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오만하게 가볍게 웃었다. 수현은 그가 자신을 경멸하고 있는지, 아니면 비웃고 있는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런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몸을 가릴 수 있는 옷을 입고 있어도 그녀는 자신이 지금 알몸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전에 온은택 앞에서도 이런 순진한 척 한 거야? 어쩐지 그 남자는 그 모양 그 꼴로 됐는데도 나와 맞설 생각을 하더라니."수현의 안색은 붉어졌다. 그녀는 자신과 은택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그에게 더 이상 말도 안 돼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헛수고라는 것을 알았다. 이 남자의 고집으로는 영원히 이 점을 믿지 않을 것이다.더군다나 여기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 수현은 그와 다투어 다른 사람에게 조롱을 당하고 싶지 않아 침묵만 지켰다.그러나 수현의 침묵은 은수를 기쁘게 하지 않았고, 그는 오히려 그녀가 양심이 찔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는 차갑게 웃었다."바로 이 두 부위에 문신해줘, 나의 이름은 좀 선명하고 눈에 뛰게 하고. 앞으로 또 다른 눈에 띄지 않는 파리가 날아오지 않도록.»말이 끝나자 은수는 몇 걸음 물러서서 한쪽에 앉아 조용히 이쪽을 바라보았다.문신하는 여자는 이 상황을 보고 대충 그들의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짐작이 갔다. 수현의 눈빛을 보면 그녀는 자꾸 수현에게 무슨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느꼈지만 자신은 필경 남이었으니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해 말을 많이 하기도 어려웠다. 그리하여 그녀는 은수가 말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에 복잡한 디자인이 필요 없었고, 여자는 종이에 몇 가지 글씨체를 정리한 다음 은수더러 고르라고 했고, 자신은 수현에게 문신을 하기 시작했다.소독 후, 여자는 도안대로 그녀의 피부를 한 땀 한 땀 찌르며 검은색 도안을 뽀얀 피부에 조금씩 인쇄했다.수현의 피부는 비교적 연약하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 빨갛게 부어올라 침을 찌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수현은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곧 꾹 참았고 낮게 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은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말할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왜, 방금 신음 소리 잘 내던데, 다시 내봐."수현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그제야 은수가 영락없는 변태였음을 발견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니.수현이 굴복하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은수는 몸을 숙여 그녀의 상처에서 스며든 핏방울을 깨끗이 핥았다.피비린내 나는 냄새가 입안에서 퍼지자 그의 차가운 검은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었다.수현은 그의 눈에 비친 광기를 보고 갑자기 공포를 느꼈고 얼른 발버둥치며 손을 내밀어 은수의 머리를 세게 밀어냈다.그녀는 방금 은수가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피를 빨아 그녀의 살을 조금씩 먹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이 남자는 악마였다!은수는 방비하지 않아 수현에게 밀려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지만 개인 비행기에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어 다치지 않았다.수현은 놀란 사슴처럼 옷으로 가슴을 덮은 다음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겨우 몇 걸음 달리다 은수는 손을 번쩍 내밀어 수현의 발목을 덥석 잡았고 억지로 자신을 앞으로 끌고 갔다."왜, 도망가고 싶어? 남의 품에서 그렇게 얌전한데, 내 앞에서 오히려 엄살을 부리는 거야?"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은수는 더는 수현에게 탈출할 기회를 조금도 주지 않았고, 그는 절대로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할 것이다."안 돼요, 하지 마요, 살려줘요!" 수현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비록 은수에게 눌려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다.은수는 그녀의 시끄러운 고리에 심란했고,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여 그가 듣기 좋아하는 말을 영원히 할 수 없는 수현의 입을 막았다.뜨거운 입술은 포악하게 약탈하기 시작했고, 은수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키스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수현을 갉아먹고 있다는 표현이 더 알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비행기 안은 조용해졌다.수현은 최선을 다해 반항했지만 여전히 은수의 집요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은수는 일어나서 천천히 옷을 입고 있었고, 그의 몸 아래에 있던 수현은 지금 이미 정신이 희미해졌다. 그녀의 몸 곳곳에는 그가 남긴 험상궂은 흔적이 있었는데, 꼬집힌 흔적과 물린 이빨 자국까지 있었다.연인이 가장 친밀한 일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격렬한 전투가 더 알맞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그 어떤 감정도 없었고, 마치 서로를 증오하는 짐승처럼 끊임없이 얽히고설킨 채 싸웠다.다만, 수현은 결국 신체적으로 그를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에, 온몸에 상처를 남기고 기절했다.은수는 원래 자신이 보복의 쾌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이 순간, 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는 상상속의 쾌락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수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은수는 망연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가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헤집으려 했지만 손끝은 촉촉함을 감지했다.방금 그는 심지어 수현이 운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마지막에 이르러, 그가 아무리 이 여자를 괴롭혀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고, 은수는 마치 미친 것처럼 그녀를 더욱 괴롭혔다.원래 그녀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묵묵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니, 보아하니 정말 고통스러운 모양이었다.은수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갑자기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는 이것이 양심의 가책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을 배신한 여자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너무 가소롭다.은수는 더 이상 흔들리려 하지 않아, 담요를 가져와 수현의 몸을 덮고는 비행기의 승무원을 불러 수현을 씻기라고 했고, 자신은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수현은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기에 누군가에 의해 씻길 때, 깨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인형처럼 좌지우지 당했다.......이와 동시 병원에서.무진은 은수가 준 주소대로 병원을 찾았다.병실에 들어간 후, 그는
가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또 어찌 모르겠는가? 수현이 은수를 따라 돌아간 것도 틀림없이 강요를 받아서 그런 것이다.수현의 성격으로 어떻게 어머니를 내버려두고 혼자 떠날 수가 있단 말인가...그러나 그럼에도 가연은 혜정이 끌려가는 것을 이렇게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되면 수현이 남에게 약점만 잡혀 더욱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는 친구로서 절대 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아니요, 나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것을 이대로 지켜볼 수 없어요. 당신들이 그녀를 데리고 떠나고 싶으면 날 밟고 가요."가연은 강인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몇 사람을 바라보며 두 팔을 벌려 혜정의 앞을 막았다.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몇 사람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이 여자는 무진의 지인으로 보였고, 그녀에게 손을 쓰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았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무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줄곧 자신에게 순종하던 가연이 갑자기 자신을 반항하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만해요, 가연 씨. 빨리 비켜요.""그럴 수 없어요. 무진 씨도 의사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 아주머니는 이런 상태로 다른 사람에게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게다가 환자로 그녀의 딸을 위협하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요?"무진은 잠시 침묵했다. 의사로서 그는 자연히 이런 행위가 아주 악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은수의 일이었고, 그는 결국 자신의 친구의 편이었다.그래서 인정하지 않아도 그는 은수를 도와주러 왔다.무진은 천천히 가연에게 다가갔고, 가연이 또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을 때, 그는 문득 손을 들어 가연을 기절시켰다.가연은 말을 하기도 전에 눈앞이 어두워졌고, 결국 그녀는 비할 데 없이 실망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은 멈칫했지만 얼른 손을 내밀어 가연을 부축했다.가연은 그가 가족을 상대하기 위해 찾은 가짜 아내였지만, 방금 그녀의 그런 눈빛을 보자 그는 뜻밖에도 초조하고 불안했다.무진은
수현은 벌떡 일어났지만 사적인 부위에서 전해오는 통증에 또 쓰러졌다.수현이 이렇게 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하인은 어쩔 수 없었다."아가씨, 제가 말했잖아요, 아가씨는 지금 몸이 허약해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요. 제가 죽을 좀 끓였는데, 일단 좀 마셔요."수현은 뭘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이렇게 굴욕적으로 갇혀 있는데다 엄마 쪽은 어떤 상황인지 몰랐으니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가져가요, 안 먹어요."수현의 고집에 하인은 어쩔 수 없었고, 바로 이때 문이 열리더니 은수가 문 앞에 나타났다.은수는 하인이 죽을 들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코코, 너 먼저 나가 있어. 이쪽은 내가 처리할게."코코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녀도 이 아가씨를 어떻게 할 수 없었다."아가씨의 약은 제가 책상 위에 놓았으니 식사를 하신 후 설명서에 따라 드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코코도 주인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못하고 서둘러 갔다.은수가 나타나자 수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다.지금 이 남자는 그녀에게 두려움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도대체 얼마나 미친 짓을 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은수는 그윽한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고열로 건조해져 찢어질 듯한 입술을 바라보았다.수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았고, 이 나쁜 놈과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방 안은 말할 수 없는 어색함과 침묵이 흘렀다.한참이 지나서야 은수는 침대 옆으로 걸어갔고 수현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그녀의 신체반응은 머리보고 더 빨아서 그런 말할 수 없는 공포는 이미 뼛속 깊이 새겨졌다.은수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 비록 이런 일을 한 후 그는 이런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고, 수현은 기필코 그를 두려워하고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막상 마주하니, 그는 생각했던 그런 쾌감은 없었고 오히려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을 느꼈다.그러나 은수는 줄
"게임은 이미 시작됐으니, 언제 끝날지는 당연히 당신 마음대로 할 차례가 아니지. 내가 질리면 자연히 당신더러 떠나게 할 테니까 가만히 있어."은수는 수현의 한사코 복종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를 갈며 가장 악독한 말을 했다.수현은 눈을 드리우고 남자의 그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비록 여전히 그렇게 완벽한 얼굴이었지만 지금 보면 혐오감과 메스꺼움만 느낄 뿐이었다.수현이 회피하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은수를 짜증나게 했지만 초췌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심지어 피부의 무척 높은 온도를 느끼며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았다.그리고 그는 옆에 놓여 있는 죽을 가져왔는데 온도가 딱이어서 눈빛으로 수현에게 빨리 음식을 먹으라고 표시했다.수현은 마치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입맛이 없었는데, 한 편으로는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몸이 확실히 불편하여 먹을 수 없었다.은수는 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자신의 처지를 알면 순순히 먹어.""먹고 싶지 않아요." 수현은 고개를 돌려 협조하려 하지 않았다.이 상황을 보고 은수는 냉소를 지었다."전에 단식을 하면 소용이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당신 때문에 마음 아파할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 이것을 보여주어야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내 명령에 복종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아는 건가?"은수는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를 보냈고 잠시 후 그곳에서 영상전화가 왔다.은수가 휴대전화를 침대에 던지자 수현은 고개를 숙이고 힐끗 쳐다보았고, 곧 눈을 휘둥그레 떴다.병상 위에는 전에 은수의 사람들에게 끌려간 혜정이 있었는데, 그녀는 지금 침대에 누워 호흡기를 차고 있었고, 몸에는 영양을 수송하기 위한 다른 호스가 꽂혀 있었다.혜정의 안색은 오히려 정상으로 보였지만 수현은 병원에 아주 오랫동안 있었기에 자연히 그곳의 장식에 대해 아주 익숙했다. 그러므로 자세히 보기만 하면 분별할 수 있었는데, 혜정은 지금 전의 병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수현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그릇을 들고 숟가락으로 한 입 한 입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이 죽은 맛있었지만 수현은 정말 먹을 기분이 아니다.그러나 은수가 옆에 서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으니 수현은 자신이 죽을 다 먹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끝까지 먹은 후, 수현은 이미 토하고 싶었지만 불편한 느낌을 참으며 억지로 모두 마셨다.은수는 수현이 말을 듣고 음식을 모두 먹은 것을 보고 또 약을 건네주었다."약 먹어.»수현은 무슨 약인지 몰랐지만 자세히 판별할 기분도 아니었기에 가져와서 바로 먹었다.수현이 약을 삼켰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의 머리를 두드렸다."좋아, 진작에 그러지. 앞으로도 이렇게 순순히 말 들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은수의 말투는 뜻밖에도 모처럼 부드러웠다. 다만, 수현은 따스함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더욱 솜털이 곤두섰다.이 남자는 그녀와 말하는 말투가 전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그래서 그가 부드러울수록 그녀는 오히려 공포를 느꼈는데 그것은 무척 기괴한 기분이었다.은수는 또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전화가 울렸고, 미자의 전화였다. 그는 수현이 지금 미자를 매우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나가서 받았다.밖으로 나가서 방 문을 닫고 은수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미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은수야, 너 어젯밤에 줄곧 돌아오지 않았는데, 무슨 일 생긴 거야?"은수는 자연히 자신이 어제 외국에서 수현을 데려왔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아니요, 몇몇 친구들과 밥을 먹다, 술에 취해서 밖에서 하룻밤 보냈어요.»미자는 이 말을 듣고 매우 뿌듯해했다. 필경 은수가 친구를 찾아 나가서 기분을 푸는 것은 그 실패한 감정에 빠져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그럼 다음에 미리 우리한테 말해, 그렇지 않으면 두 아이도 널 걱정한단 말이야."은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예전이라면
은수가 그래도 자신의 말을 듣는 것을 보고 미자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수현 그 여자가 은수의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다행히 그 여자는 이미 은수의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방안에서. 약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약물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수현은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점점 감겼다.수현은 이렇게 빨리 잠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묻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약물의 작용을 막아내지 못하고 천천히 침대 옆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은수는 문을 열자 수현이 침대머리에 기대어 잠든 모습을 보았다. 잠든 수현은 평소처럼 날카롭게 그와 맞서지 않았고, 그 잠든 얼굴은 천사와도 같았다. 비록 작은 상처와 붉게 부은 눈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지만 가련한 모습을 조금 더했다.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은수도 소리를 내어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손을 수현의 볼에 놔두었다.잠결에 수현은 누군가가 그녀에게 다가와 자신을 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수현은 잠에서 깨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해열제의 수면성분으로 깊은 수면상태에 들어섰기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을뿐 깨어날 기미가 전혀 없었다.수현은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있는 것을 느꼈고, 그 손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수현이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 아침이었다.수현이 깨어난지 얼마 안되어, 은수가 왔다. 남자는 외출한 옷으로 갈아입었고 아주 준수하게 보였는데, 이곳에서 그녀와 말다툼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이는 오히려 수현을 많이 홀가분하게 했다. 현재 은수의 존재는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큰 압력을 의미했기에 그녀는 은수가 매일 할 일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곳에서 그녀를 괴롭히지 바랐다.은수는 수현의 눈을 보고, 그녀가 어제보다 기분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눈썹을 들었다. 그는 수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