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정은 솔직히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그 사람의 회사에서 주최한 행사였기 때문이었다.세 가지 이유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재, 그녀는 그 회사의 직원이 아니었다. 두 번째, 그녀는 상민의 엄마였다. 세 번째,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남자를 찾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이 이유로 배유정이 유원동과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그녀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유원동은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도 잘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사가 진지한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아예 그쪽 사람들과 얽히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이번에 부탁을 들어주는 건 원동 씨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서에요. 그러니 다음에는 이런 부탁하지마세요." 배유정이 말했다."정말 그렇게 가기 싫어? 그렇게 싫으면 오지 않아도 돼." 유원동은 그녀의 차가운 대답에 그가 말했다.사실 유원동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 이유도 있었다."이미 간다고 말했잖아요. 저녁에 데리러 오세요!" 배유정이 말했다. "그리고 원동 씨도 알겠지만 지금 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없어요. 그것만 알고 있어요.""유정아, 너무 긴장하지마. 반드시 남자를 만나라고 하는 건 아니야." 유원동이 말했다."네."통화가 끝난 뒤, 배유정은 시간을 보았고 아직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았다.배유정의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너무 원동이에게 쌀쌀맞은 거 아니니.""그랬나요?" 배유정은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는 애한테 거절만 하면 되지. 화를 낼 필요가 있니." 배유정의 어머니는 말을 마친 뒤, 부엌으로 들어갔다.배유정은 책상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향해 걸어갔다."엄마, 엄마도 아시다시피 저 애기 엄마잖아요... 그런 싱글 파티에 제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배유정은 감정을 억제하며 어머니에게 다시 말했다. "원동이가 그런 말을 하니 저도 모르게 긴
지금의 그녀는 일과 아이 일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삶은 더욱더 바빠져가만 갔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배유정은 아이를 안아들고 엄마에게 점심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상미는 또래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소란을 피운 적이 없었고, 절대 뛰어다니는 일이 없었다. 조용히 어른들 옆에 앉아있었다.배유정은 운전 필기책을 가져와 딸에게 질문와 답을 읽어주었다.이렇게 하면 아이도 공부도 같이 할 수 있었다.한참을 책을 읽어주자 상미는 손을 뻗어 책을 뒤집었다.재미가 없다고 생각한 거 같다.배유정은 바로 딸을 안고 창가로 데려가 바깥 풍경을 보여줬다."나가서 놀까?"아이는 옹알이 소리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근데 어쩌지. 감기에 걸려서 집에서 있어야 해! 아니면 엄마 화장하는 거 볼래?" 배유정은 딸을 방으로 데려갔다.딸을 앉힌 뒤,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그래도 파티인데 나름 차려입고 가야할 것 같았다.어느덧, 저녁이 되었다.유원동은 그녀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배유정은 엄마와 딸에게 인사한 뒤, 집에서 나왔다.유원동은 배유정의 화장한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다 반하겠네."배유정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지금 나 놀리는 거죠?""본판이 예쁘니깐 뭘 해도 예뻐보인다는 말이야." 유원동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호텔.추형은 호텔에서 가장 큰 연회장을 예약했다.천 명 정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라 했다.유원동과 배유정이 도착했을 때, 이미 연회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찼다...유원동은 살짝 놀랐다."유정아, 저기 초록색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유부남이야. 근데 유부남이... 엄청 많네."배유정 역시 미소가 사라졌다."자, 내가 말했지? 그냥 다들 즐기려고 온 거니까 부담가지지 말라고." 유원동은 배유정을 데리고 뷔페 구역으로 향했다. "오늘 그냥 내가 너 밥 사주려고 부른거라고 생각해.""
진지한은 오늘 밤 아이와 집에 있었다..왜냐하면 상민이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었다.아이가 감기에 걸렸기 때문에 모든 것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울면 바로 안아줘야 했다.진지한은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가 감기에 걸려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진아연이 오늘 있는 회사 파티가 열리는 것을 알고 진지한에게 말했다. "파티에는 가지 않아도 되겠니? 상민이 목욕할 시간도 됐는데."진지한은 상민을 보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많은 게 당연하지. 네가 주최해 놓고 가지 않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진아연은 시간을 한번 보더니 이어서 말했다. "뭐 너무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단다. 직원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겠네.""엄마, 엄마가 가고 싶은 건 아니시구요?" 진아연이 물었다. "상민이는 이제 잘 시간이니까. 아버지랑 갔다 오세요.""가고 싶지는 한데. 우리 상민이가 아파서 네 아빠랑 나랑 오후 내내 지켜봤거든." 진아연은 약간 피곤한 듯 하품을 했다. "그럼 엄마는 씻으러 가볼게."진아연이 자리를 뜬 뒤, 진지한은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들었다.추형으로 부터 온 메시지 알림을 보고 바로 들어가 확인했다.맨 아래에는 사진 하나가 같이 와있었다.진지한은 사진을 클릭했고, 사진에는 배유정의 얼굴이 보였다.배유정은 뷔페 쪽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그리고 그녀 옆에는 유원동이 서있었다.이 두 사람은 싱글 파티에 와서 데이트를 즐기는 듯 해보였다.솔직하게 말해서 진지한이 의도한 싱글 파티와는 완전히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진지한은 휴대폰을 들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파티를 보러 가기로 결심했다.연회장.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모두 젊은 남녀들이었고, 같은 계열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마치 이산가족 상봉 같은 느낌이 좀 있었다."원동 씨, 그만 좀 먹고! 저기 여자들한테 가서 대화 좀 하고 연락처 좀 물어보고
"유정아, 대기업이든 중소 기업이든. 자기 가게를 열든. 모두의 목표는 돈을 버는 거야. 그러니 다들 마찬가지란 얘기지. 그리고 월급보다 네가 버는 돈이 더 많을 걸.""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배유정은 그의 말에 뭔가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진지한이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그의 눈에 두 사람이 열정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대표님, 오셨습니까?" 추형은 대표가 오는 것을 보고 바로 달려가 말했다. "오늘 파티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직원들이 다들 즐거워 합니다!"진지한: "오라고 메시지 보낸 거 아닙니까?"추형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졌다. "아, 배유정 씨에 대한 일이라 생각해서 보낸 거였습니다.""근데 왜 하필이면 싱글 파티에 초대한 겁니까?" 진지한이 물었다.추형: "아... 사실 두 분 사이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뭐 오신다고 하기에 뭐 많이 드실 거 같지도 않고 해서 그냥 불렀습니다..."진지한이 걱정하는 것이 설마 그녀가 많이 먹을까봐 그런 것일까?"이번 달 보너스는 없는 줄 아세요." 진지한은 차분한 어조로 무시무시한 말을 했다.추형은 너무나도 억울한 표정이었지만 감히 말을 할 수 없었다....유원동이 여자에게 다가가 연락처를 물어볼 때, 누군가가 바로 배유정에게 다가가 연락처를 물었다."안녕하세요. 처음 보시는 분인데 어디 회사신가요?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배유정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 "여기 회사 사람은 아니에요.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아... 설마 매주 수요일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디저트가... 그쪽 가게에서 보내는 건가요?" 이 사람은 ST 그룹의 직원인 듯 했다."아, 혹시 ST 그룹에서 일하시나요?" 배유정이 물었다."네! 저희 회사 디저트는 정말 사장님 가게에서 배달해주시는 것 같네요. 디저트 가게 사장님이 이렇게 젊고 예쁘실 줄 몰랐어요." 남자는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혹시 친구 추가 가능할까요? 나중에 시간 되시면 함께
배유정은 그의 말에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추 비서님, 그가 뭐라고 하던가요?""긴장이 되시나 봅니다." 추형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연락처 추가하신 걸 보셨습니다.""아...! 솔직히 바로 앞에서 거절하기가 그래서요." 배유정은 서둘러 말했다. "추가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길 거예요.""그럼 저희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형이 갑자기 물었다.배유정의 표정은 점차 얼어붙었다. "추 비서님,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나가서 이야기 하시죠!"추형은 크게 웃으며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배유정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표님께서 유정 씨에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워커 홀릭이시라 연애를 하신 적이 없었고 여자에게 집착을 가지신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그런 대표님께서 유정 씨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해하시겠습니까?"배유정은 그 말을 듣고 너무 당황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설마... 그 사람이 시켜서 말하시는 건가요?""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 혼자 판단해서 이렇게 온 겁니다. 대표님께서 많이 서투르셔서... 아까도 연락처 교환하는 거 보시고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셨습니다." 추형이 이어서 말했다. "뭔가 관계에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한쪽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대표님께서 그러신 타입이 아니시니, 답답한 마음에 제가 이렇게 나서는 겁니다.""추 비서님, 그럼 제가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라도 하라는 말씀인가요?" 배유정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제가... 적극적으로 군다고 해도 그 사람이 싫어하면요? 솔직히 저도 연애는 잘 못해요.""그냥... 두 분이서 자주 나가서 식사라도 함께 하세요! 만약 같이 식사를 하신다면 당신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추형은 그녀에게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와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근데 정말...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는 게 맞아요?" 배유정은 솔직하게 말해 너무
"가벼운 감기에 걸린 것 뿐입니다. 괜찮아 질 거예요." 진지한이 말했다."제가 자주 보러 갔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배유정은 자책했다."자책할 필요 없습니다.""네. 근데 지금 집에 가실 건가요?" 배유정이 무었다. "연회장에서 저도 막 나왔는데 진지한 씨가 집에 가신다면 저도 돌아가려구요.""조금 있다 갈 겁니다." 진지한은 조금 고민하다 말했다. "데려다줄게요!"배유정은 추형이 말한 내용을 기억하고 대답했다.진지한은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진지한이 추형에게 말했다고 했다.그리고 추형이 그에게 진지한이 간접적으로 고백했다고 말해줬다.솔직히 그녀는 흥분과 설레이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녀 자신이 진지한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원동을 거부하게 된 것임 말이다.진지한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겠는가?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그녀는 빠르게 호텔 밖을 나갔다.진지한은 차 옆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진지한의 모습은 마치 모델 같았다.배유정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귀까지 바로 빨개졌다.그녀는 빠르게 진지한에게 다가갔고 진지한은 그녀를 위해 차문을 열어주었다.두 사람이 차에 탄 뒤, 진지한이 물었다. "지금 어디 살아요?"배유정은 동네 이름을 말했다. "어떻게 가는지 알아요?"진지한은 내비게이션에 입력했다. "제 동생이 꽃을 보냈던 곳 맞죠?""네.""제가 알기에는 좀 상황이 좋아진 걸로 아는데. 더 나은 곳으로 이사가는 게 어때요?" 진지한은 그녀가 사는 곳에 가보진 않았지만 오래되고 낡은 집들로 가득한 곳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아직 집을 살 돈이 없어서요. 갈 수 있을 때 갈게요. 지금 이사가기가 번거롭기도 하고요." 배유정은 안전벨트를 꼬옥 잡은 채, 긴장했다.이삿짐 업체에 이사비는 낼 필요없어요."라고 말했다. 진지한은 그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우리 어머니가 집을 주시겠다는데 왜 안 받는
배유정은 그의 말에 잠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좀 낙후된 마을이긴 하지만 안전해요...""알겠습니다. 그럼 혼자 가세요!" 진지한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유정은 그가 화가 난 것 같아 천천히 말했다. "아니면 뭐 같이 들어가시던가요! 저희 동네가 어르신들이 많아서 조용히만 하시면 돼요."진지한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진지한이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이유는 경비원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출입문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 쓸모가 없었다."경비실은 없습니까? 왜 아무도 없죠?" 진지한이 물었다.배유정: "관리비가 많이 드니 그렇죠."진지한: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뒤, 배유정은 그녀가 살고 있는 집 앞에 도착했다.배유정은 전혀 돌아갈 생각이 없어보이는 그의 모습에 입술을 깨문 채, 문을 열었다.일반적인 상황에서 데려다 준 사람에게 집에 들어가 물 한 잔 마시고 가라는 말도 없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기도 했다.진지한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가 그녀의 집에 들어와 아이의 물건을 본다면 그녀는 더이상 숨길 생각이 없었다.그녀 역시 사실 평생 진지한에게 숨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이야 상미가 어려서 집에만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상미가 큰 뒤에는 배유정 역시 그녀의 존재를 끝까지 숨길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때 되면 진지한 역시 상미의 존재에 대해 알게될 것이다.순전히 이렇게 숨기는 건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녀의 욕심 때문이었다.진지한은 그녀의 표정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진지한은 천천히 아파트를 살펴보았다.두 사람이 아파트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진지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아파트 복도는 유난히도 어두웠다.센서등이 있었지만 매우 어두웠다.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동안 진지한의 눈썹은 풀어질 생각이 없었다.엘리베이터 역시 매우 낡았기 때문이었다."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래요. 보이기에만 그렇지 아직 다 쓸만
할아버지가 나간 뒤, 엘리베이터에는 두 사람만이 남았다."인기가 많네요." 진지한이 침묵을 깨며 말했다.배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들이랑 같이 있다 보면 저절로 친해지게 되요.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세요. 다른 말도 필요없이 미소만 지어주시면 어르신들은 다 좋게 생각해 주세요. 참 고마운 분들이시죠."배유정이 말을 마치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배유정은 천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진지한이 집에 들어간다면 상미의 존재에 대해 알게될 것이다.하지만 배유정은 진지한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이렇게 상미의 존재에 대해서 숨기기 위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 절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건 그녀가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상민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만약 그녀가 진지한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이상, 상민이를 보러 가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녀는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집에 들어가세요!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지한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배유정은 당황스러웠다. "물 한 잔이라도 하시고 가시지 않구요?""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요." 진지한이 말했다. "어머니랑 같이 산다고 들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늦었으니 예의가 아니죠."배유정 역시 그의 말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 네... 진지한 씨, 오늘은 너무 감사했습니다! 내일 상민이를 보러 갈게요.""네."배유정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것을 본 뒤, 집으로 돌아갔다.배유정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잠시 뒤, 배유정의 엄마가 방에서 나왔다."유정아,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엄마, 방금 진지한 씨가 저를 데려다 줬어요." 배유정은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말했다. "집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늦었다고 하면서 갔어요."배유정 엄마 역시 그녀의 말에 놀랐다."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