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는 드레스가 놓인 방으로 따라 들어갔고 핑크색 드레스를 선택했다."엄마, 이게 정말 제가 입을 옷이라는 거죠?!" 현이는 이 드레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다른 것도 선택해도 된단다! 결혼식은 이틀 동안 진행되니 매일 다른 의상을 입을 수 있단다!" 진아연은 딸에게 옷을 입히는 것을 좋아했다.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요! 제가 결혼하는 것도 아니구요. 한 벌이면 충분해요."현이는 그 날의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현이는 옷장에서 하늘색 세트를 꺼냈다. "이거 입으면 되겠어요."진아연: "그러렴! 신혼방 보러 갈래?"현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보고 싶어요! 어떻게 꾸몄는지 궁금해요."진아연: "후훗! 하지만 그건 우리가 한 게 아니란다. 유정이 어머님께서 한 거지."진아연은 시댁 식구들을 존중했다. 물론 배유정 가족들이 아무래도 그들 앞에서는 의견을 제대로 말할 수 없기도 했지만 신혼방 만큼은 그녀의 어머니가 꾸몄다.결혼식장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진아연이 신혼방 문을 열었고 현이는 빨간 인테리어에 눈이 아팠다.방에는 빨간 디자인으로 된 종이와 금색 풍선으로 뒤덮여 있었고 침대에는 붉은색 장미 꽃잎이 놓여있었다."와, 정말 멋지네요!" 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큰 오빠도 이 방을 봤을까요?"진아연: "봤단다! 인테리어 끝나고 직접 봤단다."현이는 물었다. "오빠 반응은 어땠어요?"큰 오빠는 비교적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방 역시 회색과 흰색으로 단조로웠다.지금 신혼방은 완전 빨간색과 금색으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평소 그의 차가운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조금 놀라긴 했지만 좀 지나니깐 괜찮아지더라. 이틀만 뭐 지내는 건데."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네 방에 갈까?""네! 엄마, 근데 상민이랑 상미는 자나요?" 현이는 조금 걱정됐다.호텔이 집보다는 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아빠랑 내가 상민이를 돌볼 거고. 유정이 어머님께서 상미를 돌볼 거란다."
진아연: "엄마는 그 말이 아니란다."현이: "서은준 씨 역시 소중한 자식이라구요.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머님께서 슬퍼하실 거예요."진아연: "미안하구나... 엄마가 잘못 생각했다.""엄마, 엄마를 비난하는 건 아니에요. 아직 서은준 씨랑 만나지 않으셨으니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는 건 정상이에요. 제가 엄마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현이가 말했다.진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라서 그런가... 좋게 받아들여지지가 않네.""만약 A국에 오지 않는다고하면 저도... 그 사람과 같이 있지 않을 거예요." 현이가 거듭 약속했다. "걱정마세요. 전 엄마 아빠 곁에서 떨어져서 지내고 싶지 않아요."진아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아연이 방을 살펴본 뒤, 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선물을 준비했는데. 가자구나."현이: "무슨 선물이요?""답례품 선물." 진아연이 말했다. "아주 특별하고 창의적이란다.""아, 사진 봤어요. 상자에 큰 오빠랑 유정 언니, 동생들까지 다 들어가 있던데요. 상자 디자인이 정말 예뻤어요."진아연: "그치. 둘째 오빠가 디자인한 거란다. 그리고 선물은 네 언니가 후원한 거고."현이: "하하하! 근데 선물이 뭐예요?"진아연: "디저트랑 아로마 오일, 스킨 케어 화장품 등등. 상마자다 코드가 적혀 있고 언니 회사에 가서 무료로 새 드론과 교환을 할 수 있단다. 저번에 라엘이가 결혼했을 때, 네 큰 오빠가 자동차까지 후원한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답례품이 놓여 있는 방에 도착했을 때, 현이는 답례품 상자를 열었다.상자는 꽤 컸으며 상자 밑에는 말린 장미 꽃잎이 덮여 있었고 그 위에 아기자기하게 작은 선물들이 놓여 있었다.진아연이 말한 것보다 종류가 더욱더 많았다.또한 상자에는 가족 사진과 이름이 적혀있었다."현이야, 큰 오빠 결혼식 끝나고 T국에 돌아가도록 하렴!" 진아연이 말했다. "T국에서 추석을 보내고 다시 또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또 와야하니까.""큰 오빠 결혼식은 언제인데요?""
유정이 말했다. "현이 씨는 정말 예의가 바르신 거 같아요. 오빠는 현이 씨가 반항을 할까봐 걱정해요. 3년 동안 평소에 맞춰주느라 참고있는 거라고 말이죠."현이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연기력이 좋지 않아요. 혼자 살 때도 이런 성격이었어요."유정: "그렇다면 현이 씨가 좋아하는 서은준 씨라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겠죠."현이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결점이 좀 있어요. 아빠, 엄마, 오빠랑 언니가 생각하기에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과 교류를 잘 하지 못 하거든요. 그게 아마 답답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회사를 차려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직 초반이라 성과를 보지 못 했어요."유정: "성격 문제가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요. 한이 씨도 아시다시피 말이 없는 스타일이니까요. 지금 서은준 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겠죠. 그저... 아버님, 어머님께서 보통의 남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게 걱정되네요."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실은 저도 아주 평범한 사람인 걸요.""어떻게 평범할 수가 있어요? 얼마나 대단한데요! 저보다 더 멋진 여성이에요." 유정이 말했다. "그래서 아버님, 어머님께서 사위 조건이 더 까다로울 수도 있어요.""유정 언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제가 아직 어려서 너무 순진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도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해요. 그래서 서은준 씨에게 저랑 같이 A국에 오자고 강요하지 않는 이유도 있구요.""하지만 제 생각에는 현이 씨와 함께 A국에 오고 싶어할 거 같은데요."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진지한과 배유정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현이가 신부 들러리로 설 수도 있었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현이의 신분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들러리가 될 수 없었다.결혼식 도중, 신부는 울지 않았고 오히려 현이가 울었다.라엘이가 현이에게 티슈를 건네주며 말했다. "현이야, 유정 언니 부모님, 동생들 표정 좀 봐봐! 다들 기뻐
현이는 조난의 메시지를 보고 바로 대답했다. "혹시 서은준 대표님은 지금 어떠세요? 잘 계시죠?"조난: "아무 문제 없어! 그저 투자자가 와서 좀 괴롭히긴 하네."현이: "네? 제가 생각하는 거?"조난: "생각하는 게 뭔데? [의문]"현이: "괴롭힌다고 하지 않았어요? 혹시... 그 남자가 대표님을...?"조난: "하하하! 아니야! 그 분이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 저희가 데리고 다닌다고 고생 좀 했죠. 또 사람들 많은 곳은 안 가려고 하셔서."현이: "어디 어디를 가셨는데요?"조난: "바, 클럽... 뭐 남자라면 좋아할 만한 곳들이겠지?!"현이: "..."조난: "하하, 아무튼 이번에 온 투자자 두 분은 좀 이상하긴 해. 현이 씨, 아무튼 이 일에 대해서는 돌아오면 내가 설명해줄게. 집에 가니까 좋지?"현이: "네, 너무 좋아요!"조난: "언제 오나 기다렸잖아, 정말. T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는 줄 알았어!"현이: "돌아갈 거예요. 아, 혹시 필요한 게 있을까요? 제가 여기서 사갈게요."조난: "음, 제가 알기로는 엄청 유명한 드론 제조 회사가 있다고 들었어. 이름이 진명 그룹... 이었던 거 같은데. 아무튼 그 회사에서 나온 제일 최신 드론을 구입할 수 있을까? 돈은 바로 계좌로 넣어줄게!"현이는 미소를 지었다. "문제 없어요."조난: "아, 근데 거기 진지한 씨가 결혼했다는 뉴스로 엄청 떠들썩하던데! 진명 그룹 대표의 오빠라고 하던데. 아, 그리고 결혼 상대가 매우 평범하다고 들었어."현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소문이 났다면 저도 당연히 알죠."조난: "아무튼 그런 집안에서 태어나면 얼마나 행복할까!"현이: "네."조난: "현이 씨, 내가 알기로 현이 씨 집안도 부유하다고 알고 있는데. A국에서 대략 얼마나 잘 사는 수준인 거야?"현이는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응시했다. 조난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서 이렇게 물어보는 걸까.굳이 진명 그룹을 언급하고, 갑자기 한이 오빠에 대해서 말하지 않나. 마지막에는 그녀의
현이: "네 큰 오빠가 여자를 보내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아서 지금은 또 그곳에 투자자 명목으로 직원을 보내서 매일 나이트 클럽, 바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한데. 그런 곳은 어느 남자라도 좋아하는 곳이잖아."라엘이는 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마. 큰 오빠도 생각이 있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지."현이: "네. 전 근데 진짜 그 사람을 믿어요."이틀 후, 현이는 T국에 도착했다.이번에는 혼자 왔다.원래라면 진아연은 성호와 같이 가라고 했지만 현이가 원하지 않았다.진지한이 서은준에게 사람을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진아연 역시 단호하게 말할 수 없었다.공항에서 나온 현이는 조난과 서은준을 보았다.조난은 밝은 미소로 그녀를 반겼지만 서은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마치 조난에게 강제로 이곳에 끌려온 사람처럼 말이다.현이는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둘이 같이 저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조난: "당연하지! 우리가 얼마나 생각하는지 이제 알겠지?!" 조난이 말하며 그녀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가져가며 말했다.현이는 웃으며 서은준에게 물었다. "대표님, 오늘은 출근 안 하세요?"조난이 대신 대답했다. "오늘 주말이잖아! 만약 오늘 데리러 오지 않았다면 또 안태수 씨랑 같이 있었을 거야.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여기 온 거구! 아마 부르지 않아도 왔을 걸?!"현이가 그 말을 듣고 농담을 건넸다. "대표님, 그 안태수 씨랑 같이 있기 싫으면 거절하시면 되죠!"조난이 끼어들며 말했다. "거절하기 좀 그렇지. 그 사람들 투자를 받았으니까."현이: "제가 갈 때만 해도 계약 체결하지 않았잖아요? 왜 다시 투자 받기로 결정한 거예요?"조난: "그 사람이 가져온 계약서를 변호사에게 검사를 받았는데 별로 이상한 조항이 없어서."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행이네요!"조난: "근데 그 사람들은 일을 하러 온 것처럼 보이진 않아."현이: "그렇군요. 월요일에 제가 가서 만나볼게요."조난: "그래! 아, 근데 아직 호텔에서 머물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 조난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은준아, 네가 현이 씨를 좀 데려다 줘! 난 여기서 기다릴게!"서은준은 현이에게 큰 캐리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차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현이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조난에게 말했다. "오늘 고마웠어요! 나중에 제가 밥 살게요."조난: "네! 하지만 전 둘의 좋은 소식이 더 듣고 싶네요."현이는 얼굴을 붉히며 차에서 내렸다.서은준은 이미 현이의 캐리어를 트렁크에서 꺼냈다.두 사람은 호텔로 들어갔다.현이는 한 달 동안 호텔을 예약했다.서은준은 그녀 옆에 있으면서 한 달 예약시 할인이 있는지 묻는 것을 지켜보았고 프론트 직원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한 뒤, 체크인 수속을 밟았다.현이는 비용을 지불한 뒤, 룸 카드를 받고 서은준을 보며 말했다. "이제 가셔도 되요!"서은준은 여행 가방을 끌고 현이를 따라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대표님, 왜 아무 말도 없으세요?" 현이는 엘리베이터에 탄 뒤, 서은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서은준: "무슨 말요?" 그는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현이: "떡을 가져왔어요. 종류도 많답니다."서은준: "알았어요.""전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시길래요. 왜 답장 안 하셨어요?" 현이가 물었다.서은준: "메시지 보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현이: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엘리베이터가 지정된 층에 도착하자 멈췄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방으로 향했다.방에 들어간 뒤, 현이는 서은준이 들고온 캐리어를 가져와 여러가지 떡 종류를 꺼내 서은준이 선택할 수 있도록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서은준: "꼭 먹어야해?"현이: "한번 먹어보세요!" 현이는 떡 포장을 뜯은 뒤 서은준에게 건넸다. "생각보다 맛있어요. 느끼하지도 않구요."서은준은 떡을 받아 한입 베어물었다.현이는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때요? 맛있죠?"서은준: "네, 괜찮네요."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느끼하지도 않고요." 현이는 그 말을 하며 캐리어에
현이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서은준 씨, 제가 숨기려고 숨긴 게 아니에요. 그저... 가족을 위해서 제가 노출을 할 수 없던 상황 때문에 그런 거예요. 3년 전과 다르게 많은 것들이 변하긴 했으니까요."서은준: "하, 그러니까 이제 당신은 부잣집 큰 딸이니깐 함부로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는 거 잖아. 만약 노출된다면?"현이: "그건 크게 상관은 없어요. 그저 부모님께서 제 안전을 걱정하셔서 그렇게 결정을 내린 거예요. 그래서 저번에 경호원과 함께 온 거구요."서은준은 다시 몸을 돌려 현이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름이 박현... 혹시 아버지가... 박시준?"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여름 방학 때, A국에 갔는데 거기서 우연치 않게 친부모님을 찾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T국 신분을 없앴구요."서은준: "이해해. 친부모님을 찾았다니 다행이네. 더 이상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할 필요도 없고... 사람들의 눈치도 볼 필요 없고 말이야."현이: "사실 제 얼굴에 있던 상처는 가짜였어요.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려고 일부러 못생기게 만들었던 거였어요. 그래서 친부모님이 저를 찾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구요. 어머니가 저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한 거였죠."서은준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만약 어른들의 일방적인 결정이 없었다면 현이의 생활은 조금더 나아지지 않았을까?현이는 서은준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 "도련님... 아니. 서은준 씨, 좋아해요. 이 말을 전하려고 이렇게 온 거예요."서은준은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몽롱해 지는 것 같았다."우린 어울리지 않아." 서은준이 대답했다.현이: "지금 친부모님이 너무 부자라서 그래요? 제가 집에 돈이 없었다면... 거절하지 않았을 건가요?"서은준: "지금 투자자들... 네 가족들이 보낸 거지?"현이: "큰 오빠가 당신을 테스트하고 싶어해요."서은준: "가족들에게 대체 뭐라고 했길래?"현이: "그냥.
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저랑 있고 싶다면... 저랑 같이 A국에 돌아가야해요."서은준은 고개를 저었다.현이: "너무 빨리 거절하지 마세요. 제 가족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구요. 친절하고 저를 존중해 주세요. 만약 절 존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당신을 만나러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서은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잘 사는 모습을 보지 좋네. 하지만 난 이곳에 있을 거야."그에게 이곳은 고향이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 역시 이곳에 있으니 떠날 수 없었다.사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 때문에 다른 나라에 정착할 용기가 없었다.그의 자존심은 생각보다 강했다.현이의 가족이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그는 돈을 위해 자신의 자존심까지 버리지는 못했다."이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이제 다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먼저 친구로 지내는 건 어때요?!" 현이는 환하게 웃었다.서은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현이는 서은준 곁에 다시 다가가 말했다. "도련님."서은준은 약간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부르지마."현이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오랫동안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서 그런가. 저도 조금 어색하네요."서은준: "앞으로 그렇게 부르지마. 서씨 가문 사람이 이제 아니니까."현이: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대표님? 아님 그대로 은준 씨?"서은준: "도련님만 아니면 뭐든 다 괜찮아.""서은준 씨, 저 예전에 학교에 찾아간 적 있어요! 소원카드에 메시지도 남겼는데." 현이가 말했다.서은준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아. 진짜 어이가 없었지. 소원 카드를 총장 건의함에 넣을 줄이야."현이가 크게 웃었다. "마이크 삼촌이 생각한 거였어요.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너무 많길래 직접 저를 데리고 총장실 앞에 있는 건의함에 넣으라고 했어요. 학교 직원들도 잘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요."서은준: "틀렸어. 바로 날 불러냈으니까."현이: "설마 엄청 혼났나요?"서은준: "그냥... 건의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