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이지만 빌딩 안은 여전히 환했고현이는 이 시간이면 회사에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왜냐면 보통 6시면 다들 퇴근하고 집에 갈 시간이기 때문이었다."둘째 오빠, 아빠는 보통 몇 시에 퇴근해요?" 현이는 궁금한지 박지성에게 물었다. "평소에 6시면 집에 돌아오지 않아요?""아빠는 사장이잖아.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하면 되겠지만, 직원들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그리고 출근 시간은 아침 9시 출근 저녁 5시 퇴근, 그리고 아침 10시 출근, 저녁 7시 퇴근 두 가지로 나뉘어서 아직 퇴근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거야." 박지성은 천천히 현이에게 설명해 줬고현이는 오빠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빠의 뒤를 따라 ST 그룹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물론 현이도 전에 ST 그룹 빌딩을 본 적 있지만여름 방학 때 놀러 가는 도중 지나가면서 본 것뿐이었다.만약 둘째 오빠가 말하지 않았다면 절대 혼자 이런 곳으로 오지 않았을 거였다.왜냐면 아빠와의 관계가 남한테 알려지면 아빠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이고 아빠의 직장이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리고 현이도 아빠가 매일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출근해도 오래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둘째 오빠, 아빠 혹시 저희가 왔다는 걸 알고 있어요?" 현이는 마스크를 쓰고 오빠의 뒤를 따랐고정문 쪽 경비원과 프론트 데스크의 안내원은 이들을 계속해 지켜보고 있었다."아빠 지금 비행기 탔잖아. 우리 밥 먹으러 온 거잖아. 그리고 아는 사람과 만나지 않을 수도 있어." 박지성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빠 회사가 그리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데리고 온 거야."현이: "둘째 오빠만 그리 생각한 게 아닐까요? 저는 아빠 회사에 온 적이 없어서 그리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아요."박지성은 동생의 말에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맞아! 네 말이 맞아.""둘째 오빠, 스스로한테 너무 부담을 주는 거 아니에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그리고 아빠와 비교하지 마요. 아
부대표님은 박시준이 현재 B국으로 가능 비행기를 탑승해 박시준에게 얘기하지 않았고박시준의 사무실 앞에서 잠시 기다렸지만, 박지성이 올라오지 않자 바로 박시준의 비서에게 연락했다."혹시 지성이의 전화번호 있나요? 있으면 저한테 보내주세요." 부대표님은 바로 상황을 알렸다. "지성이가 회사에 왔다고 해서 대표님 사무실 앞에서 기다렸는데, 올라오지 않아서요. 무슨 일로 찾아온 건지도 모르겠어요."비서는 그의 말에 바로 박지성의 전화번호를 찾아 메시지로 부대표님께 보냈다."그런데 지금 회사에 있는 게 확실한가요?" 비서는 확인 차원에서 다시 부대표님께 물었다."조 팀장이 저한테 그리 보고했어요. 아마 진짜 왔을 겁니다!" 부대표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지성이가 연애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혹시 알고 있어요?"비서는 그의 말에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아니요! 대표님과 얘기하면서 지성이에 관한 얘기도 들었는데, 지성이는 아직 사적인 일에 있어서 서투른 편이라 전에 어떤 여자애가 라엘이를 찾아가서, 이 때문에 라엘이도 많이 화냈다고 들었어요."부대표님: "지성이는 성격이 좋아 여자애들이 많이 좋아할 거예요. 아마 이번에도 괜찮은 아이와 사귀어서 회사로 찾아오지 않았나 싶어요. 지성이는 평소 회사에 자주 오지 않은 편이에요. 대표님께서 회사에서 인턴부터 시작하라고 했는데, 결국 B국에 있는 형한테 갔잖아요."비서: "지성이가 여자친구를 회사로 데려왔지만, 저희가 몰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요?"부대표님: "프런트에서도 알아보고, 회사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을 텐데요. 그리고 여자 친구를 회사까지 데리고 온 건, 아마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저희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줬잖아요."부대표는 말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끊고 박지성에게 연락했다.박지성이 동생과 함께 식당에 도착했을 때식당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이 엄청 많았다.왜냐면 회사 식당 음식은 밖에 있는 식당
박지성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자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현이는 이에 깜짝 놀라 넋을 잃었다.현이는 식탁 아래로 오빠의 팔을 툭툭 치면서 어찌할지 물었고박지성은 한숨을 내쉬며 이들에게 다가가 동생을 소개해 줬다. "왼쪽 분은 부대표님이고 중간에 있는 분은 아빠의 비서, 그리고 저분은 행정부 팀장이야."현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지성에게 물었다. "그럼 저 뭐라고 불러야 해요?"박지성: "삼촌! 다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박지성이 말을 마치자 이들은 두 사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지성아, 우리 나가서 먹자! 내가 예약했는데, 가서 바로 식사할 수 있어. 굳이 여기서 기다리지 않아도 돼." 부대표는 웃으면서 현이를 바라봤다. "이분은 네 친구야?"아무래도 현이가 너무 어려서 박지성의 친구일 거라 생각했고박지성이 채 답하기도 전에 현이는 마스크를 벗어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저는 오빠 여동생이에요. 저는 현이라고 해요." 현이는 예의바르게 자기 신분을 알렸고이들은 그녀의 말에 깜짝 놀랐다.사실 현이가 마스크를 벗기 전에 이들은 어느 정도 그녀의 신분을 알아챘다."네가 현이구나. 오늘 이렇게 만나서 너무 반가워! 미리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 자, 우리 밖에 가서 밥 먹자!" 부대표는 현이의 손을 잡고 계속해 말을 이었다. "이따 밥 먹고 근처 상가에 가자. 오늘 무조건 선물 하나 줘야겠어."현이는 마치 누군가에게 잡혀있는 듯한 느낌이었고어찌해야 할지 몰라 뒤돌아 둘째 오빠를 바라보면서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둘째 오빠는 아버지의 비서와 얘기를 나누고 있어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물론 현이도 부대표가 악의를 품고 이리 말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 바로 기분을 가라앉혔다."삼촌, 저희 그냥 식당에서 먹어요! 둘째 오빠가 식당의 밥도 맛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저도 이 때문에 여기 온 거예요." 현이는 부대표가 돈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그의 선물도 바라지 않았다.너무 당황스럽웠다!"우리 식당 음식이 좋긴 하지. 그래도
두 시간 후, 박지성과 현이는 집으로 돌아왔고박지성은 머리가 무거운지 엄청 피곤해 보였고현이도 그와 비슷한 상태였다.아무래도 부대표와 직원들이 말이 너무 많아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현이는 ST 그룹에 모르는 부분이 많았지만, 약 2시간 정도 부대표님의 얘기를 듣더니 현이의 머릿속은 이미 ST 그룹의 미래 발전과 계획으로 가득했다."둘째 오빠, 다들 사람은 진짜 좋은 사람 같아요." 현이는 소파에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멍하니 있는 박지성을 보며 그의 곁에 앉아 먼저 입을 열었다."너무 좋아서 미칠 지경이야. 항상 어른이라는 자세로 우리한테 이것저것 알려주는데, 나는 너무 싫어. 그런데 큰 형 회사 분위기는 또 달라. 다음에 큰 형 회사에 같이 가자." 박지성은 큰 형 회사 얘기를 하자 눈에 빛이 나기 시작했다.현이: "둘째 오빠, 저는 생각이 달라요. 오늘 만난 삼촌들, 전부 좋은 사람 같아요. 자기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어릴 적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원해서 그런지, 너무 좋았어요."박지성은 동생의 말에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아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동생아, 그럼 겨울방학 때 네가 아빠 회사에 가서 실습할래?"현이: "둘째 오빠, 저는 우선 호스트라는 직업에 도전하고 싶어요."박지성: "너무 걱정 마. 먼저 원하는 일에 도전하고 나중에 아빠 회사에 가보는 것도 괜찮아. 그리고 아빠 회사의 분위기가 좋으면 그곳에서 출근해도 되잖아. 아빠가 엄청 기뻐하실 거야."박지성은 자기도 기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둘째 오빠, 저는 아직 어려요! 일단 오빠가 먼저 가서 많이 배우세요! 혹시 바로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이는 오빠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계속해 설득했다."사실 나도 어려. 오빠는 너보다 한 살 위잖아.""네. 그런데 오빠가 진짜 원하지 않으면 아빠한테 졸업하고 취직한다고 말해도 되잖아요." 현이는 계속해 방법을 알렸다. "아빠는 항상 우리의 마음을 존중하는데, 강요하
그는 중환자실을 본 적이 있는데, 각종 차가운 기구들이 안에 진열되어 있어서, 보기만 해도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느꼈다.나중에 그가 불치병에 걸리면, 그는 진아연이 그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결말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라엘이는 아빠의 뜻을 이해했고, 그래서 걸음을 멈추었다.수술은 일주일 후로 잡혔다.B국의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있었는데 매일 큰 눈 아니면 작은 눈이 내리고, 가끔 눈이 오지 않을 때는 차가운 바람이 불기도 했다.올겨울은 유난히 춥고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매일 난방실에 있어서 춥지 않았는데도 말이다.수술 날짜가 다가오면서 긴장과 공포가 더해졌다..저녁 식사 시간, 진아연은 모두가 밥 먹을 마음이 없는 것을 보고 분위기를 띄우고 싶었다."다들 세연 씨에게 선물을 준비했어?" 진아연이 물었다.김세연의 부모님도 진아연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원래 두 분은 호텔에 묵고 싶었지만 라엘이가 자신들과 함께 있기를 고집했지만, 이렇게 하면 서로 보살필 수 있었다.두 분도 거절하지 않았다.어쨌든 진아연도 여기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진아연은 매일 병원에 갔기에 김세연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엄마의 말을 듣고 라엘이 곧 대답했다. "저녁 식사 후에 사러 갈 거예요. 엄마, 수술이 성공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냐고 물은 거야.""기억상실 가능성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심장을 사용했으니...""그럴 리가. 기억을 잃는다 해도 심장이식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니야. 기억을 저장하는 것은 뇌가 하는 일이야. 심하게 부딪히지 않았다면, 기억을 잃지 않았을 걸야." 진아연은 딸의 의혹을 풀어 주었다."그럼 좋고요." 라엘이는 계속 물었다. "수술 후, 얼마나 지나면 깨어나요?""별일 없으면 24시간 안에 깰 거야.""그럼 우리가 곧 그와 이야기할 수 있어요?""수술 후 몸이 허약해. 우리는 일단 세연 씨를
"당신은요?" 마이크가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위 질병이 있지 않아요? 먹지 않으면 이따가 병이 나고, 그러면 와이프 마음이 아플 텐데."마이크가 말하자 라엘이가 그들을 바라보았다."식사해요!" 라엘이는 자신이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따라 먹지 않을까봐 말했다.그녀는 아직 젊으니 배가 고파도 괜찮지만, 아빠는 위병을 앓고 있고 김세연의 부모님은 연세가 있으셨다.그들은 대충 점심을 먹은 후 수술실 문밖에서 계속 기다렸다."다들 긴장하지 말아요. 수술이 별문제 없을 거예요." 마이크는 창가에 기대어, 분위기가 억눌려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했다. "여긴 B국 최고의 사립병원이고 담당 의사는 B국에서 가장 대단한 심장외과 의사예요. 이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없다면..."그 말을 들은 라엘이는 말을 잘랐다. "마이크 아저씨, 엄마가 그러는데 아저씨는 재수없는 말만 잘한대요."마이크: "???"라엘:"그러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아저씨가 말할수록 더 긴장돼니까요."마이크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알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을게. 그런데 네 엄마가 나한테 재수없는 말만 한다고 한 게 오래전 일인데 아직 기억하고 있어?"라엘: "내가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요. 5세 이전 일은 잘 모르는데 조금 더 큰 후의 일은 기억이 있어요. 예전에 아저씨가 늘 재수 없는 말을 해서 엄마한테 혼났어요.마이크: "지금은 재수 없는 말을 안 해."라엘: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꼭 말하고 싶다면 다른 말을 해요."마이크는 한 손으로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하다가 물었다. "수술 후에 A국에서 치료할 거야, B국에 머물 거야?""지금 A국에 갈 수없어요. 수술 후 먼저 여기서 먼저 기다리고 있다가 재활 상황에 따라 언제 귀국할지 결정해야 해요." 라엘이 곧장 대답했다."넌 그동안 출근 안 할 거야?" 마이크가 물었다."재택 근무 하면 돼요. 난 지금 진명 그룹의 대표라구요. 굳이 안 알려줘도 돼요." 라엘이는 요
그녀는 아침에 아주 적게 먹는다.그녀의 개인적인 습관 때문에 많이 먹으면 어지럽고 졸음이 오기 쉬운데 적당히 배고픔을 유지하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다들 식사했어요?" 진아연이 물었다."먹었어. 지금 오후 1시가 넘었어." 박시준이 대답했다. "라엘아, 세연 씨 부모님을 모시고 가서 쉬고 있어! 깨어나면 병원에서 통지할 거야."부모님은 병원에서 기다리려 했다. 의사가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깨어날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여기서 기다리기가 불편해요. 여기는 들락날락하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이 많으니 그냥 집에 가서 기다려요." 라엘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돌아가서 낮잠을 좀 자고 나면 우리가 일어날 때 세연 씨도 깰지도 몰라요."두 분은 라엘이의 말에 잘 따랐다.라엘이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진심으로 김세연이 빨리 깨어나기를 바랐다.게다가, 김세연이 깨어나면 몸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김세연의 부모님은 앞으로 아들 곁을 돌볼 사람이 있기를 바랐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데리고 병원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박시준은 한 시간 전에 배불리 먹지 못해서 지금 진아연과 함께 먹었다."올해 돌아가 설을 보낼 수 있을까?" 박시준이 물었다."글쎄요. 세연 씨 회복 상황을 봐야 해요. 회복이 잘 되면 귀국할 수 있을 거예요." 진아연은 밥을 조금 먹고 나서 배고픔을 억눌렀다.그녀는 물컵을 들고 물을 마시며 박시준을 바라보았다. "집에 가고 싶어요?""지성이가 현이를 데리고 우리 회사에 갔어." 박시준이 이 일을 말했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진아연이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몰래 갔어요?""응. 하지만 그들이 가자마자 들켰어. 우리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지성이를 알고 있거든." 박시준은 컵을 손에 들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어.""그들은 단순히 당신 회사를 지나치다가 들어가 본 것일 수도 있어요. 현이가 감히 가지 못해서 지성이가 데리고 들어간 것이 틀림없
진아연이 야유를 부렸다. "손자 보고 싶어요? 쉬운 일이 아닐 거예요. 지금 바로 복지관에 가보든가요. 원하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다 있어요. 원하는 만큼 데려가세요."박시준의 잘생긴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난 우리집 애만 키우고 싶어.""그럼 하나 가질까요?"박시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애를 괴롭혀요?" 진아연이 소리내 웃었다."여보, 그냥 해본 말이야, 우린 아이를 그만 갖자." 박시준은 일찍이 아이를 낳을 생각을 접었다."당신이 방금 나에게 말한 걸 절대로 아이들에게 말하지 말아요. 그런 말들은 재미없어요. 당신이 손자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돼요!" 진아연은 그를 흘겨보았다."그냥 당신한테 얘기해 본 거야, 그런 얘기를 애들에게 절대 안 해." 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라엘이는 김세연에게 흔들림이 없어. 김세연은 앞으로 약을 많이 먹어야 하니 틀림없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거야. 한이는, 내가 감히 그 아이에게 결혼을 재촉할 수 있다고 생각해?""지성이는 재촉할 수 있어요?" 진아연이 눈썹을 씰룩거렸다. "지성이는 당신이 직접 키웠고, 당신의 말을 잘 듣는 편이잖아요.""여자친구를 사귀느냐에 달렸지. 여자친구를 찾고 나서 여자친구가 믿음직하다고 판단되면 재촉할 수도 있어. 지금은 여자친구도 없는데 억지로 찾으라고 할 수는 없잖아.""만약 당신이 정말 할일이 없으면 우리 함께 고양이나 개를 길러도 돼요." 진아연은 타협점을 생각해 냈다.박시준은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 "나는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만 참을 수 있을 뿐 나머지는 안돼."진아연: "알았어요. 그럼 말고요."두 사람은 잠시 강변을 걷다가 누군가 강가에서 낚시하는 것을 보았다.박시준은 뜻밖이라 낚시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이 강은 낚시가 불가능하지 않아요?"낚시꾼이 대답했다. "이 시간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박시준: "왜요?""너무 춥잖아요." 낚시꾼이 말을 이었다. "저를 신경 쓰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