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은 남자의 말을 듣고 다소 뻘쭘하다고 느꼈지만 방금 확실히 자신이 조심하지 않아서 그와 부딪쳤기에 그녀는 재빨리 손을 놓았다."미안해요, 방금 조심하지 못해서 그쪽과 부딪쳤네요. 정말 미안해요."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했지만 남자는 그녀가 사과한 후에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수현은 더욱 난처해졌다. ‘이 남자 뭐지, 이게 그렇게 화날 일인가?’그녀는 계속 설명을 하려고 고개를 들자, 앞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지금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온은수였다!수현은 멈칫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이렇게 공교롭게 여기서 이 남자를 만날 줄은 전혀 몰랐다.은수는 예전 그대로였다. 얼굴은 조각처럼 완벽해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5년 전보다 더 음울해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음울함은 그의 잘생김에 손색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우울한 기질을 더해줘 사람들로 하여금 시선을 뗄 수 없게 했다.수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 마침내 정신을 차렸고, 바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나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은수는 그녀의 동작을 알아차리며 바로 수현의 허리를 꽉 잡아 그녀가 도망갈 수 없게 했다.그녀의 온도를 느끼며 은수는 비로소 약간의 실감이 났다.이 모든 것은 그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돌아간 지 5년이 됐어야 할 이 여자가 이렇게 생생하게 그의 앞에 나타났다!은수는 눈 한 번도 깜빡이지 않고 이렇게 뚫어지게 그녀를 쳐다보았다.5년이 지났지만 세월은 수현의 얼굴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성숙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늘 걱정이 많았던 예전의 수현에 비해 지금의 그녀는 무척 밝았다.은수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찔린 것 같았고, 짧은 놀라움 후,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다.그가 고통과 절망에 빠지며 심지어 그녀와 같이 죽으려고 할 때, 수현은 오히려 매우 순조로운 삶을 지내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보니,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수현은 이 뺨을 매우 세게 때렸고, 은수는 심지어 반응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아예 다른 한쪽으로 돌려졌다."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나를 질문하는 거죠? 왜요? 또 한 번 날 죽이려고요?"여자의 원한으로 가득 찬 말에 은수는 수현을 잡고 있던 손을 자신도 모르게 놓았다.수현의 손은 여전히 저렸고 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그녀는 자신이 은수를 때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화가 치밀어 오르자 통제력을 잃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또 이 남자에게 보복당할까 봐 걱정했기에 은수가 맞아서 멍해지며 반응이 없는 틈을 타 수현은 몸을 돌려 바로 도망쳤다.은수는 방금 수현의 한으로 가득 찬 눈빛을 생각했다. 그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으며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고 수현은 이 기회를 틈타 이미 종적을 감추었다.이때, 룸에서 밥 먹길 기다리던 무진은 은수가 한참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주동적으로 사람을 찾으러 나왔다.그는 한 바퀴 찾다가 은수가 한쪽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았다.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겨우 몇십 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는 왜 또 이러는 것일까?무진은 다가가서야 은수의 얼굴에 빨간 손바닥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이렇게 큰 도시에서 누가 은수의 신분을 모르겠는가. 그가 바로 이 도시의 왕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누군가가 감히 그를 때리다니...... 그것도 뺨을.도대체 누가 이렇게 겁이 없는 것일까? 미친 거 아니야?"은수야, 괜찮아?" 무진은 잠시 생각했지만 결국 입을 열어 누군지 물어보지 못했다.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어 무진을 쳐다보았고 그의 어깨에 한방 날렸다. 무진은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라 미처 피하지 못했고 팔을 감싸며 물었다."왜 그래? 아파 죽겠어.""아파? 그럼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거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정말 돌아온 거야."무진이 아프다고 했지만 은수는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재빨리 나가서 수현을 찾으려고 했다.그는 그녀
수현이 이미 떠났다는 말에 은수는 약간 실망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그럼 CCTV 확인 좀 부탁할게요."레스토랑의 CCTV는 일반적으로 외부인에게 함부로 보여주지 않지만, 요구하는 사람은 은수였으니 사장님도 감히 거절하지 못하고 그가 말한 대로 CCTV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은수는 감시실에서 수현이 나오는 화면을 찾고 있었다.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현이 찍힌 화면을 찾았다.수현이 작은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을 본 은수는 처음으로 이렇게 간단한 화면이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설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그는 홀린 듯 화면에 비친 여자를 쳐다보며 시선 떼기조차 아까워했다.무진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5년이나 지난 오늘, 수현에 대한 은수의 집착이 시간에 따라 점차 사라질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은수는 그 여자를 마음속의 집념으로 만들었다니.무진은 수현이 다시 나타난 일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몰랐다."은수야, 진정해. 넌 그녀가 지난 5년 동안 어디에 있는지, 또 누구와 함께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돌아왔다고 해서 너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겠어?"무진은 은수를 걱정해하며 이성적으로 분석했다.그는 은수가 5년 전처럼 더 이상 고집을 부리며 큰 잘못을 저지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수현이 이미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면, 두 사람은 차라리 이대로 헤어지고 각자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무진의 말에 은수는 서서히 냉정해졌다.그는 수현을 보자마자 너무 흥분해서 심지어 그날 수술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생각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수술실에서 있었던 일들은 허점 투성이였다.어쩌면 그녀는 죽은 척하고 자신에게서 도망쳤을지도.그럼 요 몇 년 동안 그녀는 은서와 외국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단 말인가?은수의 안색은 점차 어두워졌다. 사실 앞에서 그는 자신이 그때 누군가한테 단단히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그는 매일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지내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자신이
그러나 가연은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고 손을 내밀어 수현의 이마를 만졌다. 온도는 정상이었지만 수현은 여전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수현아, 너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안색이 안 좋은데."방금 레스토랑에 있을 때, 가연은 수현이 엄청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지금은 집에 돌아왔으니 당연히 똑똑히 물어봐야 했다.수현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빛은 막막했다."나 온은수 만났어, 바로 그 레스토랑에서!"수현은 자신이 화장실 갔을 때 일어난 일을 모두 가연에게 말했다.가연은 그녀가 뜻밖에도 은수를 만났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S시는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서 사람도 너무 많아 서로 마주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그들은 공교롭게도 이렇게 부딪쳤다.이것은 정말 우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가연조차도 감탄했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 얽히는 것은 도대체 인연일까 아니면 악연일까?가연은 요 몇 년 동안 가끔 수현의 “묘비”에 가서 제사를 지내곤 했는데, 그녀는 은수가 수현이 좋아하는 것을 가득 사와 하루 종일 묘비 앞에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오래되자 가연도 은수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다. 필경 그는 시종일관 이렇게 찾아오는 것을 견지할 수 있었으니 그도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때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도.그러나 가연도 수현 앞에서 주동적으로 이런 일들을 꺼내지 않았다.그녀는 수현의 절친으로서 당연히 수현의 각도에서 출발해야 했다."그럼 기분은 어때? 이런 느낌이 싫으면 그냥 돌아가고."가연은 수현을 위로했고 수현은 고개를 저었다.회사 쪽에서 이미 안배를 마쳤으니 그녀가 이대로 가버리면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데다가, 그녀는 이번에 돌아오면서 아직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제사를 올리지 않았으니 이대로 가기엔 너무 아쉬웠다.방금 레스토랑에서 은수를 보았을 때, 수현의 마음속에는 분노 말고 두려움이 있었다.그날 은수의 독단적인 잔인한 행위는 그녀의 마음속에 트라
말하면서 수현은 눈빛이 차가워졌다.외국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는 수업 듣고, 출근하는 것 외에 특별히 여자 킥복싱 코치를 찾아 몇 년 동안 호신술을 배웠다.그녀의 실력은 일반 남자들은 그녀를 가까이할 수 없고, 심지어 그녀의 반격에 머리를 안고 도망갈 정도였다.은수를 만나기만 하면 자꾸 이렇게 도망가는 이유는 그녀가 완전히 당황해서 머리가 새하얘지며 모든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그렇지 않으면, 오늘 그녀는 은서에게 간단한 뺨 한 대 때리는 게 아니라 기필코 그를 몇 번 더 두들겨 패며 매운맛을 보여줬을 것이다.가연은 원래 수현이 이 일로 기분이 가라앉고 놀라고 두려워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수현의 이 확고한 모습을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보아하니, 이 5년 동안 수현은 헛되이 보내지 않았고 그녀는 이미 그때의 그 연약하고 누구나 괴롭힐 수 있는 그런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그래, 네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상 두려워할 것도 없지. 온은수도 너무 지나친 일을 하지 못할 거야."가연은 수현을 위로한 다음 또 얼른 그녀더러 쉬라고 재촉했다.수현은 거절하지 않고 욕실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그녀는 이미 내일의 스케줄을 정했고 유담이를 데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게 제사를 올리려면 일찍 자야 정신이 날 수 있었다.샤워를 한 뒤 수현은 머리를 닦으면서 유담에게 영상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떠나기 전에 매일 그에게 굿나이트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비록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이 좀 늦었지만 아이에게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했다.통화가 연결되자 유담의 작은 얼굴을 보며 수현의 원래 초조한 마음은 많이 차분해졌다.유담은 수현이 피곤해하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엄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수현은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유담은 예민한 아이라서 늘 섬세한 것들을 주의하곤 했다."아니, 그럴 리가. 엄마는 그냥 여기로 오느라 좀 피곤해서 그래. 그리고 우리 유담이도 너무 보고 싶고."수현은 멈칫하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윤찬은 오랜 조사한 끝에 찾아낸 정보는 별로 많지 않았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다 차수현 씨는 외국에서 자신의 행방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른 신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단지 일부 간단한 정보만 알아낼 수 있을 뿐,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은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결과는 사실 그의 예상대로였다. 수현이 그렇게 힘들게 그의 눈앞에서 도망친 이상 당연히 무척 조심하고 폭로를 하지 않으려고 신중할 것이다.그러나 온 씨의 능력으로 그녀의 모든 일을 파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만약 수현이 알아차렸다면, 그녀는 아마 자신을 더욱 싫어할 것이다.지금의 그녀에게 있어 자신은 이미 악랄하고 나쁜 놈이었다……"됐어, 조사하지 마."은수는 눈을 드리웠다."그럼 그녀가 최근에 갑자기 귀국한 이유는 뭐지?""차수현 씨는 요 몇 년 동안 m국에서 지내셨는데, 이번에 회사에서 특별한 출장 임무를 안배해 준 데다 돌아와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싶어서 특별히 귀국하셨습니다."m국을 듣자 남자는 손에 든 종이를 세게 쥐었다.은서도 요 몇 년 동안 m국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줄곧 같은 나라에 있었고 이 5년 동안 함께 있었을 것이다.이 결과는 결코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그는 수현과 은서의 감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가짜로 죽은 것도 기필코 은서와 재회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매일 밤 후회와 고통에 시달리며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그들은 달콤하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은수의 마음은 마치 수많은 개미에 의해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씁쓸함, 질투가 뒤섞여 무척 복잡했다.그러나 은수는 여전히 마음속의 불쾌함을 강제로 억눌렀다. 그는 만약 자신이 여전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수현은 그저 갈수록 자신을 싫어하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때의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윤찬은 알아낸 일부 정보를 상세하게 말했다. 수현이 수술을 할 때,
수현은 냉정해지며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후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갔다.수현은 기억 속의 노선에 따라 곧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묘지를 찾았다.수현은 오랫동안 수리되지 않은 그 무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많은 추억을 떠올렸다.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딸 온혜정 하나밖에 없었고 수현은 또 혜정의 외동딸이기 때문에 그들은 수현을 각별히 아껴주었다.어릴 때부터 그들은 항상 그녀에게 먹을 거 노는 거를 아낌없이 남겨 주었다.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인해 두 노인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차한명도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냈다.엄마가 자신의 부모님을 잃어 고통에 시달릴 때 한명은 이미애와 차예진을 데리고 차 씨네로 들어왔고, 엄마와 그녀가 가장 취약할 때, 그들 모녀를 핍박해서 쫓아내며 차 씨 집안을 떠나게 만들었다.수현도 후에 차한명이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 되었고 이미애는 회사의 일로 감옥에 들어갔으며 차예진은 차가네가 망한 후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예진은 공주병에 성격이 까다로웠으니 수현은 그녀가 앞으로 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이것도 아마 차가네 사람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겠지.수현은 잠시 멍을 때리다 곧 무릎을 꿇고 종이돈에 불을 붙였다."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수현이 못나서 이렇게 여러 해 지나서야 찾아뵈러 왔네요. 그러나, 이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좋은 소식을 알려드리려고요. 내 아이는 이미 다섯 살이 됐는데 무척 똑똑하고 귀엽고 또 철이 엄청 들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나도 반드시 우리 유담이 데리고 꼭 찾아뵐게요.“그리고, 엄마의 병세도 이미 안정되었고, 차가네 집안 그 사람들까지 모두 벌을 받았어요. 아마도 이것이 그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일지도 몰라요. 두 분도 하늘에서 보셨다면 엄청 기뻐하시겠죠."수현은 무덤 앞에 서서 요 몇 년 동안 발생한 일을 일일이 말했고, 종이돈이 다 타서야 눈가의 눈물을 닦고 천천히 일어나 일을 시
수현은 경계심이 가득했다.설마 은수는 그때의 결과에 대해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지금 그녀를 계속 괴롭히려는 것일까?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수현은 무한한 상상을 펼치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뒤로 쥐며 열쇠고리에 꽂혀 있는 작은 군도를 잡았다.만약 은수가 정말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고 하려고 한다면, 그녀는 죽더라도 그와 같이 죽을 것이다.은수는 수현이 자신을 경계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자신을 이토록 두려워하고 이토록 싫어한단 말인가?"수현아, 긴장하지 마, 난 너한테 악의가 없어."은수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두 손을 들어 간절하게 말했다.수현은 그의 두 손이 텅 빈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럼, 뒤로 물러나요, 3미터 물러나라고요!"은수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지만 수현의 무척 진지한 표정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이러면 됐어?"은수는 수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위치로 물러나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할 말 있으면 거기서 해요, 가까이 오지 말고요."수현은 은수가 즉시 이곳에서 떠나 자신의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 남자가 특별히 이곳까지 찾아왔으니 틀림없이 할 말이 있을 것이다.수현은 은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 그더러 말을 다 하지 못하게 하면 그는 떠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녀도 나름 양보를 했다.그녀는 이번에야말로 은수가 자신과 깔끔하게 헤어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와 그녀는 원래 같은 차원의 사람이 아니었다.은수는 잠시 침묵했다. 줄곧 긴장을 한 적이 없었던 남자는 지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한참 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수현아, 그때의 일은 내가 오해했어. 난 병상에서 깨어나 당신이 없는 것을 발견했고 또 차예진의 이간질에 넘어가 당신이 나를 돈 때문에 팔아먹은 것으로 오해했어. 그래서 나는 분노에 정신을 잃고 그런 일을 저질렀고."수현은 5년이나 늦은 그의 설명을 들었지만, 감동받지 않았고 오히려 좀 웃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