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율도 금목걸이를 한 남자 못지않게 주먹을 휘둘렀다. 두 사람이 서로 엉켜 싸우는 장면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빠르게 경찰에 신고를 했고, 곧바로 출동한 경차들은 신속하게 현장을 통제했다.경찰서에 도착한 민서율은 긴 의자에 앉아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높은 목소리로 떠들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결국 CCTV를 돌려 본 경찰들은 금목걸이를 한 남자가 먼저 주먹을 휘두른 것을 보고 금목걸이 남자에게만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그때, 조민이 황급히 경찰서로 달려왔다.“민서율, 너 아주 꼴좋다.”민서율이 앉아있는 의자로 향한 그녀는 환난 얼굴로 팔짱까지 낀 채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 몇 시인지 알기나 해? 감히 이런 일로 나를 경찰서까지 불러?”얼굴 곳곳에 퍼런 멍이 든 민서율은 처참한 몰골로 고개를 숙였다.“술을 많이 마셨어.”그는 한마디 말로 상황을 설명했다.“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술을 많이 마셨다고?”그의 말에 조민은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너 지금 아주 말짱해. 술 마신 것 같지도 않아.”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경찰에게 얼음을 요구했고, 경찰은 경찰서에 얼음이 없어 차가운 콜라 한 병을 그녀에게 건넸다.조민은 그 콜라를 민서율에게 건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부은 얼굴부터 어떻게 좀 해봐.”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천자 정도의 반성문을 쓰고 나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경찰은 그제야 민서율에게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했다.조민은 그런 민서율의 곁에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그를 놀려댔다.“감독이 일반인과 싸워서 경찰서에 잡혀가다. 오늘 저녁 뉴스에 나오면 아주 볼만하겠는데? 민서율, 너는 쉽게 이성을 잃는 사람이 아니었잖아. 그런데 지금의 너는 정말 짜증 나.”갑자기 자리에 멈춰 선 민서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상관하지 않으면 되잖아.”“우리가
조민은 그의 앞으로 다가와 멱살을 움켜잡고 언성을 높였다.“우리 이제 성인이야. 그러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허황한 망상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 이 세상이 불공평하니까 그런 거야!”“네가 원한다고 해서 모든 보답을 받을 수 없어. 민서율, 만약 네가 저 자신마저 포기해버렸다면 내가 너한테 해 줄 말은 딱 하나밖에 없어. 강유이가 너를 선택하지 않은 건 정확한 선택이야.”말을 마친 조민은 그의 멱살을 놓아주고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아 떠났다.텅 빈 거리에는 가로등만 가만히 제자리에 멈춰 선 민서율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쓸쓸해 보였다.조민의 예상대로 민서율이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민서율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집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강유이도 뉴스를 보고 놀란 표정을 금치 못했다.민서율은 폭행 사건에 쉽게 연루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강유이는 곧바로 곁에 놓인 한태군의 태블릿으로 민서율의 뉴스를 검색했다. 한태군이 자신의 곁에 다가온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유이의 등 뒤에서 함께 태블릿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있던 한태군이 실눈을 떴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강유이가 횡설수설하며 변명했다.“아니… 나는 그저 궁금해서. 왜 갑자기…”“다른 남자가 폭행 사건에 휘말렸는지가 왜 궁금해?”태블릿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한태군은 그녀가 앉은 의자에 두 팔을 걸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위에서 내려다보았다.“걱정돼?”그러자 강유이가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눈길을 피했다.“무슨 소릴 하는 거야.”한태군은 그런 그녀의 턱을 움켜잡았다.“너무 열심히 보니까, 난 또 네가 그 자식을 걱정하는 줄 알았지.”강유이는 그런 한태군을 가만히 쳐다보다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태군 오빠 지금 질투하는 거야?”그러자 한태군이 단호한 말투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소심한 사람이라고 했을 텐데.”한태군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강유이는 곧바로 수
강유이는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나중에 다시 돌려받으려고?”한태군은 그런 그녀를 품에 꼭 껴안았다.“정말 너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미치겠네.”두 사람이 뜨겁게 입을 맞추고 있을 때, 요란하게 울리는 강유이의 휴대폰 벨 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자 한태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발신자를 확인한 강유이는 조민인 것을 확인하고 한태군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여보, 나 전화받아도 돼?”강유이가 먼저 그의 의견을 묻자 한태군도 마음이 완전히 풀려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그래.”“사랑해 여보~”한태군의 볼에 입을 맞춘 강유이는 곧바로 베란다로 나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커피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조민의 곁에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로 무장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 그녀가 경계심 가득한 모습으로 외투와 마스크를 벗었다.“선배, 서율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자 조민은 커피잔 위에 놓인 거품을 휘저으며 눈살을 찌푸렸다.“몰라.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하는데, 상대방이 먼저 선방을 날렸어. 경찰도 서율이한테 책임이 없다고 했으니 그저 반성문만 쓰고 집에 갔지.”그녀의 말에 강유이는 천천히 바닥을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겼다.조민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응시하다 참지 못하고 물었다.“너 정말 임신했어?”그녀의 물음에 강유이는 멈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정말 축하해. 우리 유이 이제 곧 엄마 되겠네.”축하의 말을 마친 조민은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네가 정말 부러워. 사업도 성공하고 너를 많이 사랑해 주는 남자와 결혼했으니.”그러자 강유이는 조민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선배도 할 수 있어요.”조민이 높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더니 손을 휘저어댔다.“나는 됐어. 많이 바라지도 않아. 그저 될 대로 되겠지.”“선배는 만나는 남자 없어요?”조민을 알아서부터 지금까지 강유이는 조민이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을 알아차
설마 민서율과 조인이 함께 있는 건 아니겠지?“왜? 내가 서율 오빠 전화를 받아서 많이 놀랐어?”조인은 코웃음을 치더니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경고하는데, 내 남자 옆에서 꺼져.”말을 마친 조인은 바로 전화를 끊더니 민서율의 휴대폰으로 강유이를 블랙리스트 명단에 넣었다.끊긴 휴대폰을 내려다본 강유이도 말문이 막히긴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민서율이 정말 조인과 정식으로 만나는 걸까?강유이는 두 사람 사이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그 시각, V 아파트.잠에서 깬 민서율은 바로 그의 곁에 있는 조인을 발견하고 두 손으로 밀치더니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민서율은 뭔가를 고민하더니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일찌감치 잠에서 깬 조인은 이불을 몸에 감더니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민서율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서율 씨, 깼어요? 우리 오늘부터 1일 맞죠?”빠르게 침대에서 내려온 민서율은 곧바로 셔츠를 챙겨 입었다.자신의 말에 민서율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조인은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짓더니 민서율의 뒤에 멈춰 서서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서율 씨, 어젠 저도 즐거웠어요. 그리고 저는 예전부터 서율 씨를 좋아했어요.”재벌 가문의 도련님에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그가 최선을 다해 조인을 키우면 더 이상 다른 스폰서를 찾지 않아도 된다.모든 네티즌들이 그녀를 비난해도 상관없다. 성공하기 위해서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기에.천천히 몸을 돌린 민서율은 그대로 조인의 목을 움켜잡았다.깜짝 놀란 조인은 숨이 당장에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민서율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이딴 저속적인 수법을 내 몸에 쓴 거야?”“이… 이 손 놔…” 조인은 당장에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민서율이 그런 그녀를 세게 밀치자 조인은 침대 위에 철퍼덕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서율 씨, 저의 순결을 가져놓고 시치미 뗄 생각이에요?”한 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려
조인의 어깨가 세차게 흔들리는 것 같더니 얼굴까지 퍼렇게 질렸다. 그녀가 방심한 걸까, 아니면 민서율 이 남자가 철두철미한 걸까?민서율은 조인의 어깨에 손을 놓고 물었다.“조인 씨, 내 영화 여주인공이 되고 싶은 거예요?”“저… 저는…”잔뜩 겁에 질린 조인은 그의 물음에 대답할 용기마저 없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민서율은 그저 싱긋 웃으며 부드럽게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고작 배역 하나로 왜 이러셨을까? 그 배역 조인 씨한테 줄게요.”민서율의 말에 조인은 놀란 얼굴로 자리에 멈춰 섰다.“정… 정말요?”그러자 민서율은 그녀의 목에 선명하게 남긴 손톱자국에 손을 올린 뒤 더욱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물론이죠. 대신 조인 씨가 제 말을 잘 들어야 해요.”민서율이 그녀에게 배역을 주겠다는 말에 조인은 남몰래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하지만, 오늘의 거래가 훗날 그녀에게 더욱 큰 배신으로 돌아올 줄은 누구도 몰랐다.며칠 후, 민서율 기획사에서 새로운 영화 촬영에 돌입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여주인공이 조인이라는 기사에 네티즌 모두 민서율과 조인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지난번 파티에서 조인과 함께 나타난 민서율이 심상치 않은 사이라고 확신하기까지 했다.아울러 강유이가 출연하는 드라마도 내년에 편성을 받기로 예정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과 동시에, 강유이의 기사로 조인의 기사는 묻히게 되었다.네티즌들은 조인과 강유이의 싸움이라고 댓글을 달았지만, 사실상 우연의 일치로 두 사람의 뉴스가 동시에 보도된 것이다.네티즌들의 반응에 한태군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암암리에 그녀의 마누라를 다른 여자와 비교했기 때문이다.그는 바로 상대방 기획사를 언팔로우하고 태블릿을 소파 위에 던졌다.마침 쟁반 가득 과일을 손에 쥐고 나타난 강유이가 그의 행동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한태군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그런 그녀를 돌아봤다.“왜 웃어?”테이블 위에 쟁반을 내려놓은 강유이는 바로 그의 무릎 위에 앉아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우리
“왜! 나는 말도 못 하느냐? 몇 년 전의 일인데 또 시비를 걸려고. 이 자식 이거.”두 부자는 다시 말다툼하기 시작했다.반재언은 그런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다 남우의 어깨를 안고 거실을 나섰다.마당에 도착하고 나서야 남우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어르신 분들 진짜 너무 귀여우신 것 같아요. 어떻게 형제들이랑 하나도 안 닮았지?”“우리랑 안 닮은 것 같아요?”반재언은 고개를 갸웃하고 남우를 쳐다봤다.그러자 남우는 그런 그를 빤히 쳐다보다 뒷걸음질치는 것이다.“동생들과 말싸움 같은 거 안 하잖아요? 반씨 가문 애교쟁이는 유이 씨를 제외하면 두 어르신 분들이겠네요.”“어르신 분들 없으면 반씨 가문도 조용하겠네요. 어쩌면 우리 남씨 가문보다 더 조용한 것 같아요.”반재신과 반재언은 더욱 함께 장난을 칠 수 없으며 반지훈과 강성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강유이만 반씨 가문의 두 어르신을 닮았을 뿐, 다른 사람들 누구도 두 어르신을 닮은 사람이 없다.자리에 멈춰 선 반재언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만 재미난 분들이네요. 하지만...”반재언은 그런 남우를 빤히 쳐다보더니 환하게 웃는 것이다.“시끄러운 분위기가 좋은 거라면 우리가 아이를 많이 낳으면 되죠.”그러자 남우는 수줍은 얼굴로 반재언의 눈길을 피했다.“재언 씨가 노력해서 낳으면 되죠.”수줍은 남우의 얼굴에 반재언은 더욱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그럼 저 열심히 노력해 볼까요?”“그만 해요.”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린 남우는 강유이와 한태군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강유이도 그런 남우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저었다.“오빠! 새언니!”남우는 갑자기 바뀐 자신의 호칭이 어색하기만 했다. 두 사람이 함께 마당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본 반재언은 곧바로 한태군을 보며 말했다.“임신 소식 들었어. 축하해.”한태군은 강유이의 허리를 끌어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큰오빠도 빨리 낳으면 되
강유이의 확신에 찬 말에 남우도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잘 생각했어요. 저는 유이 씨가 아이 때문에 꿈을 포기할 거로 생각했는데.”“아이 때문에 사는 것도 아니고, 이후에 태어날 아이도 저만 바라보고 살진 않을 거잖아요. 짧은 인생, 아이 하나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건 너무 의미 없는 일인 것 같아요.”그러자 남우가 강유이를 밉지 않게 흘겨봤다.“한태군 씨가 벌어들이는 돈과 반씨 가문의 재산으로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요?”연예인 생활을 포기한 강유이가 집에서 아무 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 재벌 가문의 며느리가 되는 건 많은 여자들이 꿈에서도 바라는 생활이다. 강유이는 눈을 깜박이며 단호한 목소리로 반박했다.“절대 그럴 순 없어요. 저는 식충이 되지 않을 거예요. 우리 태군 오빠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데요.”그녀의 말에 남우는 벙찐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봤다.‘내 앞에서 자랑하는 거 맞지?’한태군이 왜 강유이의 말에 껌뻑 죽는지 그 이유를 남우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강유이는 정말 한태군밖에 모르는 여자이기 때문이다.자신의 안위도 챙기지 않고 그와 함께하려는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그 시각, 레스토랑.가문의 협박을 이기지 못해 맞선 자리로 나온 조민은 상대방의 요구를 가만히 듣더니 천천히 커피잔을 들었다.“그러니까,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단 말인가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그 조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남자는 미간을 거칠게 일그러뜨리고 말했다.“번역관이라고 들었어요. 자주 해외로 출장을 다니신다 하셨는데, 저는 국내에 어머니를 보살피며 함께 지내야 합니다. 우리가 결혼을 해서도 조민 씨가 해외에만 있으면 별거 생활과 다를 바 없지 않겠어요?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결혼 생활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남자는 계속하여 설명했다.“저 연봉 1억 넘습니다. 조민 씨가 사표 내도 충분한 금액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씨 가문의 아가씨라 하여도 언젠가는 남자를 만나 결혼
“감히 이 년이!”잔뜩 화가 치민 남자가 번쩍 손을 치켜들더니 당장에라도 조민의 뺨을 내리칠 것 같은 기세로 달려들었다.높게 치켜든 손을 내리기도 전에 누군가 남자의 손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바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사람을 확인했다.“너는 빠져...”민서율이 남자의 손목을 어찌나 세게 움켜쥐었던지, 남자는 쉽게 움직이지도 못했다.“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여자 뺨이나 때리려고?”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자신만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남자는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손을 내렸다.“재수가 없으려니.”불만을 늘어놓은 남자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조민은 갑자기 나타난 민서율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그러자 민서율은 느긋하게 어깨까지 으쓱이며 대답했다.“투자자랑 이 호텔에서 약속 있었어. 마침 너를 만났고.”조민은 태연하게 곁에 놓인 가방을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고마워.”“그래.”민서율은 곧바로 조민과 함께 호텔을 벗어났다.그 시각, 룸에서 인사불성이 된 조인은 홀로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술을 마셨고, 한참이 지나도 민서율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본 그녀는 아무 핑계나 대고 자리를 빠져나오려 했다.하지만 두 남자는 그런 그녀를 놓아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고, 그중 한 남자는 조인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서율 도련님이 한 말 잊었어? 우릴 잘 모시라고 했잖아. 벌써 가려고?”화들짝 정신을 차린 조인은 곧바로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여자 주인공 하고 싶다며. 그러면...”조인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그러자 조인은 바로 자리에서 튕기듯이 일어나며 남자의 손을 쳐냈다.“나 민서율 여자친구야! 절대 그럴 리 없어!”그러자 남자는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터뜨리며 조인을 쳐다봤다.“민서율 도련님이 정말 너 같은 여자를 만날 것 같아? 민씨 가문은 가문에 이득이 되는 재벌 가문의 아가씨를 도련님과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