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이: "오빠도 사실 마찬가지예요. 그래도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조금 괜찮은 것 같아요."배유정: "현이야, 난 그리 용감한 사람이 아니야. 헤어지고 하루하루가 힘들었어. 내 결정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끔 후회하고 있어. 그런데 감히 아무한테도 후회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현이: "유정 언니, 어떤 마음인지 이해해요. 그런데 큰 오빠는 진짜 좋은 사람이니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만약 큰 오빠가 언니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결혼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배유정은 그녀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일단 돌아가면 자세히 얘기해 볼게.""두 사람 함께 있으면 대화를 많이 해야죠!" 현이는 밥 먹으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저희 부모님도 젊을 때 자주 다퉜어요. 물론 저는 아직 연애한 적 없지만, 다들 너무 어려서 서로의 실수에 눈감아줄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어요. 헤어지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자주 다투고 싸우면 오히려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부모님을 보면 이제 다투지도 않잖아요. 제가 집에 돌아온 후로 다투는 모습을 딱 한 번 봤어요.”배유정은 그녀의 말에 순간 궁금해졌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다퉜어?"현이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언니가 상민이를 집에 보냈을 때 크게 다퉜어요. 당시 다들 큰 오빠의 아이라 생각도 못 해서 엄마는 상민이가 아빠의 아이라고 생각했죠. 두 사람 너무 심하게 다퉈 이혼할 뻔했었어요."배유정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자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탓에 그런 오해가 일어났었구나.""며칠 동안 다퉜는데, 그래도 결과를 알게 되고 더욱 돈독해졌어요. 하하!" 현이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진짜 서로를 사랑한다면 이런 오해 때문에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3일 후, 현이와 배유정은 A국으로 돌아왔고배유정은 박씨 별장으로 돌아가자 아이들부터 먼저 안았다.진아연: "유정아, 살이 너무 많이 빠졌네! 이따 많이 먹어.""어머님, 죄송해요." 배유정은
배유정은 그의 말에 당황했지만, 이런 감정들은 곧 감동으로 바뀌었다.진지한은 그녀의 모습에 말을 이었다. "우리의 신분 차이로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 만약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공부로 네 가치를 높이면 되잖아. 피하는 건 가장 쓸모없는 방법이야."배유정은 그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생각 하지 않을게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먼저 지한 씨와 말할게요.""그리고 나와 말하기 불편하면 동생과 얘기해도 괜찮아." 진지한은 말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현이야, 오해를 풀어줘서 고마워."현이는 그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큰 오빠, 저희 모두 가족이잖아요.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진지한: "졸업 후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 계획이라도 있어?"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들 모여 있으니 차라리 이 자리를 빌려서 얘기하기로 했다."저 일단 T국에 가고 싶어요. 저를 키워준 아줌마가 그곳에 묻혀 있잖아요.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한동안 T국에 머물고 싶어요." 현이는 담담하게 자기 계획을 알렸고다들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현이는 A국으로 돌아온 후 T국에 가본 적이 없었고시간이 어느덧 3년이 지나 현이도 자존감이 낮은 소녀에서 자신감 가득한 아이로 자랐다.박지성은 그녀의 말에 바로 말을 이었다. "현이야, 나중에 여름 방학 때 오빠와 함께 가는 건 어때? 나도 T국에 가서 놀고 싶어."현이는 그의 말에 웃었다. "둘째 오빠, 솔직히 T국에 재미있는 곳이 없어요. 저도 그냥 잠깐 갈 생각이에요. 정 걱정되면 경호원만 데리고 갈게요."진아연은 사실 딸이 T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T국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아무리 힘든 삶이었어도 어린 시절의 모든 추억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현이야, 그럼 엄마와 함께 갈까?"현이: "엄마와 아빠는 큰 오빠와 유정 언니의 결혼식에 신경 써야
배유정은 머리를 진지한의 가슴에 기대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저희 앞으로 헤어지지 마요. 혹시 나중에 야근하면 제가 집에서 기다리고 휴일이면 곁에 함께 있을게요."진지한: "그래."다음날 배유정은 디저트 카페로 돌아왔고한지윤은 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 카페에 나왔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디저트를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배유정은 자리에 앉자 먼저 입을 열었다. "지윤아, 나 아무래도 디저트 카페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한지윤: "왜?"배유정: "공부 때문에 당분간 카페에 올 수 없을 거아.""무슨 공부할 생각이야?""경영 관리에 관한 공부를 할 생각이야.""아... 그럼 공부하고 나중에 진지한 씨의 가족 사업 도와줄 생각이야?" 한지윤은 배유정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왜냐면 배유정이 앞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니까 말이다.배유정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공부하면서 천천히 계획 세울 생각이야! 지한 씨 가족분들은 나한테 부담도 주지 않고 무엇을 하든 지지할 거라고 말했어."한지윤은 그녀의 말에 언성을 높였다. "배유정, 너 진짜 너무해! 방금 했던 말들이 나한테 얼마나 큰 상처인지 모르지? 남편은 훌륭하고 시부모님은 실력 있지. 네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지?"배유정: "괜찮아. 우리 약속했잖아. 나중에 지한 씨와 결혼하면 주위 솔로인 친구분을 소개해 주겠다고 말이야."한지윤은 그녀의 말에 살짝 감동받았다. "그런데 네 남편은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일만 아는 양반이라 친구라고는 일밖에 없는 것 같은데."배유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친구가 없어도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있잖아! 아무튼 앞으로 괜찮은 남자가 있으면 내가 소개해 줄게."한지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배유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파트너라면 지한 씨한테 연락처 있지 않을까?"한지윤: "너무 귀찮잖아! 나중에 내 사진으로 디자인된 휴
다들 그의 말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이때 비서 한 명이 추형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추 비서님, 그럼 대표님께서는 누구한테 마음이 있는 건가요? 저희한테 미리 알려주시면 안 돼요? 배유정 씨는 전에 대표님과 잠자리를 함께 했었고 사동 씨도 꽤 이쁘잖아요!"추형: "사동 씨께서 나오면 알게 될 거예요.""네! 그럼 사동 씨는 가망이 없는 거네요."추형: "눈치가 꽤 빠르네요.""왠지 방금 말할 때 표정이 너무 섬뜩해서 말이죠."추형은 코끝의 안경을 올리면서 물었다. "그래요?""네. 그리고 사동 씨가 좋은 일로 회사에 온 것 같지 않아서 말이에요." 비서는 차분하게 자기의 생각을 알렸다. "추 비서님께서 전에 배유정 씨가 올 때는 웃으면서 반겼는데, 오늘은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말이죠."추형의 그의 분석에 엄지를 척 들었다.대표님 사무실.사동은 사무실로 들어가자 웃으면서 진지한의 앞으로 다가갔다."지한 씨, 전에 만날 때 연락처도 주지 않더니 오늘 이리 불러서 정말 기뻐요."진지한: "누가 배유정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하라고 했죠? 사동 씨, 전에 아버님께서 소개해 줄 때 어릴 때부터 최신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고 들었는데, 이게 바로 당신들이 말한 교육 성과인가요? 그리고 제가 배유정 씨와 헤어지면 당신과 사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사동은 그의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배유정 씨가 뭐라고 말했어요?"진지한: "그래도 배유정은 당신처럼 제 앞에서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사동 씨, 오늘 당신에게 배유정은 제 아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불렀습니다. 저는 그녀와 결혼할 거예요. 앞으로 혹시라도 허튼소리를 한다면 대화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사동은 진지한의 말에 괴로운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한 씨, 배유정 씨가 뭐가 그리 좋아요?"진지한: "그녀에 대한 좋고 나쁨은 다른 사람이 평가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면 충분해요."사동: "그럼 적어도 왜 그녀를 선택하고
진지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비서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추형은 바로 진지한에게 다가갔다."대표님, 혹시 무슨 일 있어요?"진지한: "동생이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졸업 선물을 준비해야 해서 말이야."진지한은 현이가 곧 T국에 간다는 생각에 뭔가를 선물하고 싶었다.추형: "대표님, 현이 씨한테 어떤 선물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살까요? 아니면 저희 함께 가서 고를까요?"진지한: "난 유정이와 함께 갈 생각이야."추형: "..."진지한은 말을 마치자 바로 자리를 떠났고회사에서 나와 배유정을 데리러 집으로 갔다.배유정은 차에 타자 먼저 입을 열었다. "현이 뿐만 아니라 라엘이한테도 선물해야 해요! 전에 임신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한다고 하지 않았어요?"진지한: "그래. 그럼 지성이의 선물도 함께 사자!""네. 그럼 지한 씨는 지성이의 선물을 생각하고 저는 라엘이와 현이의 선물을 생각해 볼게요." 배유정은 동생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곰곰이 생각했고진지한은 그녀를 보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차라리 네 동생한테도 선물을 준비해 주는 건 어때? 전에 올 때 얘기도 못했네.""하하! 그런데 동생이 지한 씨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원래 내성적이고 소심해 낯선 사람과는 말도 잘 하지 않아요." 배유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엄마는 항상 저와 동생의 성격이 바뀌었으면 했어요. 저는 조금 대담하고 동생은 겁이 많아서 말이죠.""그런데 왜 나를 무서워하지?" 진지한이 그녀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네 동생한테 꽤 잘해줬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지한 씨가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런 거예요.""대단한 사람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더 강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진지한은 담담하게 배유정과 자기 경험을 공유했지만배유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에 동생이 오면 꼭 그리 전해 주세요. 그리고 저는 지한 씨가 무섭지 않아요.""지금은 무섭지 않은데 처음에는 무서워했잖아."진지한
진지한: "가족분들 모두 낙관적인 성격인 것 같네."배유정: "저희 가족은 그래도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삶이 힘들 때 저희보다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다시 힘이 생기죠."진지한: "유정아, 우리 결혼식은 너와 엄마가 함께 준비했으면 해! 그래도 우리 결혼식이니 네 생각을 엄마한테 알려주면 돼. 그리고 결혼식을 올리고 다른 일들을 생각하자."배유정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도 괜찮아요. 다만 아이들은 나중에 학교 다니고 제 곁을 떠날 텐데 자기 할 일이 없으면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진지한: "그럼 아이들이 학교 다니고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그때쯤이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까 봐 그런 거예요."진지한: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도 24시간 내내 돌보지 않잖아. 그리고 가정부들도 있어서 집에서 공부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나중에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도 그런 걱정 할 필요 없잖아."배유정: "네. 일단 결혼식을 올리고 생각해요! 지한 씨, 그런데 들러리는 누구한테 맡길 생각이에요?"진지한: "지성이한테 말할 생각이야."배유정: "혹시 주위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있어요?"진지한: "지성이 혼자로 충분하지 않을까?"배유정: "그럼 한 명만 찾을 생각이에요?"진지한: "많이 부를 필요가 있을까? 너도 친구인 한지윤 씨뿐이잖아."배유정: "네! 제가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줬었죠. 그래서 항상 고마운 마음이에요."진지한: "아직 솔로인 들러리를 찾아 네 친구한테 이들 중에서 골랐으면 하는 생각이지?"배유정은 그의 말에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졌다. "꼭 선택하기 위한 건 아니에요. 이런 일은 두 사람의 인연이죠. 저는 사실 지윤이가 꽤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해요.""훌륭한 사람이라면 주위에 구혼자가 많을 거야. 사실 주위에 아직 미혼인 친구들이 별로 없어. 그리고 돈 많고 아직 솔로인 친구들은 더 적고 말이야." 진지한은 말하면서 누군가 떠올랐는지 말을 이었다. "추형은 여자친구가
이때 마이크가 다가와 현이한테 물었다. "현이야, 졸업 축하해!"현이: "마이크 아저씨, 왜 상민이와 상미를 안으러 가지 않았어요?"마이크는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실컷 안고 가서 안을 거야. 그런데 네 오빠도 참 의외야.""인생은 항상 놀라움이 존재하는 법이죠.""그래! 그럼 졸업하고 뭐 할지 계획 세웠어?" 마이크는 궁금한지 현이에게 물었다.현이: "저 T국에 갈 생각이에요.""T 국?" 마이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그녀한테 물었다. "...서은준?"현이: "..."현이는 마이크의 기억력이 이리 좋은지 몰랐다!그녀는 몇 년 전에 마이크한테 한번 말했었는데, 마이크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다.현이는 빨개진 얼굴로 마이크한테 설명했다. "저는 아주머니를 보러 가는 거예요.""아, 성묘하러 간다면 네 아주머니의 묘를 A국으로 옮기면 되겠다. 그럼 앞으로 편하잖아. 그런 이유 때문에 T국까지 가면 너무 힘들잖아!" 마이크는 현이에게 진심 어린 제안을 알렸고현이는 그의 말에 얼굴이 더 빨개졌다. "마이크 아저씨, 성묘뿐만 아니라 T국에 가고 싶은 거예요. 그래도 그곳에 10년 넘게 살았잖아요."마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럼 혼자 가는 거야? 아니면 다른 사람과 함께 가?""경호원과 함께 가면 괜찮아요." 현이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부모님께는 이미 말씀드렸어요.""네 부모님은 이제 손자도 있어서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야. 그리고 너도 성인이니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구나." 마이크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밖에 있으면 항상 안전에 유의해야 해. 넌 다른 사람과 신분 자체가 다르잖아. 네 부모님께서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현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할게요."저녁 10시, 진아연은 라엘을 집으로 보냈고 유정이와 상민이, 상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상민이는 진아연의 품에서 새곤새곤 잠들었고 상미는
지도 교수님이 보낸 것이었다.지도 교수님은 그녀의 논문에 거의 문제가 없으니 논문발표를 준비해도 좋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지도 교수님은 현이가 지난 2년여간 방송사 인턴으로 경험을 쌓은 뛰어난 아나운서로 남길 바라며,계속 안 하겠다는 건 집안이 동의하지 않아서냐고 묻기도 했다.현이는 곧 지도교사에게 답장을 보냈다: 우리 부모님은 저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으세요. 그냥 제가 쉬고 싶어서 그래요.그러자 지도 교수님에게서 답장이 왔다. 교수: 잠시 쉬는 것도 좋지. 토요일 논문 발표 때 늦지 마.현이: 네.일찍 쉬세요!문자를 보낸 후 현이는 티켓 구매 앱을 켜고 T국 행 항공권을 보기 시작했다.어느덧 토요일이 되었다.현이는 논문 발표에 참석한 후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가족이 모두 모여있는 걸 본현이는 놀라서 멍해졌다."왜 다들 집에 있어요? 오빠, 언니, 출근 안 해요?""너 오늘 밤 비행기로 떠난다고 엄마가 그랬어." 진지한이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현이: "엄마, 제 비행기표 봤어요?"진아연은 테이블에서 비행기 표가 든 봉투를 집어 들고 말했다. "집에 왔길래 궁금해서 뜯어봤어. 화난 거 아니지?""하하하! 당연하죠. 비행기표 끊은 걸 깜빡할 뻔했어요. 그저께 저녁에 닥치는 대로 샀는데 오늘 논문 발표가 끝나면 말할 예정이었어요. 논문 발표를 망치면 오늘 갈 수 없어요.""엄마는 네가 T나라에 꼭 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오늘 밤에 가고 싶으면 가! 너 가기 전에 가족끼리 식사나 한번 하자고 다들 불렀어.""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잠깐 다녀오는 거예요." 현이가 엄마를 덥석 안았다."네가 돌아온 후 우리는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는데, 지금 혼자 멀리 떠나려고 하니 어떻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니?" 진아연이 말했다. "밖에 오래 있지 마렴. T국엔 지난 추억은 있겠지만 이젠 지인이나 친구는 없잖니."사실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그녀의 고등학교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