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챈 조지운은 사실대로 말해야 했다. "오늘 왕은지를 찾아갔습니다. 그 뒤에 왕은지의 경호원에게 밀려 넘어졌습니다."오늘 아침 조지운은 그에게 그저께의 실검은 왕은지의 비서가 한 일이라고 알려주었다.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시간을 내서 왕은지를 찾아갈 계획이었다.뜻밖에도 진아연이 한발 앞서 찾으러 갔다.휴대폰을 붙잡고 있는 조지운은 그의 가뿐 숨소리를 듣자 바로 긴장하여 말했다. "대표님, 이건 뜻밖의 사고입니다. 진아연을 완전히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도 아이에게 일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많이 슬퍼할 수 있으니, 오시면 그녀를 나무라지 마세요..."박시준은 전화를 끊었다.조지운은 마이크와 사귄 뒤로부터 너무 진아연 편을 드는 것 같았다.그는 아이가 걱정되지만 진아연의 안위까지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진아연과 아이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그는 무조건 진아연을 선택할 것이다.제이 그룹.심윤은 왕은지와 진아연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달려왔다."왕은지, 이게 당신이 말한 계획이에요?" 심윤은 이틀 동안 참았던 화가 단번에 폭발했다. "그녀의 아이들을 폭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나요?!"왕은지는 심윤을 흘겨보았다. "기업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어? 그녀의 아이들을 폭로시키는 것은 둘째고, 그녀의 평판을 깨는 게 주된 목적이야.""미혼모인 걸 가지고 어떻게 평판을 깨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심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그건 네가 몰라서 그래. 우리 제품을 구매하시는 고객들 대부분이 40대 이상이야...""더이상 변명 듣고 싶지 않아요! 진아연의 두 자녀가 박시준의 아이인 건 알고 있어요?!" 심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박시준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진아연 편을 들 거란 생각을 못 했어요?"왕은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미 짐작했어. 그 남자아이는 박시준을 많이 닮았더라고. 박시준이 두 아이가 자기 혈육인 걸 알게 되면
박시준이라고?!병원.마이크가 병실에서 진아연을 지키고 있었다.병실 밖에는 조지운이 박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박시준이 오자 조지운은 바로 그를 안심시켰다. "대표님, 의사가 진아연은 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적어도 일주일 동안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다네요. 감정 기복도 너무 심해서 그래서...""감히 나를 막으려는 거야?" 박시준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조지운은 바로 항복하고 그를 위해 병실 문을 열어주었다.박시준이 병실에 들어가자 조지운은 마이크에게 눈치를 줘 나오라고 했다.마이크는 조지운을 본체만체하며 가슴을 펴고 머리를 든 채 박시준에게 말했다. "아이는 없어졌어."박시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가 있어. 진아연에게 할 말이 있으니까."정신이 없던 진아연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즉시 고개를 돌렸다.조지운이 들어와 마이크를 끌어냈다!병실에는 박시준과 진아연만 남았다.박시준은 침대 옆으로 걸어가 앉았고, 큰 손으로 그녀의 링거를 맞고 있는 손을 잡고 위로했다. "진아연,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너무 슬퍼하지 마."그의 위로는 그녀를 한동안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그의 환상 같은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니 화려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아이가 없어졌는데, 이렇게 침착할 수가 있나?"이제부터 밥 잘 먹고, 몸도 잘 챙겨야 해." 그녀의 작은 얼굴을 보자 그의 마음이 갑자기 뭉클해졌다.그녀가 이 아이를 원했던 아니든 간에, 아이를 위해 그동안 많은 고통의 날들을 견뎌냈는데, 이제 아이가 갑자기 없어지니 칼로 쑤시는 듯 마음이 아플 거라 생각했다."몸 잘 챙기고..." 그녀는 가는 눈썹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리곤요?"그녀의 예민한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그녀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었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몸을 돌보라 하는 것이 다시 임신할 수 있기 위해서일까 두려웠다."진아연, 난 너를 원수로 생각한 적 없어." 그녀의
그녀는 그의 경직된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시준 씨, 이 아이가 어떻게 되든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바라요. 모든 임신에는 유산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에요. 모든 아이가 순조롭게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그녀가 이 말을 하는 건 나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임신 사실을 발견한 후로 그녀는 매우 비관적이었다.그녀가 부상 후 치료받는 중에 운 좋게 임신했으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 아이는 가질 수 없었다.운 좋게 얻은 건 언제든 잃을 수 있는 법이다.그녀의 말은 칼처럼 그를 찔렀다.그는 돌아서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날 위로하는 거야? 마음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게 대체 누군데? 않았어? 네가 애초부터 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으니 그냥 죽었다고 생각해도 되겠네."그는 날카롭게 말하고는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그가 떠난 후 마이크가 문을 밀고 들어와서는 궁금해하며 물었다. "저 인간 왜 이렇게 빨리 간 거야? 무슨 얘기를 했어? 안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던데, 정말로 아이가 없어진 줄 아는 거야?"진아연의 눈은 초점이 없었고, 조금 멍해 있었다. "마이크, 사실 박시준은 나한테 그렇게... 나쁘게 대하진 않았어... 맞지?"마이크는 두손으로 허리를 짚고 심호흡했다. "옛정이 또 살아난 거야?"진아연은 눈을 내리깔고 속눈썹을 살짝 떨며 말했다. "네가 방금 애가 없어졌다고 하니까 나한테는 건강관리 잘 하라고 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지 않을 거랬어."마이크: "박시준이 너에게 나쁘게 대할 때,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더니. 지금 나쁜 사람이 조금 잘해주는 거 같으니까 착한 사람보다 더 착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연아, 너 이거 스톡홀름 증후군일 수도 있어."진아연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왜 그렇게 보는데? 너한테 알려주는 거잖아. 그가 지금 잘해줘도 긴장을 풀면 안 된다는 걸." 마이크는 의자를 침대 옆으로 가져가 앉았다. "진아연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 뭘 하든 나한테 먼저 얘기 좀 해!
왕은지 같이 승리욕이 강하고 그녀를 미워하는 사람이 지금 그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으니 속으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것이다!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왔다.병상 옆에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본 간호사는 깜짝 놀랐다."당신의 개를 데리고 꺼지세요!" 마이크는 그들이 가져온 꽃바구니와 과일을 밖에 내던졌다.왕은지와 비서가 떠난 후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간호사가 약을 바꿔주고 나간 후 마이크는 휴대폰을 들고 진아연 앞에서 흔들었다."방금 지운 씨한테 물었더니 오늘 오전 널 밀친 경호원들은 이미 끝장났다고 하더라." 마이크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박시준이 싫지만, 이번 일은 만족스럽군."진아연: "어떻게 끝장난 건데?"마이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지운이가 너한테 말하지 말랬어... 네가 놀랄까 봐..."진아연: "...""그게 아니면 왕은지가 너에게 사과하러 오지도 않았을 거야. 제대로 겁먹은 거지!" 마이크가 놀렸다. "네가 박시준을 이용해 왕은지를 협박할 줄은 몰랐어."진아연은 약간 얼굴을 붉혔다. "무명의 흑기사는 박시준이 먼저 자처한 거 아냐?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 줘야지.""네 말도 맞아." 마이크가 말했다. "그냥 펫처럼 대해줘! 기분 좋으면 놀아주고, 기분 나쁠 때는 무시하는 거야."진아연은 들은 척 만 척하며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나 먼저 낮잠 자고 있을게. 나중에 깨면 집에 가자.""그래! 푹 자! 난 밖에 나가서 담배나 피워야겠어." 마이크는 그녀를 도와 눕힌 후 병실에서 나왔다....차에 탄 왕은지는 고개를 들었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비서는 조마조마하며 티슈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다 제 탓입니다."왕은지는 티슈를 밀어내고 손으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너랑 상관없어. 내가 충분히 강하지 못한 탓이야! 두고 봐! 언젠가 내가 박시준을 능가하면, 누가 감히 나를 괴롭힐 수 있는지!"왕은지는 이를 악물며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녀는 바로 산부인과를 찾아가려고 했다.그런데 마이크가 그녀를 끌고 초음파실이 있는 층으로 갔다.그녀는 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눈빛으로 물었다."있잖아... 너 바로 가서 초음파 사진 찍어." 마이크는 중요한 부분을 생략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박시준이 왔어. 지금쯤 초음파실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진아연은 그의 팔을 내리며 불쾌하게 말했다. "언제부터 박시준에게 매수된거야?"마이크는 손을 들고 맹세했다. "그런거 아니야! 지운이 나한테 말해준 거야!""그래? 근데 조지운은 박시준의 사람이니까, 조지운에게 매수된거면 박시준에게 매수된 거랑 다를 게 없잖아?""당연히 다르지! 지운 씨는 그 쓰레기랑 달라! 지운 씨는 옳고 그름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마이크는 그녀의 팔을 잡고 해명했다. "지운 씨가 말했어. 그 쓰레기가 널 또 괴롭히면, 회사 때려치우겠다고!"진아연: "그렇다고 네가 모든 걸 그들한테 말할 필요는 없잖아!""모든 걸 말하진 않았어... 예를 들면, 네가 최근 이틀 동안 식욕이 좋아졌고, 별로 토하지 않았다던가. 네가 아이가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도 얘기하지 않았어." 마이크는 탄식했다. "참 아쉽네. 멀쩡한 애가 없어지다니. 그럼 유산 수술도 오늘 하는 거야?"진아연은 속으로 울적했다. "애가 없어진 게 맞으면 수술해야 해."지난 며칠 동안 그녀의 임신 초기 증상이 크게 완화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아이가 없어졌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오늘 병원에 오기 전, 그녀는 아침을 든든히 먹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속이 메스꺼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아이가 없어졌을 수도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병원에 들어서니 고통이 몰려왔다.게다가 그녀는 박시준이 올 줄도 몰랐다.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면 어떤 심정일까?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초음파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초음파실 문밖에 서 있는 남자가 한눈에 보였다.오늘
진아연은 난감해하며 말했다. "마이크, 아이는 무사해."마이크: "정말?"진아연은 마이크의 팔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출근하러 가자!""아이는 정말 괜찮은 거야? 의사가 출근해도 된대?" 마이크는 믿을 수 없었다."그래."아이가 멀쩡하고 몸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여 출근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조지운이 박시준 옆에 서서 말했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곧 아이가 3개월이 될 겁니다. 3개월 후면 안정되어 쉽게 유산하지 않는답니다."박시준의 심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했다..그는 어젯밤 아이가 없어지는 악몽을 꾸었다.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진명그룹.진아연이 회사에 도착하자 부 대표가 즉시 그녀에게 와서 업무에 대해 보고했다.사실 평소에도 회사의 여러 부서장들은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의 업무에 대해 보고했었다.회사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회사의 모든 일을 손금보듯 잘 알고 있었다.부 대표가 업무를 보고할 때 그녀는 탁자 위의 잡지를 집어 들었다.지난번에 그녀를 인터뷰한 이라는 잡지였다.표지 모델은 바로 그녀였다.원래 그녀는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 결국 사진 몇 장을 보내는 거로 대신하였다.잡지의 표지 사진은 그녀가 대학원 재학 시절 학교에서 찍은 사진이었다.사진 속 그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햇살을 받으며 청춘이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는 잡지를 펼쳐 자신의 인터뷰를 찾았다.Q&A 외에 그녀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소개에는 칭찬으로 가득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잡지를 접었다."진 대표님, 회사에서 잡지 5,000권을 구입했어요." 부 대표는 그녀가 잡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고 그것에 관해 언급했다.진아연: "???""부장님이 얘기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모든 직원에게 1권씩 나눠주겠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우리 고객들에게도 드린다고 했어요."진아연은 관자놀이가 아팠다: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요?"그녀는
그는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조지운에게 내선 전화를 걸어 누가 잡지를 보냈는지 물었다.조지운: "진명그룹 직원이 보내왔습니다. 총 20권을 보냈던데요. 제가 비서에게 임원들에게 한 권씩 보내라고 했습니다."박시준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내용은 봤어?"조지운: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퇴근하면 사서 보겠습니다."박시준: "내 책상 위에 있는 거 네가 가져!"잠시 후 회장실에 온 조지운은 박시준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 즉시 잡지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느꼈다.그는 당시 잡지 표지만 쳐다보았다.표지의 진아연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었고, 사진에는 확실히 문제가 없었다. 즉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대표님, 잡지는 제가 가져갈까요?" 조지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가져가!" 박시준의 얼굴은 차가웠고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조지운은 책상 위의 잡지를 집어 들고 재빨리 회장실에서 빠져나왔다.그는 진아연의 인터뷰가 있는 페이지를 찾아 제목을 힐끗 보았다.뭐?!진아연의 남신은 김세연?조지운은 사무실로 돌아와 마이크에게 전화에 걸어 인터뷰가 어떻게 된 건지 물었다.마이크: "왕은지가 성공한 여성 기업가 컨셉을 너무 내세우니까, 회사 노출을 늘리려고 아연이가 그 잡지사의 인터뷰를 수락한 거야. 근데 무슨 일이야?""그래서 김세연을 이용해 핫이슈를 만들려는 거야?""그건 우리 의도가 아니라 잡지사의 의도야. 잡지를 팔기 위해서지!" 마이크가 설명했다. "그리고 김세연이 먼저 진아연이 자기 여신이라고 했잖아...""어떻게 공개적으로 김세연이 자기 남신이라고 할 수 있어? 대표님이 질투하잖아!" 조지운은 목소리를 낮췄다. "게다가 우리 회사까지 잡지를 보낸 건 또 뭐야? 무슨 생각을 한 거야?"마이크는 웃었다. "부 대표가 한 거야. 회사 주요 고객들에게 잡지를 보내라고 했는데, 왜 너희에게도 보냈지? ST그룹이 우리의 주요 고객인 건 맞지만, 너희랑은 그럴 필요 없는 사이잖아!"조지운은 머리가 아파서 전화를 끊었다.그는 잡지를 들고 다시 박
"당신이 만약에 진아연이 아이 출산하는 것을 못 막을 것 같으면, 진아연을 이길 생각은 하지도 말아요!" 심윤은 왕은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제게 투자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마시고요!"왕은지는 의아해했다. "심윤 씨가 박시준한테 돈까지 받아낼 수 있어요?"심윤은 자신만만한 듯이 턱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요, 적어도 2,000억은 더 받아낼 수 있어요."왕은지: "걱정하지 마세요! 진아연 뱃속에 그 아이, 절대 무사히 태어나도록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요."...그날 저녁.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진아연은 집 앞에 주차한 차 한 대를 봤다.집에 손님이 온 건가?진아연은 자기 차를 주차하고는 차에서 내렸다.별장 정문으로 두 아이와 시은이가 걸어 나왔다."엄마!" 라엘이가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다.마이크는 라엘이 진아연에게 달려가기 전에 라엘이를 안아 올렸다."시은이가 왜 여기 있지?" 마이크는 의아했다.시은은 그들에게 다가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연아, 나 먼저 집에 갈게!" 라고 하고는 떠났다.진아연은 라엘을 바라보았다. "라엘아, 시은이 언제 왔어?""오빠랑 저 학교서 집에 도착했을 때 시은이가 이미 집 앞에 와 있었어요." 라엘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시은이가 오빠한테 비밀이라고 하고 전 못 듣게 했어요."라엘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한쪽에 서 있는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비밀?한이랑 시은이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길래?"아연아, 배고프다고 했지? 얼른 밥 먹자!" 마이크는 라엘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한이는 시은과의 비밀을 말하려고 하지 않았고 진아연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진아연은 아들을 존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다음날.전국 어린이 프로그래밍 대회 결승전이 시립 과학관에서 개최되었다.전국에서 온 60여 명의 영재들이 이곳에 모여 치열한 경쟁을 할 예정이었다.관중석에 앉은 시은은 계속 한이가 있는 쪽만 바라보았다.한이는 시은의 추천에 이 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다.선생님이 만약에 이 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