시 여기 머무는 게 불편한가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음식도 입에 맞고 불편한 것도 없어요.""
지뢰밭은 이름 그대로 땅에 지뢰가 묻혀 있는데실수로 지뢰를 밟으면 지뢰가 터져 죽을 수 있었다.그래서 박 단장이 했던 질문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그녀를 수색하기 위해 들어갈 수 있어요?' 라는 질문은 즉,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느냐라는 뜻이기도 했다.박시준은 깊은 숲속을 유심히 바라보다가몇 초 후 발걸음을 옮겨 숲속을 향해 걸어갔다....진아연은 박 단장의 집에서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박 단장은 그녀를 도와 박시준을 테스트해 보겠다고 했다.30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테스트가 안 끝난 건가?박 단장이 어떻게 테스트할 건지 모르겠지만박시준의 성질이 괴팍해 충돌이라도 생기는 건 아니겠지?박 부인은 그녀가 눈썹을 찌푸리고 있자 그녀를 위로했다. "진아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집 양반이 일 처리 하나는 잘 하거든요. 조금 있으면 그분을 여기로 데려올 거예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날씨가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아요.""맞아요, 여기 날씨가 A시와 다르긴 해요." 박 부인은 말을 하다 말고 말머리를 돌렸다. "배 속에 있는 아이가 그분의 아이죠?"진아연은 순간 멈칫했다."하하! 그분이 왔다는 말에 너무 긴장해서 한눈에 짐작이 가더라고요." 박 부인은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진아연 씨를 위해 이렇게 달려왔다는 건 아직도 진아연 씨에게 마음이 있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 집 양반의 테스트 방식이 조금 무서운데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당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한다는 뜻일 수도 있어요..."진아연은 박 부인의 말을 듣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갑자기 박시준의 손에 끌려 포레스트 별장으로 갔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그의 부하들에게 겁을 먹고 벽에 머리를 박았었다.그녀는 이 끔찍한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그녀든 박시준이든, 그녀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기를 않기를 원했다.그녀는
갑자기 멀리서 한 줄기 빛이 들어왔고광원을 보는 순간 긴장했던 가슴이 갑자기 풀렸다."진아연!" 그는 그녀의 이름을 더욱 크게 불렀다.익숙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는 코끝이 찡해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진아연, 움직이지 마! 여기는 지뢰밭이야!" 그녀가 비추는 불빛을 본 그는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심각한 목소리로 주의하라고 경고했다.진아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이것이 정말로 지뢰밭이라면 박 단장이 그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박시준은 오늘 정신을 집에 두고 나온 것인가??게다가 이곳이 정말 지뢰밭이라면 그녀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의 기억 속에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왜 지금은 바보가 돼버린 걸까?"여기는 지뢰밭이 아니에요!" 그녀는 울먹이며 그에게 말했다. "빨리 돌아와요!"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곧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그녀는 눈물이 앞을 가려 먼 곳에서 불빛 하나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느껴졌고그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잠시 후 그가 그녀에게 왔다."진아연, 길을 잃었다고 하던데 정말 길을 잃은 거 아니지?" 그의 숨이 조금 거칠어지고 두 손은 그녀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내가 세 살짜리 애도 아닌데 어떻게 길을 잃어요?"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쉽게 속았어요?!""당신에게 사과하러 왔어." 그는 그녀를 만날 수만 있다면 속았든 말았든 상관이 없었다. "진아연, 나를 피하려고 일부러 여기에 온 거야?"그의 뜨거운 눈은 그녀의 작은 얼굴을 주시했다.빛은 어두웠지만 그는 얼굴에 고인 슬픔과 눈물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다 알면서 왜 왔어요?"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원칙과 방어심리가 다 사라질까 두려웠다."마이크가 당신 혼자 왔다고 해서 걱정됐어." 그의 큰 손바닥은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손을 그녀의 심장에 갖다 댔다."진아연,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해석했다." 그녀가 시은이를 치료했던 적이 있어서 태웠던 거야."심윤이 시은이를 치료했었다고?그녀는 속으로 비꼬며 웃었다.그는 심윤이 시은이를 구한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4,000억을 아무렇지 않게 심윤에게 주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그의 큰 손바닥에서 손을 뺐다."심윤이 시은 씨를 치료해 줬는데 왜 헤어지려 하는 거예요?" 그녀는 차갑게 비꼬았다."당신 때문에."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진아연의 심장은 무언가에 부딪친 것처럼 욱신거리더니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자신 때문에 심윤과 헤어졌다고?"비록 시은이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태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 그는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억지로 심윤과 함께하라고 나 자신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신에게 관심이 없는 척하기도 더는 힘들어."그의 설명을 들은 그녀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지 않고오히려 무기력함을 느꼈다."오늘 밤 어디에서 묵어요?"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신의 거처를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몰라."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당신은 어디에 머무는데?""나랑 같이 가려는 거 아니죠? 그런 생각이라면 그냥 접어요." 진아연은 그가 빈손인 것을 보고 아무것도 없이 몸만 날아온 건 아닌지 의심했다."당신이 머무는 곳에 가 조금만 쉬고 있을게. 조금 피곤해서 그래."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나 있었다.종일 뛰어다녔을 뿐만 아니라 종일 아침 한 끼만 먹었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그는 피곤할 뿐만 아니라 배도 고팠다.그녀가 그를 자신이 머무는 곳으로 데려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그가 이토록 비참한 모습을 보이는 걸 본 적이 없었다.그가 그녀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그의 호화로운
"만났어" 그녀는 전화를 받고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한이와 라엘이는?"마이크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 밤 너랑 영상통화를 못 할 것 같아. 한이가 오늘 울었거든."화장실에 있던 박시준은 마이크의 말을 분명히 들었다.한이가 왜 운 거지?박시준은 화장실에서 나와 검은 눈동자로 진아연을 바라보았다.진아연은 이제 그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녀는 그보다 더 놀랐다.한이는 평소 조용한 모습으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어린아이답지 않은 아이였다."무슨 일이 있었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거야?? 선생님께 물어봤어?" 그녀는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그녀는 당장 집에 돌아가 아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오늘 시험을 봤는데 한이보다 성적이 더 잘 나온 친구가 있었대, 그래서 지금 충격을 받았어." 마이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한이는 잠시 동안 누군가가 자기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진아연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조금 불편했다.한이는 항상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았고 그의 세상에서 그는 가장 대단한 사람이었다."한이가 반에서 가장 어리니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는 것도 이해할 만한데 말을 듣지 않아. 내가 설득할수록 더 슬피 울더라니까." 마이크는 오늘 밤 그를 데리러 왔을 때의 장면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한이가 저렇게 무너지는 걸 또 처음 보네!""나 내일 돌아갈 거야." 진아연이 말했다."음... 왕은지가 우리 회사에 스파이를 심어놓은 것 같아. 네가 오늘 국경 수비대에 계약하러 갔잖아. 근데 마침 왕은지도 오늘 빈곤 지역으로 출장을 갔대. 그것도 촬영팀까지 데리고 말이야. 하하하!" 마이크의 웃음소리가 방 안 가득 퍼졌다.왕은지의 이름을 들은 진아연은 갑자기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그녀는 곁눈질로 화장실 문 앞에 서 있는 박시준을 힐끗 보고는 마이크에게 말했다. "내일 만나면 얘기해.""알았어, 티켓을 예매하고 나한테 알려줘. 내일 공항에 데리러 갈게.""그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