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는 더 어리둥절했다.“나를 감사한다고?”진예은은 웃었다.“선배님께서 알려주신 옥상의 아이디어가 아니었으면, 난 선배님보다 더 완전한 범행 수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이아영이 흥취가 생겨서 그녀를 잡았다.“어떤 수법인데?”진예은이 대답하려 하자, 전화벨 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핸드폰을 보니 반재신이었다.…한편, 사법 감정센터한태군이 차 뒷좌석에 앉아서 사법 감정센터의 정문을 한 번 봤다. 이어서, 전유준이 차 옆에 가서 차창을 두드렸다.그는 차창을 천천히 내렸고, 전유준은 살짝 몸을 숙여 말했다.“감정 결과 나왔습니다, 정신장애가 아니고 심리 질병, 중증 우울증으로 확진되었어요.”한태군은 실눈을 뜨고 물었다.“다른 이상은 없고?”“없어요. 사법 감정센터에 있는 사람은 감옥에 있는 일과 관련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동시에 여준우 씨 쪽에 있는 사람도 감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어요.”한태군은 고개를 끄덕였다.“반재신인가 보네.”진 부인이 만약에 진짜로 복역을 면제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복수일 것이다. 진찬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한씨 가족이랑 자기를 뼈저리게 원통할 것이다.반재신이 사람 시켜서 지켜보라는 것도 진 부인이 진예은을 다치게 할까 봐 방지하는 것이다.같은 시각, 진예은은 반재신의 전화를 받고 별장으로 돌아왔다. 반재신은 창가에 서서 방금 전화 한 통을 마쳤다.진예은은 다가갔다.“엄마가 중증 우울증으로 확진되었다고?”반재신은 눈동자를 굴렸다.“맞아, 방금 소식을 전해 들었어. 감옥 쪽에서 아버님을 연락했어, 내가 집에 왔을 때 아버님은 이미 집에 없었어.”진예은은 몸이 휘청거리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뭐라고?”반재신은 빨리 그녀를 부축했다.“난 아버님께 사람을 붙였어, 걱정하지 마.”진예은은 입술을 꽉 물었다. 엄마가 심리 질병, 중증 우울증이 검사 되어 감옥에서 가족을 연락해 보러 가게 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하지만 아버지는 마음이 약하고 귀가 얇아서
진 부인은 진예은 아버지께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비꼬는 눈빛이 가득했다.“네가 다 잊었나 보네, 그 여자가 너한테 준 신분과 지위가 다 나 때문인걸.”진예은 아버지는 놀랐다.진 부인은 쌀쌀하게 웃었다.“난 아무리 못해도, 내 몸에는 황실의 피가 흐르고 있어, 넌 뭔데? 내가 그때 너한테 시집만 안 갔어도 너랑 그 계집애는 오늘의 지위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하하하.”그녀는 히스테릭하게 큰 소리 내며 웃었다. 교도관은 안으로 쳐다봤다.진예은 아버지는 눈을 내리깔았다. 눈 안에는 슬픔이 더 많아졌다.“넌 네가 낳은 딸이 그렇게 싫어?”진 부인은 갑자기 일어섰다. 교도관은 그녀가 가족을 공격할까 봐 방비 상태로 변했다.“내가 낳고 싶어서 낳았어?”진 부인은 눈이 빨개져서 소리를 질렀다.“네가 나보고 낳으라고 빌었잖아, 쓸모없는 딸 여태까지 살게 한 것도 운이 좋은 줄 알아.”진예은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내 아들은 한씨 가족한테 당해서 죽었어. 그런데 내 남편이랑 딸은 마음 편하게 그들이 베풀어 준 이 명예를 누리며 살아가?”진 부인은 미친 듯이 소리 내며 웃었다. “한씨 집안의 개가 되고, 넌 아들을 보고 부끄럽지도 않아!”진예은 아버지는 심호흡하고 그녀를 오랫동안 쳐다봤다.한참 지나서, 그는 평온하게 말했다.“넌 날 원망해도 되, 하지만 예은이는 너희에게 빚진 게 없어, 넌 예은이보고 너를 위해 그 어떤 일을 하게 할 자격이 없어, 진찬을 놓고 말하면, 난 이미 아들 하나를 잃었어, 딸까지 잃을 필요는 없어.”진예은 아버지는 진료실에서 나갔다.진 부인은 몸 옆에 있는 두 손을 꽉 쥐었다.반재신은 진예은을 병원에 데려다 주는데 마침 진예은 아버지가 병원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는 진예은이 뛰어갔다.“아버지.”진예은 아버지는 멍하니 머리를 들었다.“예은아?”그녀는 아버지가 아무 탈 없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아버지, 다음에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얘기해 주세요. 내가 얼마나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머리를 돌아 정연을 쳐다봤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연은 초라한 감방과 어울리지 않았다. 진 부인은 죄수복을 입고 예전과 비교해서 득의양양한 것과 날카로움이 적어졌다. 아무리 봐도 그냥 초라하기 그지없다.“사랑하는 내 동생아, 네가 아직 날 기억해 준다니 참 고맙네.”정연은 미소를 지으며 마치 옛정을 나누러 오는 사람 같았다.진 부인 눈에는 하찮은 눈빛이 가득했다.“축하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서 네가 드디어 여왕이 됐네.”그녀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 아니었다.정연도 그냥 축하로만 들어줬다.“고마워.”교도소장은 교도관보고 의자를 하나 가져오라 했다. 교도관이 의자를 가져와 그녀보고 앉으라 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고 교도소장한테 말했다.“단둘이서 대화하고 싶은데요.”교도소장은 좀 망설였다.“그런데...”“그녀는 갇혀 있잖아요. 당신들이 한쪽에 가서 기다리면 돼요.”교도소장은 머리를 끄덕이고 교도관들을 한쪽으로 물러나라고 했다. 사람들이 멀지 않은 곳에 물러나고 나서 정연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유미, 마음에 내키지 않지? 감옥에 갇혀서 자유를 잃은 생활을 받아들일 수 없지? 그리고 남편과 딸의 생활 속에 네가 없어도 여전히 행복하니 마음이 참 좋지 않겠어.”진 부인은 웃으면서 독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개처럼 구걸해서 너희 한씨 집안이 베풀어 주는 것을 받는 걸 얘기하는 거야? 허허, 그러니깐 쓸모없는 사람들은 그저 남 밑에서 밖에 살 수 없지.”“네 눈에는 네 남편이랑 딸이 쓸모없는 사람이야?”진 부인은 일어나 빛이 들어오는 철창 쪽으로 걸어갔다.“똑같이 왕실의 딸인데, 너랑 결혼하는 사람은 한씨 집안 주인이고, 내가 결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냥 상인 출신뿐이야. 그는 나를 위해서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못하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도와줄 수도 없어. 쓰레기가 아니면 뭔데?”“언니가 종실 출신이고 내 엄마는 보잘것없는 외실이고, 우리 둘 사이에 차이는 신분뿐이야.”진 부인은 몸을 돌려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리 그녀가 왕실 사람일지라도, 법을 어겼으면 엄벌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심리 질병이 있다고 하니 사람을 더 많이 시켜서 지키세요. 나중에 감옥에서 자살했다는 소문이 나가면 소장님 명성에도 좋지 않잖아요.”교도소장이 머리를 숙였다.“폐하께서 당부하신 말씀이 맞습니다.”정연이 차를 타자 왕실의 차들은 아주 빨리 떠나갔다.일주일 후, 한태군은 블루마운틴 저택을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시켰다. 이 저택은 19세기에 지어진 집이라서 골동 저택에 속해서 안의 인테리어는 복고적인 고딕스타일이다.피터는 한태군을 따라서 위층에서 걸어 내려왔다.“도련님, 집사에 대한 요구를 포함한 구인 공고를 이미 냈어요. 지금까지 10명의 지원자가 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한태군은 소파에 앉았다.“한번 봅시다.”피터는 손에 들고 있는 pad를 열고 안에는 모두 구직인원의 이력서이다.한태군은 개인 이력서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모두 젊은 사람이네요?”피터도 어쩔 수 없었다.“도련님께서 고학력에, 전문적인 사람이어야 되고 거기에 우수한 집사까지 겸비해야 한다고 요구하셔서, 여기에 있는 몇 분은 모두 성급 호텔 관리에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만하면 엄청 우수한 겁니다.”한태군은 자료를 훑었다.“이건 너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딱 봐도 안 돼요. 그리고 이 사람은 딱 봐도 옳은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안 돼요.”한태군이 여러 사람의 자료를 패스시킨 것을 보고 피터는 웃으면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젊고 잘생긴 거 보고는 자기 연적이 될까 봐 그런지 누가 모를까 봐?“이 사람...”한태군은 눈썹이 짙고 눈이 크고 엄청 흉한 남자를 골랐다. 자료에는 아무런 불량 기록이 없었다.“이 사람이 집사 하는 것 괜찮은 거 같아요. 일단 대기요.”그는 또 계속 봤더니 10명 중에 여자 한 명이 있었다. 여자 나이는 30살쯤이고 귀족 집에서 집사를 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다.“이 여자분도 대기 시켜요.”피터는 놀랐다.“두 사람만 일단 대기 시킨다고요?”한태
한태군은 그녀의 입을 막았다.“그만해.”더 말하다가는 진짜 동물원을 열겠어.그는 어쩔 수 없었다.“그때 가서 아기까지 있는데, 그럼 나는? 너한테 찬밥 신세 되는 거 아니야?”강유이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눈웃음을 했다.“내가 어떻게 오빠를 무시하겠어요?”그는 그녀의 코끝을 긁고 그녀를 안았다.“네 이 머릿속에 뭘 생각하는지 누가 알아?”강유이는 낄낄대며 웃었다.“아기가 요즘에 뱃속에서 계속 날 차.”“아기가 나오면, 내가 엉덩이 때려 줄까?”“만약에 여자애라면 오빠 이제 나 안 예뻐할 거지?”한태군은 그녀를 안방에 안고 가서 침대에 눕혔다.“만약에 남자애 두 명이면, 우리 셋이 널 사랑하고, 만약에 여자애 두 명이면 내가 너희 셋을 사랑하면 되지.”그녀의 눈에는 웃음이 넘쳐흘렀다.한편, 영화학원.진예은은 완성한 대본을 이아영과 나더에게 줬다. 두 사람은 대본을 펼쳐 보고 한 참 지나서, 나더는 엄지 척했다.“너 완전 대박이다. 이렇게 복잡한 범행 수법을 생각해 내다니.”이아영은 그녀를 바라봤다.“만약에 영화로 찍으면 완전히 재미날 것 같지 않아?”그녀는 한숨을 쉬었다.“경험이 풍부한 감독과 투자자가 있어야 찍지.”“그건 쉽잖아. 내 삼촌은 빌리우드에서 추리영화 많이 찍은 감독이야, 네가 원하면 소개시켜 줄게.”나더는 기꺼이 도와주고 싶어 한다.진예은은 멍했더니 망설였다.이아영은 그녀의 걱정을 안다.“급하지 않아. 대본이 좋으면, 감독과 투자자가 알아주겠지, 근데 난 의문이 있어.”“무슨 의문?”“그게, 대본 이름이 왜 ‘자살의 크리스마스’야, 그러니깐 갑자기 크리스마스가 지내기 싫어지잖아.”진예은은 웃었다.“난 괜찮은 거 같은데, 어차피 그렇게 많은 추리 영화의 피해자가 모두 타살인데, 이건 ‘자살’이라고 하니 의문점이 더 크잖아. 네가 만약에 관중이라면 타살인지 알면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할 텐데, 만약에 ‘자살’이라면?”나더는 두 팔을 껴안았다.“ ‘자살’로 추리를 전개하면 관중을 더욱 미혹시킬 수
란스 부인은 어쩔 수 없어 한다. 아들이 삼촌을 닮아 추리를 좋아하는지 안다. 하지만 그는 미래에 가족 사업을 상속받아야지 삼촌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이것이 너의 취미인지 알아서 난 관계하지 않아, 하지만 오늘 저녁에 네 아버지의 친구들이 다 여기에 있으니 넌 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그들한테 많이 배워서 경험을 쌓아, 대학원을 졸업하면 회사를 물려받아.”그는 귀찮은 듯이 손을 흔들었다.“알았어요.”란스 부인은 한숨을 쉬고는 남편 쪽으로 걸어갔다. 란스가 주인이 그녀가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보고 술잔을 내려놓고 물었다.“왜 그러는데?”“나더는 네 동생의 영향을 받아서 난 그 애가 네 동생처럼 가서 감독할까 봐 무서워.”란스가 주인이 웃었다.“감독하는 것도 나쁠 건 없지, 라일 봐봐, 상계와 빌리우드에서 모두 잘나가잖아?”“너희 집에는 아들 둘이니깐, 네가 회사를 관리하니깐 동생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 하지만 나더는 우리의 유일한 아들이야, 그게 같아?”란스가 주인은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됐어요. 오늘은 파티를 즐기고 나중에 같이 나더랑 다시 말해보자.”같은 시각, 정원 밖에.진예은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나중에는 이아영이다. 파티에 참가하는 거라 두 사람은 드레스를 입었다.“너 남편한테 란스 가문의 파티에 참여한다고 말했어?”“걱정하지 마, 난 이미 말했어.”그녀는 확실히 반재신에게 말했다, 비록 반재신이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달래”자, 바로 동의했다.란스 감독이 담배 피우러 나왔다. 방금 불을 켜자, 걸어오는 여자애를 보고 멍했더니 의아했다.진예은도 여기서 란스 감독을 만날 줄 몰랐다. 그녀는 인사했다.“란스 감독님.”란스 감독이 의문스러웠다.“예은 씨 설마 나더 그 자식이랑 같은 학교 다녀요?”그녀는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란스 감독은 실눈을 떴다.“두 사람 동창이구나, 하지만 나더의 관계로 날 찾아오지 않은 게 참 의외네요.”“메린 교수님께서 나더 선배의 관계로
란스가 환하게 웃었다.“이 아가씨는 재능이 있어 보여. 메린이 괜히 사람을 보내 나를 찾은 것이 아니네.”“삼촌.”방에서 나온 나더는 진예은과 이아영이 자신의 삼촌과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란스는 나더의 귓불을 잡아당겼고 나더는 고통스러워했다.“살살해요. 너무 아프잖아요.”“어떻게 너 이 자식은 작은 건의마저 이들의 생각을 못 따라가?”그가 귀를 놓아주자 나더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건 삼촌의 겉만 핥았기 때문이잖아요.”그리고 다시 덧붙였다.“예은 학생의 극본을 내가 봤는데 흥미로웠어요. 한번 보실래요?”진예은의 작품을 자기 것인 양 자랑하고 싶어 하는 나더의 모습에 그녀는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 같은데요? 오늘은 가족 연회라고 하지 않았어요?”“흠...”란스는 다 피운 담배를 끄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며 한마디 했다.“내 마음에 들어야 하니 나중에 한번 볼게요.”나더는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진예은에게 기회를 줄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거 봐. 동의하실 거라고 내가 말했잖아?”진예은과 이아영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라운지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란스 가문은 귀족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와 인맥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나더는 그녀 둘을 가주인 란거와 그의 부인 엘라에게 소개했다.“아버지, 어머니, 이들은 내가 초대한 학생들이에요.”란거는 미소를 지으며 환영했다.“환영해요.”진예은을 훑어보던 엘라는 조금 놀라는 듯했다. 표정이 어두워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란거가 나더에게 말했다.“너의 학생이니 소홀히 하지 말고 잘 챙겨.”“네, 아버지.”나더는 그들과 함께 옆방으로 가서 휴식을 취할 겸 식사하기로 했다.엘라는 남편을 옆으로 조용히 잡아끌었다.“나더는 왜 저 애를 초대한 거예요?”나더는 의아했다.“저 애라니?”“유미의 딸이잖아요. 잊었어요? 그때 진찬의 일... 저 애가 진찬이의 여동생이잖아요.”오래전 진찬은 권력으로 란스가문을 농락하려 했었다.
나더는 그녀들에게 디저트와 마실 것들을 챙겨주었다. 이아영은 음식들을 건네받아 진예은에게로 갔다.“나더의 어머니가 너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지 않았어?”이아영은 그 눈빛의 탐탁지 않음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진예은의 머릿속이 복잡할까 봐 걱정되었다.씁쓸한 미소를 짓는 진예은도 알고 있었다.“아마 어머니를 알고 있어서일 거야. 예전에 그들과 내왕을 했었으니까.”그녀는 어머니가 그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고 감옥 신세를 지고 나서는 누구도 그녀의 어머니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그러니 엘라가 만약 진예은을 알아봤다면 반기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이아영은 진예은을 위로했다.“어머니가 무슨 일을 했든 너와는 아무 상관 없으니까 생각하지 마.”“고마워.”“고맙긴, 우리는 친구잖아.”그들이 잡담하고 있을 때 나더가 나갔다 오며 춤추러 가자고 했고 진예은은 이아영을 부추겼다.“난 여기에 있을 거야.”이아영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그렇다고 너만 여기에 내버려둘 수 없잖아.”그러자 진예은이 웃었다.“내가 다른 사람이랑 부비부비한 것을 집에 있는 어떤 분이 알고 질투하면 달래기 힘들단 말이야.”그제야 진예은이 유부녀라는 것이 생각난 이아영이 말했다.“그럼,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진예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아영은 나더는 흔들고 있는 사람들에 합류했다.홀로 앉아 샴페인을 마시고 있는 진예은에게 얼큰하게 취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옆에 앉았다.진예은은 살짝 거리를 유지했다.남자는 진예은이 오랫동안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보았고 누구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것에 다른 이의 파트너일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와 함께하고 있으면 그 남자의 파트너이지만 급하게 구한 파트너들은 그저 머릿수를 충당하기 위한 것, 그뿐이었다.그는 그녀의 다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미세하게 변한 진예은의 표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예쁜 아가씨, 파트너한테 버림받은 거예요? 그렇다면 저랑 시간 보내는 게 어때요?”진예은 그의 손을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