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 이 섬에서 푸조가 통제하고 있는 모든 구역을 집어삼킬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남 씨 집안과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알겠습니다."뚱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데이비 렌지가 서남 구역을 점령했다는 소식은 남 씨 집안에게도 전해졌다. 백제파가 폭력적으로 집행한 덕분에 서남의 수많은 활구는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폭동으로 혼란스러워진 덕분에 상가들은 전부 문을 닫고 피난하기에 바빴다. 심지어 행인들도 피해 갈 수 없었다. 적지 않은 여행객들은 호텔에 숨어 감히 문을 나서지 못했다.아람 빌리지, 남강훈과 반재언 등 사람들이 모여 대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시월이의 보고를 들은 연희승이 분노했다."데이비 렌지가 계속 이렇게 나왔다가는 스카이섬의 이름만 더럽힐 겁니다, 잘못했다가 남 씨 집안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줄지도 모르고요. 정말 푸조 구역을 장악했다고 해도 사람들의 환심을 사지 못할 겁니다.""데이비 렌지가 이렇게 나온다는 건 결과에 관심이 없다는 거 아닌가요? 푸조 구역을 차지하고 그 사람들만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반재언의 말을 들은 남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남우를 납치했으니 내가 찾아가서 따질까 봐 걱정하고 있겠지, 우리 남 씨 집안이 나선다면 데이비 렌지도 그에 맞설 생각인 거야."말을 마친 남강훈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창가로 다가갔다."그 누구도 필요 없는 희생을 하는 걸 원하지 않아. 더구나 곧 죽을 이런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까지? 스카이섬에는 아직 무고한 여행객도 많고 비즈니스를 하러 온 상인들도 많으니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무조건 확보해야 해."그때 연희승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리고 상대방이 한 말을 들은 그가 웃었다."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그가 다시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국제부의 경찰이 섬 밖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섬에 메트로폴리탄 사람도 있으니 충분할 것 같습니다.""잘됐네, 남 씨 집안사람들도 같이 원경릉이 약 상자를 꺼냈는데 보내도록 하
모든건 그가 스카이섬으로 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었다.하시호는 그의 첫 말이었다.데이비 렌지는 하시호의 믿음을 얻은 뒤, 하시호에게 몰래 삼활구의 돈을 자신에게 이체하라고 했고 그는 하시호를 도와주는 명의로 뒤에 숨어있었다.이것이 바로 아무것도 없던 탈주범이 스카이섬으로 와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심지어 그는 백제파까지 몰래 사들였다."네 놈이 백제파랑 무슨 거래를 했다는 거야?!"푸조가 화가 나 소리쳤다.그러자 데이비 렌지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내가 당신 자리를 빼앗은 뒤, 백제파에게 한 몫 나눠주겠다고 했지."데이비 렌지의 말을 들은 푸조가 멍청한 얼굴을 했다."당신 야망 있다는 거 인정해, 게다가 자기 세력을 유럽 쪽까지 넓히려고 외부 세력을 계속 끌어들이기까지 했잖아. 하지만 당신이 잊은 게 있어, 그 사람들이 아무리 당신한테 집어삼켜지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해도 권력과 이익을 동등시하고 있다는 거. 내가 줄 수 있는 거 당신은 못 주잖아.""네가 걔들한테 뭘 줄 수 있다는 거야? 너도 걔들이 너한테 머리를 조아리길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그런 주제에 자기는 뭐 얼마나 고상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우리 모두 이익을 위해 이러고 있는 것뿐이야.""아니, 나는 이익만 보고 이러는 게 아니야."데이비 렌지가 무표정한 얼굴로 푸조를 보며 말을 이었다."나는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 난 유럽 지역의 건달 두목이 아니라 한 나라의 수령이 되려고 해."그 말을 들은 푸조가 데이비 렌지를 비웃었다."너 같은 탈주범이? 참 대단한 생각하네.""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당신이 지금 나에게 졌다는 거야."데이비 렌지가 푸조의 옷깃을 잡고 괴이하게 웃었다."푸조 씨, 당신 이미 졌어,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 뜻을 이어받아서 유럽까지 갈 거니까. 나도 나만의 권력과 지위를 거머쥘 거야."말을 마친 그가 푸조를 놓아주더니 그의 옷깃을 펴줬다."내
데이비 렌지는 사람무리를 뚫고 지나가며 총알을 피했고 뚱보와 두 명의 부하가 그를 보호했다.네 사람이 차에 올라탔을 때, 경찰이 별장에서 쫓아 나와 차를 향해 총을 쐈지만 차는 그곳을 떠났다.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졌고 차는 비를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운전하던 부하 한 명이 앞에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곤 급히 브레이크를 밟더니 차를 돌려 다른 길로 도망가려 했다."젠장, 내가 푸조를 너무 얕잡아 봤어. 우리 이 섬을 떠나야 해."데이비 렌지가 이를 물고 말했다.국제 경찰은 그 때문에 스카이섬까지 온 것 같았다. 행적을 들킨 지금, 그는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창밖으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시야가 점점 흐릿해졌다. 전방 말고는 주위의 환경을 아예 볼 수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차를 향해 다가오는 트럭 한 대를 발견한 것 같았다."젠장..!”데이비 렌지가 소리쳤다.그리고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리더니 갑자기 기울어져 뒤집어지고 말았다. 운전하던 이는 그저 차가 숲으로 들어가 나무에 부딪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충격에 나무가 끊어졌고 차 앞 유리가 깨져 운전하던 이는 의식을 잃었다.조수석에 앉아있던 뚱보가 차 문을 걷어차고 차에서 나오더니 피가 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뒷좌석으로 왔다."보스, 괜찮으세요?"데이비 렌지는 방금 전에 머리를 차 문에 부딪힌 덕분에 정신이 몽롱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뚱보가 그를 부축했다."방금 어떻게 된 거야?""비가 너무 세서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전혀 못 봤습니다."뚱보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차 안에 있던 다른 한 부하도 절뚝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누군가 뒤에서 그를 내려쳤다.뚱보와 데이비 렌지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빗속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가면을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뚱보는 남자를 보자마자 총을 꺼냈지만 가면을 쓴 이가 스패너를 그에게 던져 그의 총을 바닥으로 떨궜다.곧이어 트렁
"나 잡으려면 너희들한테 달린 게 아니라 나한테 달린 거야. 나 이번에 절대 안 져. 죽는다고 해도 너랑 같이 죽을 거야."데이비 렌지가 다시 한태군에게 달려들며 말했다.한편 시월이가 우산을 든 채 다급하게 마당으로 들어섰다. 우산을 문 앞에 내려놓은 그녀가 거실로 들어섰다."회장님.""어떻게 됐어?""데이비 렌지가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한태군씨께서 지금 막고 있으니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네? 오빠 혼자서요?"그 말을 들은 강유이가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시월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유이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한태군이 왜 혼자 그곳으로 간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강유이가 거실을 나서려던 그때, 남강훈이 그녀 앞을 막아섰다."유이 네가 가면 일이 더 복잡해 질 거야.""만약 데이비 렌지를 도우는 사람이 있으면요? 오빠를 혼자 둘 수는 없어요."강유이의 말을 들은 시월이도 그녀를 말렸다."한태군 씨 알아서 잘할 겁니다, 유이 씨가 가면 유이 씨를 신경 쓰느라 두 분 다 말려들게 될 겁니다."그 말을 들은 남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유이야. 태군이를 한 번만 믿어줘."여러 사람이 극구 말리는 탓에 강유이는 결국 자리에 다시 앉았다. 한태군은 자신을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겠다고 강유이에게 약속했었다. 강유이는 그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몰랐다.한편, 연희승은 경찰들을 데리고 모든 항구를 포위해 데이비 렌지가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다.숲에서는 데이비 렌지와 한태군이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데이비 렌지가 한태군의 주먹에 맞아 철퍼덕 넘어졌다. 두 사람 모두 체력을 소진한 상태라 데이비 렌지도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한태군, 내가 예전부터 너 괜찮은 녀석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같은 길을 걸었다면 내가 너 참 아꼈을 텐데."데이비 렌지가 힘겹게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더니 한태군에게 주먹을 날렸고 한태군은 그 주먹을 맞고 비틀거리다 중심을 잡았다."아쉽게도 우리는 평생 싸울 수
"경계심이 높긴 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수의 변화에 대해 알지 못했겠지. 그러니까 총이 언제 바뀌었는지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고."경찰의 등장에 데이비 렌지가 당황한 사이, 남석은 그의 총을 바꿨고 그는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남석을 신경 쓸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한태군, 너도 참 독하다. 내가 이 사람이랑 같은 차에 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감히 트럭으로 들이박은 거야? 우리가 다 죽었으면 어떡할려고!""너를 죽일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이 방법으로 차를 세우지 않았다가 네 옆에 있는 사람이 문제를 발견한다면 남석이 더 위험했겠지."위험이 눈앞에 닥쳤을 때, 남석은 제일 안전했다.남석이 직접 차를 끌고 경찰에게 향했다면 조수석에 있던 뚱보가 그를 죽였을지도 몰랐다.심지어 차를 항구로 끌고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한태군이 나타나 그들의 앞길을 막아 일부러 사고를 만들어 남석은 정신을 잃었으니 그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때 경적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수십 대의 차량이 길옆에 멈춰 섰다.곧 비옷을 입은 경찰들이 총을 들고 데이비 렌지에게 다가왔고 그가 저항할 능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체포했다.데이비 렌지를 바닥에 누른 경찰들이 그에게 수갑을 채워졌다. 그는 경찰들에게 끌려가면서 한태군을 돌아봤다."네 손에 이렇게 무너진 거 평생 치욕으로 생각할 거야, 이번에는 네가 이겼어."말을 마친 데이비 렌지는 경찰차에 올랐다.그때, 반재언이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한태군도 힘이 빠져 긴장이 풀리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걸 남석이 부축해줬다.반재언은 한태군에게 우산을 씌워주더니 남석과 함께 그를 부축해 차로 다가갔다."안 다쳤지, 의사 불러줘?"반재언이 한태군에게 깨끗한 수건 하나를 건네주며 물었다."유이한테 안 다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못 지켰네."한태군이 수건으로 상처를 닦으며 웃었다.머지않아 비가 멈췄고 음울했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맑아졌
남석이 그들 사이에 잠복해 데이비 렌지를 항구까지 데려줬다고 해도 경계심이 보통이 아닌 그가 남석을 살려줄 리 만무했다.한태군이 계획한 사고만이 데이비 렌지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데이비 렌지는 한태군을 증오하고 있었기에 주동적으로 자기 앞에 나타난 한태군을 당연히 죽이려고 했을 것이다.한태군은 샤워를 마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오던 그는 생강차를 들고 오는 강유이를 보게 되었다.수건을 아무렇게나 테이블 위로 던진 그가 강유이에게 다가가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왜?"강유이가 놀라서 그를 돌아보자, 한태군이 그녀의 어깨에 코를 박고는 그녀의 샴푸 냄새를 맡으며 웃었다"그냥 좋아서.""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이거나 마셔. 내가 직접 끓인 거야."그 말을 들은 한태군이 얌전하게 강유이가 건네는 생강차를 마셨다."됐지?""다 마셨으면 쉬어, 오빠도 힘들었을 거 아니야."강유이가 빈 그릇을 들고 방을 나서려고 했지만 한태군이 다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그릇을 내려놓더니 강유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그녀를 침대 위에 눕힌 그가 그녀 위에 자리 잡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강유이가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었다."이러지 마, 다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나 그냥 좀 잠이 와서 너 안고 자려고 하는 건데..."한태군이 그녀의 목을 안고 따뜻하고도 습한 숨을 내뱉었다.간지러운 느낌에 강유이가 얼굴을 돌렸다."뽀뽀하지 마…"말을 하던 강유이의 얼굴이 더욱 빨개지더니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한태군 이 거짓말쟁이..!"한태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힘들었던 탓인지 한태군은 빠르게 잠들었다.강유이는 잠든 한태군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는 요즘 잘 쉬지 못한 듯 다크서클이 있었다. 이런 초췌한 한태군은 처음이었다.그의 미간을 따라 높은 콧대를 만지던 강유이가 웃었다.한태군이 돌아와서 참 다행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말을 마친 남우가 조수석에 올라탔다."아직 대답 안 했어요."남우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짚은 채 차창에 기대어 말했다."이미 다 끝났어요.""그러니까 데이비 렌지가 체포되었다는 거에요?"반재언이 차를 세우며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남우가 눈을 내렸다. 데이비 렌지가 체포되었다는 것은 모든 일이 끝났으니 그들도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었다.남우가 생각에 잠긴 사이, 조수석의 문이 열리더니 반재언이 말했다."내려요."그 말을 들은 남우가 안전벨트를 풀고 콜라를 든 채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반재언이 다시 콜라를 가져갔다."일단 밥부터 먹어요.""참.. 관심도 많으셔라."남우가 다시 콜라를 가져오려고 했지만 반재언이 길가에 있던 쓰레기통으로 콜라를 던져넣었다.남우가 화내려던 그때, 반재언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밥 다 먹고 사줄게요."남우가 멍청해진 사이, 반재언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남우는 뒤늦게 반응하고 콧방귀를 뀌었다."뭐야, 내가 자기 동생인 줄 아나!"하지만 그녀는 곧 그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환자복을 입은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반재언은 발걸음을 늦추더니 그녀가 다가오고 나서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위층으로 향하던 그때, 멈춰 선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왔고 남우가 팔짱을 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때 누군가 그녀를 밀어 남우는 반재언의 품에 부딪히게 되었다.반재언은 그런 남우를 알게 모르게 보호해 줬다.하지만 남우는 감히 뒤돌아볼 수 없었다. 반재언이 자신이 일부러 그에게 부딪혔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오빠, 여자친구분 어디 아파요?"그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사람을 한참 바라보던 중학교 여학생 두 명이 갑자기 반재언에게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남우는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말하려던 찰나, 남우의 입이 갑자기 막혔다.반재언이 그녀의 머리를 품으로 누르며 여학생들을 보며 웃었다.
그 말을 들은 남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으로 우리 못 만날지도 몰라요."반재언이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며 말했다."영원히 안 헤어지는 인연이 어디 있겠어요."남우가 고개를 돌려 반재언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자 반재언도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그의 노골적인 눈빛에 남우는 얼굴이 뜨거워져 먼저 시선을 옮겼다."그렇게 봐도 소용없어요…"말을 멈췄던 그녀가 얼른 다시 덧붙였다."나 그렇게 해도 돈은 안 갚을 거니까.""남우씨한테 갚으라고 안 해요."반재언이 웃으며 대답했다."참, 갚을 생각도 없었어요."남우가 테이블 위의 잔을 들고 말했다.반재언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밥을 먹은 뒤, 반재언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몇 분 뒤, 다시 차로 돌아온 그의 손에 콜라가 들려있었다.남우는 자신에게 콜라를 건네는 반재언을 보곤 손을 내밀었지만 그가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지금 나 가지고 놀아요?"남우가 고개를 들고 반재언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반재언이 뚜껑을 따 다시 그녀에게 건넸다.잠시 망설이던 남우는 반재언의 마음이 바뀔까 봐 얼른 콜라를 가져왔다. 콜라를 한 모금 들이켠 남우가 창밖을 바라봤다."반재언씨가 떠나지만 않았으면 내가 정말 때려줬을 거예요.""아니면 퇴원하고 다시 한번 겨뤄볼래요?""그래요! 저번 시합, 나 마음에 안 들었어요.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니 두고봐요.""만약 남우씨가 지면요?"반재언이 남우를 보며 물었다."질 리가 없어요.""그래서 만약이라고 했잖아요.""만약 내가 지면 반재언씨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남우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반재언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등을 부딪쳤다."무슨 소원도 상관없는 거에요?""너무 어이없는건 안 돼요."반재언은 진지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자신이 생각하는 너무 없는 것과 그녀가 생각하는 너무 어이없는 일이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알았어요."이틀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