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이 얘기를 꺼내는 거야?" 지금의 그와 진아연한테는 아이가 있기 때문에 박시준은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말하면 안 되나요? 어떤 일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진아연도 과거의 일들을 계속 언급하는 건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런 일들을 바로 설명하지 않으면 나중에 심장을 찌르는 상처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박시준은 그녀를 끌어안고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자고 싶은 거 아니었어? 내가 깨게 한 거야?"갑작스러운 그의 포옹으로 그녀는 당황했다!진아연은 힘껏 밀쳐내고 다시 누워 등만 덩그러니 보였고박시준은 그녀의 야윈 몸매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왠지 안쓰러웠다.진아연은 박시준의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 그녀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직도 알려주지 않았다.물론 박시준도 더는 물어볼 수 없었다.묻지도 않았는데 화를 이 정도로 내고 있는데 계속 묻는다면 아마 밤새 화만 낼 거다.그는 바로 이불을 끌어 올려 덮어주고 다시 그녀의 옆에 누웠다....저녁 6시.마이크와 조지운은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별장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진아연이 보였다."아연아, 네 저녁도 사 왔어. 네가 좋아하는 과일, 밥, 그리고 반찬까지... 빨리 먹어." 마이크는 그녀의 앞에 밥상을 차려놓으며 말했다.진아연은 밥상을 보더니 갑자기 배가 꼬르륵거렸다."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걸 왜 오빠와 저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요? 저와 오빠가 얼마나 얌전한데 왜 아기를 낳으려고 하는 거예요? 저 화났어요!" 라엘은 진아연의 곁으로 다가가 화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을 토로했다.라엘의 말을 들은 진아연은 당황했다."미안해, 라엘아. 엄마가 진작에 너와 오빠한테 말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잘못했어. 반성할게요.""네... 엄마. 사과는 괜찮은데 반성은 됐어요. 어라? 아기는요? 왜 아무도 없어요?" 마음이 여린 라엘은 금세 기분이 풀렸고 진아연의 배를 어루만졌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진아연은 배가 쏙
진아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봤다. "밥 좀 먹게 해줄래? 그 사람이랑 이런 얘기 한 적도 없어!"마이크는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오후 내내 같이 있었는데 무슨 얘기를 나눈 거야? 방금 박시준 씨가 위층에서 내려온 것 같은데? 혹시 네 방에서 잔 거야? 그런 거야?"진아연: "네가 지운 씨를 데리고 집에 왔을 때 내가 너처럼 소란을 피운 적이 있어?""조지운은 내 남자친구잖아. 그럼 박시준 씨는 네 남자친구야? 전 남편과 현 남자친구를 그렇게 비교하면 안 되지. 아니면 전 남편을 현 남편으로 만들 생각이야?" 마이크는 낄낄 거리며 비웃었다.진아연은 시끄러운 마이크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 냈다. "진짜 귀찮게 하네.""알았어, 입 다물게. 일단 밥부터 먹고 있어!" 야윈 진아연만 보면 마이크는 가슴이 아팠다.진아연은 그제야 숟가락을 들고 죽 한술 떴다.죽은 생각보다 뜨겁지만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더욱 뜨거웠다.진아연은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엄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야?"라엘: "엄마, 또 아기를 낳아도 저와 오빠 계속 사랑할 거죠?""물론이지! 엄마는 우리 라엘과 한이를 당연히 사랑하지." 사랑하기 때문에 박시준에게 이들의 정체를 알리기 싫었다.라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호기심 가득한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그럼 배 속의 아기는 남자애에요, 여자예요?"진아연은 웃으며 답했다. "라엘아, 엄마 배 속의 아기는 아직 너무 작아서 남자애인지 여자애인지 알 수 없어!"라엘은 깜짝 놀랐다: "그렇구나...""아직 달걀보다 작아!"라엘은 그녀의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저와 오빠도 어릴 때 이렇게 작았어요?""그래. 사람들은 천천히 조금씩 성장하는 거야."라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물었다. "엄마, 근데 왜 밥을 먹지 못하는 거예요? 설마 뱃속의 아기가 먹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한이는 라엘의 질문이 너무 많아 밥 먹고 있는 엄마가 귀찮을까 봐 급히 동생을 데리고 아이 방으로 들어갔다.마이크는
시은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방에 놓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그래. 저녁은 먹었어?""먹었어! 한이랑 호텔에서 먹었어.""너 한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은데." 박시준은 문득 점심때 마이크와 자리를 바꾼 일이 생각났다.전 같으면 옆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던 시은이었는데오늘은 한이의 곁에 앉으려 했다."난 한이와 라엘 모두 좋아해." 시은이는 왠지 강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한이의 고모이자 라엘의 고모라는 걸.왜냐하면 한이와 라엘에 대한 감정이 오빠에 대한 감정과 비슷했다.박시준은 전에 포레스트 별장에서 진지한을 죽일 뻔한 생각이 들었다.점심때 만난 후로 진지한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왠지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는데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남겨줬다는 생각에박시준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과거의 그라면 스스로 벌어진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걸지 않으면 스스로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 성격이다.한이가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면 그도 이성을 잃지 않았을 거다.하지만 이제는 반성했다. 물론 한이가 잘못했지만 자기도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저녁 식사 때, 시은이는 갑자기 신분증을 들고 찾아왔다."오빠, 왜 난 박 씨 성이 아니야? 우리가 친남매라고 하지 않았어?" 시은이는 방금 한이에게 신분증 사진을 보여줬다.이를 본 한이는 문제를 지적했다.박시준: "시은이라는 이름이 별로야?"시은이: "당연히 좋지! 그래도 오빠와 같은 박 씨 성을 갖고 싶어."박시준: "시은아, 박 씨라는 성은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넌 시은이라는 이름이 딱 좋아. 듣기도 좋고."시은이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오빠 말 들을게."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한이에게 설명했다.한이는 그녀의 신분증 번호로 단독 호적임을 확인했고 박시준과 그 어떤 관계도 없다는 걸 알려줬다."다른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어." 한이는 시은이에게 다른 방법을 알려줬다.시은이는 다시 박시준을 찾아 식당으로 내려갔
진아연은 점점 핫해지는 검색어를 보고 기절할 뻔했다!그녀의 사생활이 엉망이라는 말에 화난 게 아니라양심 없는 파파라치가 아이들의 사진까지 업로드했기 때문이다!물론 정면 사진이 아닌 몰카 사진이지만 정면에서 찍은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아이들의 표정까지 확연히 드러났으며심지어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유치원까지 공개되었다.진아연은 허약한 몸으로 방에서 나와마이크의 방앞에서 노크를하고 들어갔다."마이크, 일어나!" 그녀는 마이크의 이불을 바로 들어 올렸다.다행히 마이크는 속옷을 입고 있었다.알몸으로 벗고 있었다면 진아연은 분명 자신의 무모함에 후회했을 거다."무슨 일이야? 아연아... 벌써 아침이야?" 마이크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아침이야! 조금 있으면 아이들도 깨어날 거야. 한이와 라엘의 사진을 삭제할 방법 없어? 페이스북과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이 사람들 진짜 너무해!" 진아연은 실검에 올라간 뉴스를 보여주며 말했다.마이크는 뉴스에 나온 아이들의 사진을 보더니 벌떡 일어났다."걱정 마, 나한테 맡겨. 누군가 너한테 악의를 품고 한 짓인 것 같은데." 그는 티셔츠를 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컴퓨터를 켰다."맞아. 그럼 누가 아이들의 신상을 폭로했는지도 알 수 있어?" 진아연은 마이크한테 물었다."알 수 있지. 계정을 찾아 파고들면 알아낼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시간을 좀 줘." 마이크는 바로 답했다."그래, 가서 아침 사 올게."마이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나가지마! 그냥 배달시켜. 밖에서 기절하면 어떡해?"진아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뭘 먹을래?""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데... 따뜻한 우유 한 잔이면 될 거 같은데...""집에 우유 있어. 데워줄게." 진아연은 말하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아침 8시.진아연에 관한 인기 검색어는 실검 1위로 올랐고 점점 더 많은 네티즌이 진아연과 아이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그녀의 아이들에 관한 뉴스를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전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 박시준은 지금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이때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깬 그는 바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마이크 씨가 진아연 씨를 위해 가정부를 찾고 싶다는데 제가 찾아주겠다고 하니 바로 동의했습니다." 조지운은 전날 밤 박시준의 지시대로 보고를 올렸다.박시준은 전날 밤 조지운에게 마이크를 통해 진아연의 상태를 항상 지켜볼 것을 부탁했다.조지운은 이런 대표님을 매우 좋게 보았다.그는 아버지의 책임을 짊어지고 싶어 이런 부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조지운은 당연히 바로 동의했다."그래. 내가 알아서 준비할게." 박시준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진아연 씨에 관한 뉴스가 아침부터 실검에 올랐어요. 누군가가 라엘과 한이를 몰래 찍어 유명한 연예 블로거를 통해 안 좋은 글들을 올렸는데요... 진아연 씨가 싱글맘이라고 사생활이 불건전하다며..." 조지운은 계속 상황을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벌인 짓인지 지금 바로 조사해."조지운: "알겠습니다. 대표님, 마이크 씨의 말대로 진아연 씨가 아침 6시에 실검을 확인하고 계속 초조해하고 있다고 알려줬는데 알다시피 진아연 씨는 임신 중인 데다 감정 기복도 심한 상태잖아요. 이런 일까지 더해서 화가 많이 났을 겁니다. 혹시 직접 가서 달래줄 생각 없으세요?"박시준: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데?"조지운: "아직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선물을 사주세요."박시준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물었다. "내 선물을 받아줄 것 같아?"조지운: "선물을 받아주지 않아도 대표님의 성의를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요?"조지운의 말을 들은 박시준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낙태를 허락하지도 않고 임신으로 인한 고통도 함께 견뎌줄 수 없는데 선물을 하는 것 쯤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스타팰리스 별장.마이크는 가정부를 구할 계획을 진아연에게 알려줬다.이에 진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했다. "아직은 괜찮지 않아? 입덧도 심하지 않고
시은이는 이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봐 말을 이어 설명했다. "이건 오빠가 아연이한테 주는 선물이야."진아연은 선물 박스를 닫고 박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죠?"순간 짙은 화약 냄새가 퍼지면서 싸우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 되었다.이를 눈치챈 마이크는 바로 시은이와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부모님이 아이들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면 심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밖으로 끌려 나간 시은이는 바로 라엘과 한이에게 설명했다. "아연이의 선물은 오빠가 사준 거야. 근데 너희 선물은 내가 샀어. 내가 산 거야! 꼭 받아줘야 해!"라엘은 '응' 이라고 대답만 하고 작은 손으로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하지만 진아연이 걱정인 한이는 계속 거실 쪽으로 힐끗힐끗 쳐다봤다."한이 형, 걱정하지 마! 이제 네 엄마가 저 쓰레기의 아이도 뱄으니 함부로 괴롭히지 않을 거야! 우리 같이 나가서 놀까?" 마이크는 한이를 보면서 위로했다.한이: "전 괜찮아요." 그는 아무래도 엄마가 걱정되었다.이때 시은이도 한이의 손을 잡고 위로 해줬다. "우리 같이 나가서 놀자! 오빠는 아연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오늘 아연이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도 뭐든지 다 사주고 싶어 하던데. 아연이를 엄청 아끼고 있어!!"시은이의 말을 들은 한이는 오히려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박시준 같은 나쁜 놈이 사람을 아낀다고?다른 사람이 믿든 말든 한이는 절대 믿지 않았다!거실.박시준은 진아연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박시준은 진아연이가 선물을 거부할 거라는걸 예상했기 때문에시은이한테 선물을 주라고 했던 거다.물론 시은이가 말을 잘못하지만 않았어도 그냥 받아들였을 거다."박시준 씨, 이 선물 설마 임신했다고 주는 수고비는 아니겠죠? 그런 뜻이 아니라면 이건 도대체 뭘까요?" 그녀는 선물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물었다."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줘도 안되는 거야?""왜 아무 이유 없이 저에게 이런 선물을 주신 건가요?" 진아연은 반대로 그에게 물었다."시은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눈이 빨개진 채 그는 소파에서 일어났다."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마세요." 진아연은 차가운 빛을 내뿜는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 "전에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지 않았겠죠. 한이가 당신을 볼 때마다 그날에 있었던 일을 떠올릴 거예요."박시준은 울대를 굴렸다: "넌 내가 걔를 괴롭히는 것만 보았겠지. 걔가 나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물어 본 적 있어?"진아연: "한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든, 당신도 말로 하면 되잖아요. 손댈 필요가 있나요?"그녀의 말이 맞았다.틀린 건 박시준이었다!"그래. 난 정말 야만적이고 무례한 사람이야!" 그는 속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자기가 얼마나 야만스러운지 소개할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그를 노려보았다. "나도 아니까요!"그의 눈에서는 절망이 조금씩 터져 나왔고, 빛도 점점 사라져갔다.설명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유일하게 남은 이성과 존엄을 지켰다.그는 소파 테이블 위의 선물 상자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진아연은 크게 심호흡했다.그가 별장에서 나간 후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그가 그 값비싼 선물을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보았다!미친 거 아니야!그는 미쳤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미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의 차가 떠난 후, 그녀는 이를 악물며 밖으로 나갔다.주방에서 나온 경호원이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고 즉시 따라갔다."대표님, 어디 가세요?"진아연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마당의 문을 나서서 쓰레기통을 열고 박시준이 버린 선물 상자를 꺼냈다.경호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은 그에게 맡기면 되지, 직접 할 필요가 없었다!"평소에 쓰레기를 전부 봉투에 담아서 버려서 다행이네요." 경호원이 난감한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포장도 아직 깨끗하네요!"진아연은 선물 상자를 꼭 쥐고 집으로 돌아갔다.경호원은 그녀를 뒤따르며 잔소리하듯 말했다. "대표님, 이런 말을 하면 안 될
성빈은 의자에 앉아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시준아, 네가 어쩔 수 없이 심윤과 함께 한 건 맞지만, 그건 진아연을 위한 게 아니라 시은을 위해서였잖아." 성빈이 예리하게 분석했다. "진아연은 지금까지도 너와 시은의 관계를 모르니까 화나는 것도 당연하지."박시준의 깊은 눈이 약간 움직였다. "네 생각엔 나와 시은은 무슨 관계인 것 같아?"성빈은 살짝 웃었다: "정말 맞춰보라는 거야?""넌 이미 추측해 냈을 거야." 박시준은 확신했다. "넌 날 잘 아니까.""그럼 넌 진아연이 널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 거에 화가 난 거야?" 성빈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면 진아연과 박시준의 관계는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럼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박시준이 되물었다.성빈: "모든 사람이 너처럼 침착하고 냉정한 건 아니야. 게다가 사랑은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작년에 너도 마이크를 시기했잖아. 그때의 넌 지금만큼 침착하지 못했어."박시준 눈의 빛이 어두워지고 목소리가 조금 약해졌다. "내가 모든 걸 망친 거지.""당연히 아니지!" 성빈은 그가 풀이죽은 걸 보고 말했다. "시은, 네 동생 맞지? 진아연도 그렇게 짐작했을 수 있어. 하지만 네가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아서 확신하지 못하는 거야. 사람은 무언가에 신경을 더 쓸수록 더 쉽게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 되어있어."박시준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모든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어. 너도 진아연도 모두 틀리지 않았어. 둘이 맞지 않을 뿐이지." 성빈이 위로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무자비해 보일 수 있지만, 난 진아연 때문에 네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네가 투자한 비용이 너무 커.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면, 점점 더 나오기가 어려워 질 거야."박시준은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지금 내 아이를 임신한 여자한테서 빠져나오라고?"성빈은 헛기침을 했다. "그게 아니라, 내 말은 너무 진아연에게 집중하지 말라는 거야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