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마, 여기서 나가면 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진선우가 사람을 죽이는 건 맞지만 무고한 사람은 죽이진 않았다. 목적만 달성하면 진선우는 떠날 것이었다. “알았어요. 말할게요…….” 이때 문이 열리더니 왕범이 들어왔다. 왕범은 손님이 총으로 여자를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말렸다. “아이고, 손님. 진정하세요.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혹시 이 멍청한 여자가 손님을 잘 모시지 못한 건가요?” 왕범은 말하면서 여자의 뺨을 갈겼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른 안 꺼져?” 왕범이 소리쳤다. 그러자 여자는 기어나갔다. 왕범은 바로 웃으며 담배를 꺼내 진선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의 여자들은 손님들에게 나쁜 버릇이 들여져 사태를 파악할 줄 몰라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내가 나중에 잘 훈계할게요.” 진선우는 담배를 받지 않았다. 진선우도 더 이상 조사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총을 거두고 룸을 둘러보았다. ‘내가 조용하게 들어와서 그 많은 손님 중에서 눈에 띌 리가 없어. 그럼 가능성은 하나뿐이야. 룸에 감시카메라가 있어. 아마 술집 관리자만 알겠지. 은밀한 공간에 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건 정상 상황이 아니야.’ “당신이 여기 사장이야?” 진선우가 물었다. “네.” 왕범은 진선우가 담배를 받지 않자 아무렇지 않게 손을 거두고 말했다. “처음 오셨어요?” “내가 처음 온 건 어떻게 알아?” “처음이 아니라면 내가 사장이라는 걸 알 테니까요.” 진선우는 앉아서 말했다. “이렇게 큰 술집인데 사장님이 직접 와서 번거로운 일을 해결해야 돼? 그리고, 룸에 일이 생겼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게…… 저 여자가 계속 손님의 심기를 건드려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말았으면 해서요. 이번에도 보세요. 다행히 내가 와서 목숨을 건졌잖아요.” “알았으니까 나가봐!”진선우는 이 사람의 입에서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알고 말했다. 진선우는 방금 그 여자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엄혜정은 오랫동안 친정에 가지 않아서 저녁에 육성현에게 이 일을 언급했다. 그러자 육성현이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갈게.” 엄혜정은 원래 육성현이 친정에 데려다주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정에 있는 것보다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까. 하지만 육성현은 가지 않고 엄혜정과 함께 있었다. 그래서 엄혜정이 물었다. “너 안 바빠? 난 여기에 있으면 돼.” 조영순은 엄혜정의 말속의 복잡한 상황을 모르고 말했다. “내가 너보다 이 아이를 더 소중히 여겨.” “알았어요.” 육성현은 일어나 엄혜정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 말했다. “어머니, 그럼 저녁 먹으러 올 게요.” “그래.” 육성현이 떠나자 조영순은 엄혜정의 안색을 보고 말했다. “너희 싸운 건 아니지?” “내가 임신했는데 어떻게 싸워요?” 엄혜정이 말했다. “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그럼 무슨 일이야?” “임신해서 그런 걸 거예요. 무엇을 해도 기운이 나질 않아요.” “그건 정상이야. 예전에 내가 널 임신했을 때도 맨날 시들시들했어. 기운 나지 않는 것 외에는 다른 불편한 거 있어? 입덧은?” “집에서 모두들 조심스럽게 먹어서 입덧은 괜찮아요.” “그럼 됐어.” 엄혜정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자신이 조사하고 있는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엄혜정은 예전에 의지할 곳이 없을 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에게 도움을 청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엄혜정은 안정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임신해서 조사하려고 해도 불편했다. 그래서 진선우가 조사해 내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진선우의 단서는 바로 숨겨진 정신이상자였다. 끔찍한 일을 당해서 그런 게 분명했다. 질문을 하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오지 말라 거나 말을 잘 듣겠다고 했다. 증상들로 보아 감금하고 학대를 당한 게 틀림없었다.그 사람의 혈액 속에는 독소가 있었고 손목과 발목엔 묶였던 흔적이 있었다. 만약 도망쳐 나온 거라면 그 사람을 잡으러 올 것이었다. 그게 바로 진선우가 설
원유희는 원래 키스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는데 결국 김신걸에게 안겨 현기증이 날만큼 키스를 당했다.마지막 이성의 줄을 꽉 잡고 있지 않았다면 키스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너도 동의한 거지?”원유희는 빨간 입술을 깨물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물었다.김신걸은 끝이 보이지 않고 정욕이 넘치는 검은 눈동자로 원유희를 보며 말했다.“내가 동의하게 하려면 이거로는 부족한 것 같지 않아?”원유희는 자신의 수단이 들켜 얼굴을 붉혔다.더 이상 숨길 수 없자 원유희는 김신걸의 입가에 키스를 하며 유혹적인 말투로 물었다.“대체 보내줄 거야, 말 거야?”“너 하는 거 봐서.”김신걸은 원유희의 얼굴을 고정하고 얇은 입술로 키스를 심화했다.원유희의 유혹 앞에서 김신걸은 전혀 통제할 수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원유희를 덮치고 싶었다.이틀 후, 원유희는 시큰거리는 몸을 이끌고 세인시로 가는 헬리콥터에 올라탔다.헬리콥터는 호화저택 밖의 풀밭에 착륙했다.원유희는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육성현과 엄혜정을 보았다.원유희는 엄혜정을 보고 앞으로 가서 안고 말했다.“오랜만이야.”“이번에 좀 오래 있다 가.”엄혜정은 원유희를 안고 말했다.“나도 그럴 생각이야.”이때 육성현이 옆에서 말했다.“삼촌은 안 보이냐?”원유희는 엄혜정을 놓고 웃으며 말했다.“삼촌, 설마 아직도 혜정의 일에 질투가 심해요?”“그러면 안 돼?”육성현은 엄혜정을 그러안고 말했다.“여기 서 있지 말고 들어가자.”“네.”원유희는 엄혜정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거실로 갈 때 엄혜정의 배를 보았다.“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서 괜찮아요. 삼촌이 과도하게 걱정하면 오히려 임산부에게 심리적 부담을 가해서 더 좋지 않아요.”그러자 엄혜정이 말했다. “나도 답답해. 길도 못 걷게 할 정도라니까.” “삼촌이 이 아이를 너무 중시해서 그런가 보다.” 원유희가 말했다. “유희야, 너 세 쌍둥이 임신했을 때, 언제부터 배가 나왔었어?” 엄혜정이 궁금해서 물었다. “두 달쯤 되었을 때.
“이건 맞는 선택이야. 너도 아이 좋아하잖아.” 원유희는 말을 하고 서재 쪽을 바라보았다. 문 안에 있던 사람이 방금 떠났다. ‘아마도 우리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건 아닌지 듣고 싶었겠지.’ 원유희는 킬러 출신이라 엄청 예민했다. 원유희는 손을 뻗어 엄혜정에게 과일을 주며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다른 거 발견한 건 없어?” “내가 육성현이 샤워하는 틈을 타 핸드폰을 보았는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 하지만 최광영과 이소군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야. 그들은 죽어도 내가 알아볼 수 있어.” 엄혜정이 말했다. “육성현이 자신이 노출된 것을 발견했다면 핸드폰엔 미리 처리했을 거야.” 원유희가 말했다. “그리고 넌 뱃속에 아이도 있고 하니 항상 육성현을 조심해야 해.” 엄혜정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육성현이 이 아이를 원해서 난 괜찮아. 그런데…… 그 독소와 육성현이 어떤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어.” 원유희가 말했다. “좀 늦게 내가 할아버지한테 가서 무슨 단서가 있는지 볼게.” “조심해.” “응, 걱정하지 마.” 원유희는 할아버지와 식사한다고 엄혜정에게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원유희는 육씨 저택으로 갔다. 육씨 어르신은 원유희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해 기분이 좋아 보였다. 특히 엄혜정이 임신을 하자 육씨 어르신은 육씨 가문 미래의 발전에 대해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식사 후 차를 마실 때 육씨 어르신이 물었다. “너 여기 온 거 나 보러 온 것만은 아니겠지?” “예전에 나와 김신걸이 여기에 와서 독소의 출처를 조사하던 일 아시죠?” 원유희가 물었다. “성현이한테 들었지.” “지금 삼촌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직접 물어보면 삼촌이 기분 나빠할까 봐 할아버지한테 내막을 아는지 물어보려고요. 삼촌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아는데 김명화에게 이용당할까 봐요.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촌동생인데 킬러조직의 창시자라 마음이
원유희가 듣고 있을 때 육성현에게서 전화가 왔다.원유희는 무조건 이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삼촌.”“너 할아버지한테 뭐라고 했어?”“삼촌…… 김명화에게 이용당하면 안 돼요. 그 사람이 삼촌을 해칠 거예요.”원유희가 말했다.“그래? 의심되면 나한테 직접 물어봤어야지. 주변 사람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죄송해요, 삼촌. 나는 삼촌을 오해할까 봐 그랬어요.”원유희는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너 여기 와서 자세히 말해봐.”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육성현의 저택으로 향했다.원유희는 육성현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정말 불리하게 할 생각이었으면 엄혜정이 있는 집으로 오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저택에 도착하니 육성현과 엄혜정이 모두 있었다.원유희는 원래 육성현이 엄혜정을 따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앉아서 제대로 말해봐.”엄혜정은 원유희를 보더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물었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내가 할아버지 댁에 가서 한 말들을 삼촌이 알았어.”원유희가 말했다.엄혜정은 멍해져서 속으로 걱정했다.하지만 엄혜정도 무엇을 걱정하는지 몰랐다. 아마도 육성현이 나쁜 짓을 했다고 승인할까 봐, 혹은 육성현이 원유희를 괴롭힐까 봐 걱정되었다.“나 김명화와 합작하고 있는 건 맞아.”육성현이 말했다.“뭐? 너…….”엄혜정은 분노해서 말했다.“너 또 옛날 길을 걷고 있는 거 아니야?”원유희는 정말로 맞혔을 줄은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어쩔 수 없이 협력하는 거야.” 육성현이 말했다. “김명화는 단지 나보고 사람을 몇 명 해결하라고 했을 뿐이야. 그 후에야 김명화가 감추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그런데 삼촌은 왜 말 안 했어요?” 원유희가 물었다. “가족 때문에, 특히 혜정이가 지금 임신해서 나는 어떤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았어. 김명화는 어두운 곳에 있어서 막을 수가 없으니까.” 육성현은 말하며 엄혜정의 손을 잡고 다정
‘샤워하는데 왜 영상통화를 해?’ 원유희가 말을 하려고 하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왜 그럴까 생각하고 있을 때 영상통화가 왔다. 원유희가 어쩔 수 없이 받자 화면에 김신걸의 상반신이 나왔다.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와서 벌겋게 달아오른 원유희의 작은 얼굴이 맞은편 사람의 눈에 들어가 김신걸의 눈빛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옷 벗어.” 김신걸의 말에 원유희는 얼굴이 더 빨개졌다. “싫어…….” “옷 벗을래, 아님 내가 지금 갈까? 선택해.” 김신걸은 포악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왜냐하면 원유희는 만약 옷을 벗지 않으면 한 시간 정도 후에 김신걸이 정말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땐 아마 옷을 벗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김신걸의 강박하에 원유희는 천천히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 원유희의 피부는 샤워를 해서 분홍색을 띠고 있어 한 입 깨물고 싶을 만큼 부드러웠다. “계속해.” 김신걸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원유희는 입으로 투정 부렸지만 손은 멈추지 못했다. 원유희도 왜 매번 김신걸에게 당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문제는 원유희가 원래 샤워하고 자려던 참이어서 잠옷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피부가 차가운 공기 중에 노출되자 원유희는 몸을 움츠렸다. “거기서 뭐 발견했어?” 김신걸은 마치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보듯 가볍게 물었다. 욕망이 용솟는 눈빛이 아니었으면 원유희는 정말 김신걸이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줄 알았다. 원유희는 수치를 참으며 김신걸의 말에 대답하는데 집중했다. “육성현이 김명화가 중독자를 살해하라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협조하는 거라고 인정했어. 그리고 매번 김명화만 연락할 수 있고 자기는 김명화에게 전화할 수가 없다고 했어. 그런데…… 나 옷 입으면 안 돼?” “뒤로 가, 나 전경 볼 거야.” 김신걸이 요구했다.원유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열기가 나기 시작했다. 원유희는 할 수 없이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
핸드폰 화면 속의 김신걸이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자 얼굴이 점점 커졌다. 그 압박감과 침략감은 원유희로 하여금 김신걸이 화면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원유희의 심장은 김신걸의 커지는 얼굴 때문에 두근거렸다. “뭘 그렇게 놀라? 못 본 것도 아닌데.” 김신걸의 목소리는 좀 거칠어졌다. 눈동자는 마치 무서운 블랙홀처럼 깊었다. 원유희도 알고 있었다. 김신걸이 자신을 본 것뿐만 아니라 더 심한 짓도 했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세 쌍둥이가 태어날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원유희는 수치심을 참을 수가 없었다. ‘왜 김신걸은 조금도 불편한 기색이 없는 거지? 뻔뻔하다니까.’ “이불 걷어.” 김신걸은 원유희가 말을 하지 않자 계속 요구했다. “적당히 해.” “나 바지까지 다 벗었는데 그것밖에 보여주지 않는 거야?” “…….” 원유희는 경악해서 입가를 실룩거렸다. 화면 속의 김신걸은 위에 양복을 입고 주름 하나 없이 깔끔했다. ‘그런데…… 바지를 벗다니, 너무 사악한 거 아니야?’ “뭘 멍하니 보고만 있어?” 원유희는 오늘 밤 김신걸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엄혜정은 소파에 기대어 있었고, 육성현은 엄혜정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이 강도면 괜찮아?” “조금만 더 살살해.” 엄혜정이 말했다. 육성현은 엄혜정의 입에 과일 한 조각을 먹인 후 힘을 좀 낮추어 주물렀다. “불쌍하게 이 정도 힘도 참을 수 없어? 그러니 침대에서 그렇게 울지.” 엄혜정은 얼굴을 붉혔다. “뭐라는 거야?” 육성현은 부끄러워하는 엄혜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부드러운 입술에 뽀뽀했다. 과일즙에 촉촉하게 젖은 입술은 육성현의 마음을 나른하게 했다. “그러지 마…….” 엄혜정은 키스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아 얼굴을 돌려 육성현을 밀었다. “나 임신 중이잖아.” “알아, 네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난 널 건드리지 않고 다른 여자도 찾지 않을 거야. 내가 한 말 지킬 수 없다면 죽을 거야.
원유희는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내가 너한테 한 말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하면 안 돼. 특히 우리 삼촌한테.”엄혜정은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더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했다.“응, 말해.”“전에 진선우가 정신이 이상한 중독자를 잡았다고 했잖아. 지금 의사의 치료와 심리소통을 거쳐서 정신이 좀 돌아왔대. 이제 곧 배후의 범인을 알 수 있을 것 같아.”“넌 배후의 사람이 육성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런 건 아닌데 삼촌이 또 누군가의 협박에 누설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일단 말하면 안 돼.”“나도 추측하는 게 너무 싫어. 그 중독자가 좀 일찍 정신을 차리고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줬으면 좋겠어.”원유희는 엄혜정의 불안한 표정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왜 임산부에게 이런 스트레스를 받게 해야 하지? 만약 육성현이 정말 배후의 범인이면 정말 천벌을 받을 거야.’하지만 원유희는 내심 육성현의 편을 들고 싶었다.‘어제 내가 김신걸에게 물었듯이 육성현이 그럴만한 동기가 없잖아.’방금 원유희와 엄혜정의 대화는 모두 도청되었다. 도청기는 책상 아래에서 붉은 불을 반짝이고 있었다.회사에 있는 육성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중독자를 해결하지 않은 게 문제라니까. 내 부하는 쓸 수 없고, 예전의 부하들도 진선우가 지키고 있어. 한 번 찍힌 이상 떨쳐내기 쉽지 않을 거야.’육성현은 은밀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가 회사의 지하실에서 저조한 일반승용차 한 대를 타고 당당하게 주차장을 지나 떠났다.아무도 육성현이 평범한 차 안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차는 시내를 떠나 외진 곳으로 향했다.한 시간 넘게 운전해서 한 화학공장에 멈추었다.사방이 기복이 심한 산이라 이곳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평범한 화학공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니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공장 안은 병실마다 환자들로 가득 차 마치 병원 같았다.그리고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는데 얼굴과 손의 피부가 모두 어느 정도로 다르게 짓물러있었다.육성현은 마스크를 쓰고 들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