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영은 엄혜정이 차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최광영는 급히 육성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육원산 쪽 사람이 엄혜정을 데리고 갔어요!”“봤어!"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지고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잡고 발밑의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검은색 벤틀리 차는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육원산의 사람은 차를 몰고 엄혜정을 태우고 육씨 집안 저택으로 갔다.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치타처럼 달려오자 길 한가운데를 멀리 가로막았다.집사 이쪽의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다.그리고 차에서 내린 육성현이 이쪽으로 오면서 총에 장전 하는 것을 봤다.“이렇게 빨리 오다니?”집사는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내렸다.“충돌하는 건 되도록 피해야 돼.”그리곤 차에서 내렸다.엄혜정은 시종 차 안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반항의 흔적조차 없었고 심지어 좀 아쉬웠다.육성현이 나타난 것은 일에 전환점이 생겼단 것을 의미한다.‘진짜 이 아이를 지워버리고 싶은데…….’“도련님, 회장님께서 엄혜정 씨를 만나보고 싶다고…….”집사의 말이 나오자마자 육성현은 총을 집사의 머리에 갖다 댔다.“진명기, 네가 영감탱이랑 같이 피를 나누며 싸웠다고 해서 내가 좀 봐줬는데 감히 내 사람을 데리고 가? 죽고 싶어 환장하는 거야?”육성현은 격노했다.“도련님, 진정하십시오. 회장님은 엄혜정을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내 사람이야, 내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육성현의 표정은 어둡고 포악했다.저쪽에 있는 최광영가 차를 몰고 달려오자 육성현은 얼른 명령을 내렸다."사람을 데려가!“최광영는 차 문을 열고 엄혜정을 차에서 내리게 했다.엄혜정은 차에서 내린 후 이쪽을 한 번 보았는데, 덤덤하게 다른 차에 올랐다. 육원산 쪽의 사람은 감히 사람을 빼앗으러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그들은 원래 육성현이 없는 틈을 타서 사람을 먼저 본가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다만 육성현의 반응이 이렇게 클 줄은 그
“육성현!”육원산은 너무 화나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그때와 네가 지금 같을 수 있어? 넌 지금 육씨 집안의 후계자고 명문가 사람이지 건달이 아냐. 천박한 일을 하지 마!”“엄혜정 배 속에 있는 아이, 저 반드시 가질 거예요! 누가 아이를 해치면 전 그 사람을 죽여버릴 거예요!”육성현은 날뛸 기세로 일어났다.“저 마음에 안 드시면 얼른 얘기해주세요. 육씨 집안 후계가 그딴 거 필요 없으니깐요!”육성현은 말을 마치고 책상 위의 총을 들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그래!”육원산은 갑자기 탁자를 두드리며 육성현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타협했다.“아이는 남겨둬. 근데 염씨 집안의 혼인은 아무 문제도 생기면 안 돼.”육성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을 나섰다.육원산은 육성현이 아이를 원하는 이상 자기 요구에 승낙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행히 염씨 집안 어른이 이 일을 모르고 있으니까 만회할 여지는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염정은이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김하준 이 녀석, 통제하기 너무 어렵군!’화난 육원산은 테이블 위에 있는 먹이며 종이를 다 바닥에 쓸어버렸다!방문이 갑자기 열리자 아무리 침착한 엄혜정이라고 해도 깜짝 놀라 품에 있는 푸딩이를 꼭 껴안았다.고개를 돌리자 포악한 기운으로 총을 들고 들어온 육성현이 보였다.‘뭐 하려는 거야? 쟤 심기 건드린 일은 안 했는데…….’“임신한 얘기, 내가 한 거 아니야.”육성현은 엄혜정 앞에 다가가 탁자 위에 앉았다. 그리고 상반신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엄혜정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여기 몰래카메라 설치한 거 알죠? 내가 샤워할 때 누구랑 문자 보냈어요? 그 시간대에 문자 기록은 없던데요? 이러고 나보고 널 믿으라고요? 어?”엄혜정의 머릿속으로 어느 날인지 빨리 생각났다. 염민우랑 얘기한 그날이었다.아무 일도 없었지만 염민우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문자 보낸 게 아니라 일기를 썼는데요.”엄혜정은 옆에 있는 핸드폰을 열어 다이어리를 보여 주었다. 육성현은 핸드폰 스크린을 보았다.다
육성현은 갑자기 엄혜정을 안고 소파에 앉아 마치 아이를 안는 것처럼 달랬다.“배는, 아픈 데 없어?”“없어요.”“걱정하지 마, 영감탱이가 또 찾아올 일은 없을 거야. 시름을 놓고 아이를 낳으면 돼.”육성현은 엄혜정을 위로했다. 엄혜정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육원산이 육성현의 상대일 리가?’어쨌든 육성현이 육원산의 친아들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염씨 집안이라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육원산이 이 일을 알게 되고 또 얘기도 없이 엄혜정을 데리고 가려 했던 것은 틀림없이 염씨 집안이랑 상관이 있을 것이다.이 일은 결코 이렇게 쉽게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혜정은 명문가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육원산은 염씨 집안이랑 이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조영순의 전화를 받았다.조영순은 염씨 집안의 며느리였지만 염씨 집안 어르신의 중시를 받았고 염씨 집안 두 아들보다도 더 큰 권력을 잡고 있었다.나이가 있는 염씨 집안 노인이랑 얘기해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다고 해도 조영순이라면 말이 달라진다.육원산은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르신 우리 집 민우 로얄그룹에서 일 잘하고 있죠? 폐를 끼친 것은 없죠?’“없어, 민우가 워낙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서 나도 아주 좋게 보고 있어.”“그러면 다행이네요. 근데 저 잘 이해가 가지 않은 일이 있어서 여쭤보려고 해요. 성현이가 밖에 여자를 두고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다던데 사실이에요?”조영순은 준비하고 물어봤기에 육원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그런 일이 있어. 참 부끄럽고 그래서 성현이를 엄하게 꾸짖었어.”“그냥 혼내고 끝났어요?”조영순은 웃었는데 딱히 달갑지 않다는 눈치였다.“어르신, 저희 가문에서 정은이랑 성현이에게 시집 보낸 건 다 성현이 인품을 봐서 그런 결정을 내린 건데. 지금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생기는지. 어르신, 자식 교육을 잘못 했나 봐요.”육원산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 한평생 대단한 분으로 살아온 육원산
육원산은 속마음을 들켰지만 오히려 침착하게 말했다. “영순 씨, 그렇게 말하면 좀 섭섭한데요. 우린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이 모든 건 두 아이를 위한 것입니다. 나보다 이 혼사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예전에 심지어 성현이랑 다툰 적도 있어요. 만약 그쪽이 엄혜정 뱃속의 아이를 해결할 수 있다면 난 성공하길 바랄게요.”“그 말을 들으니 저도 안심이 되네요.”조영순이 말했다.“우리 정은이가 성현을 마음에 들어 해서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나도 이 지경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성현의 별장 밖에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엄혜정에게 접근하는 건 쉽지가 않아요. 하지만 최광영이라는 부하를 조사해 보면 됩니다.”육원산이 말했다.전화를 끊은 후, 육원산은 태산처럼 그곳에 앉아있었다.‘내가 아직 죽지 않았어! 김하준에게 교훈을 줘야지.’저녁에 육성현은 별장에 와서 엄혜정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별 이변이 없는 한 오늘 이곳에서 묵게 될 것이다.“내일 회사일 때문에 옆 도시에 다녀와야 돼요. 최대한 모레 아침에 돌아와서 같이 아침 먹을게요.”육성현은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만지며 말했다.“괜찮아요. 난 여기서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엄혜정은 아무런 기복이 없이 말했다.이곳에 갇혀 아이 낳기만을 기다려야 하니, 육성현이 아무리 잘해 줘도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기분이 안 좋아요?”엄혜정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쪽을 여기에 가둬두면 기분이 좋겠어요?”육성현은 그녀를 달랬다.“돌아오면 산책하러 데리고 갈게요.”“괜찮아요.”엄혜정은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하지만 육성현은 화를 내지 않았다. 엄혜정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는 그녀의 모든 투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이튿날 저녁, 육성현은 오지 않았다. 엄혜정에게 전화를 할 때 그는 여전히 옆 도시에 있었다.하지만 엄혜정에게 달라진 건 없었다.푸딩이랑 산책을 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방으로 돌아갔다.욕실에 CCTV를 설치한 일에 대해 엄혜정이 몇 번
“난 육성현이랑 결혼하기 위해 그 어떤 짓도 할 생각이 없어요…….”조영순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육성현이 그쪽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엄혜정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조영순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동정하기는커녕 의사에게 빨리 움직이라고 명령했다.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나갔다.엄혜정은 기구가 부딪치는 차가운 소리가 멀리서 전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너무 익숙한 소리였다.‘그래, 그때 아이를 지울 때도 이런 소리가 들렸지.’‘드디어 아이가 없어지는구나. 이제 육성현에게 아이를 낳아줄 필요가 없겠어.’그러나 아이가 뱃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 때 그녀는 가슴 아픈 눈물을 흘렸다.‘왜 나한테 이러는 걸까?’그녀는 차라리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엄혜정이 깨어났을 땐 이미 병실이었다.쑤시는 듯 아픈 자신의 아랫배를 만지는 그녀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아이가 정말 이렇게 쉽게 해결됐어.’병실 문이 열렸다. 엄혜정이 고개를 돌리니 마침 육성현의 무표정한 얼굴과 마주쳤다.그는 뛰어왔는지 호흡이 거칠었다.엄혜정은 긴장해서 이불 밑에 놓인 손을 꼭 잡고 아무런 표정 없이 일어나 앉았다.“당신 소원은 이제 물거품이 됐어요. 아이가 없어졌어요.”육성현은 달려가 온 힘을 다해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고 물었다.“누가 그런 거예요? 도대체 누가…….”“윽!”엄혜정은 어깨의 아픔을 참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이 아이는…… 세상에 오지 말아야 하는 존재예요.”“입 닥쳐!”육성현의 호박색 눈동자가 충혈되어 있었다.엄혜정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얼굴색도 한 층 더 창백해진 것 같았다.“누가 당신 데리고 온 거예요? 또 누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거예요?”육성현의 온몸엔 살기로 가득 찼다.“내가 죽일 거야!!”쾅하는 소리와 함께 옆에 있던 책상과 의자가 모두 육성현에게 걷어차여 땅에 뒤집어졌다.엄혜정은 침대맡에 움츠려 격노한 육성현을 감히
육성현은 장탄하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겼다.그러자 육원산 일행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엄혜정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육성현 씨, 그러지 마세요! 더 이상 미친 짓 하지 말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난 어떻게든 아이를 지웠을 거예요! 이건 시간문제일 뿐이에요!”그녀의 말을 들은 육성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호박색 눈동자에는 심하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뭐라고요?”“나는 당신의 아이를 낳을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당신이 계속 나를 강요한 거예요…….”엄혜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면 그가 총으로 그녀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다시 한번 말해봐요!”육성현의 눈동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엄혜정은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강제로 억누르고 눈을 감고 말했다.“총을 쏘세요…….”육원산은 총을 잡고 있는 육성현의 손이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보다 총소리가 울리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었다.김하준과 얽힌 여자기 때문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엄혜정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를 두렵게 하는 건 육성현과 함께 있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잘못인 건가?‘굳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죽을게!’‘어차피 이런 인생은 미래가 있을 수 없어.’부모에게 버림받은 순간부터 그녀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엄혜정이 총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의 손바닥이 갑자기 그녀의 뺨을 갈겼다.“윽!”침대로 넘어진 엄혜정의 얼굴이 갑자기 빨갛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육성현은 엄혜정의 처참함을 무시한 채 육원산을 바라보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끝까지 조사할 거예요. 당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그땐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성현아, 넌 내 아들이야. 나보다 네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어. 네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돈, 권력, 이게 다 누가 준 건지 잘 생각해.”육성현은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 온몸에서 음산한 살기를 풍기며 말했다.“틀렸
“난 그저 아이를 갖고 싶은 것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얼굴을 엄혜정에게 접근한 육성현은 정상이 아닌 사람처럼 계속 말했다.“이제 아이가 없어졌으니 누군가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났다.“육성현 씨! 육성현 씨! 그러지 말아요!”엄혜정은 침대에서 내려와 그를 쫓아갔다. 병실에서 쫓아 나와 육성현의 매정한 뒷모습을 보고 돌진하려던 그녀는 부하들에게 가로막혔다.“육성현 씨, 당신은 이렇게 인성이 없으면 안 돼요! 육성현 씨, 제발 푸딩만은 건드리지 말아 줘요…….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난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육성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복도에서 사라졌다.엄혜정이 지친 몸을 이끌고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푸딩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푸딩? 푸딩?”엄혜정은 하녀를 잡고 물었다.“혹시 푸딩 못 봤나요?”하녀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엄혜정은 위층, 아래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푸딩을 찾았다. 그녀는 찾으면 찾을수록 공포를 느꼈다.‘육성현이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정말 그럴 수 있을까?’‘아니길 바라며 돌아왔는데 왜 나에게 조금의 희망도 주지 않을까?’엄혜정은 다시 주택으로 달려가 만난 사람들마다 푸딩을 보았냐고 물었다.하지만 모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엄혜정은 악어 강으로 가서 절벽에 서서 아래로 수색했다.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만약 푸딩이 정말 악어 강에 던져졌다면 내가 구할 수 있을까?’엄혜정은 체력이 소진되어 지친 나머지 절벽옆에서 기절했다.깨어났을 때 그녀는 저택의 방에 있었다.생각하지 않아도 하인이 데려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끝내 푸딩을 찾지 못했는데!’엄혜정은 한시도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허약한 몸을 이끌고 떠나려는데 입구에서 염정은을 만났다.엄혜정은 고개를 숙이고 곁을 지나가려 했지만 염정은이 뻗은 발을 보지 못하고 걸려 넘어졌다.
“별장에 일이 일어났으면 네가 가장 먼저 발견했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한 거야? 이유를 말해봐.”육성현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매서운 눈빛으로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며 물었다.“내가 모니터링을 지켜보라고 했는데 본 거 맞아?”최광영은 꿋꿋이 서서 감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최광영, 넌 이렇게 세심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야.”육성현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최광영은 놀라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형님, 형님께서 날 탓하더라도 내가 한 일에 대해 후회하진 않아요! 엄혜정을 혐님 곁에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재수가 없는 여자예요. 언젠간 형님을 해칠 거예요! 난 그냥 낯선 남자가 전화 와서 엄혜정을 데려가겠다고 해서…….”뒤의 말을 듣지 않아도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이소군은 놀라서 말했다.“최광영, 너…….”“형님, 형님은 이제 육성현이예요. 육가 미래의 후계자란 말이에요. 엄혜정은 이미 과거예요. 형님이 그녀를 찾아 복수하지 않는 게 어디예요. 절대로 그녀를 곁에 두면 안 됩니다…….”최광영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이소군은 갑자기 일이 커졌다는 걸 느꼈다.눈앞이 어지러워진 육성현은 테이블 위에 있는 개봉하지 않은 술병으로 최광영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조각과 술이 사방으로 튀였다.“아!”최광영은 머리를 껴안고 바닥에 누워 비명을 질렀다.육성현은 최광영을 향해 걸어갔다.“언제부터 네가 내 일에 참견할 자격이 있었지? 네가 죽고 싶은 것 같으니 내가 도와줄게!”말을 마친 그는 최광영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아!”“죽어!”육성현은 미친 듯이 그를 걷어찼다.최광영은 반항하지 않고 복부와 급소를 껴안고 육성현의 발차기를 견뎠다.이 상황을 본 이소군은 마음이 초조했다.이렇게 차다가는 최광영이 죽을게 뻔했다!“형님, 화 푸세요, 광영도 나쁜 마음으로 그런 건 아니에요. 앞으로 다신 그러지 않을 거예요. 형님!”이소군은 앞으로 가서 육성현을 말렸다.거친 숨을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