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그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알겠어요 엄마, 내일 아침에 가져다 줄게요." 진지한은 결국 승락했다."그래! 계약서 하나 가져다 주는 것 뿐인데 왜 그렇게 반응이 심각하고 난리야. 너희 회사가 유정 씨네 가게랑 가까워 보이길래 거기서 주문한 것 뿐이야." 진아연은 계속하여 아들을 놀리며 얘기했다. "너네 회사 주소 보고 일부러 유정 씨 가게 근처로 정한 건 아닌지 의심했다니까."진지한: "......엄마, 우연이에요! 정말 우연이에요! 그리고 회사 위치는 저 혼자 결정한 게 아니에요. 우리 A국 팀 다같이 내린 결정이에요. 못 믿으시겠으면 우리 회사에 가서 물어보세요.""물어보긴 뭘 물어봐." 진아연은 웃으며 손자를 보러 갔다. "한아, 와서 아들 좀 보지 않을래? 오늘 유정 씨도 보러 왔는데 점점 더 잘생겨지는 거 같다고 했어!"진지한은 아들 곁으로 다가가 아들을 흘끗 쳐다보았다."또 뭐라고 했어요?" 진지한은 원래는 '엄마, 저 배고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배유정에 대해 묻게 되었다.아마도 엄마한테 배유정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오해를 받기 싫어 일부러 더 당당하게 그녀와 관련된 것들을 마주하려고 했던 것 같다."열심히 일해서 GD 디저트만큼 성공하고 싶다고 했어." 진아연이 대답했다. "유정 씨 정말 열심히 살고 긍정적인 사람인 거 같아, 나 젊었을 때랑 너무 똑같은 거 같은데."진지한: "???"진지한은 배유정을 만난 적도 있었도 그녀와 잠깐 접촉하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녀에게서 어머니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왜 아들 안아주지도 않는 거야?" 진아연은 아기침대에 누워있는 상민이를 안고 진지한 품으로 넘겨주었다."엄마, 저 아직 옷도 안 갈아입었고 손도 안 씼었어요." 진지한은 어쩔 수 없이 아들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그래... 괜찮아. 어차피 하루종일 만나는 사람도 별로 없잖아." 진아연이 말했다. "일단 아기 좀 안고 있어, 엄마는 동생한테 언제 돌아올건지 한 번
진아연은 흐뭇해하며 당부했다: "태도 단정하게 말 좀 이쁘게 하고.""엄마, 저 그 사람한테 항상 다정하게 얘기했어요." 진지한이 대답했다. "엄마가 저 그 사람이랑 엮으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사랑은 원래 강요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엄마는 강요한 적 없어. 그냥 유정 씨한테 조금 잘해주라는 것 뿐이야. 어쨌든 상민이 엄마잖아!" 진아연은 차분하게 아들에게 도리를 얘기해 주었다. "형편도 어려운데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대로 좀 도와주면 좋잖니!"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했다: "그래서 엄마가 매번 도와주실 때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엄마가 잘 신경써주고 계시니 전 따로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진아연: "...""엄마, 저 배불러요. 그만 가볼게요." 진지한은 우유를 마신 후 출근 준비를 하였다."점심은 먹을만 해? 기사 통해서 점심 보내줄까, 전혀 귀찮을 거 없어." 진아연은 아들이 밖에서 잘 먹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밖의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집에서 만든 것만큼 깨끗하고 영양가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괜찮아요 엄마, 저 점심에 회사에 없을 수도 있어요." 진지한은 티슈로 입을 닦고 밖으로 나갔다.지윤이네 카페.배유정은 출근한 후 진아연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좀이따 진지한이 계약서를 들고 찾아갈 거라는 내용이였다.그녀는 진아연이 자신과 진지한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유정아, 너 정말 너무 대단하다!" 한지윤은 오늘 처음으로 아침 일찍 가게에 도착했다.어젯밤에 배유정이 진아연으로부터 대량 주문을 세 건이나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한지윤은 너무 들뜬 나머지 잠을 설치고 말았다.애초에 한지윤이 디저트 카페를 차리겠다고 집에 투자금 얘기를 꺼냈을 때 가족들의 시선은 모두 차가웠기 때문이다.하지만 한지윤의 고집에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한지윤은 부모님에게 이번에 투자 실패하면 집에서 시키는대로 선 보고 결혼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대신 사업이 잘되서 투자가 성공하면 자신의
가게가 잘될수록 이윤을 남기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진지한을 보고는 몇 초간 표정이 굳어있던 배유정이 이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진 대표님. 안 그래도 대표님께서 계약서를 가지고 저를 찾아오실 거라고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어요."진지한이 주머니에서 계약서를 꺼냈다.달랑 한 페이지짜리 계약서였다.이게 무슨 계약서란 말인가.진지한이 꾸깃꾸깃하게 구겨진 계약서를 배유정에게 건넸다.배유정이 건네받은 계약서를 훑어보았다. 진지한은 이미 서명을 마쳤고, 그녀의 사인만 비어있었다."사무실에 가서 펜 좀 가지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배유정은 말을 끝내자마자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녀의 사무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던 진지한이 그녀를 뒤따라갔다.이 카페는 정말 작았다.적어도 진지한에게는 작은 규모의 가게였다.이렇게 작은 디저트 카페에 독립된 사무실 공간이 있을 줄이야.호기심이 생긴 진지한이 배유정의 사무실로 뒤따라 들어갔다.뜻밖에도, 한지윤 역시 사무실에 있었다.아까 점원이 둘째 사장님을 불렀을 때, 사실 한지윤은 배유정과 함께 진지한을 만나러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한지윤은 마음을 접었다.그런데 진지한이 사무실에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진 대표님!" 한지윤이 진지한을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늘 오실 줄 알았으면, 진작 준비해 두었을 텐데요!"한지윤이 의자를 가져와 진지한 앞에 두었다."앉으세요, 진 대표님!"진지한이 의자를 흘끗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곧 갈 겁니다.""진 대표님, 어렵게 오셨는데, 저희 가게의 신제품이라도 맛보고 가시죠? 이따가 제가 포장해 드릴게요!" 한지윤이 잔뜩 알랑거렸다. "제가 대표님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몰라요! 함께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사인도 해주시면 더 좋고요!"그런 친구의 말에 배유정은 당황스러워 펜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진지한은 싫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갑자기
배유정이 서둘러 휴대폰 화면을 끄고는 한지윤에게 웃으며 말했다: "난 진 대표님의 카카오톡이 없어. 그냥 네 핸드폰으로 찍자! 너 얼마 전에 휴대폰 새로 사지 않았어? 그럼, 화질도 내 것보다 좋을 거 아니야."진지한: "아직 제 카카오톡이 없으시면, 지금 추가하시죠!"진지한이 말과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QR코드를 열었다.얼떨떨해하는 배유정의 눈앞에 그가 건넨 QR 코드가 불쑥 나타났다."유정아, 어서 스캔해! 네가 안 하면 내가 한다!" 멍하니 선 배유정을 향해 한지윤이 재촉했다.배유정이 짧게 대답한 후, 곧바로 사무실 책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조금 목이 마르네요. 물부터 좀 마시고 올게요."배유정이 물컵을 찾으며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해 QR 코드 스캔 화면을 열었다.쌍둥이의 사진은 휴대폰 배경에만 있었다. 그녀의 SNS 계정에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물 한 모금을 마신 다음, 진지한의 곁으로 돌아가 진지한의 QR 코드를 스캔했다."진 대표님, 저도 대표님의 카카오톡을 추가해도 될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대표님을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제 친구 목록에 대표님이 있고, 매일 대표님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서요!" 한지윤이 작은 부탁을 했다.그녀의 진심에 감동했는지, 진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지한의 카카오톡을 추가한 한지윤은, 곧이어 진지한에게 디저트를 선물하고 싶었다."진 대표님, 대표님께서 드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비서나 주변 직원분께 드리셔도 돼요. 저희 가게의 디저트, 꽤 괜찮아요. 맛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한지윤이 열띤 마케팅을 펼쳤다.진지한: "어머니 때문에 억지로 먹어봤어요."사실 진지한은 '억지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아연이 그에게 먹으라고 재촉한 것은 사실이었다.배유정의 디저트 카페가 괜찮은 가게라는 걸 진지한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정말요? 하하하! 어머니께서 정말 대단한 분이시네요!" 한지윤의 머릿속에 진아연은 다정하고 지적이면서 단정한
"이 디저트 카페 가보셨어요? 맛이 어때요?""이 디저트 카페는 작년에 오픈한 곳이에요! 아직 가본 적은 없는데, 이따가 점심때 가서 먹어보려고요! 우리 회사에서 정말 가까워요!""같이 가요! 대표님께서 가신 디저트 카페는 어떤 곳일지 궁금해요!""저도요! 저도 끼워 주세요!"...정오, 지윤이네 카페의 점원들이 드림 메이커 그룹의 직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드림 메이커그룹의 직원들은 출근할 때 유니폼을 착용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사원증을 달아야 했다.이리저리 바빠 보이는 직원들을 본 배유정이 앞으로 나와 도왔다.몇몇 손님들의 가슴에 달린 사원증을 보고는, 배유정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다들 드림 메이커 그룹의 직원분들이세요?""네! 오늘 저희 대표님이 이 가게에서 디저트 사 오셨거든요, 혹시 알아보셨어요? 저희 대표님 성함은 진지한이예요! 저희 다 오늘 저희 대표님께서 방문한 곳이라 와 본 거예요!" 한 여직원이 신이 나서 말했다.배유정: "..."진지한에게 손님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을 줄이야."맞아요, 오늘 대표님이 저희 가게에 오셨었어요." 배유정이 웃으며 디저트를 포장했다. "아주 잘생기셨던데요?""전 아직 저희 대표님의 실물을 보지 못했어요! 사진보다 실물이 더 잘생기셨다는 말만 들었죠!" 여직원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같은 회사에서 일하시는 거 아니에요? 왜 실물을 보지 못하셨어요?" 배유정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회사가 워낙 커서 대표님과 마주치기 쉽지 않아요! 저희 대표님은 독립된 주차 공간과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매일 회사 정문을 이용하지는 않으세요." 여직원이 설명했다. "오늘은 프론트에 디저트를 주고 가시려고 회사 정문으로 들어오신 것 같아요."배유정: "..."돈이 많은 사람의 삶은 역시 평범한 사람의 생각을 뛰어넘는다."저희 가게가 드림 메이커와 계약했어요! 앞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마다 저희 가게에서 드림 메이커로 디저트를 보내드릴 거예요." 디저트 카페의 직원이 자랑스럽게 말했
배유정이 손 안의 콘서트 표를 슬쩍 보았다.해외에서 아주 유명한 아티스트의 콘서트 표였다.배유정의 디저트 카페에도 종종 그의 피아노 연주곡을 틀곤 했다."이거 구하기 어려운 표 아니에요? 저도 예매하려고 했는데, 실패했거든요." 배유정은 정말 그 표를 받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괜찮아요! 전 제가 원하는 표는, 친구한테 부탁하면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라엘이의 가벼운 말투에 배유정은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마워요, 라엘 씨!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거든요." 배유정이 기쁜 마음으로 콘서트 표를 받았다.라엘이가 배유정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유정 씨는 이렇게 재능있는 남자를 좋아하시나 봐요?"배유정이 발그레진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음악은 정말 감각적이에요. 그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모든 고민을 잊어버리게 돼죠. 그래서인지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네, 저도 알아요. 제 말은, 유정 씨의 이상형이 이런 남자냐는 뜻이었어요." 라엘이는 예술적 재능이라고는 전혀 없는 자기 오빠를 떠올렸다. 예술에는 재능도, 흥미도 없고 오로지 기술 개발에만 관심이 있는 오빠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물론 그의 잘생긴 외모와 많은 재산은 99.999%의 여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엘이는 오빠가 그런 외모와 돈만 따지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라엘이는 오빠가 소울메이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배유정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요.""정말요? 왜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어요? 우리 오빠 외에 다른 남자친구는 전혀 없었어요?" 라엘이가 의아하게 물었다."네. 제가 졸업할 때 집에 일이 생겨서, 아르바이트하며 돈 버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죠." 배유정이 대답했다."그럼 지금은 가정 형편이 괜찮아졌으니,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부모님
"그런 다음, 우리 디저트를 홍보하라고요?" 배유정이 물었다."당연히 아니죠! 그 남자가 미혼이면, 사장님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오세요! 그 남자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점원이 조언했다. "사장님, 돈이 많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으세요? 내일이 바로 돈이 많은 사람을 알게 될 좋은 기회예요."배유정의 두 뺨이 '확'하고 붉어졌다: "연애 소설을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에요? 콘서트 하나 보러 가는 데 별생각을 다 하네요.""사장님, 사장님은 외출을 너무 안 하시잖아요. 제 주변에는 길거리에서 시작된 연애 스토리도 있어요. 잘생긴 남자를 보자마자 다가가 연락처 물어본 뒤, 자기 남자로 만들었죠. 지금은 아이도 있어요." 생동감 넘치는 점원의 이야기에 배유정은 흥미진진했다."알았으니 이제 그만 해요. 지금 내 목표는 단 하나예요. 바로 이 디저트 카페를 더 크고 더 잘 되게 만드는 거죠. 그땐 가게를 확장 이전하게 될 수도 있겠죠. 물론, 직원들의 월급도 올라갈 거고요."점원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사장님, 정말 월급 올려주실 거예요?"배유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달부터 바로 올려줄 거예요."점원: "사장님은 어쩜 이렇게 마음씨가 좋으세요! 가게 매출이 올해부터 겨우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직원들 월급을 올려줄 생각부터 하시다뇨... 사장님은 정말 제가 만난 사장님들 중, 최고의 사장님이세요."배유정: "가게 매출이 이렇게 좋아진 건,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 덕분이에요. 앞으로도 잘해줘요.""감사합니다, 사장님!"토요일.배유정은 오전에 상미와 함께 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주방을 정리한 다음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콘서트를 보러 갈 준비를 했다."엄마, 오늘 저녁은 제가 밖에서 사 올게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배유정은 엄마가 힘들게 식사 준비를 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배유정의 엄마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거나 사 오렴! 엄만 가리는 게 없잖니. 아니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밖에서 재미있게
배유정이 진지한을 발견한 순간, 진지한 역시 배유정을 알아보았다.배유정은 헌팅캡과 마스크로 얼굴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눈만 보아도 그녀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둥글고 반짝이는 그녀의 눈은 사회의 어떤 고난도 겪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표를 직접 예매했어요?" 진지한은 궁금했다."아니요, 라엘 씨가 제게 표를 줬어요." 배유정도 의구심이 들어 물었다. "지한 씨도 라엘 씨에게 표를 받았어요?"진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배유정은 당황스러움에 좌불안석이 되었다.라엘이의 계획은 세심하면서도 직접적이었다.진지한이 화를 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어찌할 줄 모르고 허둥대는 배유정의 눈빛을 본 진지한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진 대표님..."두 사람이 동시에 말을 꺼냈다."먼저 말씀하세요, 진 대표님." 배유정이 정중하게 말했다.진지한은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역시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배 사장님이 먼저 말씀하시죠!""그럼,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배유정이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부탁했다. "이 일로 라엘 씨에게 화내지 마세요. 라엘 씨의 행동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다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이잖아요... 라엘 씨는 정말 좋은 분이에요."진지한이 웃음을 터뜨렸다.라엘이는 그의 여동생이다. 라엘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보다 그가 더 잘 알았다."별 걱정을 다 하시네요." 진지한이 대답했다. "라엘이는 제 친동생이에요. 배 사장님도 남동생이 있지 않아요? 배 사장님은 동생이 작은 실수를 했다고 동생에게 곧바로 화를 내세요?"배유정이 생각에 빠졌다: "제 동생은 속이 깊은 아이예요."진지한: "제 동생도 속이 깊어요."화가 나지 않은 듯한 진지한의 모습에, 배유정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화가 안 나셨으면 됐어요. 라엘 씨가 지한 씨에게도 표를 주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거든요.""어떻게 말 할 수 있었겠어요. 그랬다가는 배 사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