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후, 유원동의 차는 배유정의 오피스텔 아래에 도착했다.배유정은 아이 용품이 든 가방을 메고 아이를 안은 채 방에서 나왔다.배유정의 어머니가 인기척을 듣고 다른 방에서 나왔다. "유정아, 왜 그래?"?""엄마, 수미가 열이 좀 있어요. 저는 지금 수미를 병원에 데리고 가려는 중이니 엄마는 방으로 돌아가 쉬어요! 원동 씨를 불렀는데 지금 바로 아래에 있어요. 밖에 비가 많이 와서 병원에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원동 씨의 도움이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그럼 아래층으로 모셔다 드릴 게요." 배유정의 어머니는 우산을 들고 따라나섰다.유원동은 우산을 쓰고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배유정이 아이를 안고 나오자 유원동은 우산을 모녀 쪽으로 기울였다."아줌마, 돌아가서 쉬세요! 감기와 열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열이 내리면 아이들을 돌려 보내겠습니다. "유원동은 말을 마친 후 배소모를 보호하고 뒷좌석에 앉았다.유원동은 차에 탄 후, 곧 병원으로 향했다.지금 비가 많이 와서 도로에는 행인과 차량이 거의 없었다.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유원동은 뒷좌석을 바라보았다."유정아, 아이가 여자애야, 남자애야?"배유정: "여자애예요.""오... 유정 씨 딸이 정말 예쁘군요! 유정 씨만큼 예쁘네요." 유원동이 말을 할 때 수미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수미는 지금 열이 났는데 볼이 붉어지고, 울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고, 눈을 크게 뜨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배유정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원동 씨, 내 딸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줄래요? 당신 사장님도 포함해서요." 배유정은 오늘 밤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유원동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유원동과 진지한이 같은 회사에 다니기에, 그 두 사람이 회사에서 만나서 수미에 대해 털어놓을까 봐 걱정됐다."알겠어. 네가 말하지 말라고 하면, 말하지 않을 게. 우리 집에도 말하지 않을 게." 유원동이 맹세했다. "아기 아빠가
의사는 배유정에게 진단서를 건네주며 말했다. "가서 피검사하고 결과가 나오면 다시 저를 찾아오세요.""알겠습니다. 선생님, 피를 먼저 뽑을까요, 아니면 아이에게 해열제를 먼저 먹일까요?" 배유정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 "아이에게 해열제를 먼저 먹이고 난 다음 피 뽑으러 가세요." 의사가 말했다."알겠습니다. 선생님, 제 아이는 이전에 매우 건강했어요. 아픈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열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배유정은 아이를 안고 의자에서 일어섰다."애가 몇 살이에요?""6개월 됐어요.""정상이에요.신생아는 6개월 전에 모체에서 가지고 오는 저항력이 있기 때문에, 6개월 전에는 아이가 잘 아프지 않아요. 6개월 후면 조심해서 관리해야 하죠." 의사가 설명했다.배유정은 고개를 들고 의사에게 감사를 표한 후 진료실에서 걸어 나왔다.유원동은 해열제를 가져와서 복용량을 확인했다."유정아, 아이를 안고 저기 의자에 앉아. 괜찮을 거야, 우리도 어렸을 때 열이 났었는데 지금은 멀쩡하잖아."유원동은 위로하면서 약병을 열고 해당 용량의 약을 쏟아냈다."네. 애가 체질이 좋은 줄 알았어요. 앓아 본 적이 없거든요. 아까 의사 선생님께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서 6개월까지 모체에서 가지고 나온 항체가 있어서 잘 안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애가 지금 막 6개월인데 항체가 없어져서 병이 났대요. 저는 애가 앞으로 자주 아플까 봐 정말 걱정돼요."유원동은 배유정에게 약을 건네주었다.배유정은 약을 받아 딸에게 먹였다. "아가, 약을 먹으면 열이 내릴 거야. 엄마는 네가 지금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 엄마가 너를 잘 돌보지 못해서 이렇게 됐어. 엄마가 앞으로 더 세심하게 신경 쓸게."상미는 향긋한 약 냄새를 맡고, 순순히 약을 마셨다."아이가 정말 착하네! 이름이 뭐야?" 유원동이 물었다."배예린이라고 해요.""예린?" 예린이란 이름이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예쁜 이름이네.""원동 씨, 고마워요. 오늘 원동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말했다."세균 감염입니다.제가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가져가서 아이에게 먹여주세요.""알았어요. 선생님, 심각한 건 아니죠?" 배유정이 물었다."돌아가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상황을 지켜보세요. 기침이 심하면 병원에 와서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해요." 의사가 약을 처방하기 시작했다.배유정은 품에서 이미 회복된 딸을 보며 딸이 약을 먹으면 회복되기를 기도했다.10분 후, 배유정은 아이를 안고, 유원동은 우산과 약을 들고 함께 응급실에서 나왔다.비가 많이 잦아들었다.차에 탄 배유정이 입을 열엇다. "원동 씨, 얼마를 썼어요? 제가 돈을 이체해드릴게요."그녀는 딸을 계속 안고 있었기 때문에 비용을 모두 유원동이 냈다."별로 안 썼어...""원동 씨, 원동 씨가 이러시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드릴 수 없어요." 배유정이 말을 끊었다, "얼마예요? 드릴게요.""알겠어. 집에 가서 확인해볼게." 유동원은 빨간 가로등을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품에 안긴 여자아이를 힐끗 보았다. "애 아빠도 정말 잘 생겼지? 이 아이는 제가 본 아이 중 가장 예쁜 아이야."배유정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딸이 칭찬을 받으니 엄마인 그녀는 자랑스러웠다."네. 저보다 애 아빠가 더 잘났거든요."유원동은 그녀가 아이 아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약간 이해하지 못했다. "애 아빠와 평화롭게 헤어졌어? 왜 헤어진 거야? 아이가 있는데 왜 함께 키울 수 없는 거야?"배유정: "원동 씨, 이 일은 너무 복잡해서 한두 마디로 말할 수 없으니 그만 해요.""그래! 그래도 네가 아이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 같아.""물론이죠. 제가 임신한 것은 사고 일뿐, 애 아빠가 임신을 시켜놓고 책임지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배유정 설명했다. "혹시 내가 쓰레기같은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유원동이 웃으며 말했다.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난
"상미는 괜찮아? 의사가 뭐라고 했어?" 배유정의 어머니가 물었다.배유정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딸에게 타주기 시작했다. "세균 감염이래요. 먼저 약을 먹고 상황을 살펴보라고 했어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가 6개월 전에는 모체에 저항력이 있었기 때문에 별로 안 아픈데 지금은 모체의 저항력이 없어서 병이 더 잘 난다고 했어요.""그래,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내가 오후에 상미를 데리고 나가서 바람을 좀 쐬었더니 추워서 그런 것 같아.""엄마, 의사가 열이 나면 아이에게 너무 많이 입히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열을 발산할 수 없대요. 앞으로 우리가 입을 만큼 상미에게 입혀야지, 너무 많이 입힐 필요 없어요." 배유정은 약을 타서 가져와 딸에게 먹였다.열은 내렸지만, 아이의 뺨은 여전히 발그스름했다.하지만 아이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보였는데, 누구를 봐도 방긋 웃는 모습이었다."유정아, 아기한테 약 먹이고 나면 자러 가. 그렇지 않으면 너 내일 출근하기 힘들어." 배유정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 원동 씨가 고생했어. 나중에 고맙다고 인사해.""다음에 밥 사려고요.""알았어요.""엄마, 오늘에야 상미가 아파서야 애가 이렇게 착한 줄 알았어요. 약을 먹어고 울지 않고 피를 뽑아고 울지 않았는데 어린 천사 같았어요." 배유정은 지금 딸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 순순히 입을 벌려 받아먹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배유정의 마음이 다 녹았다."그건 상미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야! 그리고 요즘 아이의 약은 모두 달아. 네가 어렸을 때처럼, 다 쓴 약이 아니야. 네가 약을 마실 때마다 내가 널 쫓아 온 집안을 뛰어다녔어." 배유정의 어머니는 말하면서 딸의 어릴 적 일이 생각나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넌 약 먹는 것도 싫어했고 주사도 거부했어. 주사 맞을 때마다 크게 울었어.""엄마, 기억나요." 배유정도 따라 웃었다. "상미는 오늘 피를 뽑을 때 울지 않았어요. 상미는 저랑 다른가봐요. 상
전화를 끊은 후, 진지한은 이 알을 비서에게 맡겼다.추형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사장님이 이렇게 계획하신 속셈을 곧 알아차렸다."사장님, 기획부의 유원동에게 특별히 알릴 까요?"진지한은 비서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추형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이 모임은 모든 솔로 직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 진지한이 대답했다."기혼자도 참여해도 돼요?" 추형이 물었다."기혼자더러 세컨드를 찾으라는거야?" 진지한이 반박했다. "기혼자는 참가할 수 없어.""기혼한 사람은 신나게 놀고 싶을 거예요." 추형은 웃으며 설명했다. "세 회사의 많은 솔로 남녀가 한꺼번에 모여서 친목을 쌓는 건데, 제가 결혼했다고 해도 참가하고 싶을것 같아요."진지한은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기혼자들의 식비는 사비로 지불하도록 해. 동시에 그들에게 기혼이라는 표식을 붙여야 해."추형은 사장님의 이 생각이 너무 기발하다고 생각했다."그때 미혼보다 기혼자가 더 많으면 웃길 것 같아요. 우리가 오히려 이 이벤트를 통해 한몫 챙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추형이 계산하고 있었다."너도 여자친구가 없잖아? 이 기회에 한 명 구해보든가. 진지한이 비서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넌 여자친구 사귀기가 힘들 거야. 내가 일을 너무 많이 준다고 탓하지 말고.""사장님, 사실 저도 지금 완전히 솔로는 아니에요." 추형이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의 상황을 말했다. "제가 대학 때 좋아했던 한 여학생이 최근에 저에게 연락했어요.예전에는 감히 고백하지 못했어요. 저희 집 조건이 별로였거든요. 그녀가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은 모두 집에 돈이 좀 있었어요.""그 여자가 너를 무시했는데, 아직도 좋아하는 거야?" 진지한이 눈을 치켜뜨고 분석했다. "네가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대?""운이 좋아서 선택받았어요. 나중에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사장님 곁에서 일한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추형, 결혼 상대는 절대 네 돈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을 선택하지마." 진지한은 감정
"친구를 초대해도 괜찮을까요?" 유원동은 배유정이 생각났다.유원동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배유정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유원동과 배유정의 같은 고향 출신 사람이었기에 유원동은 배유정 역시 좋은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그건 좀 어려울 거 같은데? 혹시 미혼? 아니면 돌싱 친구?" 팀장이 물었다."미혼 친구입니다. 안 돼면 어쩔 수 없구요. 저도 아직 친구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유원동 역시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추형에게 물어보지."팀장은 추형에게 전화를 걸었고 유원동의 말을 전달했다. 그리고 추형이 말했다. "누굴 데리고 온다는 말은 없었고?""없었습니다. 친구들을 제가 다 아는 것도 아니라서요!""데리고 오고 싶으면 딱 한 명만 데리고 오라고 해.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다들 데리고 오려고 할 테니 말이야. 연회장이 모든 인원을 수용할 수 없거든." 추형은 추측했다. 유원동이 배유정을 데리고 올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팀장은 추형의 대답을 들은 뒤, 유원동에게 말했다. 그리고 유원동은 배유정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냈다.유원동: "유정아, 이번 주말에 진명 그룹이랑 ST 그룹이랑 싱글들끼리 모임을 가질 예정이거든. 참가비는 모두 무료야. 나랑 같이 갈래? 너도 싱글이기도 하고... 팀장님한테 물었는데 친구 한 명은 데리고 와도 된대."배유정은 이 메시지를 보고 정말 거절하고 싶었다. "안 갈래요. 제가 그 회사 직원도 아니고. 어색해요."유원동: "다른 사람들도 친구 데리고 올 거야! 그냥 나랑 같이만 있어주라! 저녁이나 먹고 가!"배유정: "원동 씨, 솔직히 말해서 혼자 가는 거 무서워서 그러는 거죠?"유원동: "하하... 눈치챘구나."배유정: "주말에 우선 일이 없으면 같이 가줄게요."유원동: "그래."배유정은 딱히 이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녀는 주말에 운전 학원에 등록할 예정이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운전면허증을
배유정은 솔직히 이런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왜냐하면 그 사람의 회사에서 주최한 행사였기 때문이었다.세 가지 이유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다. 첫 번재, 그녀는 그 회사의 직원이 아니었다. 두 번째, 그녀는 상민의 엄마였다. 세 번째, 그렇기 때문에 그 회사에서 남자를 찾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이 이유로 배유정이 유원동과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그녀는 정말 고민이 많았다.유원동은 좋은 사람이었고 그녀와 그녀의 가족에게도 잘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사가 진지한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아예 그쪽 사람들과 얽히지 않은 사람이었으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이번에 부탁을 들어주는 건 원동 씨의 호의에 보답하기 위해서에요. 그러니 다음에는 이런 부탁하지마세요." 배유정이 말했다."정말 그렇게 가기 싫어? 그렇게 싫으면 오지 않아도 돼." 유원동은 그녀의 차가운 대답에 그가 말했다.사실 유원동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 이유도 있었다."이미 간다고 말했잖아요. 저녁에 데리러 오세요!" 배유정이 말했다. "그리고 원동 씨도 알겠지만 지금 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는 없어요. 그것만 알고 있어요.""유정아, 너무 긴장하지마. 반드시 남자를 만나라고 하는 건 아니야." 유원동이 말했다."네."통화가 끝난 뒤, 배유정은 시간을 보았고 아직 약속 시간까지 시간이 남았다.배유정의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너무 원동이에게 쌀쌀맞은 거 아니니.""그랬나요?" 배유정은 상기된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그렇게 다정하게 말하는 애한테 거절만 하면 되지. 화를 낼 필요가 있니." 배유정의 어머니는 말을 마친 뒤, 부엌으로 들어갔다.배유정은 책상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향해 걸어갔다."엄마, 엄마도 아시다시피 저 애기 엄마잖아요... 그런 싱글 파티에 제가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배유정은 감정을 억제하며 어머니에게 다시 말했다. "원동이가 그런 말을 하니 저도 모르게 긴
지금의 그녀는 일과 아이 일 외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삶은 더욱더 바빠져가만 갔다.점심 식사가 끝난 뒤, 배유정은 아이를 안아들고 엄마에게 점심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상미는 또래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소란을 피운 적이 없었고, 절대 뛰어다니는 일이 없었다. 조용히 어른들 옆에 앉아있었다.배유정은 운전 필기책을 가져와 딸에게 질문와 답을 읽어주었다.이렇게 하면 아이도 공부도 같이 할 수 있었다.한참을 책을 읽어주자 상미는 손을 뻗어 책을 뒤집었다.재미가 없다고 생각한 거 같다.배유정은 바로 딸을 안고 창가로 데려가 바깥 풍경을 보여줬다."나가서 놀까?"아이는 옹알이 소리로 좋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근데 어쩌지. 감기에 걸려서 집에서 있어야 해! 아니면 엄마 화장하는 거 볼래?" 배유정은 딸을 방으로 데려갔다.딸을 앉힌 뒤, 화장대 앞에서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그래도 파티인데 나름 차려입고 가야할 것 같았다.어느덧, 저녁이 되었다.유원동은 그녀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배유정은 엄마와 딸에게 인사한 뒤, 집에서 나왔다.유원동은 배유정의 화장한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너무 예쁜 거 아니야? 사람들이 다 반하겠네."배유정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지금 나 놀리는 거죠?""본판이 예쁘니깐 뭘 해도 예뻐보인다는 말이야." 유원동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호텔.추형은 호텔에서 가장 큰 연회장을 예약했다.천 명 정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라 했다.유원동과 배유정이 도착했을 때, 이미 연회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찼다...유원동은 살짝 놀랐다."유정아, 저기 초록색 배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이 유부남이야. 근데 유부남이... 엄청 많네."배유정 역시 미소가 사라졌다."자, 내가 말했지? 그냥 다들 즐기려고 온 거니까 부담가지지 말라고." 유원동은 배유정을 데리고 뷔페 구역으로 향했다. "오늘 그냥 내가 너 밥 사주려고 부른거라고 생각해.""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