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는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괜찮네. 한동한 못 봤더니, 하준, 네가 잘못을 승인하는 태도가 많이 좋아졌군. 가르친 보람이 있네.”하준은 입을 벌리며 웃었다.“그건 당연하죠.”남우는 주스를 내려놓았다. 하준이 그녀가 절반 마신 것을 보고 빨리 사람 시켜 다시 가득 채우게 했다.“누님을 잘 모시면 상을 줄게.”남우는 눈을 굴리면서 하준을 지켜봤다. 하준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누님, 왜 그러시는데요?”남우가 웃었다.“너 도장 그 주변 잘 알아?”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답했다.“당연히 잘 알죠.”남우가 일어서더니 하준 옆에 가서 그를 일으켜 세워 어깨를 힘 있게 쳤다.“잘 알면 됐어. 하준아 네가 이 누나를 도울 때가 왔단다.”하준은 의아했다. …집주인은 하준이 건네준 집 매매 계약서를 보고 잠시 생각하는듯이 안경을 만졌다. 그러고는 소파 맞은편에 앉은 하준과 그의 뒤에 있는 남우와 호형을 봤다.하준은 기침했다.“내가 내놓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쪽이 한번 말해봐요?”“하 도련님, 진짜로 이 가게를 사시겠다고요?”“내가 장난하는 거로 보이나요? 당연히 진짜로 사겠다는 거죠.”어차피 가게 사는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집주인은 곤란했다.“도장에 있는 거기는 팔 생각이 없어요.”“안 판다고요?”하준은 몸을 앞으로 다가갔다.“돈벌이는 일인데 왜 안 팔아요? 내가 말한 가격이 낮아서 그래요?”“아뇨, 그 뜻은 아닙니다.”그러자 집주인이 곤란해하며 말했다.“그 가게의 땅은 어차피 제 개인 명의로 된 겁니다. 원래는 5년만 더 임대하고는 회수해서 거기에 혼자 장사하려고 했어요. 하 도련님께서 가게가 필요하시다면 다른 가게는 내가 다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하준은 머리를 돌려 남우를 봤다.“누님, 아니면…”남우는 턱을 고이면서 생각했다.개인 땅이구나. 그러니 팔기 싫어하지.“주인님, 도장의 계약기간이 15년이라 그랬죠?”집주인은 남우를 보면서 태도가 공경했다.“네, 맞아요.”“당신의 개인
이렇게 말하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절반 정도는 낼 수 있으니깐요.”그러고는 호형을 보며 물었다.“넌 뭐 다른 의사 표시 없어?”호형도 엄청 통 컸다.“저도 분담할게요. 10억 정도는 낼 수 있어요.”남우는 뒤에 있는 두 사람이 돈을 같이 분담해서 가게를 사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듣고 피식 웃었다. 그녀는 두 팔을 껴안고 머리를 돌려 둘을 봤다.“생각보다 의리가 있네.”하준이 말했다.“제가 누님으로 모시는 분인데 당연히 의리 있죠.”남우는 그의 팔을 쳤다.“의리, 내 동생, 우리 전에 있던 일은 다 없었던 걸로 하고, 이후로부터 이 누나가 너희를 잘 보살필게.”하준은 호형이랑 눈을 마주치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네. 누님!”AM그룹.반재언은 사무실에서 자료를 보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매세지가 들어와 힐끔 쳐다봤다.양우빈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그의 뒤에는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 바로 방금 전 집주인이다. 집주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반 도련님.”반재언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놓았다.“그녀를 데리고 가게 보러 갔나요?”“네, 작은 사모님과 하 도련님, 그리고 남자 한 명과 같이 와서 봤어요. 작은 사모님께서 마음에 드신 것 같습니다.”반재언은 손깍지를 끼고 턱을 괴었다.“그녀가 뭐 발견하지는 못했죠?”“네,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 가게는 엄청 새것이어서 작은 사모님이 의심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사모님이 의심한다 해도 저는 작은 사모님을 믿게 할 자신 있어요.”반재언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됐어요. 내 체면을 보고 뭐 할인 같은 거 안 해줘도 돼요. 그런 위치에 그런 가게가 얼마 받으면 시가로 알려주면 돼요. 너무 싸면 내 와이프가 의심할 수도 있거든요.”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집주인이 떠난 후, 양우빈는 이해하지 못한 듯 물었다.“도련님께서 사모님한테 가게를 주고 싶은데 왜 이렇게 돌아가면서 해요? 직접 주시면 안 돼나요?”반재언은 손에 쥔
“무슨 일?”“동훈이가 나한테 집주인은 원래 그 가게를 종언한테 임대해 도장을 열게 하기 싫어했대. 종언이 계속 가서 집주인한테 설득해서 허락한 거래. 근데 동훈은 나한테 그들이 임대 기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어.”남우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하지만 집주인이 그러는데 임대 기간이 무려 15년이래. 그럼 아직 5년이 남은 건데, 도장이 주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든 말든 나중에는 모두 회수된다는 거잖아?”반재언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입을 꾹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남우는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온 얼굴로 그를 맞댔다.“동훈이가 말한 거랑 집주인이 말한 게 조금 달라. 하지만 동훈은 도장을 가지고 거짓말할 것 같지 않아. 그리고 집주인은 또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우리한테 가게를 소개해 줬어. 그 가게는 새것이고 크고 환경도 좋았어. 심지어 위치까지 지금 도장보다 좋아.”“6년이나 미용실을 차렸는데 아무리 이사했다 해도 누군가가 가게를 접수하겠지? 그런 위치의 가게가 비어 있다는 게 말이 돼?”거기는 상업 황금 위치야. 자기가 아무리 바보라도 그 위치에 있는 가게가 임대 못 나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그렇게 큰 공간에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3층 건물을 접수해서 식당을 차려도 아주 넉넉하다.반재언은 기침 했다.“아무리 상업 위치가 좋긴 해도, 임대료가 많이 비싸서 임시로 임대 못하는 것은 정상이야.”남우는 여전히 의심이 간다.“진짜로 그런 건가?”반재언은 소리 없이 웃다가 그녀에게 뽀뽀했다.“아니면? 넌 정말 많은 사업가들이 자금 문제를 아예 신경 안 쓴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은 망설이다가는 그냥 지나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손에 돈이 좀 생기면 임대하려다가 놓칠 수 있어. 마음에 들면 바로 사야지. 만약에 체인점 영업 수입이 있지 않은 한 개인 영업자들은 사려해도 손에 돈이 얼마 있는지 봐야 하고 다른 지출이랑 은행 대출 나오는 시간까지 생각해야 해. 쉬운 일이 절대 아니야.”남우는 그의 얼굴을 감쌌다.“진짜 너 아니지?”그는 어쩔 수 없
그녀가 나가려고 하자, 종언이 그녀를 불러섰다.“잠깐만.”남우가 머리를 돌리면서 웃었다.“가게 이사 가는 거 동의했어?”종언은 텀블러를 내려놓았다.“그저 문제가 하나 있어. 네가 왜 나를 도와주는 건데?”남우는 멍해지더니 천천히 대답했다.“너를 친구로 생각해서 그렇지.”그는 멈칫했다.“친구?”“응, 너 내 친구야. 내가 너를 친구로 생각했으니 당연히 의리있게 도와줘야지.”남우가 말하고는 사무실에서 나갔다.종언은 눈을 내려다보면서 웃었다. 친구라, 괜찮은 것 같다.한편 구명신과 송미소는 빨간 머리 불량소녀가 돌려준 한 다발 돈을 보고 서로 마주 보면서 의아했다.“가져, 이후로 너희들을 괴롭히지 않을 거야. 이 돈은 너희들 돌려주는 거야.”빨간 머리 불량소녀는 돈을 송미소 손에 쥐어주고 몸을 돌려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쓰고 빠르게 떠나갔다.송미소는 손에 있는 돈다발을 꼭 쥐었다.“명신 후배, 내가 잘 못 봤어?”구명신은 머리를 흔들었다.“아마, 잘못 본건 아닐 거야. 확실히 그 사람이야. 하지만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송미소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났다.“저번에 만난 그 언니 때문인가?”구명신은 순간 멍해졌다.“남 선생님?”…이튿날, 구명신이 도장에 왔는데, 문 앞에는 휴업이라는 팻말이 있었다.그는 한참을 서 있었는데 안에서 동훈이 문을 열고 나왔다.“구 도련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구명신은 머리를 들고 그를 쳐다보면서 표정이 진지했다.“남 선생님 만나러 왔어요.”동훈은 멍했다.“남우를 찾는다고? 또 무슨 일인데요?”어쨌든 그의 인상에서 남우는 문제만 일으키는 사람이다. 구명신이 도장에 있을 때부터 남우는 계속 이 도련님을 귀찮게 했고 그는 그녀를 본체만체했다.구명신은 남우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러 왔다고 하려고 하니 뭔가 어색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동훈은 그가 쭈뼛거리면서 말을 못 하는 것을 보고 위로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시고, 무슨 일 있으면 대담하게 말해요. 저희가 도와줄게요.
그럴 일은 없다. 도장은 사장이 심혈을 기울인 곳이다!“문을 닫는 건 아니고.”종언은 천천히 말했다.“그냥 가게를 이사하는 것 뿐이야.”“이, 이사요?”동훈은 놀랐다.종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돌려 제자들을 쳐다보면서 웃었다.“새로운 환경으로 바꾸려고.”“그 사람들이 혹시 컴플레인이라도 걸었어요? 근데 어디로 이사해요? 우리 여기서 10년이나 있었는데 지금 와서 이사라니… 그리고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요?”동훈은 인차 자기가 한 말에 얼굴을 맞은 기분이었다. 그들이 새로운 가게 문 앞에 와서 같이 머리를 들고 눈앞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을 봤다. 전에 도장보다 더 클 뿐만 아니라 3층까지 있다!“사장님, 여기 가게 완전 커요.”“응, 여기 위치도 괜찮은 거 같아. 중요한건 교차로에 있어 사람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야. 눈에 잘 뜨이고 나중에 찾기도 쉽다. 지하철에서 나오면 바라 우리 가게야.”원래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가게 위치가 원래 가게보다 안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지하철 밖이고 상업 거리 길 한복판에 있어 유동 인구가 아주 많다.동훈은 그들이 모두 격동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렇게 큰 가게임대료가 많이 비쌀텐데.”임대료를 말해니 모든 사람이 침묵했다.“다들 왔어?”남우가 차에서 내려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새로운 가게, 다들 마음에 들어?”동훈은 잠깐 멍하더니 물었다.“이 가게 설마 네가 찾은 건 아니지?”“내가 찾은 건데?”남우는 손을 등뒤에 하고 그들 앞으로 갔다.“우리 도장도 이제는 큰데 바꿀 필요가 있지. 이곳이 딱 맞아.”동훈은 작은 소리로 중얼댔다.“이런 위치멸 1년에 낼 임대료가 얼마나 비싼데..! 원래 있는 곳이 훨 낫지.”“임대료는 무슨, 이 가게 산 거야.”“사... 샀다고?”동훈은 어리둥절했다. 한꺼번에 샀다고? 이렇게나 부자였나?남우는 박수를 쳤다.“사장 두 명을 소개할게.”이때, 하준과 호형이 사람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공
그녀는 확실히 협박하지 않았다.그녀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냐 말이다. 종언도 결국 다시 뭐라고 하지 않았다.일주일 후, 도장이 정식으로 새로운 가게로 이사했다. 3층에 있는 종언의 개인 구역 외에 1, 2층은 기본적으로 세팅이 끝나고 정식으로 영업했다.그날, 하준과 호형 둘 다 사람을 데리고 도와주러 왔다. 각종 꽃바구니를 문 앞에 놔두고 도장 새 가게 개업을 축하했다. 축하하는 꽃다발도 많아 엄청나게 벅적했다.사람을 지시하며 도와주는 하준도 부하들한테 빨랑빨랑하라고 했다. 아주 성실했다.남우는 갔다 왔다 물건을 옮기는 사람과 가게 안에서 바쁘게 일 보는 사람을 보고 이 시끌벅적하면서도 일하는 게 서로 잘 맞는 광경이 나쁘지 않았다.그녀는 갑자기 시선을 문밖에 주차한 차량에 머물렀다. 차창이 천천히 내리더니 안에 앉아 있는 반재언이 보였다.“누님, 이 물건은 어디다 갔다 놓을까요?”호형이 걸어와서 물었다. 남우는 머리를 돌려 그의 손에 있는 무거운 기계를 보고 한군데 가리켰다.“거기다 놔.”“네!”호형이 사람을 시켜 그쪽으로 놔두라고 했는데, 남우가 다시 밖을 보니 차는 이미 떠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문밖으로 뛰쳐나가 점점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만 바라 보았다. 마음속에 이상한 느낌이 생기면서 오래도록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했다.….차 안.차를 운전하고 있는 양우빈이 백미러를 한 번 보며 물었다. “도련님, 왜 안 들어가 봐요?”반재언은 웃었다.“난 거기에 낄 필요 없어. 그저 한 번 보는 거야. 남우가 기쁘면 됐어.”“도련님이 작은 사모님을 위해 가게를 찾고도 승인하지 못하고, 작은 사모님을 위해 묵묵히 그렇게 많은 일들을 했는데 그분은 모르고. 아무리 작은 사모님께서 도련님의 호의를 받으려 하지 않아도, 도련님이 그녀를 위해 한 일들은 알려줘야 하지 않아요?”반재언의 시선이 창밖으로 봤다.“난 그녀가 이에 대한 보답을 원하는 게 아니야. 더군다나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데 뭐 .”한편, 모든 일을 마치고 도장에 있는 제
그녀가 보기 드물게 태도가 정중한 것을 보고 반재언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오늘 왜 이러는 건데?”남우는 국을 그의 앞으로 갖다 놓았다.“그저 저녁을 했을 뿐인데, 뭐가 더 있겠어?”그는 웃으면 국을 맛보았다.“조금 짜.”“짜?”남우가 일어섰다.“그럼 다시 만들게.”반재언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금치 못했다.“하하. 그냥 놀리는 거야, 혼자 맛볼 줄 몰라? 하나도 안 짜.”남우는 말하지 않았다.반재언은 그녀를 다리에 앉히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어, 내 마누라는 요리를 잘할 필요없어.”남우는 손을 내밀어 그를 안고 얼굴을 그의 목에 파묻었다.반재언은 동작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왜 그래?”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게, 네가 찾은 거지? 이 사기꾼아.”반재언은 침묵 했다. 승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한참 지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난 뭐 도운 게 없어.”남우가 일어서서 그를 쳐다봤다.“근데 왜 부인했어? 날 속이면서까지.”“나...”남우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들었다.“반재언, 너 바보야? 그 가게 네가 찾았다고 알려줘도 내가 뭐라고 하겠어?”반재언이 갑자기 소리 없이 웃었다.“이것까지 알아버렸어.”남우는 당당하게 말했다.“내가 너한테 가게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고, 네가 가는 길에 들렸다고도 믿지 않아, 그곳은 우리 집이랑 한 길도 아니고 네 회사랑도 같은 길 아닌데, 네가 그렇게 돌아서 들린다고? 내가 바보로 보여?”그의 웃음이 더 깊어졌다.“그건 그래. 그래도 한때는 도련님을 한 사람인데 어떻게 바보겠어.”남우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를 가까이하면서 웃었다.“그러니깐, 바보 반재언, 이후로 내 아들을 절대로 네가 가르치지 못하게 할 거야.”반재언은 멍하더니 앞에 있는 사람을 지긋이 바라봤다.“아들?”“누가 전에 애 하겠다고 졸랐는지 몰라! 벌써 부인하는 거야?
아버지가 잘 계신다는 말을 듣고 남우는 그제서ㅑ 마음이 놓였다.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휴게실로 데려갔다.“왜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안 했어?”“아가씨를 귀찮게 하면 안 되죠. 아가씨가 주소를 알려줬으니 주소로 찾아왔죠. 근데 이사했다는 걸 생각 못했어요. 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휴게실에 들어가자, 동훈과 제자 몇 명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만났다. 제자 한 명이 남우가 어떤 여자애를 데리고 직원 휴게실로 온 것을 보고 멍했다.“누나, 혹시 이 분은 누구셔?”“아, 내 스카이섬에 있는 동생, 이름은 시월이야. 우리 같이 컸어. 남 씨 집안의 딸과 같아.”시월은 그들을 향해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시월은 겉모습만 보면 성격이 조용하고 온순하고 외모도 날씬하고 청순한 편이다.그 몇 명의 제자들은 모두 쑥스러워지면서 열정적으로 인사했다.“시월 누나, 안녕하세요.”“됐어, 여기는 내가 있으니깐, 다들 가서 일이나 봐.”남우는 손을 젓더니 시월을 데리고 휴게실로 들어갔다.이 제자들은 흥분해서 귓속말로 계속 얘기를 나누었다.“난 또 스카이섬에 있는 여자애들은 모두 남우 누나처럼 그렇게 횡포하고 성격이 무서울 줄 알았어. 이렇게 조용하고 단아한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겠어?”“내가 생각한 건데, 스카이섬이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공포스어운 곳이 아닌 거 같아. 이 여자애를 딱 보면 성격이 아주 좋을 것 같아.”몇 명의 제자들이 걸어가다가 한 사람이 없어진 걸 보고 뒤돌아보니 동훈은 넋이 나간 듯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 사람들이 다시 그의 옆에 돌아갔다.“훈이 형?”동훈은 정신이 돌아왔다.“아? 오, 스카이섬에 있는 여자애, 그저 그렇지 뭐.”그는 말하고 급하게 자리를 떴다.제자들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그가 왜 그런지 모른다.남우는 시월을 데리고 1, 2층을 돌아보는데 몇 명의 제자들이 뒤에서 몰래 관찰했다.“너희가 생각할 때, 남우 누나가 그녀를 여기에 남으라 할 것 같아?”“난 그랬으면 좋겠어.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