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종 씨 집안이 그 나루터에서 벌이는 돈도 용회 상선의 경유하는 돈이다.구맹 아들이 종원한테 맞아서 다리가 부러졌는데 종 씨 집안에서는 아무런 태도도 보이지 않은 게 구맹한테 철저히 밉고인 거다.나중에 사업적으로 같이 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용회는 나중에 종 씨 집안과 공존할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 설령 종 씨 집안의 나루터를 지나지 않아도 용회는 다른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 이것을 보면 종 씨 집안이 자신의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기회를 버린 것이다.종언은 머리를 돌려 시월이를 보며 말했다.“가자.”“종언아, 너 도대체 무슨 뜻이야? 도와줄 거야 말 거야?”종부인이 그를 불러 세웠고 종언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심하게 대답했다.“소식 기다려요.”그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종철민도 아마 이때는 몰랐을 것이다. 이번이 종언이 마지막으로 종 씨 집안에 발 들인 것이다.그리고 3일 후, 구맹은 종원을 풀어주고 종원 역시 고생을 좀 해서 병원에 실려 갔다.종부인과 종철민이 병원에 도착해 보니 자기 아들이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어 마음이 아팠다.“원아, 너 어떻게 이 모습인 거야! 그들이 너한테 손을 댄 거냐!”조원은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는 울면서 고자질했다.“종언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 새끼가 날 때렸다고요!”“뭐라고?”종부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종언이 가서 너 바꿔 나온 게 아니고 널 때렸다고? 그 새끼 미친 거 아니야? 내가 조 씨 집안에 가서 따져야겠어.”종부인이 나서려고 하자, 조준이 사람 데리고 나타난 것을 보고 그녀는 놀랐다.주준은 침대에 누워 있는 종원을 보며 웃었다.“종 씨 둘째 도련님도 이제 입원하는 맛을 봤네요?”“조준, 너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 네 조카가 내 아들을 이 지경으로 때렸는데. 너는 아직도…!”“그거야 네 아들이 맞아도 싸니깐!”조준은 종부인에게 체면도 주지 않고 반박해댔다.“만약에 종언이 먼저 손대지
종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조준과 인사하고 세 사람은 공항에 들어갔다.….같은 시각, 진성공항.안추엽과 채원은 민서율을 집 밖에 바래다주고 안추엽은 짐을 그에게 건넸다.“시간 있으면 또 놀러 와.”그는 짐을 받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공항으로 걸어갔다.고양이 가방을 안고 있는 채원은 입을 오므리면서 눈을 내려다 가방에 있는 츄미를 봤다.“이후로 너는 아마 아저씨를 다시 보지 못할 거야.”안추엽은 머리를 돌려 그녀를 봤다.“아이고, 왜? 보내기 섭섭해?”“츄미가 섭섭한 거지.”“아닌데? 네가 섭섭한 거 같은데?”안추엽은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려 차로 걸어가고 채원을 뒤따라갔다. 그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너는 아직 어려서 먼저 학업이나 끝내고 서울에 있는 학교에 합격하기 위해 노력해봐.”채원은 조수석에 앉아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가라는 소리를 듣고 머리를 돌렸다.“내 서울에 있는 학교로 갈 수 있을까요?”“학교를 바꾸는 거지. 너 예술 전공이잖아.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서 서울에 있는 로열 음악 학원에 가도 늦지 않았어.”채원은 등을 의자에 기대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음악학원에 갈 때면 아저씨는 벌써 결혼했겠어요.”안추엽은 소리내며 웃었다.“쟤 성격으로 그렇게 빨리 결혼하지는 않을걸?”채원은 실눈을 뜨며 무었다. “사장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내가 쟤를 모를 것 같아? 네가 나중에 서울에 가도 아직 기회 있을지도 몰라.”채원은 입을 벌려 웃다가 갑자기 뭔가 이상해서 표정을 거두었다.“무슨 뜻이에요? 지금 나 떠보는 거죠?”안추엽은 웃으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반달 후, 드디어 몸을 다 풀고 일 년간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은 남우는 드디어 먹고 싶었던 찹쌀 갈비와 불고기를 먹었다.“완전 맛있어 보여!”상에 올려놓은 찹쌀 갈비와 불고기를 보고 그녀는 빨리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재언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를 닦았다.“천천히 먹어, 빼
반재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좀 이따가 다시 얘기해.”강성연은 강유이와 한태군을 바라봤다.“네, 큰오빠와 둘째 오빠도 결혼식 치렀는데 너희는 언제 해?”강유이가 대답했다.“태군 오빠가 9월 9일에 한데요. 영국의 9월은 아직 그렇게 춥지도 않고 낮에도 따뜻한 셈이에요. 조금 더 늦어지면 추워져요.”남우는 놀랐다.“여기 9월은 아직도 더운데 말이야. 아니지, 우리 스카이섬의 9월은 아직 여름하고 같아.”강유이는 웃었다.“스카이섬의 겨울은 우리 여기 가을 날씨랑 같아요. 겨울이 싫으면 스카이섬에 가서 피한해도 돼요.”어르신은 찻잔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9월 9일이면 이제 13일밖에 안 남았잖아. 아이고, 시간 정말 빠르네.”강성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빠르긴 하네요.”반재언은 한태군을 바라봤다.“왕실의 결혼식이니 엄청나게 성대하게 치르겠군.”한태군은 강유이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당연하지, 그때 가서 결혼식은 오픈식으로 궁에서 치를 거야.”남우는 반재언 옆에 다가갔다.“난 아직 왕실 결혼식 구경도 안 해봤어. 이번에 볼 수 있겠다.”반재언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강유이는 갑자기 뭔가를 생각하며 걸어왔다.“오빠, 형님, 우리 가을 소풍하러 가지 않을래요?”“가을 소풍?”“응, 둘째 오빠랑 형님 불러서 같이 가요. 어차피 큰 형님도 몸 다 풀었잖아요? 진짜 답답하지 않았어요? 우리 나가서 놀아요.”남우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겨 반재언을 바라봤다.“진짜야? 놀러 가도 돼?”반재언은 그녀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내가 그랬잖아 긴장을 푸게 해준다고.”어르신도 소리내며 웃었다.“지금 놀러 갈 시간 있을 때 가거라. 애들은 우리랑 도우미 아줌마들이 데리고 있을게.”강성연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황혼이 되어 빛이 무성한 가지와 잎 사이를 뚫어 땅에 비쳤다. 강성연은 꽃 한 다발을 들로 묘원에 와서 아버지 강진의 묘비 앞에 멈춰 섰다.“아버지, 지금 애 셋 다
저녁. 진원.강유이는 방에서 여행하러 가는 짐을 싸고 자가용 투어 노선을 찾고 쓸 문건들을 정리했다.한태군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와 그녀가 진지하게 여행 공략을 검색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었다.“나가 노는데 왜 이사하는 느낌이 들지?”“여자애들은 원래 물건이 많아. 화장품이며 일상용품, 먹는 거 그리고 사진기, 무인기 우산 등은 모두 챙겼어.”그는 실눈을 뜨며 물었다. “우산도 가져야 해?”강유이는 머리를 들고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놀고 있는데 비 오면 어떡하게?”한태군은 어이가 없었지만 받아들였다.큰 트렁크 2개와 작은 트렁크 1개를 다 정리하고는 강유이는 일어서서 자기의 짐을 보더니 너무 과장한 것 같아서 얼굴을 긁적거렸다.“진짜로 이사하는 느낌이 들긴 하네.”한태군은 그녀 앞에 걸어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자가용 여행이니 당행이지, 아니면 모두 탁송해야 해야할 정도야.”강유이는 웃으며 그를 안았다.“내일 완전히 기대돼!”이튿날, 반재신은 운전하여 진원에 도착하고 반재언과 남우도 다른 차량에 앉았다. 남우는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었다.“유이랑 한태군은 아직 안 나왔어요?”말이 끝나자, 바로 강유이와 한태군이 크고 작은 상자를 차에 싣는 것을 봤다.진예은은 차에서 내려갔다.“너희 지금.. 이사하는 거야?”반재신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내가 내기하는데 이 모든 게 유이의 짐일걸?”강유이는 그의 차 앞에 걸어갔다.“둘째 오빠가 나를 이렇게나 잘 안다고?”“흥, 네가 생각할 때 내가 네 모를 거 같아?”운전석에 앉은 반재언은 선글라스를 벗었다.“다 됐어?”반재신은 진예은이 차에 올라타자 차창을 올렸다.“나 먼저 간다. 빨리 따라 와.”반재신의 차가 먼저 떠나고 뒤에서는 반재언과, 강유이, 그리고 한태군이 따라나섰다.멋있는 지프차 세 대가 길에서 달리고 있다.아침에 출발해서 고속을 타고 휴게소에서 2시간 쉬고 계속 달렸다. 6시간을 달려 부산광역시에 있는 화계마을에 도착했다.가는 길에서 본 경치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그리고 곧이어 음식이 올랐다. 강유이는 맑은 국물의 전골 요리를 보고는 사장에게 물었다.“이건 뭐예요?”사장이 웃으며 음식을 소개했다.“복 맑은 탕입니다. 복어로 만든 건데 시원한 무와 대파를 넣고 육수를 따로 끓여 사용해서 이렇게나 국물이 맑습니다. 이 시기 부산 복어가 제 철이거든요!”남우가 얼른 국물을 한술 떠서 맛보았다.“정말 맛있어요.”진예은과 반재신도 탕을 맛보았다. 확실히 국물이 시원했다.사장은 계속하여 그들에게 음식을 올려주었다.“이건 닭칼국수인데 닭 한 마리를 통으로 넣어 깔끔하게 손질을 했고, 거기다가 냄새를 잡아주는 각종 한약재와 대파 마늘을 넉넉히 넣어 육수를 우려냈습니다. 나중에 야채와 면까지 추가해서 함께 먹는 요리인데 여기 전통 음식이죠. 여행객들이 아주 좋아하는 음식입니다.”강유이가 먼저 면을 한 젓가락 떠서 맛보았다. 남우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때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면을 더 떠서 크게 한입 먹었다.다른 사람들도 얼른 음식을 맛보았다.사장이 또 다른 요리를 내오며 소개했다.“이건 부산 어묵입니다. 한입 베어드시면 아주 쫄깃쫄깃 탱탱한 것이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진 우리 향토 음식이죠!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아주 끊임없이 들어가실 겁니다.”“듣기만 해도 맛있어 보이네. 이번엔 내가 먼저 먹어 볼게.”반재언이 어묵 하나를 가져다 자기 앞접시에 담았다.그러자 남우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냄새 엄청 좋다.”그 뒤로도 몇 가지 부산 특색 음식들이 올랐다. 부산 밀면, 반죽에 씨앗을 잔뜩 넣은 고소한 씨앗 호떡, 그리고 대망의 신선한 회 요리까지!남우는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눈앞의 음식은 전부 그녀가 한 평생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들이었다.반재언이 씨앗 호떡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거 맛있어.”남우가 얼른 한입 베어 물었다.“나 씨앗으로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스카이섬에는 이런 게
반재언도 웃으며 대답했다.“빠르기도 하지만 아직 시간이 이르잖아.”강유이는 한태군의 무릎을 베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저기 왠지 비 올 것만 같은데?”남은 사람들이 전부 그녀와 하느를 동시에 쳐다보았다.그러자 반재신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너 불길한 말 하지 마.”진예은이 먼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이 정착한 곳은 비록 아직 맑았지만 산 쪽 정상에는 검은 구름이 보였다.“그냥 날이 좀 흐려지는 것뿐이지 않을까?”아직 시간도 이르고 해도 나지 않았으니 날이 흐린 정도지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남우가 말했다.“일기예보에서 오늘 비 온다는 말은 없었어요. 제 생각에는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아요.”물론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았다면 말이다.그들은 그 상태로 조금 더 휴식을 취했다. 그때 한태군은 자기 얼굴 위로 물방울 같은 것이 툭 떨어져 내린 것을 느꼈다. 그가 얼굴을 만져 확인했다.“진짜 비가 오려나 본데?”남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뭐라고요?”강유이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냥 비가 올 것 같아서 말한 것뿐이야. 절대 내가 그런 말을 해서 비가 온 건 아니다?”그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 재료와 바비큐 그릴을 다시 거두어들였다. 바닥에 펴놓았던 담요까지 트렁크에 넣으니 테이블과 텐트만 그 자리에 남게 되었다.잠시 후 가느다란 빗줄기가 점점 속력을 가하며 내리기 시작했다. 비록 장대 같은 비가 내린 것은 아니지만 잔디를 적시기에는 충분했다.개울 물은 빗물을 맞아 넘실거리고 있었다. 강유이가 차 문을 열더니 우산을 펴고 가장 자리에 앉았다. 옆 차에 앉아있던 남우가 차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우산까지 챙겼어요?”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혹시 비가 올지 몰라서 챙겨왔죠.”남우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런데 설마 이 비 오랫동안 내리는 건 아니겠죠? 배고픈데. 아침도 별로 못 먹었고요.”“저한테 과자가 있어요.”강유이가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더니 우산을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