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사이에 피비린내가 나서야 겨우 입을 뗐다....오후 4시진아연은 학교로부터 한이가 누군가를 물어 다치게 했으니 학교에 나오라는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해졌다.한이는 일대일로 수업을 받기 때문에같은 반 친구가 없는데 어떻게 누굴 물어 다치게 할 수 있지?설마 선생님을 물었나?이런 가능성을 생각한 진아연은 곧 컴퓨터를 끄고 차 키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어떻게 선생님을 물 수 있단 말인가!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어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면 안 되는데 말이다!그녀가 알고 있는 한이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왜 이렇게 변한 거지?그녀는 최근에 너무 바빠서 두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으니오늘 밤 두 아이와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로 결정했다.차를 몰고 학교로 가보니 한이의 선생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애를 데려갔어요."진아연은 충격에 눈썹을 찌푸렸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한이는 박시준씨가 데려갔어요. 박시준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죠? 그분 주소를 얘기해 드릴 테니 거기로 가서 한이를 데려가시면 돼요." 선생님이 말했다.진아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왜 그 사람이 한이를 데려가도록 놔두었어요? 학교에는 규칙과 규정이 없어요? 그 사람이 한이를 데려갈 때 왜 전화를 걸어 알리지 않았어요? 당신들에게 너무 실망이네요!"선생님이 곧 해명했다."진아가씨, 진정하세요. 박 대표님께서 한이를 데려간 뒤 전화를 하려 했지만 곧 도착할 것이라 생각해 전화하지 않은 거예요. 박 대표님께서 한이를 데려간 이유는 오늘 한이가 시은 씨와 말다툼을 심하게 했는데 시은 씨가 오후 내내 울었기 때문이에요. 박 대표님께서 와서 한이에게 왜 말다툼을 했는지 물었지만, 한이가 말하기를 거부했어요. 시은 씨가 방금 깨서 돌아가겠다고 해서 박 대표님이 한이랑 함께 데려간 거예요. 두 사람이 왜 싸웠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랬어요."선생님이 아주 조리 있게 설명해 주었지만진아연은 여전히 아주 화가 나 있었다.그녀는 차 열쇠를 들
"건드리지 마!" 한이가 나지막이 소리치며모자를 다시 썼다.이모님은 그의 소리에 놀라 멍해졌고박시준과 박시은은 한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박시은은 그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겁을 먹었고박시준은 처음으로 보는 한이의 이목구비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럼 직접 닦을래?" 이모님은 수건을 비틀어 짜 그에게 건넸다.한이는 수건을 받아 그대로 대야에 던져 버렸다.이모님은 아이가 이토록 성질이 까다로운 것을 보고 곧 대야를 가지고 떠났다."시은이랑 언제 만났고 왜 싸웠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오늘 밤 집에 갈 생각을 하지 마." 박시준은 정신을 차리고 그를 협박했다.한이는 못 들은 척 문 쪽으로 걸어갔지만문밖에는 경호원 두 명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아 나섰다.한이는 고개를 들고 그들을 노려보았고두 경호원은 그런 한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점점 죄책감이 밀려왔다...이 아이의 눈빛이 왜 이렇게... 무섭지?그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다른 아이들은 사나워도 앳되게 사나웠는데그는 진짜 무서웠다.더욱이 그의 얼굴에는 박시준을 닮은 아우라가 있어 경호원들은 알 수 없는 압박감을 느꼈다.한이가 시계를 들여다보니4시 50분이었다.할머니가 학교에 5시 30분에 도착해서 자신이 없는 것을 발견하면 분명히 엄마에게 말할 것이고엄마는 반드시 그를 찾으러 올 것이다.그는 그저 엄마가 올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됐다.박시준은 문 앞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그의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가 졌다는 걸 인정했다.그는 이 아이에게 완전히 무력했기 때문이다.그는 이 녀석에 대해 어떤 수단도 쓸 수 없었다.털끝하나 건드렸다간 진아연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니 말이다."시은아, 진지한과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박시준은 어쩔 수 없이 한이에게서 몸을 돌려 여동생에게 물었다.박시은은 방금 이모님이 한이를 위해 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씹다가오빠의 질문을 듣고 순간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그녀는 한이에게 자신을 학교에서 데려가달라고 간청했던 것을
5시밖에 안됐는데 엄마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비록 엄마는 대외적으로 그가 입양아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한이는 엄마가 그를 매우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아!" 진아연은 아들이 문지방에 앉아 있고 옆에는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진아연의 목소리를 들은 박시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경호원들은 감히 진아연을 막지 못했다.그들은 박시준이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목격한 적이 있었다.비록 그녀는 이제 박시준의 전처가 되었지만 박시준에게 있어서 그녀는 다른 여성들과 다른 의미가 있었다.박시준은 진아연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한이를 품에 꼬옥 껴안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한이가 아주 큰 억울함을 당했다는듯이."진아연, 얘기 좀 해."진아연은 화를 내며 대답했다. "왜 한이를 마음대로 집에 데려온 거예요? 내 허락을 받았나요? 이건 분명한 불법이에요!"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해치지 않았어, 단지 시은이랑 언제부터 알고 지냈는지, 왜 싸웠는지, 그것이 알고 싶었을 뿐이야!"진아연이 되물었다. "그건 시은 씨에게 물어봐도 되잖아요! 박시준씨, 시은 씨가 당신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당신이 내 아들을 괴롭히는 이유가 되진 못해요!"박시준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그가 그녀의 동의 없이 한이를 데려온건 사실이었지만,그렇다고 그가 그녀와 의논했다면 그녀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니 아들을 괴롭히지 않았어!" 박시준이 말했다."강제로 집에 데려와서 땅바닥에 앉힌 것이 괴롭힌 게 아니면 뭐예요? 그럼 대체 뭐가 괴롭힌다는 거죠? 말해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괴롭힌다는 거예요?" 진아연은 갑자기 그의 목에 난 이빨 자국과 피가 마른 자국을 보았다.아들에게 물린 건가?순간 당당하던 태도가 조금 수그러 들었다.이모님은 두 사람이 앞마당에서 말다툼을 하는 것을 보고 걸어 나와 박시준을 도와 말을 거들었다. "아연씨, 대표님께서는 정
진아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찌푸렸다."'노랑머리가' 뭐야? 다른 사람들도 다 이름이 있어." 진아연은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 "당신은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세요?"박시준이 되물었다. "존중? 나에게 존중을 거론하는 거야? 우리가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랑머리와 함께 있었는데 그건 날 존중한 거야?""나는 4년 전에 이미 이혼 협의서를 줬어요. 당신이 사인을 거부한 거예요.""내가 사인하지 않은 한, 우리는 엄연히 부부 사이인데 그새 바람 피운 거야?" 박시준이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진아연은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자신이 정말 바람을 피웠다고 믿을 뻔했다."우리가 이혼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과 사귀었다고 내가 언제 그랬어요?" 진아연이 반박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추측이잖아요, 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오바나 하고."박시준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 노랑머리 이름이 뭐야?""그 사람 이름은 왜요?" 진아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그 남자를존중하지 않는다며? 이름을 말해주지 않고 어떻게 그 남자를 존중하란 말이야?""아... 이름을 말해줘도 존중하지 않을 거면서." 진아연은 그가 마이크의 정보를 조사할까봐 두려워서 알려주지 않으려 했다. "박시준씨, 당신에게는 이미 새 여자 친구가 있어요. 이제 우리 모두가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했으니 서로 엮이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요?"진아연의 말이 끝나자 박시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보았다.전화를 건 사람은 심윤이었다.오늘은 심윤의 생일이었는데심윤은 어제 그를 오늘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심윤이 귀국한 뒤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이라고 했기 때문에 박시준은 흔쾌히 동의했다.심윤은 약속된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도착할지 궁금해서 전화한것 같았다.그는 휴대폰 화면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진아연은 휴대폰 화면에 표시된 이름을 힐끗 보고 몸을 돌려 나가려 했지만그는그녀의 팔을 잡고 가지 못하도록 했
그녀는 한이 화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그녀가 그에게 자신을 데리고 학교를 떠나달라 애원해서 혼났던 건가?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한이는 그녀의 사과를 듣고 더욱 화를 냈다.그녀가 박시준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그의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뜻인가?"날 따라오지 마요!" 한이는 그녀에게 무자비하게 소리를 질렀다. "난 당신이 싫어요!"발걸음을 멈춘 시은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이를 본 이모님이 달려와 시은이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시은씨, 울지 마세요.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니 더 이상 따라다니지 마세요."한이의 성격이 이토록 더러운데 시은이가 계속 일방적으로 이러면 자신의 마음만 더 상하게 될 것이다.그러나 한이라는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던 시은이는고개를 힘껏 저었다.이모님은 곧바로 그녀의 머리를 잡고 흔들지 못하도록 하고 말했다. "흔들지 말아요. 머리가 아플 거예요. 여기에 앉아 있으면 제가 한이한테 가서 어떻게 하면 친구가 돼줄 건지 몰어볼게요."시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님은 테이블에서 초콜릿 두 개를 꺼내 한이에게 다가갔다."한아, 나는 예전에 너의 엄마랑 좋은 사이였어." 이모님은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한이에게 초콜릿을 건넸다.한이는 방금 엄마가 그녀를 친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 초콜릿을 버리지 않았다."시은 씨는 아이의 지능밖에 안 돼. 시은 씨가 상처를 줬거나 다치게 한 일이 있어? 왜 그녀를 그렇게 미워하는 거야??" 이모님이 그에게 물었다."싫어하는데 이유가 왜 필요해요?" 말을 마친 한이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이모님은 따라가지 않았다.한이가 시은 씨의 지능이 낮아서 싫어한다고 생각한 이모님은 시은 씨가 가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이를 미워할 수도 없었다.한이의 얼굴에서 박시준의 모습이 보이지만그는 박시준의 아이가 아니다.이렇게 서로 닮은 모습은 운명 때문일까?이모님은 시은이의 옆에 돌아가 티슈로 눈물을 닦아 주었
"당신이 진아연인가요?" 심윤이 먼저 진아연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 심윤이라고 해요."진아연은 그녀를 재빨리 훑어보더니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진아연은 한이를 데리고 박 씨 별장을 나섰다.심윤은 그녀가 떠난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녀는 생각보다 젊고 아름다웠다.그녀가 오늘 박시준을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남자아이 한 명을 데려왔는데... 혹시 그 아이가 박시준의 아이인 건가?그러면 아이와 함께 왔다는 건 그녀가 박시준과 재혼하고 싶어서인 걸까?이렇게 생각한 심윤은 속이 울렁거렸다.박시준이 설마 아이를 위해 진아연과 재혼하려는 건 아니겠지?"시준 씨, 미안해요. 온다고 미리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심윤은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친구가 케이크를 줬는데 혼자는 못 먹을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같이 먹어요.."박시준은 케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요. 선물은 받았어요?"심윤은 깜짝 놀랐다. "오늘 오후에 누군가가 택배를 보냈는데 당신이 보낸 줄 모르고 열어보지 않았어요."박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시은이도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이모님이랑 같이 먹도록 하세요."말을 마친 그는 시은이에게 걸어가서 시은이를 방으로 데려갔다.그들이 자리를 떠난 후 심윤은 케이크가 담긴 박스를 열었다."이모님, 진아연씨는 언제 왔어요?" 심윤은 미소를 지으며 케이크 한 조각을 잘라 이모님에게 건넸다."온지 얼마 안 됐어요. 아들 데리러 온 거예요.""네... 그 꼬마가 진아연 씨의 아들이었네요. 되게 어려 보이진 않던데요."이모님이 대답했다. "입양했어요."심윤은 깜짝 놀랐지만 동시에 그녀의 마음에 있던 경계심이 사라졌다. "시준 씨와의 아이인 줄 알았어요.""원래는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낙태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입양한 저 아이와 비슷한 나이였을 거예요." 이모님은 이미 오래전 일이라 얘기해 줘도 괜찮다고 생
한이가 말했다. "라엘은 엄마를 닮았어요."진아연은 그의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한아, 그 사람이 너희들 아빠가 맞아. 하지만 그 사람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 너희들도 그 사람을 찾아가지 마. 만약 너희들이 그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한이가 대답했다. "그런 아빠라면 필요 없어요."진아연은 그를 위로했다. "한아, 네가 귀국한 뒤로 많이 변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엄마, 저는 아픈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들이 유치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뿐이에요."진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도 알아. 너는 마이크 아저씨처럼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잖아. 하지만 나중에 진짜 어른이 되면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다른 사람의 장점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해. 예를 들어 착하다든가 단순하다든가, 이런 것들 전부 아주 좋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한이는 어머니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반박하지도 았았다.그가 조금 더 크면 엄마의 말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저녁 7시, 심윤은 집에 와오후에 받은 택배를 풀었다.그녀는 박시준이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에 매우 실망했다.이 선물은 딱 봐도 박시준이 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점원이 보낸 것인데 비서에게 골라달라고 했을 수도 있었다.사실은 정말 그러했다.박시준은 조지운에게 고르라고 했고조지운은 그녀를 위해 샤넬 백을 선택했다.심윤은 그 가방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진아연의 얼굴이 떠올랐다.박시준은 진아연을 위해 그녀를 속였다.그는 시은의 기분이 좋지 않아 집에서 시은이를 돌봐줘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진아연과 함께 있었다.진아연을 위해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어겼다.평범한 데이트였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테지만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그녀는 매우 억울했다.다음날.진명그룹.프런트 데스크에서 전화가 와 박시준의 여자 친구가 왔다고 했다."진 대표님, 이 분이 만나 뵙자고 하십니다." 비
진아연은 마시고 있던 녹차를 내뿜을 뻔했다.그녀는 티슈를 가져다가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심윤 씨, 저와 박시준 씨의 이혼은 저의 고집이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박시준 씨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전 아무 불만 없어요. 굳이 불만거리가 있다면, 그건 당신들이 왜 당장 결혼하지 않느냐 하는거예요.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보세요. 하늘에서 내려온 선남선녀가 따로 없는데 왜 결혼을 안 하세요? 결혼하면 제가 축의금을 두둑이 챙겨 드릴 텐데."심윤의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진아연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아마 실망시켜 드릴것 같네요. 저와 박시준 씨는 결혼할 계획이 없거든요.""왜 결혼 계획이 없어요? 당신이 결혼하기 싫은 건가요, 아니면 박시준 씨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건가요? 그가 결혼을 원치 않는 거라면 제가 가서 설득해 드릴까요?" 진아연은 또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심윤이 화를 내며 말했다. "진아연씨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저와 박시준씨의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두면 돼요. 참. 방금 제 얼굴이 두껍다고 하셨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요. 저희는 오늘 처음 만나는 건데 왜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거예요??"진아연은 진정한 여우는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고 있는 듯 했다.심윤은 가엾은 표정과 눈빛, 그리고 애절한 어조로 말을 하며 보는 사람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혹시 선생님께서 코끼리를 삼킨 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어요?" 진아연은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가 알아들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멍하니 진아연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진아연은 그녀와의 대화가 조금 지쳤다.그녀는 거짓말이 정말 영원히 들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만약 그녀가 수술을 하는 일로 박시준에게 함께 있어달라고 협박하지 않고 오히려 돈을 챙겼더라면 진아연은 그녀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너무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진아연은 비록 박시준과 이혼했지
3년 후.A국, 공항.현이는 둘째 오빠와 함께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3년이야 3년! 남자친구라는 사람 드디어 너 찾으러 오는 거야!" 박지성은 현이를 놀리며 얘기했다. "설마 너랑 헤어지러 오는 건 아니겠지? 어쨌든 3년 동안 못 만났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현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둘째 오빠, 저 지금 저주하시는 거예요? 비록 3년 동안 못 만났지만 매일매일 영상통화 하면서 서로 얼굴 봤거든요!"박지성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사이버 연애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현이: "어쨌든 이번에 A국에 와서 정착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제부터 다시는 떨어져 지내는 일 없을 거예요."박지성: "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 이따 아버지 만나고 얘기 얼마 나누지도 않고 다시 티켓 사고 도망치는 거 아니야?"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현이는 곧바로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바라보았다——서은준이 캐리어를 끌며 출구에서 나오고 있었다.현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은준을 향해 달려가 서은준의 품에 안겼다.이때 박지성은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진아연이 물었다. "아직 못 만났어? 설마 안 오는 건 아니지?"박지성: "엄마,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에요. 금방 나왔어요, 지금 현이랑 껴안고 있어요! 우리 이제 곧 집에 갈 거니까 엄마랑 아빠도 마음의 준비 잘 하고 계세요."박 씨 저택.진아연은 통화를 마친 후 박시준에게 전달했다.박시준은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자신의 용모를 검사했다.진아연은 화장실 문 앞에서 지켜보며 소리내어 웃었다. "거울 그만 비춰요, 충분히 멋있어요!"박시준: "여보, 좀이따 은준이한테 좀 엄격해야 할까?"진아연: "현이가 그렇게 좋다는데, 은준이도 현이 위해서 A국에 있겠다고 한데다 엄격하게 해서 뭐하려구요? 굳이 두 아이의 기분을 망쳐야겠어요? 은준이도 지금 어엿한
서 어르신은 진지한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얘기를 꺼낼 줄 예상치 못했기에 차마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냐하면 진지한에게 돈을 달라고 할 계획이긴 했지만 얼마나 달라고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어쨌든 진지한은 엄청난 부자였고, 적게 달라고 하니 왠지 손해를 보는 기분이였고 많이 달라고 하자니 거절 당할까 봐 걱정되었다.서 어르신은 한동안 망설인 후 진지한에게 말했다. "진 대표님 집이 A국에서 엄청난 부자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얼마가 적당한지는 대표님께서 정하시죠! 저와 우리 아들에게 푸대접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진지한은 눈살을 찌푸렸다.배유정은 그것을 보고 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서 금액을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얼마가 적당할지 가늠이 안 가네요. 굳이 저희더러 정하라면 돌아가서 저희 시아버님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네요."서 어르신: "혹시 박시준 씨 말하는 겁니까?"배유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저희 시아버님 저희 남편보다 더 까다로울 겁니다. 입장 바꿔서 아버님이라도 따님을 평범한 남자한테 시집 보내진 않을 거잖아요?"서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긴 해요. 그럼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죠!"배유정: "지금부터 고민해 보셔도 괜찮아요. 저희 요 이틀 동안은 여기 있을 거거든요."서 어르신: "알겠어요! 그럼 우선 연락처 먼저 교환하죠! 나중에 일이 있을 때도 서로 연락하기 편하잖아요."배유정은 진지한을 흘끗 보았고 그제서야 진지한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서 어르신과 연락처를 교환했다.병원.현이는 서은준의 곁에서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했다.서은준은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시신을 옮겨달라고 했다.현이가 서은준에게 물었다. "장례식 간단하게 치를 생각이에요?"서은준: "엄마 켠에도 친척들이 별로 없어."현이: "네. 그럼 어머니 계실 묘지부터 골라야죠?"서은준: "엄마가 전에 유골을 엄마 고향 연못에 뿌려달라고 했어."현이: "..."서은준: "엄마는 내
진지한: "그래요 그럼! 근처에 가까운 카페라도 갈까요."서 어르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아요! 사실 우리 집이 바로 병원 근처에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현이도 우리 집에서 꽤 오랫동안 지냈었고 우리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 사이가 아주 좋았거든요."진지한은 배유정을 보며 말했다. "그럼 한 번 가볼래?"배유정: "좋아요!"서 어르신은 즉시 진지한과 배유정을 자신의 차로 안내하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서 어르신의 집에 도착한 후 서 어르신은 즉시 하인들을 분부하여 과일과 디저트를 올리라고 했다.서 어르신은 집사를 가리키며 진지한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집 집사입니다. 예전에 현이 할머니도 집사가 뽑고 집에 들였죠."진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서 어르신은 집사에게 말했다. "이 분은 수수 친 오빠야, 유명한 대기업의 대표 진지한 씨."집사: "진 대표님, 안녕하세요! 수수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요, 그때 우리 모두 수수를 많이 좋아했답니다. 전에 수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리를 듣고 많이 속상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니 참 다행이에요! 수수는 정말 철도 들고 씩씩한 아이였어요, 제가 봤던 아이들 중 가장 씩씩한 아이에요. 수수가 잘 지내고 있다니 정말 기쁘네요."진지한: "전에 우리 동생 잘 챙겨줘서 고마웠어요."집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대표님, 별 말씀을요! 수수는 정말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어요. 매번 적극적으로 맡아서 일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아이에요. 우리는 그때부터 수수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나면 꼭 잘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진지한은 집사의 말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서 어르신이 집사에게 말했다. "귀한 손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집사는 즉시 물러났다.서 어르신은 진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현이가 우리 은준이랑 사이가 좋았다는 거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제가 현이를 은준이 곁에 안배했거든요, 그때 두 아이 나이가 비슷했기도 했고 서로 얘기도 잘 통할 거
현이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오빠, 은준 씨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저 요 며칠 동안 언니 오빠랑 놀러다닐 수 없을 것 같아요."진지한: "괜찮아. 은준이 집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우리도 놀 기분 아니야. 은준이 어머님 장례식 참석하고 돌아갈게."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장례식을 어떻게 치르지?" 진지한을 물었다.서은준은 현이의 남자친구자 현이 또래기도 하니 현이의 오빠로서 왠지 모르게 서은준을 도와 어머니의 뒷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현이: "국내랑 비슷해요. 돈 많은 사람들은 거창하게 치르고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간단하게 치르곤 해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장례식은 따로 안 치르고 직접 무덤에 묻기도 하구요."진지한: "좀 거하게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해?"현이: "오빠, 은준 씨 어머님 장례식 치르는 거 도와줄려고요? 은준 씨 친척들도 별로 없으니까 그렇게 거하게 안 치러도 돼요."진지한: "그래. 그럼 은준이랑 어떻게 할 건지 상의해 봐.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게."현이: "고마워요, 오빠. 근데 안 도와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장례식 치르는데 돈 많이 들진 않을 거예요. 은준 씨도 저희가 자기 어머님 장례식 도와주겠다고 하면 받지 않을 거예요."진지한: "그래 그럼! 가서 은준이 옆에 있어줘!"현이: "오빠, 그럼 오빠랑 새언니는...""우리 걱정은 안해도 되. 나 너희 새언니랑 밖에 나가서 좀 걸을게,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하고.""알았어요, 오빠."현이는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병동을 나섰다.서 어르신은 병원 건물 아래서 기다리고 있었다, 진지한과 배유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바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진 대표님, 저희 아들이 저한테 깊은 오해가 있어 현이까지 절 싫어하나 보네요. 사실 저 예전에 현이한테 정말 잘해줬어요." 서 어르신은 솔직하게 얘기했다. "사실 현이가 아주 오래 전부터 저희 집에서 일했었거든요. 그때는 현이를 키우던 할머니와 같이 우리 집 주방에
전화를 끊은 후 서은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현이는 서은준의 곁에 서서 물었다. "은준 씨, 왜 그래요?"서은준: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대. 미안하지만 당신 혼자 형님이랑 시간 보내야 될 것 같아! 난 병원으로 가야 될 것 같아."현이: "같이 가요! 어머님 방금까지 멀쩡하셨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두 사람은 진지한과 배유정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차를 잡으러 길가로 향했다.진지한과 배유정은 두 사람이 급하게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금 당황스러웠다.배유정: "여보, 우리도 병원에 가봐요! 은준 씨 어머님이 돌아가셨나봐요."진지한: "그래."두 사람은 택시 한 대를 세우고 서은준이 탄 차를 쫓았다.병원.빠른 속도로 병원에 도착한 서은준은 함께 서있는 의사 선생님과 서 어르신을 보았다.서 어르신은 아첨하는 말투로 말했다. "은준아, 원래는 너희 엄마 보러 병원에 온 건데 내가 왔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어. 너무 안타깝구나!"서은준: "당신이 오기 전에 사망한 거 확실해요? 저도 오늘 왔었어요, 제가 왔을 땐 분명 아주 멀쩡했다고요!"서 어르신: "물론 다 사실이지! 못 믿겠으면 의사한테 물어봐!""의사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요!" 서은준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간호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신 거예요? 저 사람 오기 전에 돌아가신 거예요, 아니면 오고 나서 돌아가신 거예요?"겁에 질려 있는 간호인들 부들부들 떨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서 어르신은 분노에 가득 찬 어조로 간호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우리 아들이 묻고 있잖아요. 말해 보세요! 제가 여기 왔을 때 당신 어디 있는지 그림자도 못 봤는데 혹시 밖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에요?"간호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아버님께서 오셨을 때 물 받으러 잠깐 병실에 없었어요. 아버님께서 언제 오셨는지 어머님께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번 달 비용은 받지 않을게요!"간호인은 말
서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 나 지금 무시하는 거야? 우리 서씨 집안이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긴 해도 T국에서 여전히 명망있는 가족 기업이라고! 은준이가 철이 없다고 당신까지 이렇게 무식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은준이 뒤에 내가 없었다면 박씨 집안에서 우리 은준이 거들떠 보기나 할 것 같아?"서은준의 어머니: "그 입 다무세요! 박씨 집안에는 당신처럼 속좁은 사람 없어요! 현이 가족들은 우리 은준이를 무시하지 않는다고요! 그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분들 귀찮게 하지 마세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괜한 짓 하지 말라고요!"서 어르신: "정말이야? 박씨 집안에서 정말 은준이를 반대 안 해? 어떻게 반대 안 할 수가 있지? 설마 은준이더러 A국에 가서 데릴사위라도 하라는 건가?"서은준의 어머니: "그러든 말든 당신이랑 아무 상관 없어요! 당신 여태껏 은준이 돌본 적 없잖아요. 이젠 은준이도 독립했으니 당신 도움 더 필요 없어요! 만약에 은준이 여자친구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현이가 박씨 집안 딸이 아니었다면 당신 이렇게 부지런히 저 찾아오지 않았을 거잖아요... 당신이 어떤 마음 품고 있는지 제가 모를 것 같아서 그래요?"서 어르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은준이 18살 때 당신이 내 곁으로 보냈잖아? 당신은 못 키우겠다고 나더러 키우라고 했잖아? 내 도움이 없었다면 은준이 저렇게 유학 다녀올 수 있었을 것 같아? 만약에 유학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능력있을 것 같아? 지금 저렇게 사업할 수 있는 것도 다 내 덕분이라고!"서은준의 어머니는 화가 치밀어올라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은준이더러 대학 등록금 다 갚아주라고 할게요!"서 어르신: "이건 대학 등록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은준이 내 아들이야, 엄연한 내 피가 흐르고 있는 내 아들이라고! 이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야! 은준이가 나중에 잘 지내던 못 지내던, 이 애비 떨쳐낼 생각은 꿈도 꾸지
현이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지금은 안 가요. 저 신경쓰지 말고 당신 할 거 하면 되요."서은준: "여기 있어봤자 너한테 시간낭비일 뿐이야."현이: "저 그동안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했다고요, 잠깐 쉬겠다는데 뭐가 어때서요."잠시 후 진지한과 배유정은 호텔로 돌아왔고 네 사람은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서은준의 어머니는 현이의 오빠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몰랐기에 그들이 온 것을 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서은준의 어머니는 몸을 일으켜 앉으려 했으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었다.현이는 전동으로 서은준 어머니의 병실 침대머리를 올려 주었다. "어머님, 저희 오빠랑 새언니 신혼여행 겸 여기 놀러 왔다 어머님이랑 은준 씨 보러 여기 들른 거예요."서은준의 어머니: "아이고,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현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우리 아들의 행운이에요..."배유정: "어머님,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은준 씨도 얼마나 훌륭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현이도 은준이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서은준의 어머니: "듣기론 현이 집이 엄청난 부자라던데... 혹시 우리 은준이 반대하는 건 아니죠?"배유정: "어머님, 저희도 사람 됨됨이와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은준이랑 현이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두 아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거라면 그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거예요."서은준은 어머니: "네... 정말 고마워요! 유일하게 걱정되고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게 바로 제 아들이에요. 현이네 집에서 우리 아들 너무 얕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 아들이 자존심이 강하거든요..."진지한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서은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 그 누구도 어머님 아들 무시하는 일 없을 겁니다."현이는 오빠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깊은 감동을 받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서은준의 손을 꼭 잡았다.진지한은 병실에서 잠시 머물다 나갔다.현
현이는 긴장감에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서은준과 큰 오빠의 대화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얘기들을 다 꺼냈고 생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큰 오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서은준 역시 화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사실상 이미 그녀의 걱정과 기대를 뛰어넘는 결과였다.하지만 현이는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은준 씨, 좀이따 저희 남편이랑 병원에 가서 어머님 한 번 찾아뵙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식사를 마친 후 배유정이 서은준에게 물었다.서은준: "좋아요."현이: "어머님께 미리 말씀 드릴까요?"서은준: "괜찮아. 이따 가서 직접 소개해 드리면 돼."서은준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고 휴대폰을 안쓴지 이미 오래 되었다.보통 간호인이 매일매일 서은준에게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곤 하였다.배유정: "사업도 하느라 어머님도 챙기느라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무너졌을 텐데."서은준: "현이의 예전 생활은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들었어요. 현이도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잘 버텼는데 저도 잘 이겨낼 겁니다."배유정: "하하! 둘 다 씩씩한 사람이라 좋네요. 지금이든 나중이든 어떠한 곤난도 두 사람을 무너뜨리지 못할 거예요."현이: "언니 정말 너무 좋아요! 언니는 정말 제가 봤던 사람들 중 저희 엄마 제외한 가장 부드러운 사람이에요."배유정은 현이의 칭찬에 얼굴이 빨개졌다.진지한: "너희 언니가 이 말 들으면 서운했을 거야."현이: "언니는 당연히 다르죠! 제 마음속 언니는 부드러운 성격이 아닌 용감하고 씩씩한 슈퍼 히어로같은 존재니까요."배유정: "라엘이 성격에 슈퍼 히어로가 되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현이: "아무튼 언니는 절대 저와 이런 걸로 다투지 않을 거예요."배유정: "당연하지. 다들 배 부르게 먹었어? 다 먹었으면 오빠한테 계산하라고 할게."이 말을 들은 진지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서은준도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계산할게요."현이는 애원하듯
현이가 말을 마친 후 서은준도 입을 열었다. "우선 열심히 일하고 제가 어느 정도 능력이 될 때 다시 책임지고 싶습니다."진지한은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사업이 그렇게 쉬울 것 같아? 그럼 사업이 실패하면 어떡하려고? 혹은 계속 미지근하게 아무런 진전도 없으면?"서은준: "형님이 말하신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거나 아무런 성과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현이 고생시킬 생각은 없습니다."진지한: "자기 분수는 잘 알고있네."현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큰 오빠, 은준 씨 사업이 실패하거나 아무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다고 해도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적어도 돈 때문에 은준 씨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배유정은 다시 한 번 진지한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의 말이 심했다고 일깨워 주었다.다른 사람에게 차갑고 날카롭게 공격적일 순 있어도 현이에게 이렇게 공격적이진 못했다.현이 역시 자신의 말이 다소 부적절하다고 느꼈는지 말투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 "큰 오빠, 전 그냥 돈이 한 사람을 판단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 저희 집 이미 충분히 돈 많잖아요. 아무리 돈 많은 상대를 찾는다고 해도 저희 집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찾기 어려울 거예요. 어차피 우리 집보다 돈이 많은 게 아니라면 돈이 많은 사람을 찾든 좀 적은 사람을 찾든 다 똑같잖아요."배유정: "현이 말이 맞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고 두 사람의 감정이에요. 만약에 상대방이 서은준 씨보다 돈이 더 많지만 현이한테 잘하지 않는다면 그런 남자에게 현이를 억지로 시집 보내는 건 아무 의미 없잖아요."진지한: "우리 집 조건만 봐도 현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남자는 없어."배유정은 할 말을 잃었다.진지한이 말한 것 역시 사실이였기 때문이다.현이가 누구에게 시집을 가든 함부로 현이를 건들지 못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친정이 재력가인 힘이었다.현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잘해주는 이유가 저희 집안 때문이라면 서은준 씨는 달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