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면 됐어.”육성현의 눈빛이 어두운 것 같았다.몸에 지닌 휴대폰이 울렸다. 엄혜정이 꺼내서 보니 조영순이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받아.”성현이 강요했다.혜정은 친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주소록에 적은 번호가 친하지 않다는 게 말이 안 됐다.조영순은 어제 방금 전화했는데 왜 오늘 또 전화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여보세요…….”“혜정아, 뭐 해? 바빠? 같이 밥 먹을래?”조영순이 물었다.“저는……. 지금 밖에 있어요.”혜정은 머뭇거렸다.“육성현과 함께 있어?”영순이 추측했다.“네.”“육성현에게 휴대폰을 넘겨.”혜정은 옆에 있던 성현을 보고 그에게 휴대폰을 건넸다.성현은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혜정이가 너랑 같이 있다고 하던데, 아직 밥을 안 먹었으면 같이 밥 먹으러 올래? 염군 씨도 있는데, 내가 레스토랑을 예약할게. 어때?”“필요 없어요.”성현은 그냥 전화를 끊더니 혜정의 다리에 휴대폰을 던졌다.혜정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앞으로 조영순과 가까이 지내지 마.”성현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악의는 없어요.”“내 말 못 알아듣겠어?”성현은 그런 거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혜정은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아이의 일로 성현은 영순이 죽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과거 일은 그만둬요. 어차피 애는 돌아오지 못해요.”혜정이 말했다.“아기는 네 자식이기도 한데, 너는 도량이 참 넓어.”성현의 말투에 한기가 서려 있다.혜정은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저택에 있었다.그녀를 저택으로 보낸 후, 성현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로얄 그룹으로 갔다.혜정은 혼자 저택에 있다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서재로 갔다.그곳엔 노트북이 있었다.뚜껑을 여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핸드폰 비밀번호로 입력했는데 틀렸다.두 개를 입력했는데 전부 오류였다. 또 오류가 나면 잠긴다는 알림
“안미옥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그녀가 조영순 집으로 달려가 칼로 찌르려 한 거야!”육원산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엄혜정은 놀라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그래서 그때 성현은 그녀가 조영순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한 것이다…….“조영순 아줌마는 어때요? 괜찮으세요?”혜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손을 다쳤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이 일은 염씨 가문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원산이 말했다.조영순이 누구란 말인가? 염씨 어르신이 점지한 며느리고 그가 딸처럼 키웠는데 이런 일이 생겼으니, 틀림없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내가 네 짓인 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그곳은 정신병원이야. 만약 누군가가 지시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거야!”원산은 화가 나서 식탁을 쾅쾅 두드렸다.성현은 몸을 뒤로 기대며 평소와 같이 덤덤하게 말했다.“왜 이렇게 흥분해요? 염씨 가문에서 따지지 않을 거예요.”“그렇게 확신해?”산은 오히려 일이 엉망이라고 생각했다.먼저 혼인을 취소하고, 또 조영순을 다치게 했다.A시에서 육씨 가문은 염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었다. 자칫하면 가문이 위태로워진다.성현은 혜정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조영순이 혜정이를 마음에 들어 해요.”혜정은 그의 뜻을 이해하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녀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왜 혜정이야?”원산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왜 안미옥은 조영순를 찾아갔을까? 제정신이 아닌 안미옥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려는 거야? 성현아, 내가 말했잖아, 아이의 일은 염씨 집안 누구와도 상관없다고 말이야!”성현은 눈빛이 어두웠다.“아이의 일은 제가 반드시 따질 거예요. 별일 없으면 돌아가세요!”더는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시작했다.원산은 그에게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성현이 이런 수를 두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혜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조영순이 정말 네 말대로 따지지 않을 거래?”“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혜정이 말했다.성현은 혜정이 거절하는
“감사합니다.”엄혜정은 조영순의 열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돌아가서 육성현이 너에게 해코지하지 않았어? 안 괴롭혔어?”조영순이 물었다.“아니에요.”엄혜정은 염씨 가문에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영상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이 손으로 일을 할 수 있어요? 집에서 쉬어야 하지 않아요?”영순은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두 번 심호흡하고서야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았다.제대로 키워주지 못했는데도 딸이 자라서 관심해주고 있다.이런 흐뭇하고 괴로운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괜찮아, 피부 외상은 며칠 후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걱정된다면 여기서 사는 게 어때?”딸이 염씨 가문 머물기를 영순은 많이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딸의 의견을 더 존중해주고 싶었다.이제는 딸이 하늘의 별을 달라고 해도 주저하지 않고 응낙할 것이다.“가끔 올 수 있어요…….”혜정은 동의하지 않았다.“그럼……. 그렇게 해!”딸을 24시간 보고 싶었지만 놀라게 할까 봐 마음을 접었다. 그녀는 흐뭇한 표정으로 엄혜정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주스를 가져오던 채수명 아주머니는 곁눈질로 영순과 혜정이 잡은 손을 쳐다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후 영순이 안미옥에게 찔린 것에 대해서는 정말 추궁하지 않았다.혜정은 점심에 염군과 염민우까지 불러들여 점심을 먹었다.이들 부자는 혜정이 온 것을 몰랐다.식탁에서 민우가 그녀를 돌보는 것은 당연했고, 염군과 영순도 그녀에게 매우 친절했다.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아끼는 눈빛은 도무지 무시할 수 없었다.점심을 먹고 혜정은 민우와 함께 밖에 있는 틈을 타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쪽 엄마, 아빠 정말 별일 없었어요?”“왜 그래요, 혜정 씨한테 그렇게 잘해주는데 아직도 안정감 없어요?”민우가 웃으며 말했다.“저는……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사람은 없었어요.”엄혜정이 말했다.마침 과일을 들고나온 영순은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딸이 밖에서 이렇게 많은 고생을 했다!“앞으로 염씨 집안 사람들이 다 잘해줄 거예요.”민
엄혜정의 잡힌 손이 떨리고 얼굴에 놀란 기색을 스쳤다.이에 염민우도 그녀의 당황한 모습을 발견했다“설마 진짜는 아니겠죠? 농담으로 한 말인데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그럴 리가…….”혜정은 손을 뺐다.그러나 마음은 이미 두려움에 메스꺼웠다.저택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혜정은 급히 손목시계를 풀려고 했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분명히 성현이 쉽게 잠그는 걸 보았는데, 왜 안 풀리지?’혜정은 침대 옆 장롱 앞에 무릎을 꿇고 가위로 밴드를 뚫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뭐 하는 거야?”성현이 갑자기 나타나 머리 위의 그늘이 내려졌다.혜정은 손목시계를 비틀고 있던 동작을 멈춘 채 숨을 죽이고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성현은 반쯤 웅크리고 앉아 그녀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힘껏 당겼다.“아!”혜정은 그의 앞에 끌려가 눈을 마주쳤다.무릎을 꿇고 상반신을 당겨 허리 라인이 예쁘게 드러났는데 엉덩이를 치켜든 채 성현 앞에 가냘프게 엎드려 있었다.“누가 빼랬어? 염민우를 만나러 갔기 때문이야?”성현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한껏 어두웠다.혜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따졌다.“시곗줄을 무엇으로 만들었어요?”“누가 알려줬어?”“당신…… 당신…… 정말 사람의 뼈로 만든 거예요?”혜정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푸딩의 뼈야, 좋아?”“…….”혜정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눈물이 흘러내리며 분노에 이성을 잃고 손바닥으로 성현의 뺨을 때렸다.성현의 얼굴은 순간 일그러졌다.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혜정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이 더해졌다.“아…….”엄혜정은 너무 아파 몸이 나른해졌고 뼈가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다른 사람 같으면 오늘 이 손이 멀쩡할 생각하지 말아야 해!”성현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 그냥 나를 죽여요!”“걱정하지 마, 정말 그날이 되면, 네가 죽기 전에, 나는 반드시 너의 동영상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네가 얼마나 천한지 보여줄 거야!”혜정은
피노키오 학원이 여론의 위기가 닥쳤다. 누가 뇌물을 받고 갑질했다는 말이 사회자의 입에서 나왔다.그녀는 피노키오를 알고 있다.세쌍둥이는 피노키오 교장 선생님을 아버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원유희는 교장 선생님과 잘 알 것이다…….귀족학원은 왜 이런 위기를 겪었을까, 일반 학원도 아니고 말이다.“김신걸은 나보다 훨씬 독해, 그렇지?”육성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엄혜정이 멀지 않은 곳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김신걸과 관련이 있는지 어떻게 알아요?”혜정은 속으로는 피노키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둘이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왜냐하면…… 원유희가 불편할 테니 말이다.“이렇게 큰 학원에 문제가 생겼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누구나 다 아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그보다 더 강한 사람을 노릴 수밖에 없어.”성현이 말했다.“제도에서 피노키오를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수십 년 동안 운영한 학원이잖아.”“왜 김신걸은 피노키오 학원을 겨냥했을까요?”혜정이 물었다.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물론 유희 때문이겠지.”“잘 알아요?”혜정은 의심스럽게 물었다.성현은 이쪽으로 오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난 모르는 게 없어.”곁을 스쳐 지나갈 때 혜정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졌다.성현이 지나가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몸을 풀었다.시선은 아직 보도 중인 TV에 떨어졌다.피노키오의 담당자가 학원 입구에서 내리자 취재진이 에워쌌다.혜정은 그 사람을 알고 있다. 표원식이다.점잖은 안경을 쓰면 성숙하고 중후한 느낌을 준다.기자의 무례함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비서들의 도움으로 학원에 들어갔다.피노키오 사건은 비밀이 아니다.그럼 만약 김신걸과 관련이 있다면, 원유희는 어떻게 되는 걸까?이런 일을……. 못 본 척할 수가 없다…….혜정이 식당으로 들어가 앉자 성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혜정을 힐끗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혜정이 왜 자신을 봤는지 추측하고 있을 때 유희의 목
예전에도 피노키오에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모두 처리됐다.지난번에 사고가 난 지 얼마 안 됐는데 피노키오에 또 사고가 났다.지난번 사고가 인위적인 사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인위적이라고 그녀는 매우 확신했다.김신걸은 표원식이 죽음도 면할 수 있고, 산 죄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었기 때문이다.그녀가 육씨 가문에 간청했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김신걸을 찾아가 간청해도 소용없었다.그녀가 표원식을 이렇게 해쳤으니, 표원식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김신걸은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유희는 곧바로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기세가 오른 신걸은 침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아 끊임없이 채널을 바꾸는 유희를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다가가 그녀 곁에 앉아 손을 뻗어 허리를 감싸며 물었다.“기분이 안 좋네? 나 오늘 기분 좋은데, 왜 그런지 알아?”“왜?”“아까 TV에서 못 봤어?”리모컨을 누르던 손가락이 굳어지면서 그녀의 감정은 이미 드러났고 몸과 마음이 떨릴 정도였다.신걸은 그녀의 턱을 잡더니 고개를 돌려 그의 음산한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게 했다.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아예 말하지 않는 거지?”“알아, 할 거면 하면 되지 왜 굳이 돌아와서 나랑 의논하는 거야? 나 때문에…… 표원식이 이렇게 됐는데 내가 편할 것 같아?”유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남한테 빚진 거 평생 잊지 못할 거야!”“너 계속 그 자식을 생각할 거라고 내게 말하는 거야?”김신걸의 눈빛에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정말 그렇게 말할 거야?”방 안의 온도가 얼음 창고처럼 갑자기 차가워져서 추위가 몸에 스며들었다.“무섭다면 말하기 전에 머리부터 굴려야지!”신걸의 손아귀에 힘이 실렸다.유희는 아파서 얼굴을 찡그렸고, 청아한 작은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호흡이 가빠져 불안했다.“오빠…… 용서해줘…….”“용서를 빌 때는 오빠라고 불러도 소용없어.”신걸의 까만 눈동자가 음흉하게 변했다.“오빠……
“엄마!”앳된 소리와 함께 세쌍둥이가 방으로 뛰어들어 소파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달려들었다.상우는 다리를 끌어안고 유담은 몸 위에 앉았고, 조한은 소파 뒤로 올라가 엄마의 목을 끌어안았다.“엄마, 왜 방에 있어요? 우리 수업 끝나고 엄마랑 놀려고 왔어요.”유담이 애교를 부렸다.“선생님이 가르치는 건 나도 다 알아요, 너무 심심해요.”상우가 말했다.“차라리 엄마랑 놀래요!”조한이 패기 있게 말했다.“다 알아” 원유희가 물었다.“선생님께서 내가 똑똑하다고 칭찬했어요!”유담이 엄마 가슴에 엎드려 말했다.“엄마, 우리 놀러 가요.”“좋아.”유희가 대답했다.그들은 오후 내내 수업을 들었으니 함께 놀아 줘야 한다.아이 셋을 데리고 방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왔다.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방 안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연락처에 없는 핸드폰 번호인데 누구 건지 모르는 번호였다.잔디밭에 도착하자 조한은 축구공을 쫓아 힘차게 달렸다.축구공을 밟고 비틀거리며 말하기도 했다.“엄마, 날 봐요, 엄마 여기 봐요!” 유희는 아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응, 봤어,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안 넘어져요!”조한은 대단하다. 축구공을 밟고도 넘어지지 않았다니.평소 많이 넘어졌음을 알 수 있다.“사모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것을 들었는데 대표님이 전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임민정이 휴대폰을 들고 찾아왔다.발신 번호를 보니 역시 낯선 전화번호였다.스팸 전화는 아닌 것 같았다. 몇 분 간격으로 전화 한 통씩 해서 총 네 번 걸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한쪽으로 가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민정은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다.대표님께서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걸 알게 되면 재미있을 거로 생각했다.전화가 곧 연결되었다.유희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맞은편에서 다급하게 물었다.“유희 씨인가요?”유희는 어리둥절해졌다. 이 소리가…….“나 표원식이 엄마인데 나 기억해요?”“기억해요.”목소리를 들
“수빈 이모, 그러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원유희는 흐느끼며 말했다. 눈물이 그녀의 시선을 흐렸다. “원식이가 무슨 짓을 해서 표씨 가문에 이렇게 큰 화를 초래한 거죠?” 나수빈이 물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표원식이 원유희를 좋아해서 생긴 일인 지는 알고 있는데 구체적인 건 모르는 것 같았다. “네, 하지만 그는 호의를 베풀었을 뿐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원유희는 마음이 괴로워 죽을 것만 같았다. ‘표원식이랑 나수빈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김신걸이 마귀인 거지! 마귀를 건드렸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잖아.’ “수빈 이모, 내가 김신걸을 찾아가서 말해볼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고마워요, 유희 씨.” 원유희는 전화를 끊은 후 넋이 나간 채 서있었다. 그녀는 표씨 가문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육성현에게서 좋은 소식이 전해올 줄 알았다.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육성현에게 전화를 했다. “삼촌, 어떻게 됐어요? 피노키오가 문을 닫는다는데 정말 방법이 하나도 없어요?” “내가 인맥을 찾아봤는데 김신걸의 권력이 너무 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김신걸이 이번에 피노키오를 죽도록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유희야, 너도 상관하지 마.” 육성현은 그녀를 말렸다. “내가 어떻게 상관 안 해? 표원식의 학교가 나 때문에 망하려고 하는데!” 원유희는 자기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자기 때문에 영향받는 건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나도 널 도와줄 수가 없다.” “됐어, 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게…….” 원유희는 전화를 끊은 후 마음이 차가웠다. ‘결국은 김신걸에게 빌어야 하나?’ 그에게 부탁하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예전에 아무리 피노키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수빈이 날 찾아온 적이 없었다. 지금 나에게 전화 온 것은 일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것이야…….’ “엄마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