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강유이는 차에 올라탄 후에도 계속 한태군에게 안긴 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전유준이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혹시 사모님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신 건가요?”이렇게까지 운다고?설마 임신한 게 아니라 실망하셔서 그러시나?한태군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곧 엄마가 될 사람이, 이렇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눈물 콧물 흘려서 되는지 몰라.”강유이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더니 코를 훌쩍훌쩍 들이마셨다.“뭔 상관이야.”한태군이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속눈썹에 입을 맞추었다.“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기도 이렇게 눈물이 많으면 어쩌지. 매일 작은 아이를 달래주고 나면, 우리 큰 아이도 달래줘야겠네. 뭐, 그런 삶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그의 농담 섞인 말에 강유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한태군이 그녀를 다시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이제야 웃네.”강유이는 가만히 그의 품에 기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전유준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차가 도로를 달리던 중, 강유이는 일부러 한태군의 목에 입술을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대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순간 한태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가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유이야.”강유이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한태군은 그녀의 반응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그녀의 턱을 잡아올렸다.“지금 일부러 나한테 화풀이하는 거야?”“그러게 나한테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면 좋잖아.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게.”강유이가 손가락 끝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말해 봐, 오빠. 오빠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한태군이 미소 지었다.“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 확신은 없었어.”오랜 시간 동안 곁에서 강유이를 지켜보다 보니, 그녀의 생리 주기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강유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관심하는 그가, 그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강유이는
손님들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과연 남 회장님 마음에 드신 사위답군요. 한눈에 보아도 용모가 출중하고 기량이 남다릅니다.”반재언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남강훈 역시 손님들의 칭찬에 뿌듯해하고 있었다.“그렇고말고. 우리 재언이는 무려 그 반씨 가문 도련님이라고. 어릴 때부터 담력 있고 지혜가 남달랐지. 남우가 마음에 들어 하는데 내가 만족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어디 반씨 가문 출신인가요? 설마 그…”“더 생각할 것 없네. 바로 그 서울 반씨 가문이니까.”손님들의 눈이 하나같이 휘둥그레졌다. 그 반씨 가문 도련님이라니. 그래서 저렇게 분위기가 남달랐던 것이다.그 시각, 아람 빌리지 객실.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남우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남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한 아티스트가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남우 아가씨, 이목구비가 진짜 예쁘시네요. 거기다 이렇게 화장까지 하니 빌리우드 배우 같아요. 정말 아름다우세요.”곁에서 남우에게 귀걸이를 건네주던 시월이 거들며 말했다.“우리 아가씨는 태어날 때부터 예뻤어요.”아티스트가 자신의 양 볼에 빨간 점을 찍는 걸 본 남우가 살짝 당황하더니 그걸 가리키며 물었다.“이건 왜 찍는 거예요?”상대가 웃으며 말했다.“이거야말로 전통혼례의 빠질 수 없는 포인트죠. 보세요, 이러면 저기 저 혼례복과 얼마나 어울려요.”그때 직원이 오색찬란한 혼례복을 들고 들어왔다. 혼례복은 몹시 화려했는데 저고리 소매 부분과 치마 끝부분에 장인이 한 땀 한 땀 바느질 한 화려한 무늬의 자수가 수놓아져있었다. 거기다 미리 준비되어 있던 봉황 비녀까지 더하면 그렇게 우아하고 귀태가 넘칠 수 없었다.남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혼례복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창문으로 들어온 따듯한 햇빛이 옷을 비추었다. 한순간 옷에서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잠깐 사이에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이곳이 꿈속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시
남우가 부채에 머리를 파묻고 들릴락 말락 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부 그만하고 빨리 돌아가.”그의 눈가에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알았어. 지금 당장 출발할게.”남 씨 저택으로 돌아오자 하인들이 한창 문 앞에 팥을 뿌리고 있었다. 반재언은 몸을 돌리고 막 차에서 내리는 남우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남우가 남자의 손을 지긋이 바라보다 자신의 손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반재언은 남우의 손을 잡고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식장으로 들어섰다. 남강훈과 서진은 가족 신분으로 맨 앞에 앉아있었다.한 쌍의 아름다운 신랑 신부가 가장 전통적인 혼례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이 하나가 되었음을 세상에 알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강훈은 기쁜 한편 콧등이 시큰거리기도 했다. 자신의 딸이 드디어 시집을 가게 된 게 기뻤지만, 그 딸이 이제 자신의 손을 떠나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사실이 섭섭하기도 했다.남강훈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걸 눈치챈 서진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참나,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에 울긴 왜 울어요?”그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울긴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이건 기뻐서 나오는 눈물입니다.”서진이 코웃음을 쳤다.“딸 시집보내는 게 서운하면 그렇다고 말하면 되지.”“그러는 서 사장은 서운하지도 않아요? 저 애가 서 사장을 아저씨라고 부르며 그렇게 따랐는데.”서진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만약 남우가 정말로 남자였다면 이렇게 쓸쓸하지도 않았겠지요.”여자아이는 결국 나중에는 집을 떠나기 마련이었다.저녁 일곱 시가 되도록 정원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이 끊임없이 나와 손님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기분 좋게 취해 웃고 떠들며 화기애애하게 파티를 즐겼다.모든 혼례 절차를 마친 후 남우는 준비된 신혼 방으로 들어왔다. 오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터라 너무 배가 고팠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 전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과가 준비된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시월이 얼굴을 붉히며 얼른 그곳을 벗어났다.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녀는 남강훈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가씨와 도련님께서는 지금 당장 내려오실 상황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남강훈 이 늙은 여우가 시월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눈치챈 그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그럼 됐다. 너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잘 지키고 있어라. 그 누구도 저 위로 올라가 두 사람을 방해 못 하게 해. 알았지?”시월이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저녁 아홉 시 반, 남우는 이불을 꽉 껴안고 이를 부득부득 갈며 화를 삼키고 있었다. 배고픈 것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혹사당하다니. 더 짜증 나는 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반재언이 몸을 돌리며 옆으로 눕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지탱하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는 씩씩거리며 화를 참고 있는 남우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남우 혹시 만족스럽지 않았던 거야?”남우가 이불로 몸을 돌돌 감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엄청나게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표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뱉었다.“만족했어!”그가 낮은 소리로 쿡쿡 소리 내어 웃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쪽하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뭐 먹고 싶어? 내가 해 줄게.”순간 그녀의 눈이 반짝이더니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찹쌀 탕수육. 딱 그거여야 해. 못해오면 절대 용서해 주지 않을 거야.”집에 돼지고기가 있다고 해도 찹쌀이 있을 리가 없었다. 또한 늦은 시간이라 마트도 진작 문을 닫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절대 그 음식을 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반재언이 느긋하게 셔츠를 입으며 말했다.“알았어. 그럼 찹쌀 탕수육으로 할게.”남우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다리고 있을게.”아래층으로 내려간 반재언은 곧바로 시월을 불렀다.“시월 씨, 집에 찹쌀이 있을까요?”당황한 시월이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없
”안돼!”조급해 난 그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아마 반재언 자신조차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녀를 손에 넣은 비장의 카드가 자신의 요리 솜씨일 줄이야.“먹고 싶어? 하지만 넌 아직 나를 용서하지 못했잖아.”그가 일부러 난처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참 난감해.”“내가 언제 너를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어?”그의 눈썹이 씰룩거렸다.“그럼 용서해 주는 거야?”남우가 찹쌀 탕수육이 담긴 접시에 손을 쭉 뻗었다. 그리고 애써 입꼬리만 겨우 올리며 말했다.“물론이야. 난 태평양처럼 넓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그리고 나 남우는 사소한 일로 남자와 다투지 않아.”반재언이 그녀의 손을 떨쳐내며 말했다.“됐어. 역시 이건 내가 먹어야겠어.”“안돼…”그가 등을 돌리자 남우가 뒤에서 그를 확 덮쳐들었다.“나 진짜 배고프단 말이야. 그거 나 줘, 응?”그가 살짝 멈칫거렸다.‘남우가 지금 나한테 애교를 부렸어?’정말이지 식탐이 강한 고양이가 먹이를 먹으려고 달라붙는 모습과 똑같았다.반재언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일단 손부터 씻고 와.”‘오늘의 서러움을 언젠가는 꼭 갚아주고 만다 내가.’남우는 속으로 씩씩거리며 얌전히 손을 씻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남우는 배불리 먹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 휴식을 취했다. 그때 반재언이 깍지를 낀 손으로 턱을 괴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배불렀어?”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배불리 먹었다니 다행이야. 그럼 이제 내가 먹을 차롄가?”남우는 자신한테로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며 서서히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재언한테 붙잡혀 짐짝처럼 어깨에 메진 채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반재언, 제발 작작 좀…”…두 날 후, 서울.강유이가 임신한 것 같다는 소식이 언론에 퍼지기 시작했다. 비록 강유이와 한태군이
민서율도 금목걸이를 한 남자 못지않게 주먹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서로 엉켜 싸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차들은 신속하게 현장을 통제했다.경찰서에 도착한 민서율은 긴 의자에 앉아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높은 목소리로 떠들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결국 CCTV를 돌려 본 경찰들은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것을 보고 금목걸이 남자에게만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그때, 조민이 황급히 경찰서로 달려왔다.“민서율, 너 아주 꼴좋다.”민서율이 앉아있는 의자로 향한 그녀는 환난 얼굴로 팔짱까지 낀 채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 몇 시인지 알기나 해? 감히 이런 일로 나를 경찰서까지 불러?”얼굴 곳곳에 퍼런 멍이 든 민서율은 처참한 몰골로 고개를 숙였다.“술을 많이 마셨어.”그는 한마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술을 많이 마셨다고?”그의 말에 조민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너 지금 아주 말짱해. 술 마신 것 같지도 않아.”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경찰에게 얼음을 요구했고, 경찰은 경찰서에 얼음이 없어 차가운 콜라 한 병을 그녀에게 건넸다.조민은 그 콜라를 민서율에게 건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부은 얼굴부터 어떻게 좀 해봐.”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천자 정도의 반성문을 쓰고 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경찰은 그제야 민서율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조민은 그런 민서율의 곁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놀려댔다.“감독이 일반인과 싸워서 경찰서에 잡혀가다.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오면 아주 볼만하겠는데? 민서율, 너는 쉽게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었잖아. 그런데 지금의 너는 정말 짜증 나.”갑자기 자리에 멈춰 선 민서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상관하지 않으면 되잖아.”“우리가
조민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멱살을 움켜잡고 언성을 높였다.“우리 이제 성인이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허황한 망상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 이 세상이 불공평하니까 그런 거야!”“네가 원한다고 해서 모든 보답을 받을 수 없어. 민서율, 만약 네가 저 자신마저 포기해버렸다면 내가 너한테 해 줄 말은 딱 하나밖에 없어. 강유이가 너를 선택하지 않은 건 정확한 선택이야.”말을 마친 조민은 그의 멱살을 놓아주고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 떠났다.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만 가만히 제자리에 멈춰 선 민서율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쓸쓸해 보였다.조민의 예상대로 민서율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민서율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집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강유이도 뉴스를 보고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민서율은 폭행 사건에 쉽게 연루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유이는 곧바로 곁에 놓인 한태군의 태블릿으로 민서율의 뉴스를 검색했다. 한태군이 자신의 곁에 다가온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유이의 등 뒤에서 함께 태블릿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던 한태군이 실눈을 떴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유이가 횡설수설하며 변명했다.“아니… 나는 그저 궁금해서. 왜 갑자기…”“다른 남자가 폭행 사건에 휘말렸는지가 왜 궁금해?”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한태군은 그녀가 앉은 의자에 두 팔을 걸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위에서 내려다보았다.“걱정돼?”그러자 강유이가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눈길을 피했다.“무슨 소릴 하는 거야.”한태군은 그런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너무 열심히 보니까, 난 또 네가 그 자식을 걱정하는 줄 알았지.”강유이는 그런 한태군을 가만히 쳐다보다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태군 오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그러자 한태군이 단호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소심한 사람이라고 했을 텐데.”한태군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강유이는 곧바로 수
강유이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나중에 다시 돌려받으려고?”한태군은 그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정말 너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미치겠네.”두 사람이 뜨겁게 입을 맞추고 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강유이의 휴대폰 벨 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자 한태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발신자를 확인한 강유이는 조민인 것을 확인하고 한태군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여보, 나 전화받아도 돼?”강유이가 먼저 그의 의견을 묻자 한태군도 마음이 완전히 풀려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그래.”“사랑해 여보~”한태군의 볼에 입을 맞춘 강유이는 곧바로 베란다로 나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커피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조민의 곁에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로 무장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 그녀가 경계심 가득한 모습으로 외투와 마스크를 벗었다.“선배, 서율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조민은 커피잔 위에 놓인 거품을 휘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몰라.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하는데, 상대방이 먼저 선방을 날렸어. 경찰도 서율이한테 책임이 없다고 했으니 그저 반성문만 쓰고 집에 갔지.”그녀의 말에 강유이는 천천히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겼다.조민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정말 임신했어?”그녀의 물음에 강유이는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정말 축하해. 우리 유이 이제 곧 엄마 되겠네.”축하의 말을 마친 조민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네가 정말 부러워. 사업도 성공하고 너를 많이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했으니.”그러자 강유이는 조민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선배도 할 수 있어요.”조민이 높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을 휘저어댔다.“나는 됐어. 많이 바라지도 않아. 그저 될 대로 되겠지.”“선배는 만나는 남자 없어요?”조민을 알아서부터 지금까지 강유이는 조민이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을 알아차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