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는 그가 다른 말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글쎄요. 딱히 가지고 싶은 게 없는데... 그냥 돌아다니면서 봐도 될까요?!" 수수는 서은준을 끌어 당겼다.시내 쪽에 가까워지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수수는 오늘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나왔고, 큰 두 눈만 보였다.서은준은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웃음을 보고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만약 그녀의 얼굴에 큰 흉터가 없었더라면 좋은 집안에 입양되어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수수는 서은준을 데리고 악세사리 샵에 들어갔다."도련님, 제 생일 선물로 머리끈 사주세요." 수수는 서은준에게 말했다."머리끈?" 서은준은 여자들이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서 잘 몰랐다."머리를 묶을 때 사용하는 거예요." 수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끈을 집어들고 그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 제가 사용하는 머리끈이 낡아서 헐렁하게 묶이거든요. 도련님, 이거 사주세요!"서은준은 그녀가 생일 선물로 이렇게 값싼 물건을 말할 것이라 예상치도 못했다."다른 것도 더 골라.""아... 하나면 충분한데. 하나로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거든요." 수수는 머리끈이 놓여진 매대를 둘러보며 말했다.서은준은 아무 말 없이 매장을 둘러보며 머리끈 뿐만 아니라 다른 악세사리들도 보았다.서은준은 대체 이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없어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그는 아무 머리끈을 집어들고 가격표를 보았다.——5000원.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었다.비록 그가 서씨 가문의 정식 후계자는 아니었지만 이 가격은 싸도 너무 쌌다.하지만 수수의 성격상 그에게 비싼 선물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도련님, 이 작은 토끼 귀엽지 않아요?" 수수는 작은 토끼로 장식된 머리끈을 서은준에게 건넸다.서은준은 흘끗 보았고 귀엽다고 생각했다."이거랑 이거는 어때?" 서은준은 그가 골라온 머리끈 역시 그녀에게 보여줬다."도련님, 전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수수는
"도련님, 목도리는 안 필요하세요?""괜찮아.""장갑은요?""괜찮아.""그럼... 내복 같은 건요?" 수수는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내복 없으시죠! 제가 내복 사드릴까요?!"서은준: "..."그에게 내복을 입으라고 말한 마지막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다.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새 아버지와 연애를 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추운 겨울 그의 아들이 무엇을 입든 상관하지 않았다."필요 없어." 서은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더 이상 내 앞에서 내복 이야기 하지마!"수수는 그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고 바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쇼핑을 마치고 교차로에 서있었다.오늘 날씨는 나쁘지 않았지만 약간 쌀쌀했다.햇살 역시 따사롭지 않았지만 흐린 날씨에 비하면 나름 날씨가 좋았다."도련님, 배 안 고프세요?""별로.""음, 그럼 저희 서점에 가요!" 수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서은준에게 맡기면 하루 종일 선물을 못 고를 것이라 생각하고 서점에 가자고 말했다."정말로?" 서은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서점이 오늘도 여나?""가서 보면 되죠! 안 열었으면 백화점에 가요." 수수는 그의 팔을 끌고 앞으로 갔다.서은준은 그녀가 이렇게까지 힘이 세다고 느끼지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그녀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서점.서점 문은 열려있었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있었다.창가에 앉아 데이트를 하는 커플도 있었고, 동생을 데리고 서점에서 책을 사는 남매도 있었다.대부분 다들 부모님과 함께였다."사람이 꽤 많네요!" 수수는 서은준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가지고 싶은 책이 있는지 둘러보세요. 저는 복습에 필요한 문제집을 좀 사야해서요. 조금 있다 여기서 만나요."서은준은 수수가 문제집을 찾는 동안 천천히 서점을 돌아다녔다.한 시간 뒤, 수수는 문제집을 선택해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에 서서 서은준을 기다렸다.그녀의 손에는 총 두 권의 책이 들려있었다. 하나는 문제집, 다른 하나는 서은준에게 줄 새해 선물이었다.그녀
"도련님, 배고프지 않으세요? 밥 먹으러 가요." 수수는 책을 산 뒤, 대략 5만원 정도 남았다."저녁 먹기는 아직 이른 거 같은데." 서은준은 사실 밥을 먹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놀이공원 가본 적 있어?"수수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곳은 비싸지 않아요? 오만원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서은준은 그녀가 든 가방을 가져와 책을 모두 넣은 뒤, 가방을 앞으로 맨 뒤 걸어갔다.수수는 그저 그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도련님께서는 가보셨어요? 재밌나요?" 수수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물었다. "아, 근데 저희는 이제 성인이라 못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나도 안 가봤어." 서은준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회상했지만 사실 수수와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그의 어머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어머니는 서비스직에 근무했고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했다. 주말에 나가면 월급을 더 줬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가 방학을 했을 때도 집에는 그가 기르던 강아지와 자신 뿐이었다."그럼 저희도 가볼까요?!" 수수는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재잘거리며 말했다. "만약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구경이라도 해요!""돈만 있으면 다 타볼 수 있어." 서은준이 말했다. "서점도 열었는데 놀이공원도 열었을 거야."약 30분 뒤, 두 사람은 놀이공원에 도착했다.다행히 놀이공원은 영업을 했고 손님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두 사람이 놀이공원에 들어갔고 수수의 눈에는 바로 회전목마가 눈에 들어왔다."도련님, 저희 회전목마 타요! 어른들도 타고 있어요!" 수수는 즐거웠다.서은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회전목마. 1회 4000원.서은준은 바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패스권을 지불했다.사람들이 천천히 회전목마에 올라타기 시작했고 서은준은 그녀에게 눈짓으로 올라가라고 말했다."도련님은 같이 안 타세요?""유치해." 서은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알겠어요! 그럼 저만 갈게요." 수수는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며
저녁 식사 시간. 진지한은 이 문제에 대해 가족들에게 말했다.오늘 친척 친구 모두 박시준의 집으로 다 모였다. 그리고 다들 라엘이가 선을 보고 싶다는 말을 한이를 통해 듣고 모두 놀랐다.특히 박시준과 진아연."선?" 진아연은 당황해 하며 라엘이와 한이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 "라엘이가 정말로 선을 보겠다는 거야? 라엘아 정말이야?""네, 이미 결정했어요." 한이가 말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맞선 상대를 전국에서 찾아서 라엘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어요.""선택"이라는 말을 듣고 여소정은 부러웠다."좋은 생각이야! 아연아, 우리가 라엘이에게 소개한다면 모두 A국 사람들이겠지? 근데 전국 남자를 대상으로 선을 본다니... 엄청 좋은 남자를 찾을지도 몰라! 우리 라엘이는 아무 남자를 만날 수 없지!" 여소정은 말하면 말할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라엘이가 선택하고 남은 사람들은 우리 지민이가 선택하는 거야!"하준기: "여소정 여사님! 우리 지민이 고작 17살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여소정: "처음에는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거지! 난 우리 딸이 우수한 이성들과 만났으면 좋겠어. 그러면 자동적으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될 거야."하준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물론 그녀의 생각처럼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지민이는 확실히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여소정의 성격와 판박이었다.예를 들어 공부도 하지 않고 성격도 오만방자하여 그 누구도 그녀를 훈계할 수 없었을 것이다.또한, 자신의 엄마보다도 더 메이크업과 패션에만 신경을 섰다.지민이는 비록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순종적이었다.지민: "싫어요! 전 그냥 이렇게 매일 매일 즐겁게 놀 거예요. 남자친구도 결혼도 다 안 필요없어요..."여소정: "..."하준기 역시 그 말을 듣고는 이마에 손을 올렸다.최은서는 웃으며 말했다. "라엘아, 맞선 상대 조건은 어떤 거야?"라
"라엘이에게 그렇게 하라고 제가 말했어요." 진지한은 박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세연 씨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유도 더 좋은 남자를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한이 말이 맞아요." 진아연 역시 거들었다. "라엘이를 우리가 너무 보호했어요. 라엘이 주변 친구들 역시 우리가 잘 알고 있구요. 그러니깐 이성의 감정이 생기기 어려웠을 거예요.""아연아, 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야. 이제 겨우 24살인데... 급할 필요가 있을까? 몇 년 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 박시준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그의 말에 모두가 그를 조용히 쳐다보았다.라엘이는 이제 곧 25살이 되도록 제대로된 연애를 해본 적 없는데도 박시준은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다...라엘이가 어리다면 17살인 지민이는? 그냥 유치원생이지 않겠는가?라엘이는 술 한 모금을 마시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빠 말은 제가 서른 정도 되어야 연애를 하고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스물 여덟이나 아홉이 좋지 않을까. 그 나이대 남자들도 다 성숙할 거고. 그러면 덜 힘들 수도 있지." 박시준은 계속해서 그의 의견을 라엘이에게 피력했다."내 딸이 연애를 하고 싶다는데 전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야채 반찬을 집어들어 밥 위에 올리며 말했다. "야채 반찬 먹고 똑똑한 그 머리로 한이나 도와줘요. 설마 한이가 생각하는 걸 믿지 못하는 거예요?"진아연은 이 한 마디로 박시준을 아무 말 못하게 만들었다!비록 박시준이 반대를 할 지라도 박시준은 한이의 생각에는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아빠, 걱정마세요. 선을 본다고 바로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저는 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더 나은 상대를 만난다면 열심히 일할 동기가 생길 수도 있잖아요." 라엘이는 박시준은 안심시켰다. "또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집에 데려와서 인사시킬 때 아빠 엄마가 확인해 주면 되잖아요."라엘이의 말에 박시준은 찌푸린 눈썹
라엘이가 자리에서 나간 뒤, 박시준 역시 뒤따라 딸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하지만 진아연이 그를 붙잡았다.박시준은 라엘이에게만큼은 매우 보수적이고 엄격했다.그가 따라가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는 더 걱정할 것이다."오빠, 밥이나 마저 먹어! 내가 가서 라엘이랑 이야기 해볼게." 최은서는 물 한 모금을 마신 뒤, 바로 라엘이를 따라나갔다."은서 씨랑 이야기 하게 놔둬요. 성빈 씨와 은서 씨를 못 믿는 거 아니죠?" 진아연은 박시준에게 말했다. "저도 세연 씨와 함께 하는 건 반대해요... 지금은 세연 씨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긴 했지만요...""여보, 이 문제는 진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해. 당신이 나와 영원히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처럼." 박시준은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줬다."시준 씨, 당신은 세연 씨가 나이가 많은 게 싫은 거잖아요...""그것 때문만이 아니야." 라엘이가 이 자리에 없었기에 박시준은 마음 편히 말하기 시작했다. "...김세연 그 사람이 당신 좋아해서 쫓아다녔잖아. 라엘이랑 같이 있는 이유도 당신이랑 라엘이가 많이 닮아서 그런 거 잖아. 내 딸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 자체가... 너무 싫어!"진아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준 씨, 대체 그런 이상한 상상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어요? 세연 씨가 절 쫓아다녔다고요? 세연 씨는 제가 그의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에 절 믿어주는 것 뿐이에요."박시준은 이 문제로 그녀와 더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너희들이 말해봐. 김세연 씨가 쫓아다닌 거 맞잖아?"성빈과 하준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위정 역시 가만히 있었다.위정은 김세연이 진아연을 쫓아다닌 건 잘 모르겠지만 사실은 그 역시 처음에 진아연을 좋아했었다.그의 짝사랑이었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 다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 순간에 이 말을 한다면 그는 매장 당할지도 몰랐다.여소정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아연이는 저한테 모든 걸 말하니 제가 증명할게요... 김세연 씨는 아연이를
성빈은 원래 아들의 이름을 성하민이라고 지어주고 싶었지만 최은서는 성하민이라는 이름이 너무 여자아이 이름 같아서 반대했다. 만약에 아들의 이름을 성하민이라고 지었다면 나중에 학교에 가서 분명 놀림을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은서는 자기 마음대로 출생신고를 하러 갈 때 '하'자를 '명'자로 바꿔 결국 아들의 이름은 성명민으로 되었다.성빈이 아들의 이름을 성하민으로 지은 이유는 아들이 여름 가장 더울 때 태어났기 때문이다.최은서가 아들의 이름에 명자를 넣은 이유는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간 날이 아주 맑은 날이였기 때문이다.민이가 태어났을 때 온몸에 털이 까맣고 빼곡하게 나있었다.최은서는 털이 가득한 아들인 것을 보고 직접 눈물을 터뜨렸다.그녀는 원래부터 아들보다는 딸을 더 원했었다, 결국 원하는 딸을 얻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못생길 수 있다니!의사는 그 자리에서 신생아는 클수록 점점 더 예뻐질 것이고, 몸에 난 털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최은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최은서만 민이를 보고 실망했을 뿐만 아니라 성빈 역시도 아들을 본 후에 약간 실망했다.성빈은 원래 아들에게 멋진 영어 이름을 지어주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숭이처럼 털이 가득한 아들을 보자마자 생각해 두었던 멋진 이름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민이'라고 불렀다.최은서는 아이를 본 성빈의 표정을 보고 눈물을 뚝 그쳤다.민이는 또래 아이들 중 비록 나이가 제일 어리지만 가장 용감하고 겁이 없는 아이기도 했다.성빈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얻은 소중한 아들이기에 민이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민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는 아버지였다. 최은서는 일이 바빠 평소에 아들에게 비교적 소홀한 편이였다, 가끔 아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아들은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과연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성빈은 아들의 말을 듣고 바로 아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세연이 삼촌이 나이가 많아서 그래!"민이는 이마를 찌푸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세연이 삼촌이 아빠보다
최은서는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물론 아쉬운 건 있지. 하지만 아쉬움과 미련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니, 우리는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생각해야 해. 만약에 고모한테 마법이 있다면 고모는 반드시 고모부를 십년, 이십년 젊게 만들 거야. 제일 좋은거는 고모부가 평생 20대 초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서 쭉 고모와 민이 곁을 지켜줄 수 있게 하고 싶지."라엘이는 고모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고모의 얘기를 들었다."고모도 전에는 고모부가 고모보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싫었어. 특히 고모가 고모부한테 시집가려고 할 때 쯤엔 더 그랬어. 이것 때문에 계속 마음이 찝찝하기도 했어.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고모를 설득했고 고모 스스로도 납득했지. 그래서 고모부랑 결혼한 거에 대해 아쉬운 건 있어도 후회한 적은 없어.""왜요?" 라엘이가 물었다."사람이 기껏 산다고 해도 몇십 년밖에 안되는데 자랑스러운 일 한 두가지에 평생 마음에 두고 염두할 사람이 있으면 된 거지, 그럼 이번 생 헛산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너희 고모부가 그리 완벽한 사람은 아니어도 충분히 고모를 사랑해 주고 있어. 고모부가 고모에 대한 포옹과 사랑은 고모가 더 이상 고모부의 약점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줬어."라엘이는 고모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네가 고모랑 고모부의 감정과 너랑 김세연 사이의 감정을 비교하려는 마음 고모 이해해, 하지만 라엘아, 이건 다른 거야." 최은서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고모부가 고모를 엄청 쫓아다녔어, 고모부가 그러지 않았다면 고모는 고모부를 만나지 않았을 거야. 너희 고모부가 좀 뻔뻔하거든, 자신감이 넘친다고 할 수도 있고. 김세연은 달라, 김세연이 정말로 널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저렇게 여자를 찾아서 널 화나게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런 식이라면 고모한테는 절대 안 먹혀. 고모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고모, 제 생각에는 그 사람이 절 속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콘서트 때 공식으로 연애를 발표하기 전에 한 번 만났었 거든요. 그때 분명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