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은은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흔들었다.“아무 일 없어요.”“만약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아버지한테 알려야 해. 아빠 걱정하게 하지 말고.”말하고 나서 무언가 갑자기 생각났다.“감옥에서 전화 왔었어.”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머리를 들었다.진예은 아버지는 말했다.“네 엄마가 정신적 자극을 받아서 감옥에서 과격한 행위를 했데. 이틀 뒤에 감옥에서 나와 사법기관에 가서 정신상 문제를 검사받는데...”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멈추었다. 진예은은 놀랐다.“무슨 뜻이죠?”진예은 아버지는 눈을 내려다봤다.“그 뜻인즉, 만약에 네 엄가의 정신상태가 진짜 문제 있으면 더 이상 감옥에 있지 않는다는 뜻이야.”“이게 언제 적 일인가요?”그는 대답했다.“대관식 그날.”진예은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관식 그날에 엄마가 감옥에서 자극받았다고, 설마 이모가 엄마가 계속 얻고 싶었든 권력을 얻어서 그런 건가?영국 형법에 확실히 이런 조항이 있다. 만약에 복역하는 사람이 정신적 질병이 있으면 계속 감옥에서 복역하지 않고 출소해서 치료받아야 한다.그녀는 누구보다 엄마의 극단적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일단 출소해서 치료받는다면 그녀가 기회를 봐서 달아나던지 심지어 어떤 일을 벌일지도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예은아, 네 엄마...”“아버지, 또 엄마를 동정하기 시작했어요?”진예은 아버지는 말문이 막혔다.진예은은 지금 입맛이 더 없어졌다.“엄마가 출소해서 치료받는다면 아버지는 엄마를 데려올 생각을 했어요?”“예은아, 그 사람은 어쨌든 네 엄마야.”“엄마 아니에요.”진예은은 갑자기 큰 소리를 냈을 때 반재신이 때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오다 듣고는 발걸음을 멈추고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 사람이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연서와 제 배 속 아이의 목숨을 죽이려고 할 때부터 그녀는 더 이상 내 엄마가 아니에요. 그녀는 날 낳은 공이 있지만 저를 양육하지는 않았어요.”진예은은 감정이 격해졌다.“난 그녀가 출소해서 치료받는 걸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그릇
반재신 말의 의미가 무슨 뜻인지 알고 여준우는 술잔을 들고 천천히 마셨다. 한 참 지나고 그가 물었다.“넌 그 사람을 의심하는 거야?”반재신은 웃었다.“진 부인은 감옥에서 대관식의 소식을 듣고는 자극을 받았다. 내가 의심하지 않게 생겼어요?”진 부인이 갖고 싶은 왕권이 한 씨 손에 들어갔는데, 그 사람이 달가워하겠어요?“미친”여자가 뭘 못하겠어, 진 부인이 진짜 출소해서 치료할 기회가 있다고 해도 진짜로 치료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 계획을 세울 건지는 누가 알아?여준우은 한숨을 쉬었다.“신아, 영국 헌법 중, 복역하는 인원이 진짜로 정신적 질병이 확진되면 확실히 복역을 면제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알아요.”반재신은 눈빛이 깊어졌다.“그래서 어쨌든 난 그녀한테 일도 기회 주기 싫어요.”한편, 한씨 저택 서재.전유준은 진 부인이 곧 출소해서 치료받는 소식을 한태군에게 보고했다.한태군은 듣고 나서 눈동자를 굴리더니 책을 덮었다.“정신적 질병이 확실해?”“아직 확인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감옥에서 들려온 소식을 들으면 진 부인이 대관식의 뉴스를 보고 난 후 감정이 격해지고 행위도 극단 해져 교도관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합니다. 정신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한태군은 갑자기 웃었다.“보아하니 엄마가 여왕이 되어서 이모가 자극받았나 보네.”전유준이 물었다.“만약에 진 부인이 진짜 출소해서 치료받는다면 아마 통제하기 힘들 것 같아서 걱정돼요.”“만약을 없애.”한태군은 의자에 등을 대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딱딱 두드렸다.“그 사람을 꼭 통제에 벗어 날것이야.”전유준은 또 물었다.“그럼 어떻게 할까요?”“넌 사법 감정하는 사람을 잘 지켜봐, 매수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돼.”“알겠습니다.”전유준이 떠나자, 강유이는 바로 커피를 들고 서재에 나타났다. 전유준이 급하게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그녀는 서재로 들어섰다.“무슨 일 생겼어?”한태군은 일어나 그녀 손에 있는 접시를 건네받았다.“커피 타는
진예은은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일어섰다.“그럼, 저 내일 다시 올게요.”직원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이 아가씨는 두 번이나 거절당하고도 또 온다니.어차피 몇 번 온다 해도 란스 감독님께서 그녀를 만나주지 않을 거다.진예은은 문 앞에 서서 길에서 오가는 차량과 행인을 보고 마음을 잘 정리하고 택시를 잡고 떠나갔다.이아영은 학원의 농구장에 앉아 진예은이 돌아온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일어서 빨리 다가갔다.“어땠어?”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이아영은 또 못 만났다는 걸 알았다.“교수님 너무 사람을 괴롭히는 거 아니야? 란스 감독님이 빌리우드에서의 신분 지위와 오만한 성격으로 봤을 때 그를 만나는 것은 연예인 보는 것보다 더 힘들어.”더군다나 그들 같은 대학원생은 더욱 만나기 힘들다. 빌리우드의 톱스타들도 그와 함께 일할 기회를 잡기도 힘들어.”진예은은 심호흡하고 웃었다.“괜찮아, 감독님이 안 만나주면 나를 만나 줄 때까지 매일 가야지 뭐”연이어 며칠 동안, 진예은은 매일 영화회사의 로비에 가서 몇 시간 기다렸다.카운터에 있는 직원도 이미 그녀가 익숙했다. 모든 사람이 그녀가 란스 감독님에게 퇴짜를 맞은 사람인지 안다. 아무리 거절당해도 계속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란스 감독님을 만나러 오는 연예인도 이렇게 하지는 못한다.란스 감독님이 보조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보조는 진예은을 보고 멍했다.“얼마나 많이 거절했는데 아직도 오는 거야?”란스 감독님이 진예은 쪽에 보고는 살짝 놀랐다. 이 여자애도 참 집착하는구나. 그는 보조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했다. 보조는 머리를 끄덕이고 진예은을 향해 걸어갔다.“진예은 씨.”진예은은 보조를 보고는 일어섰다.보조가 입을 열었다.“란스 감독님께서 어느 학원 학생의 인터뷰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포기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보조가 가려고 하자, 진예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인터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란스 감독님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그
“때마침 옥상에는 CCTV가 없고, 엘리베이터 안의 CCTV에는 범인이 위장한 피해자만 있고, 그 뒤로 CCTV는 그 어떤 사람도 찍을 수 없죠. 범인이 어떻게 CCTV를 피해 도망쳤고, 피해자는 도대체 옥상에서 밀쳐 떨어진 게 맞는지? 난 이것이 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거로 생각했어요.”보조는 또 웃었다.“일반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두 사람이 같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할 수밖에 없죠. 범인은 피해자를 위장하여 옥상으로 가고, 공범이 집의 베란다에서 피해자를 떨어트리는 거죠. 그럼, 공범은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되겠죠.”진예은은 머리를 흔들었다.“내 대본 속에 미 아가씨는 독거입니다.”보조는 멍하더니 멀지 않는 코너 쪽으로 한 번 보고는 란스 감독님이 암시를 주자, 그는 또 물었다.“한 사람이 살인했다고요? 그럼, 범인이 벌써 피해자를 베란다에서 던지고 또 피해자의 옷을 입고 옥상에 가서 나머지 작업을 했다는 건가요?”진예은은 미소를 지었다.“만약에 그냥 웹 소설이라면 이게 말이 되는데, 하지만 란스 감독님처럼 이렇게 사건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 글을 보면 그냥 아이들 글 장난으로밖에 안 보이겠죠.”보조는 두 팔을 껴안고 의아했다.“그럼, 피해자는 옥상에서 떨어진 건가요?”진예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리가 없는데, CCTV는 범인이 위장한 피해자만 찍혔고 진짜 피해자는 못 찍었는데, 피해자는 어떻게 옥상으로 올라간 거죠?”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선 란스 감독님도 마침 그의 비위에 맞은 것처럼 턱을 만지면서 생각을 하며 걸어나갔다.“범인은 이미 어떤 방법으로 피해자를 옥상에 올렸겠죠? 유일하게 CCTV를 피하는 방법은 피해자를 어떤 상자에 넣는 것인데요.”란스 감독은 갑자기 머리를 흔들었다.“안 맞아, 당신의 대본에는 누가 사람을 담을 만큼 큰 상자를 옮겼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면 범인이 미리 가서 현장 답사 하고 세팅했나요?”진예은은 이 사람이 란스 감독인 걸 알고 웃었다.“그건 그 사람이 어떻게 미리
보조는 경악했다.“피해자를 밖에 걸어 놓는다고요?”“사실, 이것도 나더 도련님께서 주신 영감이었어요. 옥상밖에는 툭 튀어나온 한 층의 계단이 더 있어요. 만약에 옥상에도 CCTV가 있었다면 범인이 뛰어내려서 그 층에 머물러 있으면 돼요.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이 같이 범행했을 때 하는 얘기고요.”“공범이 피해자 집의 베란다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범인을 마중하고 공범은 무조건 피해자랑 친밀한 관계여야 하고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자살 행위를 CCTV로 보고는 분노해서 CCTV를 망가뜨리고 범인은 그 틈을 타서 도망치는 거죠.”란스 감독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맞아요, 그건 두 사람이 같이 범행하는 수법에 더 들어맞아요.”진예은은 손가락을 튕겼다.“그럼, 혼자서 범행하는 수법은 또 다르죠. 범인은 옥상에 툭 튀어나온 계단으로 끈을 잘 매고 그리고는 혼미한 피해자 몸에 끈을 매서 밖에다 걸어 놓고는 피해자로 위장하여 CCTV에 찍히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끈을 당겨서 피해자 몸에 맨 끈을 풀어서 피해자를 추락시켰죠.”란스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면 그녀의 허리에는 끈으로 맨 흔적이 있고 옷에도 주름져 있을 텐데 이는 법의가 부검에서 판단할 수 있죠. 그럼 완벽한 범행이 아닌 거죠.”보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더군다나 여자의 힘도 그렇게 크지 않고 남자가 범인이면 몸체 상으로도 피해자를 위장하기 힘들죠. 이건 말이 안 됩니다.”진예은은 두 팔을 껴안았다.“범인은 남자가 맞아요. 키가 160전도 왜소한 체격이라 여자로 위장한 것은 쉬운 일 아닌가요?”보조는 말문이 막혔다. 뭔가 도리 있는 것 같기도 하고.진예은은 다시 끈에 대해 말했다.“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직업이 하나 있죠.”란스 감독이 놀라서 말했다.“고공 작업하는 사람?”“고공 작업을 하는 사람일 수 있지만, 그 직업이 아닌 사람도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왜 그 직업을 하는 사람을 선택한 거죠?”진예은은 보조를 바라봤다
“범인이 어떻게 CCTV를 피해 도망친다는 것은 비상구밖에 안 남았죠. 거기에는 CCTV가 없거든요. 그는 이튿날 아침에 사람이 시체를 발견할 때까지 피해서 기다렸다가 아파트 주민으로 위장하여 비상구에서 어느 층까지 내려가서 떠나면 돼요.”보조는 의아했다.“왜 이튿날까지 기다렸다가 가야 하는데요?”란스 감독은 천천히 일어섰다.“낮에는 모든 주민이 집을 나서는 시간이니깐. 만약에 그날 저녁에 나갔다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의심을 받으니깐. 그냥 기다렸다가 이튿날에 주민이 나가는데 끼어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면 돼.”보조는 그제야 깨달았다.진예은은 그들의 의아한 표정을 보고 웃었다.“하지만 그 어떤 완벽한 범행 수법도 현실 생활 속에서는 허점이 있는 게 당연한 겁니다. 범행했으면 언젠가는 잡히기 마련이죠. 란스 감독님은 이런 범행 수법이 합리하다고 생각하시나요?”란스 감독은 그녀를 보고 눈에는 인정하는 기색이 돌았다.“내 조카가 그냥 작은 아이디어만 줬을 뿐인데 당신이 이렇게 완벽하고 전면적인 범행 계획을 생각했다니 참 의외네요.”“과찬입니다. 감독님과 비교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겸손하기도 하네요. 알았어요. 당신의 요구를 들어줄게요.”그러고는 보조더러 인터뷰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진예은이 학원으로 돌아갈 때는 벌써 오후 2시다. 그녀는 인터뷰한 자료를 교수님한테 바쳤다. 교수님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방법으로 감독이 인터뷰에 동의하게 했어요?”그녀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더 선배한테 도와달라고도 하지 않고 그저 란스 감독님 앞에서 완벽한 범행 수법을 하나 얘기해서 그분 마음에 들어서 동의했어요.”교수님의 눈가에는 웃음이 가득했다.“그렇군요. 예전에 인터뷰하러 간 학생 중의 한 명도 그를 동요시킨 사람이 없었어요.”그녀는 의아했다.“교수님, 예전에도 학생을 보내 감독님을 인터뷰하게 했어요?”그녀는 란스 감독님이 전에 자기를 거절한 원인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깐 그녀가 영
나더는 더 어리둥절했다.“나를 감사한다고?”진예은은 웃었다.“선배님께서 알려주신 옥상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으면, 난 선배님보다 더 완전한 범행 수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이아영이 흥취가 생겨서 그녀를 잡았다.“어떤 수법인데?”진예은이 대답하려 하자, 전화벨 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핸드폰을 보니 반재신이었다.…한편, 사법 감정센터한태군이 차 뒷좌석에 앉아서 사법 감정센터의 정문을 한 번 봤다. 이어서, 전유준이 차 옆에 가서 차창을 두드렸다.그는 차창을 천천히 내렸고, 전유준은 살짝 몸을 숙여 말했다.“감정 결과 나왔습니다, 정신장애가 아니고 심리 질병, 중증 우울증으로 확진되었어요.”한태군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다른 이상은 없고?”“없어요. 사법 감정센터에 있는 사람은 감옥에 있는 일과 관련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동시에 여준우 씨 쪽에 있는 사람도 감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어요.”한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신인가 보네.”진 부인이 만약에 진짜로 복역을 면제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복수일 것이다. 진찬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한씨 가족이랑 자기를 뼈저리게 원통할 것이다.반재신이 사람 시켜서 지켜보라는 것도 진 부인이 진예은을 다치게 할까 봐 방지하는 것이다.같은 시각, 진예은은 반재신의 전화를 받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반재신은 창가에 서서 방금 전화 한 통을 마쳤다.진예은은 다가갔다.“엄마가 중증 우울증으로 확진되었다고?”반재신은 눈동자를 굴렸다.“맞아, 방금 소식을 전해 들었어. 감옥 쪽에서 아버님을 연락했어, 내가 집에 왔을 때 아버님은 이미 집에 없었어.”진예은은 몸이 휘청거리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뭐라고?”반재신은 빨리 그녀를 부축했다.“난 아버님께 사람을 붙였어, 걱정하지 마.”진예은은 입술을 꽉 물었다. 엄마가 심리 질병, 중증 우울증이 검사 되어 감옥에서 가족을 연락해 보러 가게 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하지만 아버지는 마음이 약하고 귀가 얇아서
진 부인은 진예은 아버지께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비꼬는 눈빛이 가득했다.“네가 다 잊었나 보네, 그 여자가 너한테 준 신분과 지위가 다 나 때문인걸.”진예은 아버지는 놀랐다.진 부인은 쌀쌀하게 웃었다.“난 아무리 못해도, 내 몸에는 황실의 피가 흐르고 있어, 넌 뭔데? 내가 그때 너한테 시집만 안 갔어도 너랑 그 계집애는 오늘의 지위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하하하.”그녀는 히스테릭하게 큰 소리 내며 웃었다. 교도관은 안으로 쳐다봤다.진예은 아버지는 눈을 내리깔았다. 눈 안에는 슬픔이 더 많아졌다.“넌 네가 낳은 딸이 그렇게 싫어?”진 부인은 갑자기 일어섰다. 교도관은 그녀가 가족을 공격할까 봐 방비 상태로 변했다.“내가 낳고 싶어서 낳았어?”진 부인은 눈이 빨개져서 소리를 질렀다.“네가 나보고 낳으라고 빌었잖아, 쓸모없는 딸 여태까지 살게 한 것도 운이 좋은 줄 알아.”진예은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내 아들은 한씨 가족한테 당해서 죽었어. 그런데 내 남편이랑 딸은 마음 편하게 그들이 베풀어 준 이 명예를 누리며 살아가?”진 부인은 미친 듯이 소리 내며 웃었다. “한씨 집안의 개가 되고, 넌 아들을 보고 부끄럽지도 않아!”진예은 아버지는 심호흡하고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봤다.한참 지나서, 그는 평온하게 말했다.“넌 날 원망해도 되, 하지만 예은이는 너희에게 빚진 게 없어, 넌 예은이보고 너를 위해 그 어떤 일을 하게 할 자격이 없어, 진찬을 놓고 말하면, 난 이미 아들 하나를 잃었어, 딸까지 잃을 필요는 없어.”진예은 아버지는 진료실에서 나갔다.진 부인은 몸 옆에 있는 두 손을 꽉 쥐었다.반재신은 진예은을 병원에 데려다 주는데 마침 진예은 아버지가 병원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진예은이 뛰어갔다.“아버지.”진예은 아버지는 멍하니 머리를 들었다.“예은아?”그녀는 아버지가 아무 탈 없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아버지, 다음에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얘기해 주세요. 내가 얼마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