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깬 이후로 그녀는 쭉 깨어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방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자마자, 박시준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품에 안았다."아연아, 내가 미안해."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고 사과했다.그녀는 붉어진 두 눈으로 마이크가 있는 쪽을 곁눈질로 쳐다보았다.무슨 말이건 이 자리에서 하는 건 아무래도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박시준을 밀어냈다. 하지만 박시준은 그녀를 꼭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방에 가서 얘기해요." 자책으로 가득한 잘생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는 깊게 심호흡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고 그녀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손님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마이크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말을 엿듣기 위해 몰래 뒤따라갔다.아쉽게도, 두 사람은 방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지 않아 그는 아무 말도 들을 수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열고는 조지운에게 메시지를 보내 길길이 날뛰었다: 당신 대표님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인정하지 못하겠으면 따지러 오시던가요!조지운: 미쳤어요?! 새해부터 욕이 먹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요?마이크: 하하하! 역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당신 대표님을 옹호하고 나설 줄 알았어요!조지운: 무슨 일인지 말해봐요, 우리 대표님이 또 당신 심기를 거슬렀어요? 괜히 밥이라도 얻어먹으러 갔다가 쫓겨나기라도 한 건 아니죠? 마이크: 무슨 소리예요! 아무리 그래도 아연이와의 친분이 있는데, 그렇게 저를 함부로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조지운: 그러면 미친 게 맞나 보네요! 오늘 새해 인사 마치고 나면 내일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마이크: 쯧쯧!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지 상상도 못 할 걸요?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예요, 어디 한 번 궁금해 죽어봐요!조지운: ???마이크: 지금쯤 당신 대표님은 아연이한테 무릎 꿇고 빌고 있을 거예요! 아연이한테 회초리라도 사다 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조지운
마이크: 김영아가 박시준 씨를 만나러 왔대요. 박시준 이 나쁜 놈은 그런 김영아를 몰래 만나고 왔고요. 말해 봐요. 이래도 박시준이 나쁜 놈이 아니에요?!조지운: ... 나쁜 놈 맞네요!마이크: 하하하하!조지운: 우리 대표님께서 그런 짓을 하셨더니, 믿어지지 않아요. 아연 씨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세 아이에겐 또 어떻고요!조지운은 조금 마음이 아팠다.마이크: 박시준 씨는 똑똑할 땐 정말 똑똑한데, 멍청할 땐 정말 멍청한 것 같아요. 김영아한테 속아 넘어가기나 하니 말이에요!조지운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우리 대표님이 속아 넘어갔다고요? 세상에! 김영아가 우리 대표님을 속였다고요?!진아연이 집을 뛰쳐나오기까지 했다는 말에, 조지운은 이번 일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마이크: 그래요! 당신 대표님이 김영아랑 잠이라도 잤다면, 속아 넘어갔다고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냥 바람을 피웠다고 했겠죠!조지운: 아, 그래서 어떻게 속았다는 말이에요? 왜 자꾸 이렇게 말을 하다가 말아요, 답답해 죽겠어요! 죽고 싶어요!?마이크: 김영아가 자기 배 속의 아이가 라엘이를 닮았다고 했대요. 당신 대표님이라는 사람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고요. 진짜 웃기지 않아요? 어이가 없어서 정말!조지운: 웃기긴 뭐가 웃겨요? 당신 웃음 포인트도 참 이상하네요!마이크: 당신 바보예요? 라엘이는 아연이를 쏙 빼닮았는데, 김영아는 그것도 모르고 박시준한테 거짓말을 한 거잖아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의 아이가 아연이를 닮았다는 건데, 그게 어떻게 안 웃겨요?조지운: ... 맙소사! 김영아도 진짜 멍청하네요. 더군다나 이런 거짓말은 지금 잠깐은 속여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평생을 속이는 건 불가능하다고요!손님방 안.진아연이 침대 옆에 앉자, 박시준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젯밤에 김영아가 나를 찾아와서는,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 될 거고, 앞으로 다시는 A국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했어. 그래서 나갔던 거야."
마이크는 여전히 손님방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이 격렬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마이크는 당장이라도 들어가 진아연을 도와주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었다.그러나 격렬한 다툼은 2분도 채 되지 않아 진정되었다.잠시 후 손님방의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나올 채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얘기 끝났어?" 마이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이렇게 금방?""마이크, 우리 우선 돌아가 볼게." 진아연은 어느새 마음이 진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심하게 충혈되어 있었다."오, 장소를 옮겨서 더 크게 싸우려고?" 마이크가 그들을 따라 문밖을 나섰다. "아연아, 절대 박시준 씨 말에 세뇌당해선 안 돼. 넌 이 시대의 신여성이야, 네 생각을 고수해야 해! 참기 힘든 일은 그가 아무리 애원해도 넘어가 주지 마! 난 남자를 잘 알아. 이번에 그냥 넘어가 주면, 반드시 다음번도 있을 거야."지겨울 정도로 되뇌는 그의 잔소리에 진아연은 감동했다."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식사해! 은서 씨도 정오쯤 돌아올 거야." 진아연이 조금은 가벼운 주제로 화제를 돌리며 마이크에게 말했다.마이크: "오, 좋지! 그런데 네가 말하는 우리 집이, 너희 집이야, 아니면 박시준 씨네 집이야?" 마이크가 물었다."시준 씨네 집에서 새해를 맞이할 생각이야.""알았어! 저녁에 상황 봐서 별일 없으면 그쪽으로 갈게." 마이크가 그들을 배웅하며 말했다.박시준은 진아연을 따라 차에 올랐고, 나머지 차량은 운전기사가 몰고 나갔다. 두 대의 차가 떠난 뒤, 마이크가 진아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 무슨 얘기 했어? 그냥 이렇게 그를 용서해 줄 거야?진아연은 집에 돌아온 다음에야 답장을 보냈다: 우선 새해부터 맞이하고. 구정 지나면 다시 이야기해보려고.마이크: 오, 그러네, 지금 새해였지! 너만 더 답답하게 생겼네! 아직 6일이나 남았으니 말이야!진아연: 시준 씨는 헤어지고 싶지 않대.마이크: 그럴 줄 알았어. 너랑 헤어지면 세 아이와도 이별일 테니까. 김영아의 아이마
"운석아, 난 이제 꽤 실력 있는 모델이야. 프로 모델이 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최은서가 한껏 잘난 체하며 그에게 말했다. "언젠간 나도 평범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의 아내로 살고 싶어."최운석의 얼굴이 ‘확’ 하고 붉어졌다.이런 문제는 그에겐 대답하기 난처한 문제였다."최은서, 역시 넌 정말 재미있단 말이야." 성빈이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아직도 안 가고 뭐 해요?" 성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최은서가 그에게 물었다. "자러 가야겠다고 하지 않았어요?""잠은 여기서도 잘 수 있어. 이따가 저녁 먹고 갈 거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그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졌다.잠시 후, 박시준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시준아, 네 여동생이 선물 사 왔어." 성빈이 소파에 앉아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최은서가 그를 흘끗 보더니 캐리어 안에서 그에게 주려고 사 온 선물을 꺼냈다.그녀가 선물을 사는 동안, 성빈은 줄곧 옆에서 그녀가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왔다.이를테면, 최운석에게 선물한 드로잉 태블릿은 바로 성빈의 아이디어였다.하지만 박시준의 선물을 고를 때만큼은, 성빈은 어떤 아이디어도 내놓지 않았다.그녀가 무엇을 선물하던 박시준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빈은 그저 아무것이나 고르라고 귀띔했다.박시준은 부족한 것이 없었고, 그가 가진 물건은 모두 최고급이었다. 하지만 최은서의 자금 상태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박시준이 만족할만한 비싼 선물을 사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최은서의 캐리어를 둘러싼 세 아이를 보고는, 박시준이 최은서의 앞에 다가갔다.최은서가 그에게 선물을 건네며 조금 전보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그녀가 건넨 선물을 흘끗 보고는 박시준이 대답했다: "고마워."최은서가 그에게 준 선물에는 한 잘생긴 만화 캐릭터가 ‘좋은 남편이 갖추어야 할 24가지 덕목’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정말 아이러니했다.그는 막 진아연의 화를 돋우었다.
오후 4시, 진아연이 잠에서 깼다.그녀가 내려오자 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어쩐지 조금 당황스러웠다."왜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녀가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막 잠에서 깬 탓에, 그녀의 얼굴은 약간 발그레했다.오후 동안 단잠을 잔 덕에 그녀는 컨디션은 괜찮아졌다. 그래서 아까보다 기분도 많이 풀어진 상태였다.아무튼 그녀는 오늘 하루도 계속 이어가야 했다.게다가 이렇게 많은 친구가 집에 온 것을 보자 그녀는 더욱 기분이 좋았다."아연 씨! 제가 아연 씨한테 줄 선물을 가져왔어요!" 최은서가 자기가 사 온 선물을 진아연 앞에 내밀었다. "이번 예선전의 결과가 좋아서, 매니저가 제게 보너스를 줬거든요! 공항 근처의 보석 가게에서 샀어요."진아연이 상자를 열자,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팔찌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팔찌에는 각기 다른 색깔의 구슬이 달려 있었다.팔찌는 손목에 착용하니 더욱 아름다웠다."정말 고마워요, 은서 씨. 마음에 꼭 들어요." 진아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박시준, 성빈 그리고 한이가 함께 나란히 그녀 얼굴의 미소를 바라보았다."오늘 밤, 우리 다 같이 한잔하시죠!" 마이크가 다가와 박시준의 옆에 서더니 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물었다. "저랑 한잔해도 괜찮겠어요?"박시준은 마이크가 자기에게 술을 권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진아연을 대신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조금만 마셔. 다 같이 취해버리면 곤란해. 이 많은 사람이 묵기엔 공간이 좁으니까." 진아연은 그를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시준 씨네 기사님이 있잖아? 우리가 취하면 기사님께 데려다 달라고 하면 그만이지!""지금은 설 연휴라 기사님은 한 분만 출근하셨어.""아, 알았어, 조금만 마실게!" 마이크가 박시준을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이 모습을 본 성빈이 곧바로 따라나섰다. "술자리에 어떻게 나를 빼놓을 수 있어!"성빈이 도와주러 가지 않았다면, 박시준은 틀림없이 마이크가 주는 술에 초주검이 되었을 것이다.진아연과
"아연 씨, 이제 제가 아연 씨를 새언니라고 불러야 할까요?" 최은서가 귤 한 알을 들고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새언니라는 말은 어쩐지 아연 씨를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가 같이 쇼핑을 하러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제가 언니고, 아연 씨를 동생이라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진아연: "그냥 아연 씨라고 불러요! 그게 더 가깝게 느껴져요.""좋아요! 역시, 아연 씨라고 불러도 개의치 않을 줄 알았어요. 성빈 씨가 이번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연 씨를 새언니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거든요." 최은서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 사람은 자기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저보다 경험한 것도, 아는 것도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저한테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든다니까요.""성빈 씨는 좋은 마음으로 그러는 거예요. 저를 새언니라고 부르면, 둘째 오빠가 은서 씨를 더 빨리 받아들일지도 모르죠." 진아연이 성빈의 마음을 대변했다."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그 사람처럼 그렇게 번지르르하고 교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아연 씨를 아연 씨라고 부르길 좋아하는 건, 우리가 친하면 호칭이야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박시준 씨한테 저를 받아들이려거든 받아들이고, 그게 싫으면 말라고 해요. 저도 곧 저 자신을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최은서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성빈 씨가 말을 좀 번지르르하게 하는 편이긴 하지만, 교활한 사람은 아니에요. 성빈 씨가 들으면 속상해할 거예요.""그 사람, 요즘 정신력이 많이 강해졌어요. B국에서 저랑 같이 지내면서 매일 밤 말다툼을 했거든요." 그 순간이 떠오른 최은서가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띠었다.진아연은 가십거리를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 동거했어요?"최은서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각자 다른 방에서 지냈어요. 그저 한집에서 지내기만 했을 뿐이니, 동거라고 할 순 없죠. 전 아직 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지조차 결정하지
이모님의 말에 진아연은 주방으로 향했다."됐어, 이제 그만 마셔." 그녀의 말은 마이크를 향한 것이었다. "너도 이제 그만 돌아가."성빈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기사가 한 명뿐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부터 좀 데려다 달라고 해줘요! 졸려 죽겠어요, 얼른 집에 가야겠어요!"성빈이 술상에서 내려와 거실을 향해 뛰쳐나갔다.붉게 충혈된 눈의 마이크가 성큼성큼 그를 따라 나갔다."저부터 갈 거예요! 여기서 자기 싫다고요! 여긴 아연이네 집도 아니잖아요!""선착순 몰라요? 제가 먼저 말했으니 제가 먼저예요!" 성빈이 마이크를 밀쳐내며 말했다.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마이크는 머리가 지끈거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이리저리 비틀거렸다.진아연이 다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이리 와. 넌 내가 데려다줄게.""아연아, 역시 네가 최고야." 마이크가 감동의 손길을 뻗어 진아연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박시준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박시준은 술을 가장 적게 마셨음에도, 주량이 가장 약해, 마이크와 성빈보다 훨씬 더 거하게 취한 상태였다.진아연이 마이크를 부축해 집을 나서려던 순간, 그가 성큼성큼 걸어와 진아연의 팔을 힘껏 잡아끌었다."당신은 집에서 나나 보살펴 줘!"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무척 괴로웠다. 하지만 진아연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세 아이가 모두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지금, 그녀는 더 이상 그를 향한 분노와 불만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어젯밤 일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분명 오늘 그가 이렇게 술을 마시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취한 그를 내버려 두고 마이크를 데려다주는 일은 더욱 없었을 것이다.진아연은 팔이 부러질 듯 아팠다.이 광경을 본 홍 아줌마가 곧바로 다가와 그들을 중재했다: "아연 씨, 마이크 씨는 경호원에게 모셔다 달라고 하죠. 아연 씨는 대표님을 살펴주세요."진아연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마이크를 향해 말했다: "경호원이 데려다줄 거야.""난 네
"두 분이 싸우시려거든 밖에 나가서 싸우세요! 엄마는 내버려 두시고요!" 한이가 진아연을 부축해 안방으로 걸어갔다.홍 아줌마는 곧바로 경호원을 불러 마이크를 돌려보냈다.마이크가 떠난 후, 박시준은 술이 완전히 깨버렸다.그는 차마 침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문 앞에 서 있었다.진아연이 침대 옆에 앉자, 한이는 그녀가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엄마는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한 거뿐이야." 어린 아들이 걱정할까 봐 진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말했다. "오늘 두 사람이 술을 많이 마셔서 조금 다툰 것뿐이야.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제가 그 두 사람 걱정을 왜 해요!" 한이가 차가운 얼굴로 화가 나 말했다. "엄마, 내일 집으로 돌아가요.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요.""그래, 그러자." 진아연은 두말하지 않고 한이의 말에 동의했다.박시준의 마이크를 향한 주먹에 그녀는 좌측 머리를 얻어맞았다.얼굴에는 상처가 없었고, 맞은 곳은 머리카락에 가려 다른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다."라엘이도 일어났니?"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아뇨. 라엘이는 깊이 잠들었어요." 한이가 대답했다."너도 가서 자렴! 오늘 하루 종일 놀아서 피곤할 텐데." 진아연은 몸을 일으켜 한이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 한이가 그녀를 앉히며 그녀를 말렸다. "엄마,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꼭 말씀해 주셔야 해요."한이는 엄마가 박시준의 주먹에 얻어맞는 것은 보지 못하고,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는 장면만 목격했다.그러나 두 남자가 술을 많이 마신 걸로 봐서, 자칫 잘못해 어머니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알았어, 난 정말 괜찮아." 그녀는 기어코 침대에서 일어나 한이를 방까지 배웅했다.그녀는 박시준이 다가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한이가 방으로 돌아간 후 그녀가 몸을 돌리자, 그의 깊고 불처럼 타오르는 눈이 그의 눈과 마주쳤다.그녀는 그런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