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현은 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호텔로 돌아간 후, 그녀는 매우 괴로워했다.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딱 먹었는데, 하필이면 마지막에 긴장을 해서 또 이렇게 의기소침하게 돌아오다니, 한가연의 시간만 낭비하고.한가연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가볍게 차수현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이건 네 탓이 아니야. 수현아, 두려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잖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차수현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너무 오래 끌면 안 되잖아. 난 수술대에 오르자마자 긴장하기 시작했고 또 공포에 떨기 시작했어. 비록 열심히 심호흡을 하며 긴장을 풀려 했지만 조금의 효과도 없었고, 몸도 엄청 뻣뻣해서 의사도 전혀 수술할 수가 없었다고.”한가연은 마음이 아팠다. 차수현은 다 좋았지만 너무 혼자서만 버티려 했다. 이런 일은 누구나 두려워할 텐데, 차수현은 심지어 전에 온은수의 오해로 인해 큰 트라우마가 생겼으니 자연히 일반인보다 더 직면하기 어려웠다.“이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내일 정신과 의사 보러 가자. 네 마음의 매듭을 푸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거야.”한가연은 생각해 보았는데, 차수현을 억지로 맞서도록 강요하는 것 대신, 먼저 트라우마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정신과 의사를 찾는 것은 확실히 좋은 방법이었다. 아마 일부 전문적인 수단을 통해 이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차수현은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생각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차수현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한가연도 억지로 그녀에게 무엇을 시키지 않았고, 그녀가 배고파서 불편하지 않도록 음식을 좀 먹인, 들어가 쉬게 했다.차수현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세수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워 어렴풋이 잠이 들었다.차수현은 편하게 자지 못했는데, 잠 들자마자 바로 꿈을 꾸었다. 게다가 그 꿈들은 너무 빨리 지나가서 그녀는 잠을 잘수록 더욱 피곤해졌다.마지막에 차수현은 아주 귀여운 여자애가 나오는 꿈을 꿨는데, 그녀를 보자 아주
“에휴…….”차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온은수 그 남자를 위해 아이를 지워 자신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이 줄곧 바라던 딸까지 잃는 것은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일까?차수현은 망설이며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한가연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차수현의 땀을 닦아준 다음 나갔다.어떤 일은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끼어들 수 없었기에, 이 일은 차수현이 스스로 납득해야 했다. 결국, 이것은 그녀 자신의 인생과 몸이었기에 남들은 그녀를 대신해서 결정을 할 권리가 없었다.……다른 한편.온은수는 차수현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기분이 좋아 육무진을 불러내어 밥을 먹자고 했다.이번에 이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차수현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육무진이 제때에 소식을 전해준 덕분이었다.육무진은 온은수가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산다는 말을 듣고 사양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가장 비싼 요리를 한가득 주문해서 온은수의 카드를 단단히 긁을 작정이었다. 마침 그도 최근 한가연의 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육무진은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에 도착하며 가장 좋은 룸에 들어서자, 온은수의 줄곧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온은수가 이렇게 웃으니 오히려 육무진의 마음을 당황하게 했다.육무진은 온은수와 그렇게 오래 알고 지내면서, 그가 웃은 횟수는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육무진은 어이없어 하며 앞으로 다가가서 온은수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뭐야? 왜 이래? 귀신에 홀린 것 같은데, 내가 무당이라도 찾아줄까?”온은수는 바로 정신을 차렸고, 육무진이 자신을 놀리는 것을 보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왜, 내가 기분이 좋은 것도 잘못이야?”“기분이 아무리 좋아도 바보처럼 웃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육무진은 묵묵히 말하다 곧 무언가를 떠올렸다. 온은수는 차수현을 쫓아왔는데, 무슨 좋은 일이길래 그가 이렇게 기쁘다고 웃을 수 있
“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병원에게 통지를 내려, 그녀에게 유산 수술을 하지 말라고 했어. 적어도 이 아이는 당분간 무사한 셈이지.”온은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육무진은 어이가 없었다.“네가 이렇게 하면, 그녀가 너를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 아니면 네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미치광이라고 생각해서 너랑 더욱 멀리 떨어질까? 심지어 그녀는 이 아이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지만 너의 이런 행동 때문에 반드시 아이를 지우고 싶어할지도 몰라.”육무진도 차수현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남에게 강요 받는 게 가장 싫었다. 온은수가 이렇게 나온다면, 그녀의 반항심을 불러일으켜 뱃속의 아이를 더욱 혐오하게 만들 수도 있었으니 그것은 그야말로 밑진 장사였다.온은수도 단번에 이를 의식하고 난색을 보였다.“그럼 어떡해, 그녀가 정말 아이를 지우게 할 수는 없어…….”“네가 스스로 생각해봐. 이런 내 직업 도덕에 어긋나는 일은, 나도 뭐라 말할 수 없어.”육무진은 눈을 부라렸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정말 멍청했는데, 지금의 온은수가 바로 이랬다. 머리가 남에게 먹힌 것처럼 둔했다. 전의 그는 절대로 이렇게 어리석은 문제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온은수는 냉정해지며 즉시 방법을 생각해냈다. 일단 그 의사들에게 직접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고, 차수현의 몸이 허약하여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하면 당분간은 시간을 끌 수 있었다.그러나 시간을 끌어도 소용없었으니, 그는 차수현의 생각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했다.온은수는 곰곰이 생각했는데, 만약 자신이 무턱대고 나타나서 설득한다면 차수현은 무척 꺼려할 것이고, 또 자신이 그녀의 사생활을 엿보았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그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오히려 온은수를 매우 난감하게 만들었고, 그는 즉시 육무진을 바라보았다.“에헴, 그, 한가연 씨는 수현의 좋은 친구잖아. 네가 저녁에 누워 잘 때, 침대에서 그녀에게 수현을 설득하라고 말해봐, 그럼 되잖아.”“그만!” 육무진은
온은수는 그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는데, 잠시 후, 그녀는 온은수의 시선을 알아차린 듯 그를 향해 웃었다. 환한 미소는 힐링의 마력이 있는 듯, 온은수의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잠시 후, 온은수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차수현도 딸을 원했고, 게다가 그녀는 마음이 약해서, 자신이 설득한다면 틀림없이 소용이 없겠지만, 이렇게 귀여운 어린 여자아이가 말하면 듣지 않을까?온은수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 어린아이의 부모님과 인사를 했다.온은수는 평소에 나대지 않아서 자주 뉴스에 사진이 뜨지 않지만, s시에서의 지명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그가 나타난 순간, 여자아이의 부모는 그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결국 온은수가 지내고 있는 이 호텔도 고급 호텔이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명문 집안이었으니 온은수가 누군지 모를 리가 없었다.온은수는 그들과 인사를 한 뒤, 소녀의 머리를 만지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온은수가 아내와 약간의 오해가 생겨 여자애더러 가서 설명을 좀 도와달라고 한 것을 듣고, 부부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미처 승낙하지 못했지만, 여자애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뭐라고. 아주 간단하니까 나에게 맡겨요!”온은수는 이 똑똑한 여자애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딸도 이렇게 상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온은수는 쪼그리고 앉아 소녀와 상황을 이야기했고, 앞에 있는 이 남자의 아내가 화가 나서 그들의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소녀는 매우 영리하게 온은수의 귀에 다가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온은수는 이 말을 듣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시간을 정한 후, 온은수는 일어서서 여자애의 아버지의 전화를 남겼다.비록 소녀는 간단한 일이라고 말하며 열정적으로 도우려 했지만, 온은수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거저 받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그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줄 것이다.소녀의 부모님이 그녀를 데리고 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소녀의 아버지는 자신이 전에 매우 협력하고 싶었던 그
차수현은 그곳에 앉아 있으며 여전히 좀 불안했다. 한 편으로는 어제 줄곧 꿈을 꿔서 잘 자지 못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꿈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참, 핑크색 공주치마를 입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소녀가 다가왔다.“아줌마, 나 여기 앉아도 돼요?”차수현은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는데, 달콤하고 귀엽게 생긴 소녀인 것을 보고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옆자리에 지금 아무도 없었으니 그녀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소녀는 앉은 다음 그녀에게 말했다.“아줌마, 어디 불편해요? 난 아빠 엄마랑 같이 왔는데, 지금 안에서 의사 선생님과 얘기하고 있어요.”소녀는 입담이 좋아서 차수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수현은 원래 아이들에게서 친근감을 느낀데다 이 아이는 유담 유민과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았기에 더욱 좋아하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잠시 후, 소녀는 갑자기 자신도 여동생을 갖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여동생이 있다면 어떻게 꾸며주고 같이 소꿉놀이를 해야 할지 생생하게 묘사했다.비록 소녀는 매우 총명하지만, 결국 어린아이일 뿐이기 때문에,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이렇게 여동생이 있다는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온은수도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라고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 아이가 매우 귀엽다고 생각해서 그녀가 한 말이면 오히려 차수현의 아이에 대한 사랑을 움직이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소녀의 순수한 미소를 보고 차수현은 웃었다.“여동생이 태어나면 그녀와 싸울까 봐 두렵지 않는 거야?”“싸우는 것도 정상이잖아요. 나도 엄마, 아빠랑 자주 삐지지만, 우리는 한 가족이니 풀리지 않는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한 가족이라…….차수현은 갑자기 자신의 배가 또 살짝 아픈 것을 느꼈다.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또 어찌 그녀의 가족이 아니겠는가. 그녀는 정말 이렇게 모질게 이 아이를 버리고 싶은 것일까?소녀는 차수현이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더 이상 말을 하며 방해하지 않았다. 잠
차수현은 듣고 있다가, 눈빛속의 망연한 감정도 점차 사라졌다. 그렇다. 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사실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고, 그녀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가 힘들게 임신하여 낳은 아이라는 이유로만 충분했으니, 왜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자신을 징벌해야 하는 것일까? 유산 수술은 몸과 마음에 모두 영향을 주었으니 그녀는 또 왜 굳이 그 수술을 해야 하는 건가?이 아이는 그녀 혼자만의 아이였고, 무슨 일 생기든 그녀의 자식이었으니 그 누구와도 상관이 없었다.차수현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을 보고 한가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차수현에게 의견을 줄 사람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차수현은 미소를 지었고, 더는 전의 그런 쓴웃음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었다.“나 이미 납득했어. 가연아, 나 이 아이를 남길 거야. 그녀는 나 혼자만의 아이니까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그렇지, 그럼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난 양딸로 삼을 거야.”한가연도 차수현이 마침내 마음의 매듭을 풀게 된 것을 기뻐했다.아이를 남겨두든 말든 그녀는 차수현이 기뻐하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흠, 그럼, 넌 도망 못 가지. 그때 가서 우리 아이에게 제대로 된 선물 좀 마련해야지.” 차수현도 웃으며 한가연과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당연한 일인걸. 유담과 유민이도 날 이모라고 불렀으니, 이 아이는 내 양딸인 이상, 뭐라 해도 내가 잘 해줘야지.”한가연은 웃으며 승낙했다. 그녀와 차수현은 원래 친했으니, 그녀는 선물을 크게 준비할 작정이었지만, 지금 이 아이는 심지어 자신의 양딸인 이상, 그녀는 정말 제대로 준비해야 했다.“농담이야.” 차수현은 어쩔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저었고, 한가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우리 그냥 돌아가자. 상담할 필요도 없잖아.”“확실히 그럴 필요가 없는 거 같아, 그냥, 우리 또 헛걸음을 했네.” 차수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러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차수현이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로 하여금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 아이를 돌보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온은수의 가장 골치 아픈 일로 되었다.그는 전에 차수현이 이 아이를 남기려 하지 않았던 제일 큰 원인이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이미 유담과 유민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놓쳤는데, 이제 와서 이 아이까지 놓쳐야 한단 말인가?온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또 어찌할 바를 몰랐으니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하게 기쁜 소식은 매일 차수현이 병원에 가서 유산 수술을 받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으니 그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있었다.……차수현은 s시에서 대략 일주일 정도 머물렀고, 전에 가고 싶었던 곳을 전부 돌아본 후, 이제 곧 돌아갈 작정을 했다.돌아가기 전에 두 사람은 대학 시절 가장 좋아했던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으며 청춘을 회상했다.두 사람은 붐비는 레스토랑에 앉아 젊고 생기 넘치는 대학생들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면서 세월이 참 빠르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분명 지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생각해 보니 이미 여러 해가 지났고, 그녀는 심지어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다.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을 보고, 차수현과 한가연은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자 생각하며 일어나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때, 뒤에 있던 한 사람이 미끄러지더니 차수현과 부딪쳤다.차수현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한가연이 빠르게 반응해서 그녀를 붙잡았다.“수현아, 괜찮아?”한가연은 차수현을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손으로 배를 안고 있었고,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비록 넘어지지 않았지만 놀라서 그런지 그녀는 여전히 배가 은근히 아프다고 느꼈다. 차수현의 이 모습을 보고, 한가연은 즉시 큰 소리로 말했다.“여기 임산부가 있는데, 지금 배가 아프니, 다들 좀 비켜주세요!”주위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재빨리 길을 비켜 차수현더러 먼저 나가게 했다.차
차수현은 오히려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아이의 상황에 주의를 돌리며 줄곧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검사를 하고 있었다.임미자는 잘 아는 간호사를 찾아 알아보았는데, 차수현이 뜻밖에도 출산 검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자리에 몸이 굳어졌다.‘차수현이 임신했다고?’‘아빠는 누구지?’‘은수? 아니면 온은서?’임미자는 생각에 잠겨 그곳에 멍하니 있었고, 안색은 이리저리 변했다. 그녀는 이렇게 복도의 뚜렷한 위치에서 서 있다가 검사 받고 나온 차수현과 딱 마주쳤다.임미자를 보자 차수현은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재수가 없을까? 신체검사를 받아도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부딪치다니.차수현은 원래 임미자를 못 본척하려고 했지만 임미자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손에 있는 몇 장의 보고서를 주시하면서 물었다.“출산 검사 하러 온 거야?”차수현은 그녀의 눈빛에 매우 불편하여 손에 든 보고서를 숨겼지만 임미자는 이렇게 쉽게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너 임신했어? 아이는 누구의 것이지? 설마 은수의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임미자는 도도한 모습을 보였다. 전에 차수현은 그렇게 강경하게 절대 온은수와 함께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녀의 앞에서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을 깔보기도 했다.임미자는 속으로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만약 차수현이 이 아이가 온은수의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임미자는 자신의 기를 세울 기회가 왔다고 느꼈다.‘전에 그렇게 잘난 체 하면서 은수와 재결합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또 은수의 아이를 임신하다니. 온씨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어도 은수 어머니인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아이는 사생아로 될 수밖에 없다고.’다만 애석하게도 임미자의 생각은 차수현에게 들키면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수현은 배를 끌어안고 웃을 것이다.유담과 유민은 모두 차수현의 성을 따랐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녀 자신이 데리고 있었는데, 그들도 무럭무럭 잘 자랐지 않았는가?임미자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