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신걸은 앙큼한 눈빛으로 물었다. “뭘 걱정하는 거야?” “나…… 윽!” 원유희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목이 따끔했다. 아픈 건 아니지만 두피를 저리게 했다. “물지 마…….” 어렴풋이 보니 앞에 경호원도 운전기사도 없었고, 차 안엔 그들 두 사람뿐이었다. 그야말로 김신걸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이었다. “유희야, 거절하지 마…….” 김신걸은 원유희의 턱을 고정하고 포악하게 키스를 했다. 원유희는 가슴이 떨렸다. 왠지 김신걸의 편집적인 소유욕이 조급하게 느껴졌다. ‘대체 왜…… 굳이 여기서 이러는 거야?’ 원유희의 머릿속에 임지효가 생각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옷이 반쯤 벗겨졌을 때 원유희는 재빨리 반항했다. “싫어!” 김신걸이 갑자기 차갑고 자제하는 눈빛으로 원유희를 주시하자 원유희는 다소 주눅이 들었다. 원유희는 긴장해서 자신의 옷을 정리하고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능한 자신의 호흡을 평온하게 했다. “여기서 이러지 마. 그리고 넌 너무 자제하지 않아, 나도 휴식이 필요해.” ‘내가 자제하지 않는 거야, 아니면 누군가가 너에게 영향을 끼치는 거야?’ 김신걸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표원식이 나타나고부터 원유희가 정신을 딴 데 팔기 시작했다고 확신했다. ‘그런 일 할 때도 표원식을 생각했겠지?’ 이런 생각에 김신걸은 갑자기 이유 없이 짜증 나고 답답해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김신걸은 참느라 손등의 핏줄이 곤두섰다. 원유희는 김신걸의 핏줄을 보면서 심장박동이 무거워졌다. 원유희도 김심걸이 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원유희의 몸을 누르고 있던 그림자가 떠나자 가슴의 압력이 갑자기 사라져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차는 병원을 떠나 거리로 들어갔다. 존귀한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쉽게 눈에 띄었고 보기만 해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원유희는 말없이 좌석에 앉아 있었고, 차 안은 침묵이 흘렀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강제적으로 하려 했다면 손을 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습격이 아니라 자기를 보호하기 위
원유희는 멍해져서 식사하는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김신걸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뜻이야? 왜 네가 해결해?” 원유희의 기억 속의 김신걸은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이 독하고 수단이 악랄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표원식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원유희가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 그 사람에게 유리한 일이니까.” 김신걸은 얼굴선이 팽팽해져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신걸의 눈은 감정을 알아볼 수 없었다. “설마 날 의심하는 거야?” 원유희가 물었다. “나와 표원식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나는 단지 그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이 모든 건 네가 만든 것이고.’ “넌 표원식에게 어떤 동정심도 가질 필요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초래한 일이니까 내가 해결해.” “어떻게 해결할 건데?” 원유희는 밥맛이 없어 손에 든 식기를 내려놓고 물었다. “제성에서 사라지게 할 거야?”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말없이 원유희를 응시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 “김신걸, 내가 네 곁에 있잖아. 우린 부부야!” 원유희가 실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원유희의 뜻은 자기가 김신걸 곁에 있으니까 다른 이성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김신걸의 귀에는 다르게 들렸다. ‘내가 자신의 몸을 가졌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라는 뜻인가?’ “내가 갖고 싶은 건…… 아주 많아.” 김신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원유희를 직시하며 말했다. “넌 알잖아. 내가 다른 나쁜 습관은 고쳐도 너에 대한 소유육은 고칠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거야?” 원유희는 차가운 얼굴로 되물었다. “내가 너의 곁에 남겠다고 한 결정이 후회하게 하지 마. 난 배불러서 먼저 갈게.” 김신걸은 젓가락을 쥔 손을 갑자기 조이더니 바로 일어나 원유희의 팔을 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원유희는 김신걸의 탄탄한 가슴에 부딪혔다.원유희는 경악
“알았어.” 원유희가 대답했다. 결국 원유희는 김신걸을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김신걸은 자신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이었다. ‘김신걸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겠어?’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원유희가 말했다. “이 정도 일도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네 남자가 될 수 있겠어?” 김신걸은 눈썹을 추켜올리고 포악하고 섹시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쑥스러워하며 시선을 떨구었다. 원유희의 정서가 가라앉자 김신걸의 눈동자는 깊어졌다. ‘난 절대로 원유희와 표원식이 만나게 둘 수 없어. 이전에도 불가능했지만 이후에는 더욱 허용할 수 없어. 그리고 표원식이 나타났을 때 절대로 모순을 일으킬 수 없어. 그러면 음흉한 사람에게 기회를 내줄 뿐이야. 표원식의 일이 인위적인지 사고인지는 아직 조사가 필요해. 내가 반드시 밝혀낼 거야. 사실 김명화가 했을 가능성은 아주 작아, 왜냐하면 대놓고 이런 일을 벌이는 건 김명화의 스타일이 아니거든. 김명화가 이렇게 날뛰는데 내가 못 잡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마지막으로 조사받은 운전기사는 확실히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받지 않았다. 몇 년간을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자료도 깨끗하며 가정과 자녀도 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불의의 재물이 없었다. 이번 교통사고 외에는 사고도 난 적이 없었다. 김신걸은 모든 결과를 원유희에게 보여주었다. 원유희는 서재에서 컴퓨터로 그 운전사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 자료를 보았지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경찰이 낸 우발적 교통사고라는 결론과도 일치했다. “이제 나 의심하지 않아?” 김신걸은 원유희의 가는 허리를 감싸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내가 언제 널 의심했어?” 원유희가 되물었다. “정말 의심한 적이 없어?” “없어.” 원유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의심했다고 해도 절대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나 화났어.”김신걸은 얇은 입술을 원유희의 예민한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엄마!” 유담은 원유희에게 달려들어 다리를 타고 올라가 앉아 말랑말랑한 몸으로 애교를 부렸다. 그리고 작은 입으로 원유희의 얼굴에 뽀뽀했다. 원유희는 얼굴에 침이 엄청 많이 묻었지만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 조한은 나이가 들면서 도도해져서 더 이상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 그리고 상우는 태어날 때부터 성숙했다. 하지만 두 아들은 엄마와 여동생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몸을 엄마의 다리에 바짝 붙이고 있었다. “엄마, 아빠와 데이트하고 있었어요?” 유담은 핑크빛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물었다. “아니, 얘기 중이었어.” 원유희는 말하며 김신걸의 눈을 보지 못했다. 아이들은 들어오기 전에 엄마와 아빠가 소파에서 무엇을 했는지 몰랐다. 원유희는 마음이 찔려 아이들의 천진한 눈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정말요?” 유담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 “왜 매번 아빠가 엄마를 차지할 때마다 같은 이유인 것 같지?” 원유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이들이 4살이 되니 얼버무리기가 좀 어려웠다. ‘지금 아이들은 다 이렇게 총명한가?’ 유담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몸이 가벼워지더니 김신걸에게 안겼다. 아빠의 다리에 앉은 유담은 더 작아 보였다. “왜 그래? 투정 부리는 거야?” 김신걸은 유담의 통통한 얼굴을 주물렀다. 힘을 주지 않았지만 얼굴은 빨개졌다. 유담은 억울하게 아빠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우리도 아빠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걸 알아요. 그런데…… 사람이 욕심이 너무 많으면 안 돼요.” ‘내가 욕심이 많다고?’ 김신걸은 눈썹을 찌푸리고 원유희를 보며 진실성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원유희는 어이가 없어 얼굴을 돌렸다. 김신걸의 표정은 마치 자신이 조금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김신걸의 욕심은 정말 무서웠다. 왜냐하면 단 둘이 있기만 하면 쉽게 불이 붙어서 결국엔 행동으로 불을 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빠, 우리도 엄마랑 놀게 해 줘요.” 유담은 입을
원유희는 몸이 날아오르는 것 같았다. 해양볼에 떨어질 때 원유희는 여전히 김신걸의 품에 안겨있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이렇게 할 줄은 몰라 숨을 헐떡이며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재미있어?”김신걸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자 원유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세 쌍둥이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재미있어요!”“아빠, 나도 할래요!”유담이 다가가며 말했다.두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눈을 깜박이며 기대의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정신을 차린 원유희는 황급히 김신걸의 품에서 내려왔다. 아이들 앞에서 안기니 다소 쑥스러웠다.김신걸은 유담을 껴안고 말했다.“가자, 다른 데 가서 놀자.”“어? 이거 안 해요?”유담은 눈을 부릅뜨고 의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김신걸은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으려고 했다.“내가 할게!”원유희는 말하며 유담을 안으러 갔다.그러자 김신걸이 거절했다.“아이가 무거워서 넌 안을 수 없어.”“계속 안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잠깐 안는 거니까 괜찮아.”원유희는 말하며 다시 아이를 안으러 갔다.김신걸은 다시 거절했다.“그러다 너 넘어져.”“해양볼에는 넘어져도 안전해.”원유희가 말했다.“안전하지 않아.”“…….”‘안전하지 않으면 넌 왜 하는 건데?’원유희는 속으로 김신걸의 이유가 억지스럽다고 생각했다.세 쌍둥이는 엄마 아빠가 밀고 당기는 걸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특히 유담은 엄마가 안아준다고 하자 서둘러 두 팔을 벌리고 아빠가 거절하자 다시 팔을 내리고,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다.“대체 어떻게 하려는 거예요? 나 날아갈 것 같아요.” 유담은 불만스러워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원유희는 그제야 알아채고 피식 웃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웃음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너희들이랑 놀아줄게.” “좋아요!” 김신걸은 원유희에게 아이들을 안으라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위험하지 않더라도 세 아이와 세 번 뛰어야 해
이튿날, 늦게 일어난 원유희는 눈을 떠보니 김신걸의 품에 안겨 있었다.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밤새 노동을 한 것 같았다.원유희는 눈을 들어 김신걸이 아직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아직 안 일어났나? 피곤한가?’원유희가 일어나면 김신걸이 깨지 않을까 고민할 때 김신걸이 원유희의 어깨를 껴안았다.“깼어?”“응.”김신걸은 방금 깨어난 듯 낮고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다.보아하니 벌써 깼지만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잘 잤어?”김신걸은 원유희의 이마에 뽀뽀를 하며 물었다.원유희는 어이가 없었지만 말할 힘도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의 팔을 밀치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맨 몸이라는 걸 발견한 원유희는 김신걸의 시선이 너무 뜨거워 얼른 옆에 있는 잠옷을 당겨가 걸치고 욕실로 갔다.원유희는 거울 앞에 서서 잠옷 끈을 맸다. 목 뒤에 통증을 느껴 머리카락을 걷고 보니 동그랗게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앞은 괜찮은데 목 뒤에 심각했다.‘짐승 같은 놈.’이때 욕실의 문이 허락 없이 열렸다. 원유희는 안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원유희는 머리카락을 내렸다. 그러자 김신걸이 뒤에서 원유희를 안고 턱을 얇은 어깨 위에 놓고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아파?”“너 개띠야?”“너무 좋아서 통제가 안 됐어.”김신걸은 원유희의 뒷목에 깃털처럼 부드럽게 뽀뽀를 했다.그러자 원유희가 부들부들 떨었다.“다음엔 주의할 게.”원유희는 김신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어 김신걸은 또 물었다.“그렇게 하는 게 좋아?”“…….”원유희는 허리에 놓인 손에서 벗어나 말했다.“비켜, 나 세수해야 돼.”“말 안 할 거야?” “뭘 말하라는 거야?” 원유희는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다. 원유희는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허리에 놓인 팔이 조여와 원유희를 품에 꼭 껴안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김신걸은 얼굴을 원유희의 머리카락에 묻고 말했다. “말 안 하면 안 보내줄 거야.” “넌…… 알면서 뭘 물어봐?” 원유희는 김신걸 때문에 미칠 것 같았다. “
원유희는 위층에서 누가 내려오는 것을 발견하고 핸드폰을 끄고 일어서 김신걸을 보며 물었다. “지금 먹을 거야?” “응.” 두 사람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너 이따가 회사 갈 거야?” 원유희가 물었다. 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를 치켜들고 물었다. “왜? 일 있어?” “없어, 그냥 물어본 거야.” 원유희가 말했다. 김신걸은 원유희의 가는 손목을 잡고 힘을 줘 자기의 튼튼한 허벅지에 앉혔다. “뭐 하는 거야? 나 아직 다 못 먹었어!” 원유희는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먹여줄 게. 어젯밤처럼 배불리 먹여야지.” “…….” 원유희는 얼굴빛이 붉어졌다. ‘김신걸은 대체 어떻게 정색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김신걸의 강요하에 밥을 다 먹고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한 후에야 회사로 갔다. 원유희는 롤스로이스가 사라지는 걸 보고 바로 핸드폰을 꺼내 표원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몇 번 울린 후에야 받았다. “여보세요? 유희 씨…….” “인터넷 사건은 어떻게 된 일이에요? 혹시 병원에 막혔어요? 지금은 어떻게 되었어요?” 원유희는 걱정하는 말투로 물었다. “지금은 병원에서 사람들을 쫓아내서 괜찮아요. 하지만 밖에 막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표원식의 목소리는 피곤해 보였다. “난 별일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유희 씨는 괜찮아요?” “난 괜찮아요.” “괜찮으면 됐어요. 이쪽 문제는 내가 해결할게요.” 표원식이 말했다. “교장 선생님, 지금이라도 제성을 떠나는 건 어때요? 여긴 더 이상 상관 마세요. 회사에 다른 책임자가 있겠죠…….” “아무도 없어요. 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표원식이 말했다. 원유희는 표원식의 뜻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표원식이 감수하고 있는 압력도 알고 있었다. ‘여긴 표원식이 자란 고향이니 그리웠겠지. 게다가 그 상처들 때문에 더 불쾌할 거야.’ 원유희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알았어요. 내가 지금 보러 갈게요.” “아니에요. 김신걸은 당신이 나
“나도 모르겠어요.” 표원식은 얼굴색이 무거워서 말했다. “제성에 온 후부터 계속 뒤에서 밀어붙이는 세력이 있다는 건 느꼈어요. 만약 교통사고가 우연이라면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는요? 심지어 당신의 성씨를 언급하는 사람도 있던데 목적이 아주 뚜렷해요.” 원유희는 시선을 약간 드리우고 말했다. “김신걸은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알아냈어요?” 표원식이 물었다. “누가 한 거예요?” “내가 맹목적으로 김신걸을 믿는 게 아니라, 단지 이 일이 폭로되는 건 김신걸에게 무익해요. 그리고 김신걸은 그런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 거예요.” 원유희가 말했다. 인터넷에 원씨 성을 가진 여자를 언급했다는 말을 들은 원유희는 본능적으로 김신걸이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 없애면 유익하겠죠.” 표원식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김신걸은 예전과 달라요.” 원유희는 김신걸 편에서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유희 씨,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해요. 내가 김신걸을 못 믿는 게 아니라, 그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가 않아요.” 표원식은 김신걸에 대한 선입견이 엄청 컸다. 원유희도 표원식의 심정을 이해했다. ‘표원식에게 김신걸은 원수와 다름이 없으니까.’ “원식 씨, 사실 제성에서 또 한 가지 일이 있었어요.” 원유희는 표원식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사실대로 말했다. “김명화 아시죠? 천애라는 조직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킬러 조직의 이름이에요. 그리고 그 조직의 창시자가 김명화예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요?” “2 년 전에 김명화가 나를 납치해서 외딴섬에 감금했었어요.” 원유희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 “그래서 요즘 일어난 사건들을 종합해 본 바 김명화가 당신을 노렸을 가능성이 커요.” 표원식은 미간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증거 있어요?” “아직은 없어요. 하지만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까, 내가 반드시 해결해 줄게요.” 원유희가 말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