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받아 든 우준미의 어머니가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타났다."언니 핸드폰의 비밀번호가 뭔지 아니?" 우준미의 어머니가 물었다."언니 생일이에요." 우준미의 막내동생이 말했다.우준미의 어머니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잠금이 해제된 휴대폰을 박시준에게 건넸다. "여기 있어요, 박 대표님. 비밀번호는 0416이에요."박시준이 휴대폰을 건네받았다."그런데, 안에 유심칩이 없어요." 우준미의 막냇동생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박시준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유심칩은 어디 있지?""큰오빠가 제게 휴대폰을 주었을 때도 유심칩은 없었어요." 우준미의 막내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녀는 큰오빠가 유심칩을 버려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언니도 죽은 마당에, 오빠에게까지 문제가 생기게 할 수는 없었다.박시준이 휴대폰을 쥐고 가만히 생각하더니, 우준미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따님과 따로 대화하고 싶습니다."우준미 어머니의 안색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박 대표님, 제 막내딸은 아직 고등학생이에요. 매일 학교에 있느라, 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일절 아는 것이 없어요. 딸아이는...""아무것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당황하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제가 억지로 무언가를 알아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박시준이 반문했다.우준미의 어머니가 입꼬리를 움찔거리며 설명했다: "딸아이가 박 대표님 때문에 겁을 먹을까 봐 그래요. 아직 어리고, 겁도 많은 아이예요...""큰 따님이 죽기 전, 사모님은 큰 따님도 아직 어리고 겁이 많다고 생각하셨겠죠?" 박시준이 차갑게 말했다. "제가 정말로 당신들을 처리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말을 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위험함을 느낀 우준미의 막내동생이 곧바로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전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나가 계셔도 괜찮아요!"우준미의 어머니가 걱정에 가득 찬 한숨을 푹 쉬고는 딸의 방을 나갔다.박시준이 방문을 닫고 날카로운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자, 박시준은 마음이 약해졌다."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면, 무서워할 필요 없어. 난 잘못이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아."우준미의 막냇동생: "전 거짓말하지 않았어요…"박시준이 뒤돌아서 문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우대환과 그의 부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우대환 씨,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박시준이 차가운 표정으로 우대환을 바라보았다.그의 부인과 막내딸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은 현이의 행방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현이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한 이상, 우준미의 죽음 뒤에 숨겨진 배후를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우대환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거실에서 이야기하시죠! 제 아내와 아이들은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가서 이야기 나누세요! 전 딸과 함께 있을게요." 눈물로 가득 찬 딸의 얼굴을 본 우준미의 어머니가 마음 아파하며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박시준과 우대환이 거실 소파에 앉자, 도우미가 그들에게 차 한 잔을 내 온 뒤 자리를 떠났다."박 대표님, 오늘 하루 종일 우리 집에 머무르시는 걸 보니, 제게서 뭐라도 알아내지 않는 이상, 떠날 생각이 없으신 것 같네요." 우대환이 말했다. "제가 장담하지요. 저희는 정말 억울합니다. 방금 제 아내의 말로는, 준미가 대표님의 따님을 사 갔다고 하던데, 그런 놀라운 일을 전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진작 그런 줄 알았더라면, 억지로라도 따님을 돌려보내게 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대표님께서 제게 무슨 보답이라도 주셨을 테니까요. 아니, 대표님의 눈에 나지 않을 거라는 이유만으로도 저는 그렇게 했을 겁니다!"박시준은 가만히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준미는 정말 착한 아이입니다. 어려서부터 줄곧 착한 아이였지요. 제가 그 아이에게 다도 시범을 배우라고 했더니, 그 아이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제 환심을 사기 위해 10년이 넘도록 학업을 중단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착했던 아이가, 그 봉민이라는 녀석을 만난 이후로 반항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가
넷째는 늘 둘째 형의 말을 따랐다.그래서 이번에도 넷째는 둘째 형이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형의 말에 일리가 있어.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느니, 먼저 쳐버리는 게 나아. 박시준이 우릴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해. 여긴 우리 구역이니, 우리가 힘을 합치면 박시준과 그의 경호원을 처리하는 건, 개미 몇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그때를 생각해 봐. 우리가 김형문 일가를 처리할 때도 식은 죽 먹기 아니었어?" 넷째가 덧붙였다.당시 그들은 김형문의 집에 끄나풀을 심어두었고, 그 덕분에 김형문 집의 경호팀을 뚫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그건 그때 우리가 상대했던 것이 김형문이 아니라 김영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 배태준이 가늘게 뜬 눈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시준이는 김영아가 아니야. 설령 우리가 정말로 손쉽게 시준이를 죽여버린다고 하더라도, 김영아 때처럼 우리가 마음 편하게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순진해 빠졌구나!""박시준의 부하들이 우리에게 복수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야? Y국과 A국이 얼마나 먼데, 박시준 쪽의 인원이 얼마나 되건, 우리도 그만큼 상대할 수 있어! 일단 우리는 지리적으로 이미 우세한데,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 둘째 형이 비웃으며 말했다. "먼저 치지 않고, 박시준이 먼저 우릴 건드릴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자는 말이야? 김영아의 그 아이가 진아연의 아이일 줄 누가 알았냐고, 젠장..."당시 그들이 힘을 합치기로 한 건, 박시준이 김영아를 나 몰라라 하기도 했고, 현이에게도 애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현이를 죽이더라도 박시준은 아무런 반응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들은 그것이 오히려 박시준의 부담을 덜어주는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김씨 일가를 몰살한 후, 박시준과 진아연이 현이가 두 사람의 아이였다며, Y국으로 달려와 현이를 찾았다.그래서 그들은 박시준과 진아연에게 김씨 일가를 몰살한 것이 본인들이 한 짓이라는 걸 알릴 수 없었다.
배태준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글쎄? 지금 여기가 몇 시인지 빤히 알면서 이 시간에 전화해 놓고, 그런 말은 뭣 하러 해?""시준 씨가 걱정돼서요." 진아연이 사실대로 말했다. "산이 오빠, 시준 씨랑 만나셨어요?""시준이에게 연락 안 해봤어?" 배태준이 말했다. "시준이는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어. 시준이가 말 안 했어?""안 했어요. 피곤하다기에 저도 더 묻지 않았고요." 진아연이 말했다. "산이 오빠,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배태준의 관자놀이가 움찔거렸다. 그러자 그의 눈꺼풀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우리가 지금 얘기를 하는 게 아니면 뭘 하는 거지?""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좀 해보자는 말이에요." 진아연이 말했다. "예전에 제가 오빠의 수술을 맡았을 때, 수술 전 제가 한 많은 질문에 모두 사실대로 대답해 주셨던 것처럼요."배태준은 머리가 아파졌다. 진아연이 우정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진아연, 나한테 수술해 준 일까지 꺼낼 필요 없어. 우리 둘은 진작에 계산이 끝났잖아. 잊었어?" 배태준이 침대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러 갔다."그건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전 오빠의 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말씀드릴 의무가 있어요. 만약 재발하게 되면, 제가 또 수술해 드릴 수도 있어요. 제가 하는 걸 원하지 않으시면, 그렇게 하셔도 되고요. 오빠의 수술은 다른 의사도 할 수 있는 수술이에요. 그저 실패할 확률이 조금 높아질 뿐이죠." 진아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그를 협박했다. "만약 실패하게 되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배태준은 자신이 협박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협박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말이 꽤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듣고 있어! 계속해."진아연이 숨을 들이켜고는 말을 이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수술대에서 죽는 거예요. 두 번째 가능성은 응급 처치를 받아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지더라도, 바보가 되거나,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거죠."배태준은 입 안의 물을 뱉어버리고 싶었지만 억지로 삼켰다."한밤중에 나
"왜요? 제 말이 틀렸나요?""난 나쁜 사람이야! 김형문 씨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사람들 모두 나쁜 사람들뿐이야!" 배태준은 반복해 강조했다. “진아연, 나를 높이 치켜세워줘도 이 사실만큼은 변함없어.”"하지만 박시준 씨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진아연은 바로 그를 반박했다."박시준은 우리와 연락하고 지낸 지 오래야. 우리 같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은 거지. 형제 중에 실력 있는 사람은 그뿐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웬만하면 우리가 먼저 연락했었지. 이게 바로 우리가 서로 왕래했던 방식이야.” 배태준은 계속해 말을 이었다. ”박시준이 걱정돼서 나한테 연락한 거라 알고 있어. 만약 그를 위해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바로 연락해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알려줘. 그리고 모든 인력을 동원해 지원해 줘. 알았지? 나한테 연락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진아연은 배태준의 말을 반복해 곱씹으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전화를 끊었다."젠장! 말도 없이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네." 배태준은 끊긴 통화에 중얼거렸다. "진짜 무정한 여자라니까!"그리고 잠시 뭔가를 고민하더니 계속해 중얼거렸다. "잠깐, 방금 말을 잘못하지 않았겠지? 뭐라고 했었지? 아이고! 이제 나이가 들어 머리가 돌아가지 않네!"배태준은 중얼거리면서 방금 진아연과의 통화내역 녹음 파일을 찾아 처음부터 듣기 시작했다.그리고 진아연이 그를 칭찬하는 말에 낯 뜨거워서 쥐구멍이라도 뚫어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다.진아연, 진짜 날이 갈수록 입만 살아서 이제 성실한 모습들은 전부 버렸네!그냥 나를 속여서 내가 박시준을 도와줬으면 하는 거잖아?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말들을 한 거지? 이렇게 칭찬하면 견딜 수가 없잖아?A국.배태준과 통화를 마친 진아연은 긴장 가득한 모습으로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지원 인력을 데리고 Y국으로 가라는 배태준의 말에 Y국에 있는 박시준이 위험하다는 뜻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생각할수록 불안한지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고 이에 깜짝 놀란 이모님은 바로 다가와진아연에게 물었다.
"네가 간다고?" 마이크는 너무 놀란 나머지 진아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그럼 어떻게 구할 생각이야?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는 거야? 전에 한 번 갔었잖아. 혹시 잊었어?"진아연은 마이크의 말에 잇따라 계속해 말을 이었다. "한이야, 우리는 사람만 보내면 돼. 굳이 직접 갈 필요 없어.""전에 저를 한 번 구했으니까 이번에 제가 구해주면 더는 그한테 빚지지 않은 거예요." 한이는 전에 Y국에서 저지른 사고를 박시준이 해결했다는 생각에 이런 말을 했던 거였다."한이야, 그래도 네 아빠야. 굳이 그런 일들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돼. 네가 힘들면 아빠가 무조건 도와줄 거야. 그래도 아빠의 아인데, 자기 자식을 돕는 건 아빠의 책임이야. 너와 아빠뿐만 아니라 다른 부자들도 모두 똑같아.”진아연은 한이에게 부자 관계의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고마이크는 한이가 눈살을 찌푸리자 진아연의 말에 몹시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마이크는 한이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라줬었고혹시라도 따라주지 않으면 방금 같은 표정을 보였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었다."됐어, 괜찮아. 한이가 원한다면 그냥 보내면 되잖아!" 마이크는 급히 두 사람 사이에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사람을 더 많이 보내면 되잖아. 한이가 이런 마음이 있는데 굳이 말릴 필요 있어? 박시준 씨가 Y국에서 한이가 구하러 왔다는 생각에 얼마나 감동할지 생각했어? 아마 너를 만난 것보다 훨씬 감동할걸?”진아연: "..."한이: "..."한이는 박시준이 감동 받으라고 Y국에 가는 게 아니였다!그리고 너무 오글거렸다!"마이크, 네 말이 맞아. 한이가 Y국에 가면 위험이 있을까 봐 걱정했지만, 아이의 마음은 너무 좋다고 생각해. 그리고 박시준 씨도 기뻐할 거라 생각해." 진아연은 기분 좋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그래도 한이를 Y국에 보낼 수 없어. 박시준 씨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아픈데, 한이까지 가면 두 사람 모두 걱정이야..."마이크는 진아연의 말에 바로 그
"그래. 네 아빠가 기뻐하시지 않았어?" 성빈은 마치 본인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듯 감동한 표정을 보였다. "만약 내 아들이 나중에 커서 한이처럼 나를 보호해 준다면 너무 감동이야!"라엘: "성빈 삼촌, 삼촌의 아들은 저희 오빠보다 못할걸요! 오빠는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에요."성빈은 아이의 말에 미소가 얼어붙었고라엘은 그의 표정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 말을 이었다. "다만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 삼촌의 아들이 제일 강하겠죠. 물론 그때쯤이면 아빠도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라엘이 뜻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남자가 아빠와 오빠뿐이라는 거였다.성빈: "라엘아, 설날에 죽는다는 불길한 말을 하면 안 돼!""퉤퉤! 두 사람 모두 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는 그만해요" 최은서는 급히 나서서 이들을 말렸다. “제가 딸을 낳기를 기도해 줄래요? 저는 아들이 싫어요!”성빈: "..."라엘은 최은서의 말에 미소를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은서 이모, 무조건 딸일 거예요."최은서는 라엘의 말에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네가 어떻게 알아?"라엘: "저도 그냥 한 소리예요! 은서 이모만 기분이 좋으면 아무 말이나 다 괜찮아요."다들 아이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Y국.흥분한 박시준은 공항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전날 진아연이 그에게 연락해 호텔에서 꼼짝하지 말고 한이와 마이크가 도착하면 움직이라고 당부했었고박시준은 너무 감동받았는지 호텔에서 이틀 동안 쉬었다.혹시라도 이쪽 사람들과 다투게 된다면 아들이 위험할까 봐 걱정했던 거다.공항, 박시준은 한이와 마이크를 보자마자 바로 다가갔다."한이야, 너..."박시준이 채 말하기도 전에 마이크가 딱 잘라 말을 이었다. “너무 배고픈데요! 혹시 식사 준비했어요?”박시준: "준비했어. 호텔로 가서 식사하면 돼!""오! 그럼 짐이라도 들어요!" 마이크는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캐리어를 박시준에게 던졌고이를 본 박시준의 경호원은 바로 다가가 캐리어를 받았다."그냥 저희 안전에 신경 쓰면 돼요. 캐리어
"오늘은 설날이야. 그런 기분 나쁜 일들은 얘기하지 말자." 박시준은 아들의 나타남에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이야, 네가 이리 와줘서 너무 고마워."한이: "저는 당신이 죽으면 엄마가 너무 속상할 거라 생각해 온 거예요."박시준: "..."마이크: "하하! 박시준 씨, 가끔 왜 이리 자신감 넘쳐나는지 모르겠네요. 설마 저희가 왜 왔는지 모르는 거예요? 아연이가 당신 때문에 너무 우울해하고 슬퍼하지 않았다면 저희가 설마 당신을 도우러 이런 곳에 올까요?"박시준: "..."경호원: "마이크 , 그래도 설날인데 좋은 말만 하자! 다들 기분 좋게 설날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마이크: "알았어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저도 아무 말 하지 않을게요."이때 한이의 휴대폰이 울렸고아이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한이야, 아빠와 만났어?" 진아연은 시간 딱 맞춰서 연락했다."네. 지금 함께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 밥 먹을 생각이에요.""그래. 다들 밖에 있는데, 모든 일에 인내심을 갖고 안전이 최우선인 점 알고 있겠지?" 진아연은 너무 걱정인지 아들에게 당부했다. "네 아빠한테도 말했지만, 너도 꼭 알고 있어야 해."한이: "알았어요. 엄마, 다투지 않을게요."진아연: "그래. 다들 조심하고 진실이 아무리 중요해도 엄마한테는 너와 아빠보다 중요하지 않아."한이: "알았어요. 엄마, 꼭 기억하고 있을게요."한이는 엄마가 뭔가 계속 당부할 거라 생각해 스피커폰을 켜 박시준에게 엄마의 말을 들려주려는 생각이었다."한이야, 네 아빠는 말이야. 사실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딱 한 가지 안 좋은 습관이 있어." 진아연은 아들이 스피커폰을 켰을 거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계속해 말을 이었다. “네 아빠는 마음이 급해 급발진할 때가 있어서 말이야. 네가 옆에 있으면 꼭 지켜봐야 해. 만약 흥분하면 바로 말리고 절대 사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면 안 돼. 엄마는 그 누구도 다치지 않기를 원해.”한이: "네. 엄마."한이는 말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