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는 그를 뚫어져라 지켜봤고 성빈은 박시준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치고조용히 말을 건넸다. "시준아, 잠깐 얘기 좀 하자."딸아이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박시준은 그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고이에 성빈은 주위를 보더니 한이한테 다가갔다."네가 가서 사진 찍어줘. 네 아빠와 할 얘기가 있어." 성빈은 한이한테 부탁한 후 바로 박시준을 끌고 자리를 떠났다."무슨 일이야? 설마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어? 마침 내 딸이 내가 사진 찍어주는 걸 좋아하던 참이었는데..." 박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매우 불쾌한 모습을 보였고만약 성빈이 심각한 사태라도 말하지 않으면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성빈은 휴대폰을 켜 그한테 보여줬다."김영아 씨가 누구한테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내 휴대폰 번호를 알아냈어. 아이가 곧 태어난다고 알려줬어." 성빈은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그한테 물었다.김영아는 박시준이 무시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 성빈의 휴대폰 번호를 찾아 아이의 사진을 성빈이한테 보냈던 거다.이에 박시준의 표정이 어두워졌고사진을 보더니 얼굴색이 잿빛이 되었다."근데 아기가 진짜 라엘이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김영아 씨가 안고 있지 않았다면, 진짜 라엘이 어릴 적 사진인 줄 알겠어." 곁에 있던 성빈은 사진을 볼수록 소름이 끼쳤다.박시준은 사진을 보고 사진 아래의 문자에 눈길이 이끌렸다. 성빈 씨, 저 김영아예요. 저와 시준 씨의 딸이 태어났어요. 사진을 시준 씨에게 보여줬으면 하네요."지금 나한테 이걸 보여준 이유가 뭐야? 내가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나와 진아연이 또 헤어지기를 바라는 거야?!" 이를 악물고 노려보는 박시준의 모습에성빈은 휴대폰을 넣고 붉어진 얼굴로 답했다. "그래도 네 딸이잖아. 설마 평생 만날 생각 없는 거야? 난 그냥 사진만 보여준 것뿐이고 Y국에 찾아가라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이제 더는 실수하면 안 돼. 만약 아연이한테 내가 아이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혼하자고
성빈은 제자리에서 그가 차갑게 돌아서는 것을 보다가 몸을 돌려 출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성빈이 떠난 후 위정이 박시준을 찾아왔다."성빈 씨가 갔어." 위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했다.떠날 때 성빈의 안색은 좋지 않았고 왜 가는지 물었지만 답하지 않았다."상관할 필요 없어." 박시준의 안색도 성빈보다 낫지 못했다.둘의 표정을 보니 위정은 두 사람이 다퉜음을 알 수 있었다."들어가서 앉지 그래?" 밖에 홀로 서 있는 그가 조금 외로워 보여 위정은 물었다."내 걱정은 하지 마." 박시준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위정은 실내로 들어갔다.최은서는 지성을 안고 같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지성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안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다. 그저 얼굴을 찌푸리고 뾰로통해 있을 뿐이었다.지금은 이 작은 녀석은 마스코트라도 된 듯 모두가 녀석을 번갈아 안으며 사진을 찍었다.위정은 시은이에게 다가가 식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한 시간이 있으니 피곤하면 잠시 누워 쉬라고 말했다.시은이는 피곤하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곧 위정은 진아연에게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준 씨와 성빈 씨가 다퉜어. 성빈 씨는 떠났고, 시준 씨도 불쾌해 보이던데. 밖에 혼자 있기에 들어오라 했더니 잠시 혼자 있고 싶대."오늘은 위정의 결혼식이다. 위정은 당연히 손님들이 갈등을 겪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진아연은 놀라며 물었다. "다퉜다고요?""응. 큰 소리로 다툰 건 아니고. 성빈 씨가 떠날 때까지 나도 몰랐어."최은서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바로 지성을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왔다."성빈 오빠가 우리 오빠랑 다퉜어요?"위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빈 씨는 이미 떠났어요.""오늘은 위정 오빠랑 시은 언니가 결혼하는 날인데, 왜 하필 오늘 다툰대요? 약을 잘못 먹었나?" 최은서는 화가 나서 말했다. "아니, 기분이 안 좋으면 아예 오지를 말든가, 왜 다른 사람 기분까지 망치고 그러는지 참!"그녀가 흥분하는 것을 본 진아연은 즉시 달
진아연은 재빨리 그들 앞으로 다가가 라엘이의 손을 잡았다."라엘아, 엄마가 아빠랑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너 먼저 들어가 있어! 지성이도 안에 있어."라엘: "난 지성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두 고모를 찾고 싶은데요...""응, 그들도 안에 있으니까, 얼른 들어가! "딸이 들어가는 것을 본 다음에야 진아연의 시선은 박시준의 얼굴로 향했다.오늘은 날이 화창하여 금싸라기 같은 햇살이 그의 어깨 위를 비추었다.성빈과 그의 다툼에 대해 듣지 않았더라면 그녀의 기분은 이 햇살보다 더 눈부셨을 것이다."성빈 씨랑은 왜 다툰 거예요?" 그녀는 그의 큰 손을 잡고 사람이 적은 곳으로 걸어갔다.이 정원은 매우 넓었고 통로는 사면팔방으로 뻗어있어 산책에 딱 적합했다."성빈이가 기분이 좀 안 좋았나 봐." 박시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회사 일에 대해 얘기 좀 나눴는데, 의견이 맞지 않아서 성질부리며 떠나더라고.""오늘 시은이의 결혼식인데 둘이 여기서 일 얘기를 했다고요? 내가 무슨 바본 줄 알아요?" 진아연은 그의 답변에 넘어가지 않았다. "사실대로 얘기해요."그는 생각할 틈 없이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내가 말한 게 사실이야. 성빈이랑 은서의 일은 은서한테서 들었잖아?""음... 커플이 되지 못해도 적이 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녀는 조금 의아해했다. "성빈 씨도 참, 왜 그렇게 꽉 막혀 있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은서가 있는 곳이면 다 참여하지 않겠대요?""걔네들 일은 걔네끼리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마." 박시준은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사진 찍어줄까? 라엘이가 내가 엄청 잘 찍어줬다고 좋아하던데.""그건 우리 딸이 원래 이쁘니까요. 누가 찍더라도 어차피 예뻐요. 당신이 잘 찍는 거랑 아무 상관 없어요."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팩폭했다. "뭐, 나까지 잘 나오게 찍어준다면야 인정할게요."그녀는 그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시준 씨, 난 은서 때문에 당신이 성빈 씨와 갈등을 겪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절 걱정할 게 필요가 있나요? 아연 씨 남편분은 제가 괜찮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성빈 박시준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박시준을 흘겨 보았다."확실히 당신들이 다퉜다는 얘기는 안 했어요." 상황에 문제가 없는 듯하자 진아연은 웃으며 말했다. "곧 식이 시작되니까 우리도 빨리 가서 자리에 앉아요!""이따가 시준이가 시은이를 데리고 입장하지 않나요?""운석 씨가 시은이의 손을 잡고 입장해요. 운석 씨가 시은이의 친 오빠니까요!" 그녀가 설명했다. "운석 씨한테도 자신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좋잖아요.""그렇군요. 오늘 오전 내내 한이가 운석 씨랑 함께 있더군요." 성빈은 하객들 사이에서 한이를 찾았다.아니나 다를까 한이는 여전히 최운석 함께 있었다.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둘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한이가 운석 씨를 많이 돌보고 있어요. 은서가 전에 운석 씨에게 그림판을 사줬잖아요? 운석 씨가 사용 방법을 잘 모르니까, 한이가 인터넷에서 배운 뒤 운석 씨에게 가르쳐 줬어요." 진아연은 말을 마친 후에야 자신이 은서를 언급했음을 깨달았다."그림판은 제가 은서에게 사라고 한 거예요." 성빈은 가슴 아픈 과거가 떠올랐다. "은서랑 그 대학원생은 잘되고 있대요?"진아연: "잘 되고 있지는 않은가 봐요! 은서 씨는 지금은 커리어를 우선시할 거라고 하던데요. 모델 대회가 끝났지만 커리어는 시작되었다고.""그래요... 저번에 두 사람이 아주 알콩달콩 하며 껴안고 있는 걸 봤는데, 완전 못 봐주겠더라고요." 성빈은 빈정거리며 한마디 하고 나서 객석으로 걸어갔다.진아연은 박시준을 힐끗 살펴보았다. "성빈 씨는 은서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랬다면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그건 은서가 커리어를 우선시할 거라고 네가 얘기했기 때문이야.""확실히 은서 씨가 한 말 맞아요! 누군가를 동경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진아연은 박시준을 끌며 객
"그렇게 얘기하지 마요. 그에게 있어 성빈 씨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요." 진아연은 적절한 비유가 떠올랐다. "둘은 친형제가 아니지만, 친형제보다도 나은 관계예요."진아연의 부드러운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는 성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아연 씨 말이 맞아요. 전 시준과 절친한 관계죠. 그래서 저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데, 시준의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아연 씨밖에 없어요. 앞으로 백년해로하고 싶은 사람도 아연 씨밖에 없고요."진아연은 그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그의 말에 그녀는 갑자기 김영아가 떠올랐다.오늘은 5월 1일, 김영아의 아이는 태어났거나 곧 태어날 예정일 것이다.그녀의 어두워진 눈빛을 본 성빈은 속이 켕겨 물었다. "무슨 생각 하세요?""김영아가 출산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하지만 성빈은 그것을 똑똑히 들었다.그는 귀신에 홀린 듯 저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답했다. "출산했어요. 딸을 낳았대요."진아연은 성빈의 입에서 이렇게 확실한 답을 들을 줄 몰랐다.떠돌던 사색이 순식간에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몹시 놀란 표정으로 성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성빈 씨가 어떻게 알고 계세요? 박시준이 얘기한 거예요?"성빈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닫고 재빨리 수습하려 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시준이는 김영아랑 전혀 연락하지 않아요. 그게 아니면 김영아도 절 찾아올 리 없죠.""김영아가 성빈 씨에게 아이가 태어났다고 말한 거예요?" 진아연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성빈을 바라보았다. "또 뭐라고 하던가요?"멀지 않은 곳에서 박시준이 한 손에는 지성을 안고, 다른 한 손에는 라엘이를 끌고 걸어오는 것을 본 성빈은 즉시 대화를 종료했다. "시준이가 왔어요. 얘기는 다음에 해요. 시준이가 김영아 얘기를 듣는 걸 싫어하니까요."진아연도 바로 몸을 돌려 똑바로 앉았다."엄마!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 라엘이는 진아연에게 달려와 성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성빈은 라엘이가 말하려
성빈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박시준은 성빈이 부케를 피하는 것을 보고 즉시 다가가 부케를 받았다.그는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서 서로 받으려고 다투는 부케가 시은의 결혼식에서 푸대접받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박시준이 부케를 잡은 후 모두가 반응하기 전에 그는 성빈에게 부케를 건넸다.성빈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다.두 사람은 부케를 놓고 싸우려는 듯한 기세였다.한이는 매우 창피했다.나이를 합치면 몇십 살이나 되는 사람이 초등학생보다 더 유치하다니!그는 그들이 부케를 놓고 서로 밀치는 것을 말리려고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이때 곁눈질로 한이를 본 성빈은 눈 깜빡할 사이에 부케를 한이에게 넘겼다."한이야, 너도 이젠 어리지 않잖아. 너무 공부에만 몰두하지 말고, 빨리 여자 친구를 찾아야지. 너 같이 머리가 뛰어난 애면 연애해도 공부에 영향이 없을 거라 믿어!" 성빈은 아주 그럴듯하게 말했다. "그리고 여자 친구가 생기면 지성이도 같이 돌볼 수 있고 좋잖아. 이제 네가 시은 고모의 부케를 받았으니, 곧 여자 친구가 생길 거야!"박시준: "..."한이: "...""자,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가시죠! 오늘 훌륭한 셰프를 청해왔다고 들었는데,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성빈은 말문이 막힌 부자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최은서는 성빈이 이렇게 뻔뻔할 줄을 몰랐다.그녀는 바로 한이의 품에서 부케를 받아왔다. "한이야, 성빈 삼촌이 방금 한 말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듣지 마! 넌 아직 어리니까 공부에 몰두해야 지. 아니면 어떻게 네 아빠의 재산을 이어받을 수 있겠어? 능력만 있으면 나중에 어떤 여자친구든 못 찾을까?"한이는 할 말이 없었다.성빈의 말이든 최은서의 말이든 모두 듣기 거북했다!아직 열 살도 안 된 그에게 무슨 여자 친구 같은 소리!게다가 그는 박시준의 재산을 이어받을 생각도 전혀 한 적이 없었다! 정말 가소로웠다!아들이 화를 낼 것 같아 보이자 진아연은 즉시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한이야, 엄마는 네가 홀로서기
"한이가 절 귀찮아할까 봐서요." 최운석은 수줍어하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한이는 낮잠 자는 습관이 없어요." 진아연은 최운석에게 말한 다음 최은서에게 알려주었다. "한이는 지성이 방에 있어요. 운석 씨를 데리고 가세요."두 사람이 떠난 후 진아연은 성빈을 찾으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성빈이 그녀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오고 있었다.성빈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진아연이 분명히 자신을 찾아올 걸 알고 연회장에서 계속 기다렸다."시준이는 어딨어요?" 성빈은 자신이 진아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걸 박시준이 발견할까 봐 걱정했다."손님들과 함께 차 마시러 갔어요." 진아연은 바로 본론을 얘기했다. "영아 씨가 성빈 씨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냈죠? 보여줄 수 있나요?"성빈은 그녀가 이런 요청을 할 것을 예상했기에 바로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여주었다.다만 김영아가 보낸 아이의 사진은 삭제했다.김영아가 아이의 폐렴에 대해 얘기한 것과 박시준에게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한 것만 보여주었다."시준이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려고 하지 않아 제가 지어서 보냈어요." 성빈은 덧붙여 설명했다. "그 아이가 불쌍해서 이름을 지어준 거라고 이해하시면 돼요."성빈 아이의 이름을 박현이라고 지어주었다."빛나라는 의미에서 밝을 현자로 지었어요." 성빈은 계속해서 덧붙였다."애가 불쌍하다고요..." 진아연은 성빈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럼 저는요?""아연 씨가 화내실 걸 알기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시준은 이 아이에 대해 더 꺼렸고, 심지어 이 사실을 그에게 말한 것만으로도 절 비난했어요." 성빈은 무기력하게 말했다. "당신들에겐 당신들만의 생각이 있을 거고, 저도 저만의 생각이 있어요. 저에게 묻지 않았다면 전 아연 씨에게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왜 그 아이에게 박씨 성을 주신 거죠? 그 아이가 나중에 박시준을 찾지 않을까 걱정된 거예요?" 진아연의 몸은 약간 떨렸다. "김영아가 지어준 이름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왜 성빈 씨는 김영아를
"아연아, 화장실에 계속 있었던 거야?" 그는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았다. "라엘이 네가 안 보이니까 급해서 난리가 났어."그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진아연은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속이 좀 좋지 않아서요. 라엘은 어디 있어요?" 그녀는 화장실에서 시간을 잊고 있었다."널 찾다가 발목을 삐어서 지금은 방에 있어." 박시준은 그녀를 딸에게 데려갔다. "갑자기 속은 왜 안 좋은 거야?""점심때 먹은 게 너무 매웠나 봐요. 위가 쓰리네요." 그녀는 아무 핑계나 둘러댔다. "라엘이 심하게 다쳤어요?""의사가 와서 봤는데, 괜찮다고 했어. 약 사올까? 먹을래?""괜찮아요. 그냥 저녁에 좀 담백한 걸로 먹으면 괜찮을 거예요." 그녀는 속으로 딸을 생각하고 있었다. "라엘이도 참, 날 찾으면서 왜 전화하지 않았죠?""너 휴대폰 두고 갔잖아." 박시준은 옷 주머니에서 그녀의 휴대폰을 꺼냈다. "라엘이 네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서 널 찾았어. 네가 휴대폰을 두고 가서 마음이 급해졌던 거야."진아연은 더욱 자책했다. "홀에서 운석 씨랑 은서 씨랑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어요."둘은 호텔 룸에 들어왔다.방에는 라엘의 발에 바른 약 냄새로 가득했다."라엘아, 엄마는 네가 찾는 줄 몰랐어. 발 많이 아퍼? 엄마가 봐줄게." 진아연은 딸에게 다가가 쭈그리고 앉아 딸의 상처 입은 발을 살펴보았다."엄마, 이제 별로 아프지 않아요." 라엘의 빨개진 눈을 보니 울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엄마가 나쁜 사람들에게 납치된 줄 알았어요.""엄마가 어떻게 나쁜 사람들에게 납치될 수 있겠어? 연회장에 경비원도 많은데. 나쁜 사람들은 여기에 들어올 수 없단다." 라엘의 발을 보니 조금 붉으나, 붓지는 않았다. 진아연은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라엘아, 네 엄마는 방금 화장실에 있었어. 속이 좋지 않아서." 딸의 가련한 모습을 바라보니 박시준은 매우 가슴 아팠다.하지만 왠지 라엘의 얼굴을 보면 저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