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민우는 반박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의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조영순은 다시 깨어났다. 그녀는 온몸이 무너지는 것 같고 눈물이 계속 흘러내려 호흡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영순아, 너 어디가 아픈 거야? 대체 왜 그래?” 염군은 긴장해서 그녀를 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민우가 너 화나게 한 거야? 이따가 내가 혼내줄게!” 염민우는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조영순은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도대체 왜 그래?”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군은 더 급해졌다. 그는 종이를 쥐고 있는 조영순의 손이 계속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의심스러워 종기를 가져가 친자감별 결과를 보았다. 다만 엄혜정과 조영순의 이름을 보고 오른쪽 하단의 감정 결과를 본 그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이…… 이게 뭐야?” 조영순은 슬픔과 기쁨에 잠겨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염민우가 대신 말했다. “이건 엄혜정과 엄마의 친자검별 결과야. 아버지, 엄혜정이 내 친누나였어.” “뭐…… 뭐라고?” 염군은 조영순을 놓고 일어섰다. “내가 우연히 엄혜정의 등에 핏빛 초승달 모양의 모반이 있는 걸 봐서 의심스러워서 친자검별을 했던 거야.” 염민우가 지금은 부모보다 냉정했다. 사실 병원에서 보고를 받았을 때 염민우도 발이 나른했었다. 그것은 기쁨이 극에 달한 반응이었다. 염군은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 한쪽을 짚고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는 친자감별 결과를 계속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정말이야? 내 딸이 엄혜정이라고? 우리 달이 드디어 찾은 거야?” 그는 또 조영순을 바라보았다. 조영순은 고통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엄혜정이 내 딸이라니. 내가…… 내가 그녀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 내가 딸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 그녀는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힘껏 두드리며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염군은 그녀의 손을 잡고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영순아…….” “엄혜정이 수술대에 얼굴이 창백해서 누워있을 때 내가 아이를 지우라고
엄혜정은 염씨 가문의 부부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온 사람이 염민우라고 추측했다. 염민우는 로얄 그룹에서 상당히 자유로워 가든 말든 상관하는 사람이 없었다. 엄혜정은 염민우가 곧장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상대방의 단단한 품에 안겨 그녀를 멍하게 했다. ‘이 사람이 무슨 자극을 받았나?’ “괜찮아요?” “괜찮아, 안아줘.” “민우 씨…… 나 좋아하지 않는 거 확실해요?” 엄혜정이 물었다. 염민우는 그녀를 놓고 멋있게 말했다. “그런 셈이지!” “네?” 엄혜정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고,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지 그런 셈이라니? 무슨 뜻이지?’ 염민우는 엄혜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눈썹부터 얼굴형, 몸매, 머리카락 한올도 놓치지 않고 보았다.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감개가 그의 가슴에 가득 찼다. “민우 씨 오늘따라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엄혜정이 말했다. 염민우는 웃으며 말했다. “오전에 집에서 뭐 했어요?” “할 일 없어서 심심해서 그냥 돌아다녔어요.” “심심해요? 그럼 나랑 밥 먹으러 가요.” 염민우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앞으로 걸어가다 아직 제자리에 서있는 엄혜정을 보며 재촉했다. “안 따라오고 뭐해요?” 엄혜정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서 차에 탔다. 채아주머니는 엄혜정이 염민우의 차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추측했다. ‘두 사람 왜 저렇게 친해 보이지?’ 엄혜정은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경치를 보았다. 이게 그녀가 이곳에 와서 하는 첫 외출이었다. ‘육성현은 내 생활이 그렇게 힘들지 않을 줄은 생각도 못하겠지? 만약 그가 알게 되면 또 무슨 방법을 써서 날 괴롭히려 할지 몰라.’ 엄혜정이 시선을 돌려보니 염민우가 아직도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보다간 내 얼굴에 꽃 피겠어요.” 엄혜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혜정 씨, 혹시 우리 엄마가 미워요?” 염민우가 물었다. 엄혜정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즉각 대답하지 못했다.“
엄혜정은 염민우가 병원에 가서 머리를 검사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염민우는 그녀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시계를 샀다.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엄혜정은 멍하니 물었다. “모두 경험이야.” “…….” 엄혜정은 웃을 수가 없었다. 그 후 염민우는 엄혜정을 데리고 세인시에서 손꼽히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메뉴의 가격이 엄혜정을 놀라게 했다. 염민우는 아예 메뉴를 들고 주문한 후 종업원에게 준비하라고 했다. 요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엄혜정은 식겁 놀랐다! ‘이렇게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어!!!’ 마지막에 엄혜정은 너무 배불러서 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다. “여기 디저트 괜찮아, 먹어봐.” 염민우는 또 종업원에게 디저트를 시켰다. 그러자 백조 모양의 디저트가 나왔는데 새하얗고 고급스러워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나 지금 물도 못 마시겠어!” 엄혜정은 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엄혜정은 백조 디저트를 보고 제작에 깜짝 놀랐다. 그는 진짜 백조인 줄 알았다!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새하얗고 고귀한 백조와 어울릴까?’ “염민우!” 이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이 사람 누구야? 날 차버린 게 이 여자 때문이었어?” 엄혜정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란 피우는 여자를 한 눈 보고 또 태연자약하게 그 여자를 무시하는 염민우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우리 사이 오해한 건 아니겠지?’ “나 밥 먹고 있잖아.” 염민우는 그녀를 한 눈 보고 적당히 하라는 말투로 말했다. “밥 먹는 거야 아님 다른 여자랑 놀아주는 거야?” 그 여자는 말하며 엄혜정한테 화풀이를 했다. “딱 봐도 좋은 여자는 아닌 것 같다. 남자 많이 꼬시게 생겼네!” 그러자 염민우의 얼굴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당장 사과해.” “내가 왜? 내가 틀린 말을 했어?” 미녀는 도도하게 엄혜정을 보며 계속 말했다. “가서 거울 좀 봐. 네까짓 게 민우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엄혜정은 원래 해명하려고 했지만 이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말을
염민우는 엄혜정이 긴장한 얼굴을 보고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육성현이 어두운 얼굴로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엄혜정의 신경은 육성현이 다가올수록 팽팽해져 호흡조차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육성현은 그들의 테이블을 지나갔을 뿐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단지 밥을 먹으러 온 것 같았다. “지금은 염씨 가문에서 널 감싸주고 있으니 너는 두려워할 필요 없어.” 염민우가 말했다. “앞으로도 염씨 저택에서 지내, 육성현 곁으로 돌아가지 마.” 엄혜정의 마음속에는 희망이 불타올랐다. ‘정말 그래도 될까?’ 엄혜정은 육성현의 번듯한 양복 속에 숨겨진 본성을 생각하니 마음이 떨렸다. ‘염씨 가문이 무엇 때문에 날 위해서 육씨 가문과 맞서겠어?’ 엄혜정은 감히 상상도 못 했다. “들었어?” 염민우가 물었다. 하지만 엄혜정은 그가 충동적으로 선의를 베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나 때문에 육가와 맞서지 마.” ‘육성현은 죽을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괴물이니까.’ “그가 눈에 거슬려서 그래.” 염민우는 친누나를 두둔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았다. “사람을 보내오는 건 쉬워도 데려가는 건 어려울 거야. 우리 염씨 가문을 뭐로 보고.” 이때 엄혜정 가방 안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유행하는 작은 가방도 식사 전에 염민우가 사준 것이었다. 핸드폰을 꺼내자 그녀는 전화 온 사람이 육 성현이라는 것을 보았다. “육성현이야?” 염민우는 그녀의 안색을 보고 육 성현인지 알아채고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아 가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너…….” “계산해 주세요!” 염민우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그러자 종업원이 와서 계산했다. 계산이 끝나자 염민우는 엄혜정을 끌고 갔다. 도중에 엄혜정은 계속 안절부절했다. ‘이렇게 육성현의 전화를 끊어도 될까?’ “너 너무 했어.” 엄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염민우를 책망했다. 염민우는 긴 다리를 꼬고 말했다. “내가 말했지, 염씨
“통지해 드려서 알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둘째 어르신과 부인님께서 돌아오실 거예요.” 채아주머니는 엄혜정을 한 눈 흘기고 말했다. “이렇게 중요한 가족식사 자리에 엄혜정은 참석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요?” “채아주머니, 엄혜정은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 앞으로 이런 말은 더 이상 내 귀에 들리지 않도록 해.” 염민우가 정색해서 말했다. “염씨 가문의…… 아가씨요? 염씨 가문엔 큰 아가씨 한 명밖에 없는데…….” 채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반박했다. “엄마가 그녀를 수양딸로 받아들였으니 이제부터는 염씨 가문의 아가씨야. 채아주머니는 염씨 저택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서 규칙을 가장 잘 지켜야 하는 거 아니야?” 염민우의 말에 말문이 막힌 채아주머니는 꾹 참고 있었다.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염민우가 몸을 돌려 보니 조영순의 차였다. 그리고 염군과 조영순 부부가 같이 차에서 내렸다. ‘둘이 같이 집에 오다니.’ 엄혜정이 이곳에 온 며칠 동안 염군과 조영순은 매번 선후로 돌아왔지 한 번도 같이 돌아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엄혜정은 그들이 육성현과 염정은이 와서 식사한다는 소식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조영순이 차에서 내린 후 비틀거려 염군이 부축했다 엄혜정은 앞으로 걸어오는 조영순과 염군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조영순의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몸이 안 좋은가?’ 엄혜정은 마음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렇게 나를 쳐다보지?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하지만 엄혜정은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무엇을 해도 조영순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염민우는 앞으로 막아서며 말했다. “엄마, 아버지 괜찮아요?” 그의 말을 들은 염군과 조영순은 비로소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조영순은 또 눈물이 날 뻔했다. 염군은 엄혜정을 보더니 감정을 억제하고 말했다. “혜정아, 우리 같이 들어가자.” 갑자기 이름을 불린 엄혜정은 표정이 멍해졌다가
조영순은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이따금씩 그녀를 쳐다보는데 볼 때마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염군은 엄혜정이랑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계속 바빠서 너랑 얘기도 못 나눴네. 아무래도 염씨 가문의 손님인데 이건 아니지. 넌 영순이의 수양딸이니까 우리 이제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야. 너만 괜찮다면 여기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괜찮다. 그리고 내가 사람들 보고 방을 꾸미라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객실에서 자지 말고 저녁에 마음에 드는지 한 번 보렴. 부족한 게 있으면 나랑 네 아주머니한테 말하고.” 그가 말한 아주머니는 당연히 조영순이었다. 염군은 너무 친근하게 행동하면 상대방이 부담스럽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입을 열자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엄혜정은 갑작스러운 관심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는 염씨 가문에서 육성현에게 보여주기 위해 정말 고생한다고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제 모른다고 여길까 봐 엄혜정은 할 수 없이 받아들였다. 조영순은 계속 말을 하지 않았다. 이때 채아주머니가 다가와서 말했다. “둘째 부인, 둘째 어르신, 큰 아가씨와 육 대표님께서 오셨어요.” 엄혜정은 갑자기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어나서 마중 나갈 때 엄혜정은 맨 뒤에 서있었다. 그는 점심에 식당에서 육성현을 만난 일을 생각했다. ‘점심에 식당에서 마주쳤는데 바로 저녁에 와서 밥을 먹다니, 혹시 나랑 관련이 있을까?’ “삼촌, 숙모!” 염정은은 드레스를 입고 육성현의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은 아주 친밀해 보였다. 사람을 사이에 두고 엄혜정은 한눈에 보았다. “성현 씨가 오늘 시간이 된다고 나와 함께 집에 와서 밥을 먹자고 해서. 성현 씨 뜻이야.” 염정은은 육성현의 입장을 밝혔다. “너무 당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육성현은 예의 바르게 말하며 눈빛은 가장 뒤에 서 있는 엄혜정에게 떨어졌다. 엄혜정은 가시에 찔린 것처럼 온몸을 떨었다. “아니야, 들어와.” 염군이 말했다. 염정은은 들어가서 불쾌하게 엄혜정을 노
염정은은 순간 얼굴을 들 수 없었으며 정교한 화장도 곧 무너질 것 같았다.그때 염군이 정색하며 호통쳤다.“민우!”하지만 염민우는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엄혜정에게 음식을 짚어주었다.“자, 많이 먹어요. 우리 집 주방장이 제일 잘하는 음식, 스테이크예요.”그는 잘 자른 스테이크를 혜정의 그릇에 덜어주었다.육성현과 민우가 번갈아 가며 음식을 짚어주자 정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마치 뜨거운 솥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을까?’이 테이블에서 그녀는 들러리일 뿐이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육성현이 시작한 것이다.“염씨 가문의 생활이 아주 좋은 거 같네요. 모두 당신에게 잘 보이려고 하네요.”성현이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혜정은 당황한 마음을 감추었다. 사실 그녀는 성현의 위협과 조롱을 알아들었다.그녀가 잘살고 있으면 성현이 그녀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것이다.“난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 엄혜정을 수양딸로 받아들일 거라고. 너도 잊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줄곧 침묵을 일관하던 조영순이 말문을 열었다.성현의 호박색 눈동자는 늑대 같은 눈빛으로 맞은편에 있는 엄혜정을 주시했다.“그럼 제가 오해했네요.”그 오해는 혜정이 이곳에 온 뒤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혜정은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거뒀다. 그녀는 칼을 겨누는 느낌을 받았다.그때 엄정은이 말을 떼려다가 결국 꾹 참았다. 그녀는 숙모에게 틀림없이 다른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테이블에서 더 이상 말하는 사람이 없고 밥 먹는 소리만 들릴 뿐 아주 경직된 분위기였다.한편 민우는 아무런 느낌도 못 받고 아주 편안하게 식사했다.그는 한쪽으로 혜정에게 요리 맛을 얘기하며 한쪽으로는 음식을 짚어주었다.정말 도발하는 것 같았다.하여 혜정이 테이블 밑으로 그의 발을 밟아 눈치줬지만 그는 아무것도 못 느낀 것처럼 매력 넘치는 미소만 날렸다.저녁 식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육성현과 염정은은 갈 준비를 했다.염씨
“저는 정은이 내 사람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약혼녀는 더더욱 아니고요.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진짜로 받아들인 거예요?”육성현은 조영순을 흘겨보았다.한편 옆에 서 있던 염정은은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성현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날 이용하기 위해 나랑 밥 먹은 거야?”정은이 물었다.육성현은 침묵했다. 침묵은 즉 묵인과도 같다.정은은 화가 나 곧바로 자리를 떠났고 채 아주머니가 걱정되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때 염군이 말문을 열었다.“성현아, 혜정은 지금 신분이 달라졌어. 이제는 염씨 가문의 수양딸이니 염씨 가족인 셈이야. 네가 혜정을 데려갈 권리는 없어.”조영순이 독하게 말했다.“그녀를 데려가려면 내 시체를 밟고 가!”혜정은 원래 겁이 질린 상태인데 그 시각 자신의 귀를 믿기 힘들었다.조영순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정은 때문이다. 그녀가 성현을 따라가면 성현과 정은의 관계에 조금도 이득이 없다.“진짜 안 가?”성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해왔다.혜정은 순간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뛰었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그녀는 성현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만약 가능하다면 다시는 그와 만나고 싶지 않다.하지만 언제까지 염씨 가문에 숨어있을 수 있을까?그녀는 이 기회를 틈타 성현의 시도 때도 없는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혜정을 협박하지 마. 혜정이 가겠다고 해도 내가 보내지 않을 거야.”조영순이 강하게 말했다.“좋아.”성현은 엄혜정을 차갑게 흘겨보고는 자리를 떴다.성현의 한마디에 혜정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한편 성혁이 자리를 뜨자마자 영순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에 올라갔다.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통곡하기 시작했다.염군도 그녀의 뒤를 따라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위로했다.그는 그녀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고 있다. 딸의 앞에서는 직접 내색할 수 없다. 게다가 마음속의 빚은 부모로서 아주 견디기 힘들었다.“하늘이 날 불쌍히 여겨 달이를 내 곁에 보냈나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