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라엘이는 7시에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7시 반, 김세연의 차가 정원 밖에 세워졌다."세연 씨, 어떻게 이렇게 일찍 왔어요?" 진아연은 방금 일어났고, 아직 하늘도 완전히 밝지 않았다."일 끝나고 바로 왔어요." 김세연은 요며칠 좀 바쁘게 지냈다.매년 구정 때마다 행사 일정이 빽빽히 차 있었다.원래는 올해에도 라엘이를 데리고 함께 하고 싶었지만 올해 한이가 귀국했기 때문에 라엘이는 집에서 오빠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어제 밤새웠어요?" 진아연은 망설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오늘 라엘이가 놀러 가면 쉬는데 너무 방해되는 거 아니에요?""아니에요, 자주 늦게까지 일하다 보니까 이미 익숙해졌어요. 그리고 어제 낮에 자서 지금 전혀 안 졸려요." 김세연은 챙겨 온 선물을 그녀에게 전해줬다. "한이는요?"라엘이는 김세연을 흘끗 본 다음 마음이 켕기는 듯 진아연을 바라보았다: "오빠는 오늘 몸이 좀 불편해요.""오빠가 왜? 감기 걸렸대?" 진아연은 말하며 바로 아이 방으로 향했다.라엘이는 따라가지 않았다, 김세연도 따라가지 않았다.그는 라엘이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오빠 왜 그래?"라엘이는 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오빠는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요. 그래서 저랑 같이 삼촌 집에 못 갈 것 같아요. 하지만 동생이랑 같이 갈 수 있어요."김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물었다: "너희 엄마한테서 약 냄새가 나는 거 같던데, 어디 아픈 거야?""엄마 머리 다쳤거든요. 아빠가 잘못해서 때렸어요." 라엘이는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아빠도 다쳤어요. 지금 둘 다 약 발라서 약 냄새 엄청나요."김세연: "...""엄마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분명 저희랑 같이 삼촌 집에 놀러 갔을 거예요." 라엘이는 아쉬워하며 말했다. "다 아빠 때문이에요."라엘이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마침 박시준이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박시준은 아이들이 자신을 탓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시준 스스로도
"한이야, 같이 병원에 가서 검사 한 번 받아보자!" 진아연이 말했다.집에는 위장약이 있었다.박시준의 위병 때문에 집에는 항상 위장염 약을 준비해 두었다.하지만 한이가 자기 입으로 아프다고 할 정도면 많이 아플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한이가 거절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바로 승낙했다.기사님은 박시준을 데려다주러 나갔기 때문에 진아연이 직접 운전하여 한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가는 길에 한이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엄마, 사실 저 아픈 척 한 거예요."진아연: "응?""사실은 엄마 대신에 예약했거든요, 엄마 검사 받으러 가는 거예요." 한이는 해석했다. "박시준이 모르길 원하면 제가 비밀로 해드릴게요."진아연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이 자신을 속이면서 병원에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엄마 대신에 무슨 과 예약했어?""뇌과요.""그래, 엄마 한 번 가서 받아볼게." 그녀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이야, 사실 엄마 설 지나면 병원에 가려고 했어.""지체하지 마세요." 한이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도 잘 알고있어." 그녀가 이렇게 말하며 차 안에는 정적에 휩싸였다.그녀도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면 며칠 전에 가서 검진을 받았어야 했다.차는 곧 병원에 도착했고 두 모자는 차에서 내렸다.한이는 병원 예약 안내서를 진아연에게 보여줬다."전문의 예약했어?" 진아연은 말했다. "엄마 병은 일반의 예약하면 되는데. 일단 엑스레이 찍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전문의 예약해 줬으니까 그럼 전문의 검진 한 번 받아보자!"뇌과에 가보니 전문의 상담 기다리는 사람이 열 명 넘게 있었다.환자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였다.40여분을 기다리니 진아연의 차례가 되었다.한이는 그녀와 함께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이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그녀는 곧 진단서를 들고 나왔다.그녀는 의사에게 뇌 CT를 찍겠다고 요청했다.CT실에 가
한이는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곧 의사들의 휴식시간이 되었기에 환자들이 점점 적어졌다.진아연이 나왔을 때는 주변에 이미 아무도 없었다."엄마, 아직 검사가 더 필요해요?" 한이가 물었다. "다른 검사 더 해야 하면 우리 일단 돌아가고 오후에 다시 와요.""그래, 엄마 오후에 검사 더 받으러 와야 할 거 같아. 대신 엄마 혼자 오면 되." 진아연은 한이가 자신을 따라다니며 피곤하게 하고싶지 않았다."아니요, 같이 올 거예요." 한이는 고집스럽게 말했다."그래, 그럼! 우리 밖에서 외식할까?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진아연이 물었다."다 되요.""그럼 우리 밖에서 먹자!"진아연은 한이를 데리고 도시중심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갔다."라엘이랑 지성이 너희 세연이 삼촌 집에서 잘 있는지 모르겠네." 진아연은 나머지 두 아이가 생각났다. "우리 영상통화 해볼까!""그래."한이는 진아연이 앉아있는 소파로 다가가 옆에 앉았다.한이는 이미 키가 많이 컸다, 그래서 옆에 나란히 앉아 함께 식사를 하기엔 좀 이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방금도 진아연의 맞은 편에 앉았다.진아연은 김세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고 바로 연결되었다."아연 씨, 식사 하셨어요?" 김세연이 물었다.오늘 그의 미션은 주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다.그의 부모님과 가정부는 요리를 담당했다."한이랑 밖에서 먹고 있어요, 세연 씨랑 아이들은 식사 하셨어요?" 진아연은 휴대폰을 한이 쪽으로 돌렸다."우리도 이제 먹을려고요. 저희 점심 보여줄게요." 김세연은 카메라를 식탁으로 돌렸다.무심코 라엘이가 어떤 남자애랑 장난감을 놀고있는 모습이 휴대폰에 찍혔다."세연 씨, 방금 남자아이 누구예요?" 진아연은 웃으며 물었다."제 사촌동생이예요. 얘 부모님이 돌봐줄 시간이 없어서 우리 집에서 설을 보내기로 했어요." 김세연이 대답했다. "한이보다 세살 많아요.""어쩐지 키가 많이 커보여요!" 진아연이 물었다. "지성이는요?""지성이 우유 마시고 잠 들었어요. 오전에 놀다 지쳤나봐요."
진아연은 몇 초 동안 고민하다 아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했다: "한이야, 엄마 지금 상황이 좀 복잡하긴 해. 너희 아빠가 실수로 엄마 때리기 전에도 좀 이상함을 느꼈었어.""전에도 이상함을 느꼈는데 왜 진작에 병원에 안 갔어요?""엄마는 원래 설 지나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려고 했지. 만약에 의사선생님이 또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병원에서 설 지내야 될수도 있잖니? 엄마가 병원에서 설 지내는 건 괜찮은데 너희까지 엄마때문에 설 제대로 못 지낼가봐 걱정되서 그랬지." 진아연은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설날도 겨우 일주일 뿐이고 얼른 지나가."한이는 시무룩해하며 고개를 숙였다.엄마가 ‘입원’이란 말까지 했을 때는 엄마의 병이 꽤 심하다는 의미를 뜻했다.웨이터가 주문한 음식을 모두 식탁 위에 올리자 진아연은 즉시 젓가락을 들고 아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한이야, 엄마가 너랑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엄마, 저랑 의논하실 필요 없어요." 한이는 젓가락을 들고 시무룩해하며 말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한이야, 엄마 괜찮아. 엄마 병 다 고칠 수 있어,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야." 진아연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내며 말했다. "만약에 엄마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면 엄마 이렇게 평범한 사람처럼 먹고 자고 할 수는 없을 거야."오후.두 모자는 다시 병원으로 왔다.진아연은 이번에 더 정밀한 뇌 검사를 받았다.검사 결과 그녀는 시신경을 압박하는 뇌출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진 아가씨, 지금 환자 분의 상태는 본인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상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의사가 말했다. "굳이 입원을 며칠 미루셔야겠다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만, 요 며칠 사이에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그럽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머리는 어쩌다 다치신 겁니까? 뇌외과 수술 받은지 6개월도 안 지났습니다, 지금 환자분의 머리는 많이 약한 상태인데 어쩌다 또 다쳤어요?"진아연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사고였고 뜻밖이였다."환
전화를 끊은 후 진아연은 아연실소 하였다: "너희 아빠가 질투하셨나 보다. 원래는 저녁 먹고 집에 온다고 했는데 라엘이가 세연이 삼촌 조카랑 재미있게 놀고있다고 하니까 지금 당장 라엘이를 데리러 가겠다는데?"한이: "엄마, 아빠는 엄마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한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엄마 데리고 검사받으러 병원에 가지도 않았잖아요." 한이는 이해가 안 갔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눈은 장식이래요?"진아연은 아들이 자신을 걱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박시준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너희 아버지도 엄마 데리고 병원에 오려고 했어, 엄마가 병원에 안 가겠다고 고집부린 거야. 엄마가 의사 신분으로 뭐라고 하면 아빠도 어쩔 수 없어, 엄마 못 말리거든."운전해서 집에 도착하자 성빈이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성빈 오빠, 언제 오셨어요?" 진아연은 차 키를 서랍에 넣으며 물었다.성빈: "얼마 안 됐어. 내일 우리 집에서 같이 놀려고 데리러 왔어.""은서한테 말했어요?" 그녀는 소파에 앉았다."은서 아직 안 일어났어." 성빈은 방금 홍 아줌마에게 가보라고 했다, 홍 아줌마는 아직 자고 있다고 했다. "이틀동안이나 잤어, 정말 잠이 많다.""B국에서 고생 많이 했나 보네요." 진아연은 놀리듯이 말했다. "저더러 집에서 이틀 동안 자라고 하면 전 못 잘 것 같아요.""그래, 내일 꼭 은서도 데리고 우리 집에 와.""꼭 부를게요. 근데 은서도 원해야 같이 가죠.""이미 며칠동안 다투지 않고 잠잠했어, 아마 거절 안 할거야." 성빈은 여기까지 말하며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계속 말을 이었다. "실은 우리 부모님이 오셨거든. 내가 부모님한테 은서 많이 변했다고 했는데 한번 보고싶어 하셔서.""알겠어요, 은서한테 사실대로 말 해요?" 사실 진아연은 성빈을 기꺼이 도와주고 싶었다.어찌됐든 지인이고 어떤 사람인지 서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만약에 최은서가 그와 함께 한다면 적어도 억울함을 당
진아연이 전화를 받자 여소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연아, 내일 애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와. 친척들을 모두 거절했어."진아연은 성빈과 최은서를 힐끗 보고 나서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내일 소정이네 집에 갈 거니까 은서 씨를 성빈 씨 집에 보내요." 그녀는 박시준과 의논했다. "성빈 씨 부모님께서 은서 씨를 보고 싶어 해요."박시준은 모든 걸 그녀의 말에 따랐다."머리에 상처가 있어서 나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오늘은 별로 안 아프고, 소정이네 집에 갈 땐 이미지 따위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녀가 말하며 그에게 밥 먹으러 가라고 했다.그가 나간 후 그녀는 성빈과 최은서의 앞에 다가가 그들과 의논했다. "방금 소정이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저더러 애를 데리고 놀러 오래요. 그래서...""아연 씨, 저도 내일 아연 씨랑 함께 소정 언니네 집에 가요." 최은서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나 혼자 성빈 씨 집에 가면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 그래요."진아연은 그녀를 구석진 자리로 데리고 갔다."방금 성빈 씨가 그러는데 성빈 씨 부모님이 은서 씨를 궁금해한대요. 오늘 밤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요. 내일 우리와 함께 소정이네 집에 가려고 하면 모레 함께 성빈 씨 집에 가도 돼요. 성빈 씨가 일부러 저한테 은서 씨가 성빈 씨 집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니 아마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최은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오늘 매니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하루빨리 B국에 돌아가 훈련하라고 해요. 내일 성빈 씨 집에 가요. 모레는 돌아가야 해서요.""알았어요. 일단 밥 먹으러 가요.""둘째 오빠가 밥 먹으러 가지 않았어요? 저는 조금 있다가 먹을게요. 제가 가면 어색할가봐 그래요." 최은서는 말을 하며 성빈에게 다가갔다. "내일 성빈 씨 집에 갈게요. 하지만 여자 친구 신분으로 가는 건 아니에요. 아직 고백을 받아들인 건 아니니까요."성빈은 콧등까지 흘러내린 안경을 밀면서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새해 인사 올리러 가는 건데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
"심하게 때린 건 아니잖아요. 나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있는 게 안 보여요?" 그녀는 그의 자책과 죄책감으로 가득 찬 눈빛을 바라보며 자신의 병을 그에게 말해줄 수 없었다."앞으론 다른 남자를 위해 나서지 마. 아이들 외에는 아무도 당신이 그렇게 할 가치는 없어.""알았어요." 그녀도 후회하고 있었다.그녀는 마이크를 위해 주먹을 막을 때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수술을 받은 자신이 주먹을 막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더라면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불을 끈 후 그녀는 침대에 누웠지만 도무지 잠이 들 수 없었다.반면 박시준은 곧 잠이 들었다.오늘 낮에 외삼촌 집에서 종일 카드 게임을 했다. 그때도 잠이 쏟아졌지만 억지로 참고 있었다.외삼촌 쪽 사람들이 그에겐 모두 낯선 사람이기도 했고그는 카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지인들과 함께라면 어느 정도 놀 수는 있어도 낯선 사람들과 노는 건 지루했다.그녀는 눈을 뜨고 어두컴컴한 방안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오늘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녀는 멘탈이 강한 사람이었다. 특히 생로병사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자신의 병이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뇌출혈은 충격을 받아서 일어난 것이지 종양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뇌외과 수술을 받을 필요 없었다.예전에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던 건 시신경 압박으로 인한 것인데 제때 발견하지 못한 탓으로 시신경이 제때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그녀는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봤다. 아무리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기껏해야 실명정도이겠지만실명한다는 건 듣기엔 무시무시해도 사실 그렇게 무서운 일은 아니었다.실명했다고 해도 각막이식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모든 일을 정리하고 나서 굳이 박시준에게 이 일을 알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그에게 말하면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 생각하며 더 자책할 것이다.다음날, 진아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 방에
"은서야, 아주 예뻐졌구나. 갑자기 우리 아들이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들어." 성빈의 어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성빈이 갑자기 마른기침했다.자기 아들을 이렇게 비하하다니, 아들의 체면은 생각하지도 않는 건가?"아주머니, 농담하지 마세요. 감정이라는 건 인연이 중요한데 누가 누구한테 어울리고가 어디 있겠어요." 최은서가 정중하게 말했다."은서야, 말을 참 예쁘게 하는구나. 난 너랑 내 아들이 인연이라고 생각해." 성빈의 어머니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최은서는 침착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주머니, 제가 언제 뜰 수 있을 것 같아요?"성빈 어머니: "..."성빈의 아버지가 낮은 소리로 아내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마. 은서 말은 우리 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야."성빈 아버지의 말을 들은 최은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 노력했다. "아저씨, 그런 게 아니에요. 제가 성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성빈 씨 좋죠. 돈도 많고 그리고..."성빈의 일가족은 약속이나 한 듯 최은서를 바라보며그녀의 칭찬을 기다렸다.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돈이 많다는 것 외 그녀는 다른 장점이 떠오르지 않았다."어쨌거나 돈이 아주 많아요. 그거면 됐어요." 그녀는 억지로 말을 마무리했다.성빈의 부모님은 아들을 바라보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들도 최은서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성빈은 지금 돈이 많다는 것 외 정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했다.성빈은 살짝 화가 났다. "최은서, 왜 우리 부모님이랑 같은 편에 서는 거야? 부모님이 뭐라고 하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최은서: "내가 성빈 씨를 칭찬하면 좋아할 줄 알았죠."성빈: "칭찬하는 듯하면서 날 비하하는 거잖아. 내가 못 알아들은 줄 알아?"최은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꼭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면 저도 어쩔 수 없어요."...아침 10시, 진아연 일가족은 여소정의 집에 찾아갔다."준기 씨는 집에 없어?" 하준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