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연은 이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아이들 인생이 부모님 계획대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애초에 박시준 역시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에 그들도 지금 한이에게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그녀는 자신의 아이들이 절대 아무 사람이나 만나 가정 꾸리고 지낼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한단 말인가?"한이가 그렇다는 뜻으로 말한 건 아니야. 한이의 상태도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때 박시준도 안중에 사업 밖에 없고 한이와 같았잖아? 한이가 아직 좋아하는 여자를 못 만나서 그래! 한이도 인연을 만나게 되면 박시준처럼 사랑꾼으로 변할 거야..."진아연은 '사랑꾼'이라는 세글자를 듣고 오글거리는 마음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아연아, 넌 미래에 좋은 시어머니가 될 자신 있어?" 여소정이 물었다.진아연은 이 문제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어쨌든 진지한이 한 번도 연애한 적이 없었기에 진아연에게 이런 이 문제에 대해 체험할 기회를 주지 않았었다.진지한이 상대를 데리고 그녀의 앞에 한 번이라도 찾아왔었어도 그녀는 생각해봤을 것이다."나는 내 아들이랑 며느리 생활에 참견할 생각 전혀 없어." 진아연이 대답했다. "나도 젊었었고 지금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들 하는지 잘 알고 있어.""그럼 아들이 고른 여자애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예를 들어 서로 두 사람 집안 사이에 격차가 크다거나 아니면 데려온 여자애 성품이 안 좋다거나..." 여소정은 쫓아물었다. "한이가 아직 연애경험도 없고 혹시라도 눈이 삐뚤어져 사람을 잘못 보면 어쩌려고? 그래도 아무 참견도 안할 거야?"진아연: "한이가 자신을 좋아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여자아이한테도 자신만의 매력이 있을 거라 믿어. 한이도 받은 교육이 있는데 어느 여자한테 홀려서 사람 죽이고 불 지르고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불법적인 일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난 참견 안하려고."여소정은 진아연을 향해 엄지척을 내밀며 말했다: "너희 남편도 너와
"그렇군요! 형은 어떻게 생각해?" 박지성은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형에게 물었다.진지한: "형은 너희 누나 머리가 잘못되어서 이런 집 샀다고 생각해."박지성: "......"진라엘: "........."현이: "전 이 집 괜찮은 것 같은데요! 왜 다들 그렇게 생각하세요?"현이는 매우 의아해하며 의문을 제기했다."이 집은 남북 양쪽이 뚫려있어 채광도 좋고 층수도 낮은 편이 아니라 바깥 경치도 볼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높은 층수도 아니고 너무 좋은데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베란다에 서면 언니 회사도 한 눈에 볼 수 있잖아요." 현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 집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했다.박시준은 딸이 얘기하는 모습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진지한도 더 이상 찬물을 끼얹지 않았다.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랑 오빠가 이렇게 작은 집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이 집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은 고생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하지만 어차피 이 집은 언니가 살 집이고 언니가 좋으면 된거죠!" 현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동생 말이 맞아! 언니는 독립의 맛을 느껴보려는 거지 놀러 나온 거 아니야." 라엘이가 동생의 곁에 다가가 한 손으로 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오빠와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오빠, 제 걱정할 필요 없어요. 고생 좀 해보지 않고 어떻게 어른이 되겠어요?"현이는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좋은 집에서 지내면서 이게 고생이라니?진아연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화제를 바꾸었다: "라엘아, 청소하는 업체 찾아서 청소 한 번 해! 아까 창문 만졌는데 먼지 있더라.""네, 나중에 제가 닦으면 돼요." 라엘이는 휴대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인터넷으로 요리 레시피에 관한 책을 한 권 주문했는데 조금 있으면 배달될 거예요. 다들 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시라구요!"박시준, 진아연, 진지한, 박지성: "........"현이: "언니, 전 언니 믿어요!"라엘: "그래! 언니 요리 실력이 늘면
"나 몇 년 전에 E국에 놀러간 적 있는데." 라엘이가 말했다.현이는 바로 물었다: "언니, E국 재미있어요? E국은 어떤 나라예요?""나도 그때 오로라 보러 갔었어, 근데 난 운이 안 좋아서 못 봤네." 라엘이가 말했다. "언니는 제일 북쪽에 있는 도시에만 갔었어, 단지 오로라 보러 간 거였거든. 근데 내가 떠난 날 밤에 오로라가 나타났다는 거야, 그래서 너무 화나 났었지."현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E국에 잠깐 머무른 거라 딱히 특별한 기억은 없네. 내가 그동안 여기저기 많은 곳에 여행을 다녔는데 환경에 적응 못한 경우는 드물었거든. 근데 하필 그때 E국에 갔을 때 열이 펄펄 끓어서 아무것도 못 먹었던 기억은 나네." 그때 기억을 회상하면 라엘이는 여전히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어렸을 때부터 늘 건강했던 그녀는 열이 났던 적이 거의 없었다.아마 그때 E국에 갔을 때 먹은 음식이 뭔가 잘못 되었나 보다.처음에는 체한 것처럼 구토했고 그날 밤 바로 열이 올랐다.그녀가 오로라를 보러 간 날 컨디션이 아주 최악이였다, 그래도 오로라를 보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는데 끝끝내 오로라는 보지 못했다.다음날,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팠던 그녀는 먼저 귀국했다.그 결과 떠난 날 밤에 바로 오로라가 나타났던 것이다.신이 그녀가 오로라를 보는 것을 원치 않았나보다.비록 그 뒤에 오로라를 보러 갈 기회는 많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E국에 가면 흔히 필요한 약들을 챙겨가는 게 좋을 거야. 그때 가서 엄마한테 약 준비해 달라고 해서 꼭 챙겨다녀." 라엘이가 귀띔해 주었다."네. 마이크 삼촌이 전에 가서 봤던 오로라 사진이랑 동영상 보여줬는데, 보라색 오로라였어요, 너무 예쁘던데요." 라엘이는 감탄하며 말했다."나도 알아, 낮도 그 동영상 보고 오로라 보고 싶어서 거기까지 갔던 거야."...정오에 한 가족은 라엘이의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후 진지한을 데려다주러 공항으로 향했다.진지한은 이번에 귀국한 후 전보다
"그건 두 사람이 만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현이는 부모님이 말다툼 하는 것을 보고 타이밍을 보고 끼어들었다: "아빠, 전 아빠가 너무 좋아요.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게 정상이죠! 그리고 누구나 싫어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요, 아버지가 마이크 삼촌 싫다고 해도 전 아빠 좋아요.""아빠는 마이크 삼촌 싫어한 적 없어. 아빠가 정말로 마이크 삼촌이 싫다면 어째서 너희들이 마이크 삼촌과 가까이 다닐 수 있게 두겠어? 아주 오래 전에 마이크 삼촌이 너희 엄마랑 너무 친해 보였어, 그래서 잠깐 마이크 삼촌이 거슬렸던 것 뿐이야. 그 뒤론 별로 다툰 적 없었어." 박시준은 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아빠, 설명해 주시지 않아도 전 아빠가 너무 좋아요." 현이는 박시준의 입을 막아버렸다.박시준은 약간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딸의 솔직한 표현에 그는 몸둘 바를 몰랐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기쁨을 멈출 수 없었다."제가 말했죠, 우리 딸이 당신을 싫어할리 없다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진아연은 딸이 입을 옷들을 반듯하게 캐리어에 넣고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다. "저도 부족한 점 많아요! 저도 이제는 고생을 못해요,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누가 고생하는 걸 좋아하겠어요! 그리고 딱히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기도 해요...""엄마아빠, 두 분 다 너무 좋으세요." 현이가 결론을 내렸다. "비록 제가 두 분 곁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됐지만 두 분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건 느낄 수 있어요. 저도 나중에 두 분처럼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현이야, 넌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진아연은 딸에게 기대가 가득했다. "우리 현이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잘 버텨줬는데, 현이의 용기와 끈기가 평생 현이를 잘 이끌어 줄 거야."저녁.퇴근한 라엘이는 장보러 근처 슈퍼마켓에 들렀다.오늘은 그녀가 이사한 첫 날이였다.그녀는 자신을 위한 특별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그녀는 젓가락을 들고 가장 좋아하는 연근을 들었다.한 입 먹으니 갑자기 매운 맛에 사레가 들려 몇 번이나 기침을 하였다.그녀는 곧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컵을 찾아 물을 마셨다."왜 이렇게 톡 쏘지? 혹시 양념을 너무 많이 넣은 건가?" 라엘이는 물을 마신 후 혼잣말을 했다.사실 맛은 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매웠다, 라엘이가 먹을 수 있는 맵기 한계를 넘어섰다.집에서 늘 담백하게 먹었었고 밖에서 가끔 시켜먹거나 친구들과 외식할 때 매운 음식을 먹기도 하지만 순한 매운 맛 정도만 견딜 수 있었다.물을 마시고 잠시 진정을 되찾은 후 그녀는 다시 식탁에 앉았다.한 입 더 먹기 전 그녀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그녀는 빈 그릇을 가져다 물 한 그릇을 받았다.그다음 샤브샤브에서 야채를 집은 후 물에 한번 행궈 먹었다, 이렇게 먹으니 매운 맛이 많이 줄어들었다.몇 입 먹은 후 그녀는 드디어 매운 맛에 적응할 수 있었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엄마가 걸려온 영상통화였다.영상통화를 받자 엄마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우리 딸, 사진 봤는데 오늘 저녁은 샤브샤브 먹는 거야?" 진아연이 물었다."네, 엄마! 제가 만든 샤브샤브 보여드릴게요." 라엘이는 카메라를 후방 카메라로 바꾼 후 진아연에게 펄펄 끓는 샤브샤브를 보여주었다. "육수랑 양념 사서 끓인 건데 맛이 나쁘지 않아요!"라엘이는 진아연에게 자신이 끓인 샤브샤브가 너무 맵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부터 실수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보이네... 육수가 좀 빨개 보이는데, 많이 맵지?" 진아연은 새빨간 국물을 보며 물었다.라엘이는 콧물을 삼키며 꿋꿋이 말했다: "괜찮아요! 아주 조금 맵긴 한데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아요. 엄마는 식사 하셨어요?"진아연: "우리는 방금 다 먹었지, 음식 꽤 남았어! 네가 없으니까 집이 꽤 썰렁하게 느껴지는 걸."라엘이는 엄마가 하는 얘기를 들으며 코끝이 찡해졌다."엄마, 기껏해야 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요. 엄마가 그렇
현이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언니, 다음에는 좀 적게 만드세요. 혼자서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 양을 좀 적게 하면 힘도 덜 들거에요.라엘: 내일은 배달 시켜 먹기로 결심했어.현이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라엘: 방금 엄마가 영상통화 걸어왔는데 마음이 너무 괴로웠어, 너무 집이 그립고 집에 가고 싶었어! 하지만 난 돌아갈 수 없어! 이미 집까지 사버렸는데 하루도 안 살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잖아!현이: 언니, 좀이따 영화 한 편 찾아서 보세요, 며칠 지내다 보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라엘: 그래. 독립적인 방면에선 언니가 너보다 한참은 딸리는 구나. 너 내일 떠나지?현이: 네, 내일 오전 비행기에요. 오늘 밤은 좀 일찍 자야겠어요.라엘: 그래, 그럼 오늘 일찍 쉬고 내일 E국에 도착하면 언니한테 문자하고 언제든 일정 공유해줘!현이: 알겠어요!라엘이는 소파에 누워 잠시 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그녀는 동생의 말대로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었다.밤 열한시.그녀가 영화를 반 쯤 보고 있을 때, 갑자기 위가 울렁거리더니 위산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갔다."우웩—"박시준의 예언이 현실로 되었다. 라엘이는 한동안 토하더니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새벽 12시에 몸에 힘이 풀린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걸어나왔다, 위경련인 듯한 통증이 때때로 몰려오곤 하였다.그녀는 젖먹던 힘을 짜내며 침대까지 걸어갔고, 침대에 누우니 위의 불편함은 온몸에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마 식중독으로 인한 급성 위장염에 걸린 것 같았다.처음 요리했는데 식중독까지 걸리다니, 그녀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이 시간이면 부모님은 자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누구를 찾아야 할지 도무지 답이 없었다.가족을 찾는다면 당장 달려와 병원에 데려갈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에 가족에게 연락한다면 부모님은 더 이상 그녀를 밖에서
여태껏 살면서 이런 망신을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였다.초저녁에 가족들에게 자랑까지 했으니, 오히려 가족들한테만 말한 게 다행일 수도 있다. 만약에 친구들한테까지 자랑했다면 식중독에 걸렸다고 입 밖에 내지도 못할 것이다."너 지금 어디야?" 김세연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집에 있었다면 어찌 가족들이 식중독에 걸린 일을 모를 수 있겠는가?"저 바깥으로 이사 나왔어요..." 라엘이는 얘기하다 속이 울렁거려 다시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네가 있는 위치 보내줘, 당장 의사 데리고 갈게." 김세연은 그녀가 헛구역질 하는 소리를 들으며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라엘이는 전화를 끊은 후 자신의 위치를 김세연에게 보내주었다.그녀는 지금 다른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오직 빨리 낫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금요일에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요리해 주겠다고 이미 약속까지 했으니... 금요일까지 낫지 않으면 더 이상 가족들에게 숨길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가족들이 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그녀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약 40분 후, 김세연은 의사를 데리고 라엘이가 사는 곳에 도착했다.라엘이가 애써 아픈 몸을 이끌고 문을 열어준 후, 김세연은 바로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부축여 주었다.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숨은 가빴으며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왜 이렇게 심각한 거야? 언제부터 이곳에 이사 온 거야? 왜 집에서 나온 거야? 오늘 저녁에 뭘 먹었어? 밤부터 이러기 시작한 거야 아니면 낮부터 증상이 나타난 거야?" 김세연은 그녀를 부축이고 안방 침대로 가며 연속 질문을 퍼부었다.라엘이는 대답하기 힘들 정도로 숨을 거칠게 쉬었다.구토와 설사로 인해 거의 탈수상태에 가까웠다."오늘 저녁에 샤브샤브 해먹었는데.... 너무 매웠어요...." 라엘이는 침대에 누우니 조금 편해진 것 같아 그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했다. "우리 엄마한테 말하지 마세요... 오늘 금방 이사왔어요, 이렇게 독립하자마자 문제 생긴
김세연은 무안한 마음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그녀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였다, 다만 그녀가 자신의 건강을 중요시하길 바랬던 것뿐이였다.하지만 지금 이미 앓아 누웠으니 이런 상황에서 잔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그는 그녀의 손에 들고있는 빈잔을 가져다 침대 옆 머릿장에 올려두었다.그사이 의사는 이미 수액할 준비를 마쳤다, 김세연은 침대 옆에 링거 병을 걸어둘 만한 마땅한 거치대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온데간데 다니며 링거를 걸어둘 만한 옷걸이라든가 무언가가 있을가 하고 찾아다니기 시작했다.구석구석 찾아봤지만 결국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김세연 씨, 아니면 우선 이 링거 병을 잠시 들고 계시겠어요? 제가 가서 수액 거치대 가져오겠습니다." 의사가 그에게 논의했다.김세연은 즉시 링거 병을 건네받으며 동의했다.이미 링거를 맞기 시작한 라엘이는 뜬 눈으로 침대에 누워 잠이 오지도 않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였다.평화로웠던 삶을 그녀가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았다."선생님, 라엘이 혹시 구토증상 또 있을까요?" 의사가 방에서 나가려고 할 때 김세연이 물었다."네, 이건 상황에 따라 다른데 또 토할 수도 있습니다." 의사가 대답했다. "속이 울렁거리면 일단 쓰레기통에 구토하게 하세요. 수액이 끝나기 전에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는게 좋습니다."라엘: "선생님, 저 구토 뿐만 아니라 설사까지 하는데요." 그녀는 혹시 화장실이 급해도 침대에서 참고 있어야 하나 묻고 싶었다.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이 질문을 들은 의사는 잠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김세연도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의사: "....될수록 참으시는게 좋습니다. 너무 급해서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럼 화장실에 가셔야죠!"라엘: "링거 맞으면서 어떻게 화장실에 가요? 설마 세연 아저씨랑 같이 화장실에 가라구요?"김세연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전 괜찮습니다.""당신이 괜찮아도 제가 안 괜찮다구요! 전 창피하거든요!" 라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